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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3화 (23/304)

23편

<-- 교육을 시작한다 -->

"밀어!"

"딱따다닥. 따딱"

"버텨!"

"크아아아아아!!"

괴성을 질러대는 우두머리 늑대.

어느새 주변은 시체로 가득하고 살아남은 녀석은 우두머리 하나밖에 없었다.

디펜스는 완벽했다. 어색한 무기를 들고 어색한 전투를 펼쳤지만, 어느새 완벽해지고 있었고 실제로 성과도 엄청났다. 무려 마흔 마리가 넘어가는 대부대를 상대하고도 네 구나 살아남은 것이다.

우연인지 좀비 하나에, 검사, 창병, 방패병 각각 하나씩 살아남아 있었다. 당연히 망령들은 예외로 친다.

"찔러! 좀비는 완전히 달라붙어서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후우웅-

후웅-

쿵!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크아아앙!"

콰득!!

"밀리지 말고 계속 붙어! 방패병은 창병만 막아! 아니 앞에서 시야를 가리라는 게 아니라 막으라고! 검사 뭐해! 빨리 공격해!"

내 거친 명령에 팔이 한쪽뿐인 검사가 철검을 쥐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다리가 없는 창병은 팔로 기어간 뒤 창을 찔렀고, 방패병은 그런 창병의 앞에 서서 우직하게 방패를 들어 올린다.

팔과 다리가 하나씩 남은 좀비는 어떻게든 우두머리 늑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이빨을 더 강하게 찍어낸다. 처절한 싸움.

서걱!

"크아아아!!"

검사의 철검이 그대로 우두머리 늑대의 뒷다리를 베고 지나가자 놈이 괴성을 질렀지만, 그사이 들어온 좀비의 이빨 때문에 제대로 반격을 할 수 없었다. 좀비가 물어뜯고 있는 곳은 등. 등 위에 올라타서 찍어누르고 있으니 아무리 2m가 넘어가는 늑대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눈앞을 돌아다니는 망령들도 나름 충분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후아..하..뒤지겠네."

거의 반죽음 상태로 마지막까지 명령을 내리려니까 아주 죽을 맛이다.

여기저기 박혀있는 본 스피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진 본 쉴드들. 더불어 이리저리 찢긴 좀비들의 시체와 두개골이 파괴된 스켈레톤들. 정말이지 혈전이었다.

콰직!

"크아아아!"

그러나 그 혈전도 이제 끝이 보인다.

비록 남은 마력이 없어 마법을 쓸 수는 없지만 간간이 짜낸 마력으로 티스를 날려 놈을 괴롭히다 보니 기어코 철검과 장창이 놈의 머리와 심장이 틀어박혔다.

( 45/45 )

-완료!

"후아..끝났다."

쿠웅-

끝내 우두머리 늑대가 쓰러지고 디펜스가 끝났다.

나는 완료 메시지를 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아니 그대로 뻗었다.

이리저리 올라오는 정산 메시지도 무시하고 그저 누워서 숨을 고르는 데 주력해야 했다. 어째 마력양이 늘었는데도 이렇게 죽을 것처럼 힘든 것인지. 그 와중에도 마나 축적법의 호흡을 따라 하는 건 당연.

"후으으읍..하아.."

[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당신에게 〈 A rank 〉 보상이 주어집니다. ]

[ 〈 A rank 〉 보상으로 `하급 신발` 이 주어집니다. ]

[ 〈 Hidden & Sub 〉 의 보상을 정산합니다. ]

[ 〈 Hidden & Sub 〉의 정산 결과. 1 개의 〈 Hidden Quest 〉 달성이 확인되었습니다. ]

[ 보상으로 `장비 - 장비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

내가 쓰러져있는 동안 정산은 알아서 진행되었고, 그 보상으로 신발 하나와 장비 선택권이 떨어졌다.

"응?"

배 위에 툭 하고 떨어진 신발의 감촉에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신발이라."

지금까지 장비 선택권이든 상점이든 전부 무기 위주로만 골랐던 터라 신발은 조금 생소했다.

[ 하급 신발 ]

: 질 좋은 가죽으로 제작된 신발. 통풍이 원활하고 발에 피로를 줄여준다.

( 옵션 : 기술 - 피로회복 +1 )

"기술 옵션인가?"

신발에 달린 옵션은 능력치가 아니라 기술.

디자인도 나름 평범한 신발 같다. 현대의 물건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신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물론 어차피 이걸 신고 돌아다니는 건 이 세상에서 일 테지만. 굳이 신고 나간다고 해도 그리 특이할 정도는 아니었다.

"좋네."

신발로 갈아신어 보니 뭔가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걸로는 검사를 더 늘려야겠다."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선택권은 곧바로 철검으로 교환하려다가, 순간 교환을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목록으로 돌아가 `도끼`를 선택했다.

[ 도끼 ]

: 일반적인 도끼. 나무를 패기에 딱 적당한 물건.

[ 대형 도끼 ]

: 무겁고 큰 도끼.

"괜찮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검사를 더 늘리려 했다. 확실히 창병보다는 검사가 더 효율적이라 무기만 있다면 병과를 늘리는 게 좋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굳이 검이어야 하는가였다.

사실 데미지만 놓고 보면 검보다는 중병기에 해당하는 무기들이 더 큰 위력을 보인다. 가령 도끼라든가 메이스라던가 철퇴라든가. 무겁다는 건 그만큼 타격감이 크다는 뜻.

맞힐 수만 있다면 검보다 몇 배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기에 도끼를 골랐다.

메이스나 철퇴 같은 무기도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도끼에 찍힐 경우 잘리거나 뜯겨나간다는 부가 효과가 있기에 `대형 도끼`를 골랐다. 사실은 그냥 도끼가 고르고 싶었다.

[ 스켈레톤 소환 ]

"딱딱 따닥"

그 후 곧장 스켈레톤을 소환해 도끼를 쥐여줬다.

혹시나 무게 때문에 스켈레톤이 들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어렵지 않게 들어 올린다. 전투 중에도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 같다. 더군다나 힘들다는 개념을 모르니 팔에 무리가 와도 휘두를 것이다. 실제로 무리가 오면 다시 재생될 테니 걱정 없다.

"너는 앞으로 `도끼병`이다."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서 있는 놈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가서 연습하도록 성 한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너희는 각자 선임들이 맡아서 훈련하도록."

"..."

"..."

"..."

도끼병이 떠나는 동안.

새로 부른 3구의 스켈레톤은 각기 창과 검, 방패를 들게 하고 아직까지 살아서 재생 중이던 놈들에게 붙였다. 이른바 대리교육. 다만 처음에는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놈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대리 교육`이라는 개념에 대해 가르쳐줘야 했다.

지금부터 나는 할 일이 있으니 맘 편하게 녀석들을 가르쳐줄 시간이 없었다.

"자 그럼 가봐."

똑같이 성 한쪽으로 가서 나한테 배웠던 것들을 그대로 알려주는 녀석들.

내가 알려준 것. 지시한 것 이외에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그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알려준다는 건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

그리고 의외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공부할 때도 모르는 애한테 문제를 설명해주다 보면 순간 `아 그렇구나`하고 깨닫는 일이 있다.

그사이 나도 품속에서 자그마한 칼을 꺼내 들고 성 밖으로 향했다.

내가 든 건 도축용 칼.

"자 그럼…. 해보자."

이제 이놈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으음.."

도축용 칼을 쥐고 있으니 옵션으로 붙어있는 `괴수 도축` 기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치 어떤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듯. 칼을 놓으면 입력값이 지워지고 다시 잡으면 새로 입력된다. 특이한 시스템이다.

"이런 괴수는 여기서부터 칼을…. 아 반대로 해서 살짝 박아넣고, 그 다음이.."

도축용 칼을 붙잡고 늑대형 괴수를 노려보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 도축을 해야 하는 지 `지식`이 알려준다.

나는 지식이 알려주는 방법을 따라 어색하지만 진지하게 칼날을 움직였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왜? 팔아야 하니까. 안 그래도 언데드들이라 시체가 온전하게 남은 것이 없어서 팔 게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팔 수 있는 것마저 상처가 나버리면 아예 허탕을 치는 셈이니 정말 진지하게 칼을 다루어야 했다.

"생각보다 어렵네…."

가죽을 벗기는 작업은 꽤 오래 걸렸다.

한 마리를 모두 해체하는 데 무려 30분 가까이 들었으니까. 그것도 듬성듬성한 가죽을 벗기는 데에 들어간 시간이었다. 아직 뼈나 살, 발톱이나 이빨 같은 게 남아있으니 아마 한 마리 도축이 끝나는 데까지 1시간 정도는 잡아먹을 것 같다.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해체하는 게 어려웠다.

단순히 찌르고 베고 할 때는 몰랐는데, 가죽이나 근육이 제법 질기다. 칼날이 꽤 날카로운 편이라 슥슥 갈라지긴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후우…. 이것도 일이네."

결국, 세 마리 정도를 해체하고 그날은 끝내야 했다.

아무래도 이것 역시 교육이 필요하다. 누군가 가르쳐준다면 참 좋을 텐데. 이것이 배움을 원하는 학생의 마음인가.

"에휴. 상점이나 갔다 오자."

가만히 있으니 헛소리가 주절주절 나온다.

나는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상점을 열고 로우를 찾았다.

"피를 보니 디펜스가 한 차례 있었나 보군."

"어어. 그래서 이것들 좀 팔려고."

"호? 벌써 도축을 시작했나? 어디 가져와 보게."

조심스럽게 상자에 담아온 것들을 로우에게 건네자, 로우가 장갑을 끼고 상자 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죽을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이빨이나 발톱의 개수를 세어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흐음.. 도축은 제법 잘 해왔네. 다만 원형의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았나 보군. 특히 가죽이 상한 부분이 많아서 아쉽네."

"역시.."

쩝.

어쩔 수 있나.

물고 뜯는 게 주력인 좀비들을 상대로 싸운 놈들인데. 상태가 온전할 리가 없지.

"그래도 나름 괜찮게 도축을 한 것도 있고…. 특별히 첫 판매니 값을 잘 쳐주겠네."

"정말로? 고마워."

"별말을. 다 해서 35 Dp인데 특별히 50에 해주지."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려다 말고 순간 눈을 껌뻑였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고맙...응? 50?"

"그렇지. 50 포인트. 왜 그러나?"

그러나 되묻는 로우의 표정은 정말로 진지했고, 담담했다.

즉. 농담이라 아니라 진심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50?

이런 내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 걸까? 로우가 나를 보더니 피식 웃는 게 보였다.

"하하. 이 친구 뭘 모르는군. 이 정도면 정말 잘 쳐준 거라네. 발톱이나 이빨 같은 경우 장신구 제작에 쓰이거나 마법 재료로 쓰이지. 가죽은 장비를 만들거나 의류에 많이 들어가지. 그러나 보통 양산형으로 만들어지는 건 그리 가격이 비싸지 않아. 그런데 재룟값이 비싸다? 그럴 리가 없지. 마법 재료도 그렇지. 이 괴수의 이름은 `그란델`. 개체 수가 상당히 많은 종류라네. 디펜스 챌린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 공급이 많다는 건 그만큼 가격이 싸단 소리야."

"..."

비싸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이렇게 싸다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지. 나는 로우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로우가 또 한 번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래도 단계가 점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얻는 부산물의 가치도 올라가니.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게."

"알겠어."

"그럼 더 필요한 건?"

"없어. 이만 가볼게."

"그러지. 다음에 또 오라고!"

내 대답에 로우가 웃으며 상자를 가져간다.

그리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해준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상점을 빠져나왔다. 상점에서 성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문을 타고 나가는 순간 로우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왠지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닫혀가는 상점의 문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뭐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괜찮군. 가서 팔면 100 Dp는 나올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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