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편
<-- 안의 복수 -->
"후우..하."
한숨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죄책감의 잔해를 털어낸다.
그리고 명령한다.
"마법사들을 쏴."
[ 명령하신 대로 ]
지금부터가 내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나는 아주 적절하게 악의 무리와 칼트를 비벼야 놓아야 한다. 후에 전투가 끝난 후 완벽하게 먹어치울 수 있도록. 그 첫 번째가 `마법사 암살`이다. 망령을 통해 칼트에 상주하는 마법사들의 숫자는 미리 파악해두었다. 정확히 6명. 다섯은 나와 비슷하거나 그 아래로 보이고, 한 명은 나보다 윗줄의 마법사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망령으로 확인한 것이라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나보다 강한 마법사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특히 빨간 머리에 노인을 보면 무조건 처음에 죽여야 한다."
엔드록사라는 이름의 불 마법사.
마법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를 향해 `곧 6클래스 마스터가 눈앞이라는 소식 들었습니다.`라며 떠들어대는 걸 망령이 들었다. 첫 공격에 그를 암살해야만 한다. 아마 이번에 실패한다면 제3의 위협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방어하게 될 테니 이만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터.
스켈레톤 레인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단히 활을 붙잡고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벤시 하나와 위스퍼 넷이 움직였다. 이들은 2차 타격대. 소울 번을 이용해 폭발 타격을 줄 생각이다. 화살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터라 가능한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
"화살이 쏘아지는 순간 달려들어라."
긴장되는 순간.
마침내 스켈레톤 레인저가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섰다.
"플레임 버스트!!"
콰아아아앙!!!
운이 따라 준 것인지.
마법사 6명이 전부 성벽 위로 올라왔고, 그 중심에 엔드록사가 있었다.
"후우..하..후우.."
뼈 지팡이를 세우고 마력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이윽고, 강하게 잡아당긴 화살에 검은 기류가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퉁-
언데드에겐 어울리지 않는 맑은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갔다.
"3..2..1..소울 번!"
화살을 따라 날아가는 벤시와 위스퍼를 보며 속으로 숫자를 세며 타이밍을 보다가 그대로 마력을 터트렸다.
[ 소울 번 ]
후우우웅-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으아악!!"
"살려줘!!!"
"성벽이 무너진다!!!"
.
.
거대한 폭발.
정확히 마법사들이 서 있던 공간을 노린 폭격은 단숨에 성벽을 집어삼키며 검은 화염을 토해내며 거대한 상처를 새겼다.
"이게 무슨 일이냐!!"
크랜포트는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순간 당황하며 소리쳤다.
폭발이야 악의 무리에서도 흑마법이 날아오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만, 그 위치가 문제였다.
"마법사들은 어떠한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뭣들 하나!! 마법사들부터 챙겨!!"
"예!"
급히 기사들을 파견해 검은 불길로 가득한 공간을 뚫고 마법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법사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병사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기사들은 이를 악물고 귀를 닫았다. 지금은 냉정히 판단할 때. 정에 이끌려 병사들을 구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살아있을지 모를 마법사를 구하는 것이 백 번 이득이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병사들이 죽는 게 훨씬 이 도시를 위한 길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쪽에도 있습니다!!"
다행히 기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져있던 마법사들을 확인했고, 구출 작업을 시작했다.
성벽이 폭발과 함께 약간 무너지면서 그 충격으로 떨어졌거나 밀려나 간 상태라 무려 세 명의 마법사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하나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이었고 또 하나는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엔드록사는? 엔드록사는 살아있나!!"
다른 마법사는 몰라도 엔드록사는 살아있어야 한다.
마탑의 주요 제자이거니와 지금 이 전장에서 가장 필요한 전력이기도 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했다.
그러나.
"엔드록사 전사(戰死)! 원인은 화살! 화살입니다!!"
"제대로 확인하라!! 엔드록사가 전사한 것이 맞느냐!!"
"엔드록사 전사! 심장을 관통한 화살이 원인입니다!!"
들려오는 어느 기사의 말에 크랜포트의 희망이 보기 좋게 무너져버린다.
"이런 제기랄!! 죽은 놈은 버린다! 살아남은 놈만 건져!"
"예!"
희망은 무너졌지만, 이성은 무너지면 안 된다.
살아남은 마법사들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명령을 내리곤 급히 시선을 돌렸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후우웅-
쿠웅!
쾅!
다시금 떨어져 내린 흑마법에 성벽 한쪽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크랜포트는 평소라면 당연히 짚고 넘어갔을 피살 원인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이미 죽어버린 전력을 더 생각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으나, 그는 분명히 알았어야 했다.
엔드록사의 사망 원인이 `마법` 혹은 낙사`가 아닌 `화살`이라는 걸.
*
"됐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의 공격으로 엔드록사가 죽었다는 걸. 이제 남은 건 성벽이 무너지는 것뿐.
마력을 모아서 위스퍼 열을 불렀다.
"가라."
소리 없는 폭탄이 날아간다.
악의 무리 측에 흑마법사들이 있는 탓에 망령이 날아가든 위스퍼가 날아가든 저들은 내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흑마법사들의 마법이라고 생각할 뿐.
그러니 마음껏 마법을 발현해도 걸릴 게 없다. 악의 무리 쪽에서는 다른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걸 눈치채겠지만 이미 시작된 전투에서 물러나긴 어려울 테니 적어도 이 전투가 끝나야만 나를 찾기 위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 소울 번 ]
쿠웅-
쿵-
새로 날아간 위스퍼들이 폭발하며 한 번 갈라졌던 성벽의 틈이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그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던 성벽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전원, 후방으로 물러난다!!"
"성벽이 무너진다!!"
"후방으로 물러나라!!"
.
.
쿠구구구구구궁-
마침내 굉음과 함께 성벽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 크게 벌어진 건 아니었지만, 지나가려고 한다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넓이였다. 그것을 확인한 악의 무리 측에서는 늑대를 탄 기병들이 달려 나왔고, 칼트 쪽에서는 일부 병력은 성 위에서 적을 막고, 나머지는 내려와 벌어진 틈으로 들어오는 적들을 막아서려는 것 같았다.
"..."
망령을 통해 전달되는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를 위해서라고 포장은 했지만.
"..소모된 마력이나 빨리 채우자."
시간은 금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그 사이 악의 무리는 거칠게 진군하며 칼트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몸으로 병사들을 밀어내며 결국 발을 디뎠다.
"크워어어어어어!!!"
"크아아아아!!
"막아야 한다!!"
"물러서지 마라!!!"
전투는 치열했다.
수성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상 악의 무리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다. 인간과 다르게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그들인 만큼. 팔, 다리가 잘리든 몸이 베이든 앞으로 나간다.
피와 살점이 난무하지만 물러서는 건 오직 인간뿐이었다.
"크워어어어어어!!! 인간들의 피로 오늘 축제를 연다!!!"
악의 무리를 이끄는 지휘관 발룬은 포효하며 소리쳤다.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에 가까운 그의 외침에 악마들이 반응하며 소리를 질러댄다.
"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갸아아아아아!!".
.
.
.
.
언데드를 쫓다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고 눈앞에 먹이로 가득한 성이 보였다.
인간의 피와 살은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며 부드럽다. 또한, 인간의 육신은 악마의 힘을 키워준다. 그러니 절대, 단 한 마리도 살려둘 수 없었다. 발룬은 살고자 바동거리는 인간을 단단히 붙잡고 그대로.
씹어버렸다.
콰드득-
"끄아아아악!!!"
인간의 몸에서 피가 흘러 목으로 넘어간다.
이 달콤함. 얼마 만에 맛 보는 달콤함인가. 최근에 인간의 마을 하나를 습격하긴 했지만, 양이 턱없이 모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러나 여긴 다르다. 어디를 보아도 온통 인간으로 가득한 곳.
까드드득-
빠각-
도마뱀 형상의 발룬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바동거리던 인간의 다리를 그대로 꺾어 뜯어내 입으로 삼켜버린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인간들의 눈빛에 `공포`라는 이름이 각인 된 순간. 발룬의 입가가 더욱 비틀어졌다.
"내가 바로 악의 군대를 이끄는 천인장 발룬이다. 나의 먹잇감 들아. 크워어어어어어!!"
*
"뒤에 남은 녀석부터 확실하게 정리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목표는 오직 성주 하나다."
마력을 가득 채운 후.
최대로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를 전부 불러 우리도 진격을 시작했다.
우리는 바깥에서부터 철저하게 악의 무리를 사냥하며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성안으로 진입해 성주를 노릴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들은 노릴 생각이 없다. 이벤 퀘스트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성주 하나뿐.
물론…. 막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
"가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늑대를 탄 스켈레톤 로열 랜서와 스켈레톤 랜서들이었다. 늑대에 올라타는 게 꽤나 익숙해졌는지 잘 훈련된 기병처럼 늑대를 몰고 나가며 창을 휘두른다.
우린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겸사겸사 죽어있는 시체도 챙겨 무덤지기 공간 안에 넣어두며 챙길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챙겼다. 그러면서도 망령을 지속적으로 보내 성안의 상황을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성안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의 잘 훈련되어있던 군세는 이미 사라졌고, 오직 살고자 하는 몸부림과 죽이고자 하는 살의로 가득했다.
"성주는 아직 나서지 않았군."
악의 무리를 이끄는 도마뱀과 인간이 섞인 듯한 녀석이 병사들을 죽이고 있음에도 성주는 직접 나서지 않고 지휘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래서는 `극적인 등장`을 할 수가 없지. 최소한 성주를 끌어내 악의 무리와 싸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죽이기도 쉬워지고 그 후의 계획도 차질없이 이루어질 테니까.
조금 더 전장을 난잡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법도 내게 있지.
"찝찝하긴 하지만.."
계획을 위해 근처에 죽어있던 병사의 시체를 가져와 옷을 벗겨 내 옷과 바꿔입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벽 위세서도 아직 몇 명이 남아 응전을 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나를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나는 적당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고 조금씩 전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다른 이에게 걸릴까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워낙 혼전이다 보니 나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었다.
`시작이다.`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을 곳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뼈 지팡이를 내밀었다.
[ 저주 - 혼란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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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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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음화가 서브 퀘 마지막입니다. 꿀을 확인해야죠?
p.s2 트와이스 이번 앨범 다 좋습니다. 추천하니 믿고 들어보세요!! 물론 전 앙덕입니다 ㅎ하하하하하하핳하ㅏ
p.s3 쥔공은 아직 약합니다. 말빨도 부족합니다. 대신 혼란은 줄 수 있죠.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