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57화 (57/304)

57편

<-- 실험 -->

심장에 뼈로 된 화살이 박혀 있는 시체 한 구.

창백한 표정의 피가 모두 빠져나간 엔드록사의 시체다.

"우선…. 나머지 둘로 확인해봐야겠지."

이번 서브 퀘스트를 통해 나는 이런저런 보상을 얻었고, `보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다른 것`들도 많이 주워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체`다. 병사의 시체부터 기사, 마법사, 심지어 악의 무리 중 쓸만해 보이는 놈들의 시체까지.

마구잡이로 끌고 와서 정확히 계산은 되지 않지만, 3백구 조금 넘게 주워온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마법사들의 시체를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이건 실패하면 위험하니까 옆으로 치워두고…."

지금 하려는 건.

`마법사의 시체`와 `언데드 소환 마법`의 연관성을 찾는 일이다.

좀비부터 시작해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까지. 내 휘하의 병사들은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점이다.

`마법사를 사용해서 언데드를 만든다면 마법형 언데드가 나오지 않을까?`

아주 단순한 발상이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아쉽게도 마밥사의 시체가 겨우 3구뿐이라 쉽사리 시도해볼 만큼 재료가 많진 않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칼트 성안에 남아있던 마법사들을 전부 수거했으면 좋으련만, 앞서 죽은 세 명의 마법사를 제외하곤 다들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챙겨오질 못했다.

"우선은…."

일단 남은 세 구로라도 최대한 해봐야겠지.

나름 이런저런 방법은 다 만들어두었다.

[ 구울 소환 ]

콰드드득-

내 주문에 따라 누워있던 마법사가 조금씩 몸을 일으킨다.

부자연스러웠던 움직임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이내 죽음 이전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흐음..."

외관은 마법사의 모습 그대로.

좀비가 아닌 구울을 소환한 건 몇 가지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 좀비는 지성이 없어 대화가 불가능하다. 베놈 데드는 분노의 저주를 섞어 만든 놈이라 이 역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존재다. 하여 가장 무난한 구울을 택했다.

"너의 이름이 뭐지?"

"...."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구울.

실패인가.

"마법에 대해서 아나?"

"..."

두 번째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무래도 이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좋아. 옆에 가서 서 있도록."

끄덕-

마지막 명령에만 고개를 끄덕이고 한 켠으로 가서 가만히 서 있는다.

슥슥-

나는 공책에 적어두었던 방법 중 첫 번째를 지워버렸다.

"스켈레톤은 뭘 써야 하나…."

좀비 류의 마법으로 생전의 기억을 되살리지 못했으니, 이번엔 조금 지성을 갖춘 스켈레톤 류의 마법을 시도해볼 차례. 다만…. 어떤 마법으로 마법사를 되살려야 할지 고민이다.

대화가 가능하게 하려면 역시 일반 스켈레톤은 무리다. 최소한 스켈레톤 나이트 이상의 진화한 개체여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스켈레톤 나이트라 함은 생전에 검을 쥐었단 기억을 가진 언데드를 말한다. 즉. 소환 과정에서 `설정`이 되어버리는 것인데.

마법사의 시체에 대고 스켈레톤 나이트를 소환하면 `설정`에 의해 마법의 기억이 지워져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설사 생전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해도 과연 나이트나 워리어의 몸으로 마법을 발현할 수 있을까? 아마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급의 언데드로 일으킨다고 해도 상황은 같을 것이다.

"흐음.."

슥슥-

결국, 두 번째 방법도 지워버렸다. 시도해보면 좋겠지만, 당장 남은 게 두 구 뿐이니 최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도전해봐야겠지.

아직 나에게는 두 개의 방법이 남아있다.

[ 위스퍼 소환 ]

스켈레톤은 건너뛰고 위스퍼를 소환했다.

그러자 마법사의 시체에서 무언가 흐물흐물 거리며 위로 떠오른다. 나는 녀석을 내 앞으로 부른 뒤 구울 처럼 질문을 해봤다.

"너의 이름이 뭐지?"

[ 모르겠습니다. ]

구울과 달리 위스퍼는 확실한 대답을 했다.

이전에도 내 전령으로 쓰일 만큼 1차 진화 개체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성을 갖춘 놈이다. 위스퍼 자체가 말로써 저주를 거는 타입이라 그런 건진 몰라도 녀석은 분명한 의사 표시를 말로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반응이 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구울처럼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그럼.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기억을 할 수 있나?"

이어진 질문.

[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

이번에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나는 위스퍼의 대답을 듣는 순간 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구나…. 그랬던거야."

아아..

이런 걸 놓치고 있었다니.

스쳐 지나갔던 생각, 그것은 `좀비와 망령의 차이`였다.

처음 네크로맨서가 되면서 나는 `좀비`, `스켈레톤`, `망령`. 이렇게 세 가지의 소환 마법을 얻었다. 좀비는 망자의 `육체`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스켈레톤은 망자의 `뼈`로 구성되며, 망령은 망자의 `영혼`을 매개체로 형성된다.

그러니까…. 대상의 육체로 만들어지는 구울이 생전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소리다. 생전에 마법사였으면 무얼하나. `마법`은 육체로 발현하는 게 아닌데. 그렇다면 스켈레톤 류의 소환 마법을 펼친다 해도 아마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뼈만 있는 존재가 마법을 떠올리는 건 말이 안 되지.

애당초 처음부터 생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건 망령 류의 마법뿐이었다.

이 이론이 확실한가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근처에서 놓아두었던 기사의 시체를 찾았고, 그 시체를 대상으로 위스퍼를 불러냈다.

"이름은?"

[ 모릅니다. ]

"생전에 너의 직업은?"

[ 검을 사용했습니다. ]

"....!"

맞았다.

기사의 시체로 소환된 위스퍼 역시 생전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생전의 기억보다는 `알게 된` 저주를 사용하는 게 더 익숙했지만 어쨌든 기억은 한다는 소리다.

"으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남은 건 활용법.

뭔가 떠오를 것 같은데…. 미묘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혹시 위스퍼가 아니라 망령도 영향을 받으려나?"

[ 그럴 것입니다. ]

"응?"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질문에 위스퍼가 대답한다.

"뭐라고?"

[ 대상에 따라 망령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

그렇단 말이지….

이런 대화가 가능할 줄은 몰랐다만. 좋은 걸 알았다. 마지막 방법은 어쩌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엔드록사의 시체를 가져왔다.

"후우.. 제발 되라."

제발 되면 좋으련만.

이번에 시도할 방법은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세워둔 이론이다.

바로 전에의 위스퍼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토대로 성공 확률이 조금 늘어난 방법이기도 하다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지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 망령 소환 ]

[ 스켈레톤 소환 ]

엔드록사의 시체에 뼈 지팡이를 대고 망령을 먼저 뽑아낸 후. 그의 육체를 가지고 다시 스켈레톤을 만들었다.

금세 피륙이 벗겨지고 뼈만 남아 새로운 육체를 구성해 몸을 일으킨다.

"후우.."

위스퍼의 말대로라면 망령에도 생전의 기억이 남는다.

나는 지금. 엔드록사의 `육체`와 `영혼`을 강제로 분리해낸 상태다. 생전의 기억을 가진 혼과 생전의 마력을 담는 그릇이 되었던 육체. 나는 멀뚱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망령과 스켈레톤을 바라보다가 마지막 숨을 내뱉고 손을 모았다.

그러자 내 명령에 따라 망령과 스켈레톤이 서로를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합쳐졌다.

"제발..."

망령과 스켈레톤으로 분리해낸 영혼과 육체를 다시 하나로 합치는 작업.

이것이 내가 세운 마지막 방법이었다.

*

우우웅-

"...!"

갑작스럽게 내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망령과 스켈레톤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에 일어난 마력 유동이었다. 심장에서부터 풀어져 나온 마력이 빠르게 내 손을 타고 지팡이로 향한 뒤 흘러나간다.

마치 마법을 발현하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

빠져나간 마력이 스켈레톤을 휘감고 회오리치듯 회전한다. 빠져나간 마력 양은 거의 전체 마력의 절반 수준이었다.

"설마.."

누가 보더라도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원하던 변화였다.

후우우우우-

휘몰아치던 마력이 온전히 스켈레톤에게 흡수된 후. 멍하던 눈에 붉은빛의 광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또한, 육체 역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제로 변화된 육체와 붉게 빛나는 눈.

콰드드득-

마지막으로.

오른손에서 튀어나온 뼛조각이 점점 길어지더니 형상을 갖춰나간다.

마치 스켈레톤 나이트나 스켈레톤 랜서가 자신의 무기를 가지듯. 이 녀석 역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았다. 뼛조각이 완전히 형태를 갖추고 난 뒤 보인 것은 내가 든 뼈로 된 지팡이와 똑 닮은 지팡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 줌의 마력까지 전부 흡수한 존재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래서 한 편 더 올린거니까

역시 추천 꾹꾹 눌러주세요!!!!!!!

참 크랜포트는 3계급으로 하향했습니다.

p.s 우선 저번화에 대해서 가격이 이상하다며 달아주신 코멘트를 전부 읽어봤습니다. 대부분 '게임 아이템도 2~3억씩 하는데 생존이 달린 물건의 가치가 너무 낮다'라는 평을 하셨습니다.

해서 대답을 해드리자만 아마도 저와 여러분의 '돈의 가치'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2천 3천 혹은 2억 3억도 엄청나게 큰 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 흠흠 ) 그래서 이 정도면 '초반 아이템'이기도 하니 충분하다고 가격을 산정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2~3천은 너무 낮은 것 같아서 상향 했습니다!

p.s2 참고로 스켈레톤들이 진화했던건..아 이건 비밀인데 '장비'를 줘서 그런게 아니라 '경험'이 쌓여서 그런겁니다. 이거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좋은 장비 쥐여준다고 진화하는 거 아닙니다. 넴임드 장비를 가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p.s3 그리고 지배력 장비를 너무 싸게 사는 거 아니냐는데, 지배력 아이템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소환 계열도 아닌데 쓸 필요가 없죠. 게다가 쥔공처럼 지배력만 높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비싸게 거래할 대상이 아니죠. 갭 차이가 커야 맞습니다.

이쯤하면 제 생각은 다 전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마음에 안들더라도 '아. 이 놈도 뭔가 생각이란 걸 하고 썼겠지'하고 '먼저' 생각해주세요. 저도 나름 많이 생각하고 쓰는거니까요.

그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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