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 고유 능력 -->
[ 초급 창술가 ]
: 창을 다루기 시작한 자에게 내리는 이름. 창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창의 종류와 형태에 상관없이 추가 위력을 얻는다. 신체가 창을 다루기 좋은 형태로 약간의 변형이 생긴다.
[ 초급 트랩퍼 ]
: 함정을 설치하고, 그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직업. 도둑과 암살자와 달리 트랩퍼는 오직 함정에 모든 것을 건 자들이다. 함정 설치가 용이해지며, 손재주가 상승한다.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진다.
[ 초급 불 마법사 ]
: 화염계 마법을 주로 다루는 마법사를 뜻한다. 원소 계열 중 가장 강한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며 마법적 성질이 난폭하며 배우기에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위력을 보이며 특히 대단위 전쟁에서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할 수 있다.
네크로맨서를 제외하고는 얼추 예상할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설명도 상당히 부실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흠.. 역시 네크로맨서인가?"
한참을 설명을 읽고 또 읽으며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다.
직업을 결정하는 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반 게임이었다면 `리셋`이 있으니 가볍게 고르고 싫으면 다시 키우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리셋`이 없다. 그러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만 했다.
디펜스 챌린지, 그 개 같은 곳에 다시 가야만 한다면 최대한 생존률을 높인 선택으로 후회가 없어야 했고, 그래서 나온 결정은 `네크로맨서`였다. 창술가, 트랩퍼, 마법사 다 좋다. 각각 장단점도 분명히 있고, 강점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안다. 마법사야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창술가와 트랩퍼의 경우네느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결정은 네크로맨서로 했다.
이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적어도 난 내가 직접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지."
내가 네크로맨서를 고른 이유.
[ 시체를 다루고 뼈와 망령을 통해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자. 네크로맨서. 항간에는 이들을 `망자로 구성된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는 지휘자 ` 라고 부르기도 한다. ]
이것을 보면 감이 오지 않나?
조금 더 깊고 확실하게 설명하자면.
` 군단을 지휘하는 지휘자`
"적어도 저걸 고르면 내가 싸울 일은 없다는 점이지."
그렇다.
흔히 게임 속, 혹은 소설 속을 들여다보면 네크로맨서는 자신이 직접 싸우는 일 따윈 없다. 좀비를 거느리고, 해골 병사를 소환하고, 망령을 부리며 전투를 치른다. 자신은 절대로 앞에 나서는 일이 없다.
물론 소환된 언데드가 전부 죽으면 끝에 가서는 다시 싸워야겠지만, 그 전에 해결하기만 하면 내가 받는 피해는 전혀 없다. 다만 걸리는 건 `언데드 소환 시 실제 시체가 드는가`였다. 만약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소환수 없는 네크로맨서라니.
"정말 그렇게 돼...잠시만."
[ 무덤지기 ]
혼자 생각에 빠져 있던 내 눈앞에 고유 능력 중 하나인 `무덤지기`가 보였다.
뭘까. 이 미묘한 느낌은.
"설마.."
무덤지기는 자신만의 묘지를 차원의 틈에 생성해서 가지고 다닌다고 했고, 그 안에는 무제한으로 무덤이 들어간다. 즉. 무제한의 시체가 있다는 말과 같겠지? 그리고 네크로맨서 시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시체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
[ 무덤지기 ]
[ 초급 네크로맨서 ]
아아..
그저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어쩌면 엄청난 연계를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 무덤지기 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
[ Y/N ]
[ 초급 네크로맨서 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
[ Y/N ]
[ 〈 고유 능력 - 무덤지기 〉 가 부여됩니다. ]
[ 〈 직업 - 초급 네크로맨서 〉 가 부여됩니다. ]
[ 필요에 따른 `지식 전이`가 시작됩니다. ]
[ 약간의 고통이 따를 수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
"....!!"
아아아..
무덤지기와 초급 네크로맨서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이 아찔할 정도의 고통이 몸 안에서 회오리쳤다.
두통부터 시작해 뼈가 뜯겨나가는 것 같은 기분. 마취 없이 전신을 수술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약간의 고통? 개소리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목구멍에서 걸린 비명이 강제로 몸속으로 돌아가고, 눈물, 콧물은 물론 구멍이란 구멍이 모두 벌어졌다. 게다가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오는 알 수 없는 것들. 조금 전에 `지식 전이`가 어쩌고 했는데. 이게 그것인가?
마치 뇌 안에 누군가 들어와 직접 글씨를 `박아 넣는 것` 같다. 한 자 한 자 떠오를 때마다 진해지는 고통은 나를 더욱 힘들 게 만든다.
`씨...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큽..크흡..끄으으으!"
콧속을 찍어내는 악취에 순간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여전히 세상은 어두웠다.
"...?"
분명 눈을 감기 전에도 어두웠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 악취는 대체 뭐지? 참을 수 없는 악취에 떠지지 않는 눈을 강제로 뜨며 몸을 일으키자 난장판이 된 자취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이불과 베개. 그리고 오물들.
"..이게 뭐야?"
방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오물들을 보고 있자니 떠오른다.
그 미칠 것 같았던 고통이. 저 오물들은 그 고통의 흔적이다.
"이런 미친.."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변이 줄줄 새어 나온 거지?
하기사 태어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지. 신체 강화 알약을 먹었을 때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으으..일단 방부터 좀 치우자."
도저히 맡을 수 없는 악취에 급히 몸을 일으킨 나는 걸레를 가져와 더러워진 방을 닦았다. 한 번으로는 악취가 가시질 않아 무려 세 번이나 연달아 방을 청소하고 나서야 조금 살만해졌다.
그 후 샤워를 하고 나니 이제야 악취가 좀 옅어진다.
그래도 맡아지는 악취는 아마 오감을 강화하면서 얻은 후각 때문이리라.
"후우. 드디어 끝났네."
얼추 정리가 끝내고 다시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청소는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건 수두룩하다. 직업과 고유 능력은 아까의 고통과 함께 지식이 정말로 넘어왔는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난다.
그리고 느껴진다.
심장 주위를 돌고 있는 `마력(魔力)`이. 이것은 앞으로 네크로맨시 마법을 펼칠 때마다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아마도 이것을 강제로 쌓아주다 보니 고통스러워 했던 것 같다. 마력(魔力)이란 마나(Mana)를 특별한 방법으로 가공해 몸속에 축적시킨 에너지를 뜻하는데, `지식`에 의하면 이것으로 마법은 물론 소설에서나 보던 오러 같은 것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후. 그럼 우선 해야 할 건…. 칭호인가?"
[ 칭호 - S Ranker ]
: 오직 첫 번째로 〈 S rank 〉 를 달성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디펜스 챌린지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상승시킬 수 있다.
( 선택한 능력치 : 선택한 능력치 + 10 )
고유 능력, 직업 다음으로 해야 할 건 칭호.
〈 S Ranker 〉로 받을 능력치 + 10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저번에 보았던 `감응력(感應力)`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강화 알약을 선택할 당시에는 설명도 없었던 터라 무엇인가 했는데, 감응력이란 대기 중의 마나를 느낄 힘을 뜻했다.
하늘에 손을 올려 이리저리 휘저으면 바람을 느낄 수 있듯이, 감응력은 일반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마나를 느끼게 하여준다. 감응력이 높은 사람은 마나를 축적하는 데 있어 큰 힘을 발휘한다.
또한, 마력으로 변환한 마나를 다시 사용할 때에도 더 세밀하고 세심하게 사용해 마력의 낭비를 줄여준다.
감응력이 높은 사람은 다른 직업군 보다도 마법사에 특히 강점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마법계는 마력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단 뭐가 있나 보기나 할까?"
[ 선택 가능 목록 ]
[ 1. 근력 ]
[ 2. 순발력 ]
[ 3. 사고력 ]
[ 4. 내구력 ]
[ 5. 오감 ]
[ 6. 육감 ]
[ 7. 정력 ]
[ 8. 감응력 ]
[ 9. 마력 ]
[ 10. 지배력 ]
[ 11. 정신력 ]
[ 12. 자연 친화력 ]
[ 13. 정령 친화력 ]
.
.
.
"응?"
칭호 효과를 위해 목록을 펼쳤다.
그리고 놀랐다.
목록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신체 강화 알약 수준으로 생각하고 감응력을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생각외로 엄청난 목록이었다. 무려 50여 개.
"아 그런 건가?"
신체 강화 알약은 `신체` 부분의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알약이다.
그러니 가짓수가 8개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칭호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신체`를 넘어 `능력치` 전부였다 보니 아마도 신체처럼 부분 목록이 아닌 전체 목록이 나온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흠."
예상과 다른 전개라 그런지 순간 멍해졌다.
뭘 해야 좋을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식 전이를 통해 네크로맨서에게 필요한, 그리고 마법계열에게 필요한 능력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고력, 감응력, 마력, 지배력, 정신력, 친화력 계열. 이 정도가 내가 고를만한 능력치네."
지식 덕분에 저 많던 목록이 단번에 열 개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택할만한 능력치 역시 세 개 정도였다.
마력 축적을 도와줄 감응력.
보유한 마력의 사용 위력을 늘려주는 마력.
소환 대상을 더욱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는 지배력.
이리저리 눈을 돌려가며 무엇을 택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칭호 - S Ranker ]
: 오직 첫 번째로 〈 S rank 〉 를 달성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디펜스 챌린지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상승시킬 수 있다.
( 선택한 능력치 : 지배력 + 10 )
========== 작품 후기 ==========
이제 다시 싸우러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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