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51화 (51/304)

51편

<-- 안의 복수 -->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안은 몇 번이고 감사하다며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

이런 대답을 받고자 한 건 아니었기에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보다 저는 계획을 위해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음.."

계획은 이미 거의 다 구상했다.

딱히 안이 그 안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앞으로 계획이 마무리되기까지 식량과 식수를 좀 구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그러나 아무것도 시켜주지 않기에는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에 뭐라도 일감을 쥐여주었다. 어차피 이번 계획은 하루아침에 끝날 단기성 계획이 아니다.

최소한 3일은 걸릴 테니 그동안 먹을 식량과 식수가 있다면 좋으리라. 물론 나야 집으로 돌아가서 먹고 와도 된다만, 아무런 일도 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저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어쩔 수 없었다.

진지한 눈으로 소리치며 당장 식량을 구하겠다고 숲으로 달려간 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위스퍼를 소환했다.

"전원 `천천히` 회군이다."

위스퍼의 속도라면 하루 정도면 충분히 전달되리라.

계획의 시작과 끝은 내 병사들에게 달려있다. 그동안 나는 소모된 마력을 채워놓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만 해두면 된다.

어차피 주연은 내가 아니니까.

위스퍼가 돌아온 건 다음 날 오후가 되었을 즈음이었다.

"좋아."

기억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니 내가 전한 명령대로 병사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고, 이미 분노한 상태인 악의 무리는 병사들을 완전히 박살 내기 위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추격대를 몇 차례나 괴멸시킨 탓에 쌓인 분노가 상당한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면 되겠네."

거리를 대충 가늠해보니 대략 일주일 정도.

그 정도면 이번 서브 퀘스트도 마무리될 것 같았다.

*

"저 성주 님…. 그런데 정말 수색대를 보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걱정 마라."

요새 도시 칼트의 성주관저.

칼트의 성주인 크랜포트는 불안한 시선으로 결재를 기다리고 있던 기사의 말에 손을 휘휘 저으며 대충 인장을 찍어주곤 대답했다.

"그깟 마을 하나 없어진 것 따위. 그리고 `악의 무리`란 게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저 들짐승이나 산적 떼가 우르르 몰려다닌 걸 봤겠지. 쯧쯧. 이래서 천한 것들은 안된다니까."

"..."

"뭐해? 가봐."

"예."

기사 한센은 성주의 말에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보였으나, 성주가 수색대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속으로 한숨을 쉬며 집무실을 나갔다. 크랜포트는 그가 나가든 말든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집중했다.

어디 촌구석에서 올라온 놈의 말을 들어주느냐고 밀린 업무가 한 가득한 데다가, 이번에 새로 추진해야 하는 일 때문에 한시가 급했다.

"악의 무리? 큭. 어처구니없는 자식이었지."

악의 무리. 악의 군대. 어둠의 군세 등. 부르는 말은 다양하지만 가지고 있는 의미는 같다.

`공포와 죽음으로 가득한 어둠의 세력`

그 옛날 대륙을 어둠으로 물들였다는 피와 광기의 존재들이다…. 라고 전설은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자취를 감춰버려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전설에 불과했다.

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자꾸만 전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나 아직까지 대부분은 `전설일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 처리하고 쉬어야겠군."

그날도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사건이 일어난 건 며칠이 지난 후였다.

"성주 님!!"

"무슨 일인가. 내 평소에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보고 사항이 있다면 정중히 노크를-"

"습격입니다!"

"...습격?"

"그렇습니다! `악의 무리`입니다!!!"

성주관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기사의 말에 크랜포트의 미간이 좁혀진다.

악의 무리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며칠 전 그 촌구석 나부랭이가 또 나타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놈의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정말로 악의 무리가 실존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크랜포트는 나가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밖에 대기 중이던 종자를 불러 갑옷을 가져오게 한 뒤 무장을 끝내고 성벽으로 이동했다.

전설이나 다름없는 악의 무리라니.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눈빛이 가득했다.

그러나 성벽 위에 올라선 순간. 그의 눈은 경악으로 바뀌어야만 했다.

"정녕..."

정말이었다.

악의 무리. 검은 뿔을 단 악의 무리가 성벽을 공격해오고 있었다.

*

"상황은?"

[ 명령하신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

"좋아."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일주일의 기다림.

마을에서부터 악의 무리를 빼어다가 칼트에 진격시키기 위해 움직였던 모든 계획이 마무리되었다. 이 일을 위해 며칠 동안 마력을 채우고 소환하고 악의 무리를 자극해서 끌어들이는 걸 반복해왔다.

그래.

내가 세운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악의 무리를 꼬드겨 칼트를 공격하게 하고, 서로 분전하다가 전투가 끝나면 가서 남은 복수를 마무리 짓는다. 아주 간단하고 간략한 계획이다. 아니 사실 이걸 제외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악의 무리를 나 혼자서 쓸어버리기도 어렵고, 칼트와 싸우기도 어렵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낸다? 지금 실력으로는 절대 불가능이다.

그러나 보상은 놓칠 수 없으니 이 모든 걸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물이 이것이다.

만약 내가 난입하지 않았다면 원래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그동안의 상황을 쭉 지켜보니 성주는 여전히 수색을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고, 악의 무리도 마을을 점령한 이후로는 딱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두 집단 간의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쩌면 다음 파티 디펜스는 칼트에서 악의 무리를 막는 것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뭐.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이젠 결과만 남은 셈이지."

이 사건으로 인해 죽어야 할 사람들을 떠올리자니 조금 마음이 무거워지긴 했지만, 그런 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일어난 일. 후회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면 현재에 충실해야지.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게 후회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방법이리라.

"모두 준비해. 곧 우리도 진입할 테니까."

[ 뜻대로 하소서 ]

*

"젠장..!"

크랜포트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공격해!!"

"뭣들 하나!! 화살을 쏘란 말이다!!!"

갑작스러운 습격.

악의 무리로 추정되는 적습에 칼트는 난리가 났다. 급히 기름을 끓이고 마법사를 준비하고, 화살을 날리며 전투에 들어갔으나 혼란스러운 게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그나마 요새 도시인 만큼 평소에도 훈련이 잘되어있었다는 게 다행일 따름. 만약 다른 도시나 성이었다면 단숨에 밀려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그만큼 저들의 공세는 강력했다.

"마법사는…. 마법사는 어디 있나."

"거의 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제기랄!"

쾅!

기사의 대답에 크랜포트가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도저히 이 상황이 믿겨지질 않았다. 그러나 저 멀리서 느껴지는 어두운 마력은 분명 악의 무리가 맞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게다가 더 화가 나는 건 이런 사달이 벌어졌음에도 꾸물거리고 있는 마법사들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보통 마탑에 소속되어 있어 나라에서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칼트에 상주하는 마법사들 역시 마탑 소속이라 분쟁이 생기면 칼트를 도와주긴 하나 크랜포트의 명령을 직접 받는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분쟁이 시작되고 나면 천천히 나와서 몇 번 마법을 날려주는 게 전부였다. 그래놓고 연구비 며 생활비며 각종 명목으로 받아가는 돈은 엄청나다. 그런데도 그들을 상주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태를….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가서 당장 올라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크랜포트를 바라보고 있던 기사가 급히 고개를 숙이고 달려갔다.

그사이에도 벌써 몇 명의 병사가 또 죽어 나갔다.

"뭣들 하나!! 화살을 날리란 말이다!!"

악의 무리는 집요하고 또 강력했다.

콰아앙!!

콰앙!!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더러운 마력으로 뭉쳐진 마법이 떨어질 때마다 터져나가는 성벽만 봐도 안다.

"꾸어어어어!!!"

특히 저 거대한 덩치의 괴수들.

화살이 떨어지건 말건 오직 성문을 부수기 위해 달려든다.

쿠우웅!

쿵!

한번 부딪칠 때마다 성벽 전체가 진동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철문에 쇠창살을 덧대어 놓았으니 단번에 부서져 나가진 않겠지만, 오랫동안 버티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악의 무리에 있는 흑마법사와 저 공성용 괴수를 제외하면 그들에게 다른 공격 수단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으니까.

"마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어서 대응하도록 하라!!!"

"예!!"

때마침 마법사들도 도착했으니 이제부터는 반격 시작이다.

성문이 버텨주기만 하면 막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막을 수만 있으면 몰아내는 건 더 쉽다.

상황이 점차 안정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니 전설 속의 악의 무리라고 해도 그리 두렵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문득 며칠 전의 그 무지렁이가 떠올랐다.

`악의 무리가 마을을 공격했단 말입니다!!`

거칠게 소리치며 끌려나가던 그놈.

"그놈이 문제였어. 그놈이 제대로 설명만 했더라도 이렇게 대책 없이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놈이 저것들을 이리로 끌어들인 게 분명하다.

분명 앙심을 품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개자식. 전투가 끝나면 찾아서 죽여주마."

억지란 건 본인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져야 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촌 코멘트 쿠폰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언제나 추천을 워한다는 거 아시죠?

o.s 역시 다들 잘 아시네요. 그렇죠. EEJ 입니다. 아무리 쥔공이 깡패네크 여도 두 집단을 동시에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러니 살짝 도움만 주는 겁니다. 살짝.

o.s2 코멘트 중에 무덤지기 공간 안에 있는 무덤 전부 소환해놓고 나중에 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지배력이 받춰주질 않습니다. 아마 소환을 한다면 저들끼리 싸우거나 집을 공격하거나 난장판일 겁니다. 하하

o.s3 참고로 전 코멘트 다 읽습니다. 당연히 읽습니다. 두 번 읽습니다. 그러니 궁금한 사항 있으면 코멘트 남겨주세요. 가능하면 답변 드립니다.

o.s4. 트둥이 노래 요즘 - 미쳤나봐? 이거 엄청 듣는 중입니다. 요즘 갑자기 맘에 들어서 ㅋㅋ 아. 물론 저는 앙덕입니다. 아이오아이 영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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