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식하는 스트리머 (171)
[액티브 스킬, ‘섬멸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150포인트 이상입니다. 소환된 칼날 바람의 속도가 40% 향상됩니다.]
스킬 시전과 함께 유진의 검신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개 칼날 바람이 마족들의 육신을 베고 찢었다.
“크, 크아아악!”
마족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유진의 개입으로 델로우와 성전군 선봉을 향해 매섭게 공세를 이어 가던 블러드 서클의 기세가 일시적이지만, 크게 꺾였다.
블러드 서클의 전열이 흔들리자 유진은 애꾸눈의 용병 백인대장에게 돌격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가자! 놈들의 측면을 공격해!”
애꾸눈의 용병 백인대장은 단순무식해 보이는 험악한 외모와는 다르게 나름 통솔력이 뛰어난 캐릭터였다. 그는 유진의 돌격 수신호를 확인한 순간, 자신의 백인대 소속 용병들을 집결시켜 날카로운 모양의 진형을 갖추고 블러드 서클의 전투 부대 측면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용병들이 생각보다 잘 싸우네요.
―인정합니다.
―그러게요. 블러드 서클이 탈영병들이라고는 해도 전투력이 높은 편인데 말이죠.
―ㄹㅇㅋㅋ.
―저 애꾸눈 캐릭터가 지휘하는 백인대는 대부분 은패 이상의 실력자들이라서 평균 전투력이 높을 수밖에 없죠.
―애초에 여긴 절명의 숲이라서 용병들 고용할 때 높은 기준을 두고 선별했을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임.
노련하게 블러드 서클을 압박하는 애꾸눈 백인대장과 용병들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용병대의 측면 공격으로 블러드 서클의 전열이 다시금 크게 흔들리자 델로우가 정예 성기사들과 함께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했다. 유진도 그들과 함께 블러드 서클의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액티브 스킬, ‘성스러운 징벌’을 사용합니다.]
[빛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빛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250포인트 이상입니다. 징벌 신성력의 공격력이 25% 증가합니다.]
[전방에 징벌 속성의 신성력을 투사합니다.]
스킬의 발동과 함께 투사된 신성력의 폭풍이 마족들이 간신히 복구한 방어 진형을 완전히 박살 냈다.
“후, 후퇴! 후퇴하라!”
유진이 활약하자 마족들의 지휘관은 결국 공세를 포기했다. 퇴각 명령이 전장에 전파되고, 맹렬한 공세를 퍼붓던 블러드 서클의 군대는 빠른 속도로 철수했다.
* * *
최근 며칠간 블러드 서클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전투를 거듭하면서 유진은 지휘 스킬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루벤 왕국의 국왕은 ‘절명의 숲’ 토벌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 내는 중이었다.
중앙군 병력과 왕국 각지의 영지군 병력은 물론이고 성전군의 합류와 추가로 고용된 용병들이 도착하면서 유진이 통제해야 할 병력의 숫자는 매일 같이 늘어나는 실정이라 지휘 스킬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를 느꼈다.
유진은 상점 창을 열고 몇 가지 스킬을 구매하거나, 기존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했다. 지휘와 통솔 계통의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며칠간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여러 퀘스트를 달성하고 받은 포인트와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누적된 포인트가 꽤 많았기 때문에 스킬 구입과 업그레이드에 재화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상태 창.”
유진은 자신의 전력을 점검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열었다.
@상자@
[유진(A+)]
―직업: 용사(히든 클래스) 정령기사(히든 클래스)
〈보유 칭호〉
―용사(S) 초보 마족 사냥군(A) 올바른 질서의 수호자(B) 자유 기사(C) 전쟁 살해자(A) 골렘 파괴자(A) 금패 용병(A) 고블린 슬레이어(B) 정령기사의 길을 걷는 자(B) 늪지의 학살자(C) 상급 지휘관(B) 지벨 백작가의 영원한 동맹(A) 백색 교단의 영원한 동맹(A) 중급 정찰병(C)
〈보유 스킬〉
―섬멸의 바람(A) 성스러운 징벌(A) 신성 징벌(A) 만독불침(A) 정령검(A) 정령군주의 호흡(A) 강철이 깃들인 육신(A) 불가침의 정신 무장(A) 원소 부여(B) 원소 참격(B) 살기 방출(B) 투신의 각오(B) 투신의 검무(B) 빛의 투창(B) 선천적 마나 친화(B) 오러(B) 단공참(A) 루벤 왕립 기사 검술(C+) 무너지지 않는 용맹(B) 레인저의 직감(C) 중급 궁술(D) 사냥꾼의 시야(B) 잊힌 자의 유령걸음(B+) 상급 화염 저항(C) 중급 방패술(D) 선봉장의 돌격 각오(B+) 최상급 기척 감지(B) 주시자의 눈(B) 지휘관의 각오(B) 노련한 지휘관의 전술 결의(B) 정찰병의 시야(C) 정예 척후대의 결의(C) 전장을 읽는 눈(C)
@상자 끝@
변화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선은 블러드 서클과 맹약 기사단 놈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에 속하는 결계에 대항하기 위해 B랭크 스킬인 결계 내성을 A랭크의 불가침의 정신 무장 스킬로 업그레이드했고, 전략 전술의 기본을 노련한 지휘관의 전술 결의로 업그레이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C랭크의 전장을 읽는 눈 스킬을 구입하게 되면서 D랭크의 칭호, 초급 지휘관이 B랭크의 칭호인 상급 지휘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중 상급 지휘관의 칭호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상자@
[상급 지휘관(B): 당신은 지휘 관련 스킬과 전략 전술에 대한 노련한 지식을 습득하였습니다. 이제 지휘관으로서 나름 베테랑이 된 셈입니다. 이로 인해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게 상승하였습니다. 지휘기가 근처에 있을 때, 휘하 병력에 대한 통제가 강화됩니다.]
@상자 끝@
이제 지휘기가 근처에 있을 때 휘하 병력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다는 특수한 효과가 적용된다. 루베니아 연대기에서 다양한 루트와 스토리 진행을 경험한 유진은 상급 지휘관의 칭호와 지휘기에 대한 특수 효과가 꽤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점검을 끝낸 유진은 란테르고 백작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그의 천막으로 이동했다. 강력한 신성력을 운용할 수 있는 레이나가 란테르고 백작의 부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블러드 서클의 마족들이 특수한 저주를 사용했거나 알려지지 않은 어떤 독극물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레이나는 판단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언제 의식을 되찾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
레이나의 설명에 유진은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블러드 서클의 아침 공격에 토벌군 주둔지는 다시 크게 흔들렸다.
치열한 전투 끝에 방어에 성공했고 그들이 재정비를 갖추는 동안 란테르고 백작이 의식을 되찾기 전까지 토벌군을 지휘할 임시 사령관이 도착했다. 그는 중앙군의 아이넬 론슨 백작이었다. 증원 병력과 함께 합류하면서 토벌군은 7천이 넘는 대군세를 갖추게 되었다. 유진의 휘하 용병군 숫자도 이제 1천이 넘는다.
“어째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시작하지 않은 겁니까?”
임시 사령관으로 임명된 아이넬 론슨 백작은 성급하고 호전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의 밑에는 많은 군사들이 있기 때문에 토벌군의 증원을 위해 루벤 국왕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임시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더 늦기 전에 공세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넬 론슨 백작이 공세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들 지루한 소모전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지휘관도 없었다.
“내일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바로 공세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결심대로 다음 날 아침 식사가 끝난 직후, 블러드 서클의 방어선에 대한 토벌군의 공세가 시작됐다.
전투에서 유진은 용병들과 함께 선봉에 섰다. 맹렬하게 진격하는 그들의 앞에 블러드 서클의 주력 부대가 출현했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고 죽음이 만연했다.
[액티브 스킬, ‘정령검’를 사용합니다.]
[오러 블레이드에 부여할 정령의 속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화염.”
[오러 블레이드에 화염 속성의 정령을 부여합니다.]
불타는 성검이 마족들을 마구 썰었다. 비명 소리와 함께 피 분수가 솟구쳤다. 며칠간 지루한 소모전에서 블러드 서클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토벌군의 맹공이 이어지자 굳건했던 방어선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승기를 잡자 아이넬 론슨 백작은 예비대까지 모두 진격시켜서 완전한 승전을 쥐려 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모든 예비대가 전장에 진입했을 때 하늘이 검붉은 어둠에 물들더니 동서남북, 4개 방향에서 맹약 기사단의 대군이 나타난 것이었다.
수백 개의 검은 깃발이 펄럭이고, 최소 6천 이상의 대군이 전장으로 진입했다. 예상치 못한 적들의 출현에 아이넬 론슨 백작은 패닉에 빠졌다.
혼란 탓에 그는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명령을 하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토벌군의 지휘부 좌측에 배치된 주력 부대 하나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절반 이상 와해되었다.
좌측의 중앙군 1천 병력이 유지하던 전열이 붕괴되자 맹약 기사단의 돌격대가 순식간에 토벌군 진형 깊숙이 침투했다.
“좌익을 지원해야 한다!”
로웨스 자작이 이제 1천여 명 정도 남은 지벨 영지군을 이끌고 본진 측면으로 향했다. 지휘 관련 스킬로 전장의 흐름을 읽고 있던 유진은 로웨스 자작을 돕기 위해 5백여 명의 용병들과 함께 본진 좌측으로 향했다.
[액티브 스킬, ‘원소 참격’을 사용합니다.]
[‘정령검’이 발동 중입니다. 현재 오러 블레이드의 속성은 ‘화염’입니다.]
[‘화염’ 속성의 오러 블레이드의 참격을 전방에 투사합니다.]
화염의 파도가 마족 돌격대를 덮쳤다. 불길이 치솟고, 바이올라의 마법이 날아들어 추가 피해를 입혔다. 뒤이어 용병들의 원거리 공격이 이어지자 측면에서 침투했던 블러드 서클의 돌격대는 갇힌 상태로 집중 공격에 노출되었다.
미친 듯이 마족들을 베고 찌르던 유진은 물론이고, 특히 신성력 관련하여 사악한 기운에 민감한 사제들은 문득, 하늘을 뒤덮은 검붉은 구름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 마기!”
누군가의 외침 그리고 땅이 흔들리고 핏빛의 장벽이 전장을 격리했다.
[‘강림 의식’이 시작됩니다.]
[‘제물 낙인’이 활성화됩니다.]
[제단 영역 안의 모든 생명체에게 ‘제물’의 자격이 갖춰집니다.]
이건, 마왕 강림 의식이 시작될 때나 볼 수 있는 시스템 메시지다. 이어서 결계와 정신 혼란 간섭을 감지한 패시브 스킬이 연이어 활성화된다.
[패시브 스킬, ‘무너지지 않는 용맹’이 활성화됩니다.]
[정신 혼란 계열의 스킬에 대한 내성이 강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불가침의 정신 무장’이 활성화됩니다.]
[적대적 결계에 대한 저항력이 강화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맹약 기사단 놈들이 불완전하게나마 마왕의 강림을 서두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