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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55화 (55/304)

55편

<-- 거주민 -->

파티 디펜스에 이어 서브 퀘스트까지 단번에 이루어진 것 때문인지. 나는 한동안 퀘스트로 넘어가지 않았다.

해서 오랜만에 현실로 돌아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저쪽 세상에서나 무덤지기의 공간 안에서는 전화가 되질 않으니 가끔 현실에 나와서 안부 인사 겸 해서 통화를 드려야 했다.

"네. 네. 요즘은 일하고 있어요. 네. 학비는 제가 벌어야죠."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걱정 마세요. 저잖아요."

[그래. 다음엔 한 번 내려오고. 네 아빠도 너 보고 싶어 하더라.]

"다음에 시간 한 번 내볼게요. 네. 걱정 마시고요. 엄마도 아빠랑 잘 지내고 계세요. 네. 다음에 또 전화 할게요."

툭-

"..."

통화를 끝낸 후.

나는 잦아오는 공허함에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은 지방에 살고 계셔서 자주 뵈러 가는 게 쉽진 않다. 더욱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으니 더 가기가 어려워졌다. 차를 타고 가다가 이동이라도 되면 돌아왔을 때 그대로 도로 위에 놓여 있을 테니 함부로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걸어가자니…. 그래서 매번 내려간다, 내려간다고 말은 하지만. 최근에는 단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는 걸 알기에 통화가 끝날 때면 항상 공허함을 느꼈다.

"됐다. 빨리 가자."

이번에 현실에 나온 이유가 통화 때문만은 아니니. 늦지 않게 가야지.

원래라면 마법 조합을 다시 시작하든, 명상을 하든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내겠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다. 김우석과 최철희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것이다. 당연히 이유는 장비 판매.

물론 판매만 하려는 게 아니라 괜찮은 게 있으면 구매도 할 생각이다. 생각해봤는데 굳이 내 장비를 저쪽에 팔기만 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가장 필요해진 지배력 관련 장비라든가 마력 관련 장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마력 장비야 직업 구분 없이 모두 필요하니 매물이 없을지라도 지배력 관련 장비는 소환 계열이 아니면 딱히 쓸 데가 있는 능력치가 아니라서 분명 팔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수요가 적으면 당연히 가격도 낮아진다. 내가 필요한 건 싸게 사고, 내가 필요 없는 건 비싸게 팔 수 있으면 누구든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난 비싸게 팔 것들이 꽤나 많다.

띠익-

[ 아! 들어오시죠. ]

약속 장소인 김우석의 집 초인종을 누르자 인터폰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작은 벨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고 TV에서나 볼 법한 호화스러운 집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저번에도 장비들을 단번에 사 가길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겠거니 했다만. 이런 데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입니다."

"예. 오랜만입니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안쪽 문이 열리더니 환한 표정의 김우석이 보였다.

우린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거실로 향했는데, 거실에는 최철희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전에 보았던 정다빈과 처음 보는 여자와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네."

나를 알아봤는지, 정다빈이 먼저 일어서서 인사를 했고, 나도 간단하게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초면의 남녀가 어색하게 일어나선 가볍게 인사를 한다.

저번에 파티 디펜스를 같이 했던 인물은 아니고, 아마도 김우석과 연결점이 있을 테지. 최철희와도 데면데면한걸 보니 그와도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자. 우선 이거라도 드시죠."

"감사합니다."

거실 소파에 대충 앉자 김우석이 어디선가 음료를 가져와 내게 건넸다.

주변을 둘러보니 바깥에서 봤던 것만큼이나 호화스러운 내부였는데, 이상한 점이 있다면 거실 바닥에 늘어놓은 각종 무기와 방어구였다. 언제, 어디서 저쪽 세계로 끌려갈지 모르니 늘 이렇게 가까운 곳에 준비해 놓는 게 습관이 되었겠지. 바깥에 이런 걸 들고 다니면 당장 경찰에 신고부터 당할 테니 꽤나 비밀리에 가지고 다닐 것이다.

"참. 이쪽은 제 팀 신입인 이한설씨와 장현씨 입니다."

"이한설이에요."

"장현입니다."

"이윤입니다."

팀?

"아. 제가 이번에 보상으로 얻은 `기능`입니다."

"...?"

"별건 아니고, 이동 메시지가 떴을 때, 퀘스트가 솔로 디펜스 인지, 파티 디펜스 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엿보기` 기능입니다. 엄청나게 중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형태의 디펜스를 하게 될지 조금이라도 대비를 할 수 있으니 나름 쓸 만 합니다. 특히 저뿐만 아니라 10m 안이라면 누구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기능도 있었나.

디펜스 보상의 범위가 생각보다 광대한 듯싶었다. 일반 장비부터 디펜스 `기능`에 대한 것까지 나올 줄이야. 하긴 나도 `사람` 자체가 보상으로 나왔으니 할 말 다했지.

"그리고 팀(Team)이란 건 다른 `기능`인데. 만약 퀘스트가 파티 디펜스일 경우, 신체가 맞닿아 있는 상황이라면 혼자 퀘스트를 받았더라도 함께 이동되는 `기능`이더군요. 물론 둘 다 파티 디펜스를 받은 경우에는 같은 곳으로 이동이 되고요. 후자의 경우에는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고 메시지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능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하하하 "

"..."

이것도 처음 듣는다.

파티 디펜스 퀘스트일때 신체가 맞닿아있으면 같이 이동을 한다니. 김우석이 말한 `엿보기`기능을 통해 다음 퀘스트가 파티 디펜스란 걸 알게 된다면 미리 여러 명이 손을 붙잡고 있다가 함께 이동해서 같이 디펜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물론 그러려면 처음부터 같은 공간에 모여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뭉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대단한 기능이다. 게다가 따로 보상으로 받는 게 아니라 일종의 `히든피스`처럼 존재한다니.

우연히 알았다는 김우석의 말과 살짝 붉어지는 정다빈의 얼굴을 보며 알아낸 방법이 조금 특별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좋은 기능을 알았다.

"그렇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그나저나….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죠."

기능이니 뭐니.

어느 정도 밑밥을 깔았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

나는 가볍게 손을 휘저어 무덤지기의 공간을 열었다.

"역시 부럽네요. 그 능력."

갑작스럽게 거실 한쪽 공간이 갈라지자 김우석이나 최철희를 제외하곤 다들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는 집에서 `발룬의 갑옷`을 꺼냈다.

"오오…. 이것이군요."

미리 준비해둔 상자에 담겨 있는 발룬의 갑옷. 상의와 하의로 나누어져 있는 가죽 갑옷의 형태였는데 외형은 상당히 커 보이나 시스템의 보정인지 아니면 갑옷의 원래 능력인지 실제로 입으면 착용자의 몸에 맞게 줄어든다.

내가 확인해본 사항이다.

"으음.."

발룬의 갑옷을 들고 옵션을 확인한 김우석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버렸다.

아마도…. 가격 때문이겠지. 옵션 자체는 눈이 돌아갈 만큼 좋다. 특히 앞에서 싸워야 하는 근접 계열에게는 둘도 없는 장비일 테지. 그러나 그런 만큼 가격 역시 합당한 선을 찾아야 하니. 그게 문제일터.

물론 나는 깎아줄 마음이 전혀 없다. 협상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칼자루는 내게 있으니까.

"가격이 상당하겠군요. 아. 한 번 보시죠."

김우석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니 말하기는 편했다.

발룬의 갑옷은 동료들에게 돌려 확인하도록 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솔직히 이런 장비는 아직 거래 수요가 없어서 가격 책정이 힘듭니다. 게다가 저번에 거래했던 것과 다르게 `기술`까지 내장되어 있으니…."

"기술도 확인했을 겁니다."

"네. 혹시 생각하신 가격이 있습니까?"

저번에 거래했던 `하급 민첩의 신발`과 달리 `발룬의 갑옷`은 급속 재생이라는 기술이 붙어있다.

"2억."

"으음..."

나는 김우석의 표정을 보며 생각한 금액을 얘기했다.

흥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비싸게 부를 생각도 없다. 거래가 돼야 서로 좋을뿐더러 가격을 후려쳐봐야 돌아오는 이익은 크게 없다. 해서 능력치 +2씩 2개로 오천에, 기술 1억 오천을 더해서 합 이억 원에 팔 생각이었다.

"정말입니까?"

"예."

그런데 가격을 들은 김우석의 표정이 단번에 풀리는 게 아닌가.

"후. 정말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본래 흥정이란 걸 할 때는 표정을 숨겨야 한다. 원하는 가격대가 나와도 아쉬운 척, 어려운 척을 해줘야 가격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우석도 흥정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흥정이란 걸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했다.

"3억 드리겠습니다."

"예?"

"충분한 가격입니다. 내구력 옵션도 좋고, 기술도 근접 계열인 저로서는 매우 필요합니다. 그러니 2억은 이윤씨가 손해일 것 같으니 3억 드리겠습니다."

단숨에 거래가 끝나버렸다.

이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만. 가격도 생각한 것보다 더 받았으니 나도 만족한다.

나중에 가서야 이날 김우석이 왜 가격을 더 올렸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는 그때 일억 원을 더 써서 거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단다. 질 좋은 장비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일억 원쯤은 그리 큰돈이 아니라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었다.

그는 물건보다도 `사람`이 먼저인 성격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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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추천이 고파요.. 귀찮아도 툭툭!!!

거참 이상하네. 저는 나름대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돈벌이가 시원찮아서 그런건지. 쩝.

가격은 열배 상향합니다.

p.s 아니 여러분. 왜 다들 히로인을 메이드로 추천하는 겁니까?!! 예? 메이드가 그렇게 좋습니까?????? 아 물론 저도 좋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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