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펜스 챌린지-42화 (42/304)

42편

<-- 이제 제대로 시작하는 거였냐 -->

쿠웅-

"크아아아아악!!! 인간!!!"

"막아!"

내 다급한 목소리에 스켈레톤 워리어 셋이 뛰어나와 도끼를 휘두른다.

그 거대한 도끼 세 개가 동시에 휘둘러졌지만, 내가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죽지 못해 살아있는 미개한 것들이여!!"

콰앙!!

도리어 맞부딪쳐온 적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단번에 몸이 터져나가며 그대로 뼛조각이 되어 버린다.

적은 스켈레톤 워리어 셋을 격살한 뒤 곧장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도끼를 들어 올렸다. 스켈레톤 워리어의 전투 도끼보다도 한 마디는 더 큰 양날 도끼.

한쪽 면이 상체만큼이나 커다란 도끼를 들어 올리며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는 녀석의 모습은 가히 전사 중의 전사였다.

"인간…. 이제 네놈이 죽을 차례다."

송곳니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적은 의외로 언어(言語)를 구사할 줄 알았으며 그것도 매우 유창했다.

다만 나로서는 `&(*@!#&($`라고 들렸으나 분명 적은 나를 향해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적은 그렇게 홀로 알아들을 소리를 중얼거리고는 콧김을 쏟아내며 도끼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 명령을 ]

어느새 달려온 스켈레톤 나이트 셋이 위험을 감지하고 내 앞에 서서 적을 바라본다.

이미 세 구의 스켈레톤 워리어가 단숨에 박살 나는 걸 보았기에,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내 앞을 막아섰음에도 불안감이 가득해진다. 그럼에도 충성스러운 나의 병사들은 물러섬 없이 검을 더 높이 들어 올린다.

명령만 내린다면 언제든 적을 베어내겠다는 결의로 가득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

설마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내 머릿속은 끝없는 욕설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나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는 딱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이제 제대로 시작하는 거였냐..."

그래. 이게 가장 순화한 문장이었다.

[ 오크 전사장 헥타르 ]

- 디펜스 챌린지 솔로 디펜스 10단계. 보스 몬스터와의 결전 중

9단계를 막아낸 뒤 그 날은 더 디펜스 진행이 없었기에 집에서 푹 쉬며 다음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새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나는 일찍 성으로 출근 아닌 출근을 해서 한참 무언가를 고민 중이었다.

"흠.. 수성 타워 중에 쓸만한 게…."

[ 추가 설치 ]

[ 낮은 가격 순- ]

( 상세 검색 : 15.000 Dp 이하 )

[ 감시탑 ]

[ 수성탑 - 쇠뇌 ]

[ 수성탑 - 연사 ]

"이게 전부인가…."

아침 일찍부터 내가 하고 있는 것.

그것은 성에 설치할 방어 타워를 찾는…. 아이 쇼핑이었다.

"내 포인트가…. 14000이니까.. 흠. 감시탑이야 딱히 지금은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럼 쇠뇌 타워나 다연발 타워 둘 중의 하나를 건설하는 게 제일 좋은데."

쇠뇌 타워는 쇠로 된 화살 여러 발을 동시에 날리는 타워를 말한다. 한 번에 3개의 화살을 쏘아내는데 통짜 쇠로 만들어진 화살이라 그 위력이 상당하다. 다만 연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연사 타워는 화살을 계속해서 쏘아내는 타워를 뜻한다. 쇠뇌처럼 한 번, 한 번이 강력하진 않지만, 끝없이 화살을 쏘아대는 타워라 견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대신 위력이 조금 약하다고 하니 두 타워의 장단점은 확실했다.

"흐음.."

해서 고민이 됐다.

어떤 타워를 설치하는 게 좋을까.

가격대는 둘 다 13,000포인트. 그동안 디펜스로 다시 14,000대까지 회복을 시켰던 터라 간신히 구매할 수준은 된다.

"역시 쇠뇌가 좋겠지?"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결국 쇠뇌 타워로 선택했다.

연사형 타워도 좋지만, 스켈레톤 아쳐로 인해 궁병이 있으니 얼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화살이야 뼈로 만드는 것이라 제한이 없는 것 같고, 속도나 꾸준함은 언데드니 당연히 보장된다.

그러나 차라리 한 번, 한 번이 강력한 쇠뇌로 위력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필요 포인트 : 13.000 Dp ]

[ 설치하시겠습니까? ]

[ Y/N ]

"..후우."

그러나 막상 마음을 먹었음에도 손이 떨리는 건 왜일까.

날아갈 포인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Y를 눌렀다.

[ 소요 시간 : 10분 ]

[ 설치할 곳을 지정해주십시오. ]

"이런 식이구나."

떨리는 손으로 Y를 누르자 붉은색으로 쇠뇌 타워 이미지가 허공에 출력됐는데, 이것을 움직여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으면 그곳에 설치되는 방식이다. 타워라고는 했지만, 사실 감시탑처럼 뭔가 우뚝 솟아나는 형태는 아니고 그저 성벽 위에 자동 공격 쇠뇌가 설치되는 것이다.

[ 설치를 시작합니다. ]

"자..그럼 이건 됐고, 나머지는 성벽 높이를 좀 더 올리는 데 써야지."

남은 포인트 중 다시 1000포인트를 투자해 성벽을 1m 더 높였다.

어차피 1000포인트로 딱히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차라리 성벽을 올려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포인트가 더 있다면 성문 쪽도 강화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지만 당장은 포인트가 없으니 다음을 기약해야겠지.

그나마 이렇게 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도 복 받은 일이다. 전에 김우석과 거래를 하면서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들어봤는데, 사실 나처럼 성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성벽 높이를 올리는 걸 제외하면 보통 장비나 함정 쪽에 더 투자를 하는 게 거의 정설이라고 한다. 성에 투자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그만큼 모으기도 어려울뿐더러 그전까지 버티기가 너무 어렵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떠나기 전에 푸념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때 그는 `재시도`라는 기능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즉. 5단계를 클리어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소리다. 나는 5단계를 끝내고 파티 디펜스로 넘어간 탓에 파티 디펜스의 조건이 5단계 이상 디펜스 해낸 플레이어인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아무튼.

[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

[ 명령어 `공격`, `정지` 를 통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발사 각도 조정은 `조정` 명령어를 통해 가능합니다. ]

"간단하네."

설치가 끝난 후 타워 사용법에 대한 메시지가 올라왔고 그대로 따라 해 봤는데 딱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조정 부분이 살짝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건 쓰다 보면 익숙해질 테고, 한 번 발사 후 장전되어 다시 발사하는 데까지 대략 20초가 걸리는 것 같았다. 일반 궁병이 화살을 쏘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여 초 이하니까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다.

공격 명령을 내리면 알아서 장전부터 발사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것도 마법적 처리가 가미 된 형태라고 한다. 화살은 발사된 화살 역시 발사 후 다시 돌아오는 '회수' 마법이 걸려있다고 한다.

특이한 사항은 쇠뇌에 들어가는 화살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강철 화살이지만, 원한다면 불화살도 되고 마법 화살도 된다. 다만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알아서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까 좋은 걸 쓰고 싶으면 그만큼 더 돈을 내란 소리다.

그놈의 돈 돈 돈.

젠장맞을 것이지 아주.

"그럼 나머지는 다 된 건가."

수성 타워도 건설했고, 성의 높이도 4m로 상승했으니 내가 할만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성벽 위에 스켈레톤 아쳐들도 배치를 했고, 성 아래에는 스켈레톤 나이트를 비롯한 전사들이 서 있다. 성문은 언제든 본 월 마법으로 막아버릴 수 있고, 저주도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

손에 쥔 뼈 지팡이의 감촉도 괜찮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괴수들의 사체는 한쪽에 모아두었다. 애니메이트 데드는 `공간 지정 마법`이기에 지정 공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마력 소모가 줄어든다. `얼마나 되살리겠는가?` 가 아니라 `마법 구현에 지정할 면적이 어느 정도의 넓이인가?` 라는 형태이기에 될 수 있으면 시체를 한곳으로 모아두는 게 좋다.

"좋아."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다음 디펜스 뿐이다.

내 표정은 여유가 가득했다. 원래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중이었지만 방어 타워에 성벽까지 올려놓고 나니 한결 더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칼쿠르 같은 놈 수십 마리가 달려드는 게 아니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5단계 이후 6단계부터는 무리 중 최소한 한 마리 정도는 칼쿠르급이었고, 9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무려 10여 마리가 넘는 칼쿠르급 괴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와 달리 여유롭게 막아냈지.

그러나.

늘 그렇듯.

이놈의 세상은 나를 싫어한다.

〈 솔로 디펜스 10. The Boss Monster 〉

: 투쟁과 생존을 위협받는 당신의 성으로 침략자들의 군대가 찾아오고 있다. 그들은 강인하며 두렵고 위험하다. 그들을 막아내고 인장을 보호하라

[ 남은 시간 : 7분 ]

( 0/150 )

"...?"

뭘까 이 개소리는.

정말로 이놈의 세상은 나를 더럽게도 싫어하는 게 아닐까.

젠장..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참고로

36화에 전무했기에 라는 표현은 일부러 쓴 것입니다.

또 파티 퀘스트는 성 관리 기능이 없습니다. 파티 퀘스트 시 설치되어 있는 형태가 그때그떄 달라질 겁니다.

오탈자 코멘트는 항상 감사하며

다음 편도 가능하면 이따가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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