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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챌린지-20화 (20/304)

20편

<-- 마력이 필요해 -->

"마력을 올려주는 장비라…. 강화 알약은 나도 수량이 몇 개 없어서 말이지.."

"일단 목록부터 보자고. 될 수 있으면 장신구 쪽으로."

"그러지."

[ 하급 장비 목록 ]

[ 장신구 ]

[ 1. 마력이 깃든 귀걸이 ]

[ 2. 마력이 깃든 반지 ]

[ 3. 마력이 깃든 팔찌 ]

"당장 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군. 아무래도 하급 장비다 보니 종류가 많지 않거든."

"으음.."

[ 마력이 깃든 귀걸이 ]

: 양산형으로 제작된 마력의 귀걸이. 귀걸이 안에 세밀한 세공으로 마법을 각인시킨 귀걸이다.

[ 필요 포인트 : 10.000 Dp ]

"1만...?"

"그리 비싸지는 않을걸세. 워낙 하급 장비이기도 하고. 찾는 사람도 없어서 말이지."

"...."

미친.

나는 디펜스 챌린지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상점을 열어 로우를 찾았다.

아쉽게도 마나 축적법으로는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기에 당장 마력을 채우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퀘스트가 뜨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것 같아 빠르게 장비를 구매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무기는 나무 지팡이가 있으니 방어구나 장신구 쪽으로 볼까 해서 잠시 목록을 봤다만….

"이거보다 싼 건 없나?"

"응? 당연히 없지. 아무리 하급이라고 해도 마력이 깃든 장비는 상당히 귀한 물건인데. 게다가 장신구는 세공이 더 힘들어 당연히 다른 장비보다 비싼 축에 속하지. 무기야 많이 들어도 2개가 전부지만 장신구는 열 개 이상 착용할 수 있지 않은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

황금 고블린 로우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내 인상은 펴지지 않는다.

그런 나를 보고 로우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던졌다.

"이런 강화 알약 비용을 들으면 더 놀라겠는데? 강화 알약은 최소 5만 단위부터 시작한다고."

".....미친."

그놈의 돈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난리구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A 랭크를 받아도 얻는 포인트는 최대 5천 이하다.

로우가 준 포인트 정산 방식에 따르면,

[일반 디펜스 보상 ]

S - 5000 ~~

A - 1000 - 4999

B - 500 ~ 999

C - 100 ~ 499

D - 50 ~ 99

E - 10 ~ 49

F - 0 ~ 9

[ 히든 & 서브 보상 ]

1개당 500~1000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해서 내가 벌어 둔 포인트는 현재 13,000 Dp. 단계가 낮아서 그런지, 매번 A 랭크를 받고 히든 퀘스트까지 클리어했음에도 13,000포인트였다. 그나마 이것도 처음에 튜토리얼로 S 랭크를 받아서 이만큼 벌었지. 만약 튜토리얼도 A 랭크 이하였다면 훨씬 적은 포인트였을 것이다.

"아니 이봐. 나야 튜토리얼로 S 랭크를 받아서 얼추 이 정도 포인트를 채웠다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한 참가자가 있다면 그들은 디펜스가 가능하긴 한 건가?"

포인트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는지 상당히 공격적인 말투로 로우에게 물었다.

그러자 로우는 마치 `내 일 아닌데?` 라는 표정을 짓는다.

"뭐 그거야 참가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나 같은 상인들은 그저 물건만 잘 넘기면 되는 것. 그리고 꼭 모든 참가자가 같은 상황일 거라고 단정하지 말도록. 이건 일급 기밀이지만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내 특별히 설명해주지."

"...?"

"각 플레이어는 꼭 같은 퀘스트를 받는 건 아니지. 무슨 소리냐 하면…. 자네가 이번 디펜스에서 괴수가 50마리였다고 하지. 그럼 다른 사람도 다 그럴 것이냐? 아니지. 비슷할지언정 더 많을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지. 또한, 디펜스는 분명 막아낼 수 있는 수준으로만 이어지지. 그 방법이야 상점을 이용해도 좋고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도 되지."

마치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는 것 같은 표정으로 손가락까지 들어 보이며 설명하는 로우.

"특히 디펜스 초기에 상점에 와서 장비를 찾는 건 아마 자네뿐일걸세. 대부분의 참가자는 장비가 아니라 함정 같은 물품을 찾는다네. 나도 듣기만 했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체로 각종 함정을 사 가거나 장비를 찾더라도 무기를 사 가지. 장신구에 비해 무기나 방어구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니까. 알겠나?"

로우는 그 말을 끝으로 피식 웃으며 몸을 돌린다.

나는 그런 로우를 보며 한 방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각 플레이어의 퀘스트 수준이 다르며,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퀘스트를 준다.`

로우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런 뜻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어느샌가 함정이나 화로(火爐)는 더 사용하지 않았다. 언데드를, 마법을 통해 막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지. 함정을 준비하진 않았다. 만약 저번에도 함정을 준비했었다면? 화로를 사용했다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마법을 난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이전에 더욱 완벽한 디펜스를 했을지도 모르지.

"..그런가."

그렇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족한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참나. 제대로 배웠네."

슬쩍 로우를 바라보니 `그래서 살 건가? 말 건가?`라고 물어온다.

"장신구는 사지 않겠어. 대신 방어구를 보여줘. 하급 장비로."

"그러지."

장신구를 사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도 했고, 다른 준비를 위해서는 포인트가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했다.

[ 방어구 ]

[ 하급 로브 ]

: 마력이 깃든 로브. 특별한 기술로 제작된 로브다.

( 옵션 : 마력 +1 )

[ 필요 포인트 : 7.000 Dp ]

"후우.."

"좋은 선택이지. 마법사들은 갑옷보다는 로브가 좋지. 방어 능력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갑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신체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뭐 안전을 생각한다면 가죽 갑옷도 추천해주지. 다만 갑옷 류에는 마력이 추가되는 장비가 거의 없네. 대부분 말 그대로 방어에 치중된 장비들이지."

로우의 말 대로였다.

방어구 쪽에 마력 옵션이 붙어있는 건 이 로브가 유일했다. 역시나 하급 장비. 일반 장비에 비해 좋을진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하급` 수준이다. 다양한 가짓수와 뛰어난 장비는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마 들어가는 포인트가 무지막지하겠지.

[ 하급 로브 을/를 구매하시겠습니까? ]

[ Y/N ]

"이것으로 하지."

"좋은 선택이네."

사버렸다.

뛰어난 방어력도 좋지만, 지금은 마력이 가장 필요했으니까.

순식간에 사라지는 포인트와 함께 나타난 한 벌의 로브.

"간단히 걸치기만 하면 되니 편할걸세. 그리고 또 뭐 필요한 게 있나?"

로우는 물건을 팔아서 그런지 상당히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단숨에 7천 포인트를 빼앗긴 터라 놈의 얼굴이 그리 곱게 보이진 않았지만…. 이를 악물며 새로운 무기를 찾았다.

"음.. 철검이 하나에 얼마나 하지?"

"철검이라면…. 하나에 500 DP 정도군. 일반 장비는 천 포인트를 넘어가는 게 거의 없지."

"흠.. 그럼 철검 2개와 장창 하나만 더 사지."

"호. 마법사에게 그리 필요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만 그렇게 사준다면 나야 좋지. 참고로 장창은 600 Dp네."

"...."

단숨에 남은 포인트가 4천 언저리가 됐다.

"철검과 창은 성으로 배달했네. 더 필요한 건 있나?"

"..."

완전히 살판이 난 것 같은 모양새.

왠지 때려주고 싶은 표정이다.

"구매는 됐고, 괴수 가죽 같은 건 어떻게 판매하는 거지?"

"아아. 그걸 안 알려줬군."

살만한 건 전부 샀고, 남은 건 판매에 관한 것들.

처음 로우를 만났을 때. 괴수의 사체나 가죽 같은 것들을 팔 수 있다고 했던 터라 그 방법을 알고자 했다.

"여깄네."

"이건?"

"칼이지. 도축용 칼."

"...?"

[ 괴수 도축용 칼 ]

:괴수를 도축하기 위한 칼.

( 옵션 : 기술 - 괴수 도축 +1 )

[ 필요 포인트 : 1.000 Dp ]

"괴수 해체를 위해 만들어진 칼이지.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모르고 하는 것과 알고 하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지. 그리고 알고 있겠지만 디펜스 챌린지에서 괴수 시체는 플레이어가 귀환하고 나면 그대로 소멸하지. 즉. 플레이어가 머무르는 동안에만 도축이 가능하단 이야기일세. 그러니 디펜스 이후 도축을 하면 이 상자에 담아서 내게 가져와 주면 되지. 물론 상자는 공짜로 주지. 하하 어떤가?"

"..."

개자식인가?

괴수는 로우의 말대로 한 번 귀환하고 나면 사라진다.

그래서 튜토리얼 때 보았던 시체들도 다 사라졌고, 매 단계에서 죽였던 괴수들의 시체도 사라졌다. 이제까지는 괴수를 팔 수 있다는 걸 잊고 있었던 터라 아무렇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1 포인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 퀘스트 이후 괴수 사체도 팔아넘겨야 했다.

그러나 내가 도축 방법을 알 리가 있나. 로우의 말대로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다르다.

도축 방법을 알고 한다면 괴수 사체로 벌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테니 이후에는 저 칼이 필요 없어지겠지. 당장을 위해 저걸 사느냐. 아니면 사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느냐.

로우는 이 차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말해주자면 괴수들마다 도축 방법은 다 다르지. 대강은 비슷할지 몰라도 말이야. 하하하하"

이놈도 정말이지.

아주 개자식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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