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스트리머-168화 (168/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68)

델키오의 기세는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는 자신의 주무장인 ‘흑창’을 잃은 탓에 부무장으로 들고 다니는 단창을 두 자루 뽑아서 양손에 쥐고 있었다. 델키오는 신중한 성격이지만, 겁쟁이는 아니다.

‘명령’이라는 족쇄 때문에 후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물러나지 않고, 유진과 정면에서 맞섰다.

―창술사 잡고 바로 소환사 처치합시다.

―방장님! 응원합니다!

―주무장을 잃은 상태에서 이 정도까지 저항할 줄이야. 쟤도 약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네요.

―그러게요. 부무장으로 방장님이랑 잘 싸우네요.

―쉽지 않을 텐데 ㄷㄷㄷㄷㄷ.

―같은 생각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포인트 후원으로 유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델키오는 A+랭크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였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편이었다.

유진은 델키오와 창칼을 몇 번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한때 고인물이라 불릴 정도로 루베니아 연대기 게임의 플레이 경험이 풍부하고 많은 루트를 도전하면서 다양한 엔딩을 본 유진의 눈과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와라.”

델키오가 가볍게 도발하며, 빈틈없는 방어 자세를 갖췄다. 도발을 하는 것으로 유진의 선제공격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먼저 방어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적의 선공을 기다렸다가 반격을 시도하는 게 유리하다. 델키오의 방어 자세는 빈틈이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지만, 공략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루베니아 연대기의 다회차 플레이어인 유진은 철벽과도 같은 방어 태세를 갖춘 적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빈틈은 만들면 된다.’

강력한 공세를 퍼부어 빈틈을 만들면 된다. 유진은 기세등등하게 델키오의 도발에 응했다. 그는 두 손으로 성검을 꽉 쥔 채 델키오와의 거리를 좁혔다. 처음에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점차 가속이 붙었다. 이윽고 유진은 돌격을 감행하는 기마병보다 빠른 속력으로 델키오에게 달려들었다.

―오오오오!

―방장님이 돌격하신다!

―길을 비켜라!

―두근두근두근!

시청자들의 환호 속에서 순식간에 델키오와의 거리를 좁힌 유진은 그를 향해 힘차게 성검을 휘둘렀다. 신성력의 징벌 속성을 강화하는 스킬이 여전히 발동 중이었다. 유진의 마나를 흡수한 성검은 곧 공격성 강한 신성력을 내뿜었다.

“크, 크흑!”

강한 징벌의 기운이 포함된 신성력의 공격에 델키오는 거친 신음을 흘렸다. 그는 악마나 마족은 아니었지만, 암흑 마나를 다루는 사악한 기운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성검의 신성력에 추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신성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결국 철벽과도 같았던 델키오의 방어 자세에 빈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견고함이 유지될 것 같았던 방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유진은 더욱 강한 기세로 펼칠 공격 타이밍을 직감하고 행동에 옮겼다.

[액티브 스킬, ‘단공참’을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숙련도가 낮습니다.]

[승격에 대한 보정으로 숙련도 부족을 극복합니다. 출력을 조정합니다.]

[출력 조절 완료. 최대 전력의 15%입니다.]

다량의 마나를 소모하여 ‘단공참’ 스킬을 발동했다. ‘단공참’은 현재 유진이 보유한 단일 대상 공격 스킬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자비한 칼날이 공간과 함께 델키오의 상체를 깊숙하게 베었다.

“커, 커헉!”

델키오가 고통을 내뱉으며 비틀거렸다. 상처가 깊은 것인지 상체에서 붉은 피가 땅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성검에는 여전히 백색의 신성력이 작용하고 있었고, 그것은 델키오의 상처를 파고들어 맹독처럼 작용했다. 그는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느낌에 이를 악물고서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유진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액티브 스킬, ‘섬멸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100포인트 이상입니다. 소환된 칼날 바람의 속도가 30% 향상됩니다.]

스킬을 발동했다. ‘섬멸의 바람’은 ‘단공참’에 비하면 마나 소모도 적고, 활용성이 넓다. 스킬의 발동과 함께 출현하는 여러 개의 칼날 바람은 다수의 대상을 공격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의 통제에 따라 단일 대상을 집중 공격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다수가 아니라, 단일 대상을 목표로 삼았다.

10여 개의 바람 칼날이 휘몰아치더니, 일제히 델키오를 노렸다. 그는 자신의 급소를 향해 날아드는 바람 칼날들을 요격하기 위해 황급히 암흑 마나를 일으켰다.

밤처럼 어두운 속성의 마나가 방패가 되어 바람 칼날들을 막아 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유진은 델키오가 바람 칼날의 요격에 집중한 틈에 그의 목을 노리고서 힘차게 성검을 내찔렀다. 델키오는 방어를 위해 다시 암흑 마나를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유진이 내찌른 성검이 델키오의 목을 꿰뚫었다.

“크, 크르르륵!”

델키오는 끔찍한 고통의 소리와 함께 사망했다.

[업적, ‘거짓된 맹약을 참수하는 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올바른 질서의 수호자’의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맹약 기사단의 간부, 델키오의 죽음과 함께 유진은 새로운 칭호를 얻었다.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태 창을 열 수는 없었다. 한 차례 호흡을 고르고 악마 소환사, 리베르를 처치하기 위해 전방을 살폈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리베르는 호위역인 델키오가 목숨을 잃은 순간에 패배를 직감하여 본인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상부의 질책도 상관하지 않고 급히 전장을 이탈한 것이었다.

리베르의 후퇴로 인해 악마병들도 다수가 철수했다. 덕분에 유진과 용병들 그리고 로웨스 자자작의 선봉대는 무사히 본진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 * *

본진의 공세도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들의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 란테르고 백작은 공격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휴식을 명했고, 유진은 상태 창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천막으로 향했다.

“상태 창.”

명령어를 말하자 눈앞에 상태창이 생성되었다.

〈보유 칭호〉

―용사(S) 초보 마족 사냥군(A) 올바른 질서의 수호자(B) 자유 기사(C) 전쟁 살해자(A) 골렘 파괴자(A) 금패 용병(A) 고블린 슬레이어(B) 정령기사의 길을 걷는 자(B) 늪지의 학살자(C) 초급 지휘관(D) 지벨 백작가의 영원한 동맹(A) 백색 교단의 영원한 동맹(A) 초급 정찰병(D)

우선은 칭호를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새롭게 추가된 칭호인 ‘올바른 질서의 수호자’의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 해당 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올바른 질서의 수호자(B): 당신은 거짓된 맹약을 따르는 이들 다수를 참수하고 대륙의 질서를 수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신은 당신에게 수호자의 칭호와 함께 거짓된 맹약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부여하였습니다. 이 칭호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거짓된 맹약을 따르는 이들과 전투 상황이 발생할 시 스킬 사용에 필요한 마나가 10% 절약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맹약 기사단 세력과 싸울 때 스킬 사용의 마나가 절약된다는 것이었다. B랭크 칭호라서 그런지 S랭크 칭호인 ‘용사’에 비해 효과가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마나 소모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상태 창 확인이 끝나고 천막을 나선 유진은 지휘부를 잠시 방문했던 바이올라로부터 델로우와 엘란 그리고 레이나 등 백색 교단의 간부들이 성전군의 선발 병력을 이끌고 전선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과 반가운 재회를 하기도 전에 란테르고 백작은 대대적인 재공세를 명령했고, 토벌군은 다시 맹약 기사단의 방어선으로 진격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전선에서는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성전군의 합류로 자신감을 얻은 란테르고 백작은 거듭 공세를 명령했지만 베켄이 설계한 맹약 기사단의 방어선은 쉽게 뚫리지 않았다. 1,000여 명의 성전군 선발 병력이 합류한 토벌군의 기세는 매섭고 사기는 높았지만 맹약 기사단의 방어선 또한 증원 병력의 합류로 더욱 견고한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며칠간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양측의 피해를 더하면 사상자가 1,000여 명이 넘을 정도였다. 시체가 늘어나고 모두가 지칠 때 즈음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령입니다! 긴급 보고입니다!”

애꾸눈 백인 대장과 함께 방어선 일대를 정찰한 용병들이 돌아와서는 적들이 모두 철수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었다. 란테르고 백작은 처음에는 못 믿는 눈치였지만, 정규군 정찰대를 적 방어선에 급파하여 전선이 비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적들의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회의에서 벤자민이 진언했다. 란테르고 백작도 맹약 기사들의 갑작스러운 철수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전진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어선이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오래 지체할 수는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루벤 국왕은 마법 통신으로 란테르고 백작을 재촉했고, 결국 토벌군은 찝찝한 기분을 품은 채 ‘절명의 숲’ 깊숙한 곳으로 진군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부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자 그들을 반긴 것은 ‘맹약 기사단’이 아니라, 과거 전쟁의 마왕군 탈영병들로 이루어진 ‘블러드 서클’의 군대였다. 그들의 군세는 3,000명을 넘는 숫자였기 때문에 추가로 용병들까지 합류하여 4,000명의 토벌군은 유리한 지점에 방어 진형을 펼친 적들을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현 위치에서 교착은 위험합니다. 신속하게 진격해야 합니다.”

란테르고 백작은 신속한 돌파를 결정했다. 적들이 마족이다 보니, 이번에는 A+랭크의 성기사, 델로우가 지휘하는 1,000명의 성전군이 선봉에 섰다. 그들은 마족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신성력을 다루기 때문에 블러드 서클의 군대와의 전투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성력의 폭풍 속에서도 블러드 서클의 군대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적들이 결사 항전하고 있습니다. 공세를 계속하면 저희 피해도 결코 무시하지 못한 수준으로 발생할 겁니다.”

용병군의 부지휘관, 다이크가 말했다. 용병군 또한 선봉에 가까운 전선에서 지속적인 전투를 벌였기 때문에 피해가 누적된 상태였다. 블러드 서클 마족들의 저항이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거센 탓에 토벌군, 그중에서도 성전군과 용병군의 피해가 특히 심각했다. 며칠 전에 용병들의 추가 합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심각하여 용병군 전체 숫자는 현재 600여 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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