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식하는 스트리머 (161)
[액티브 스킬, ‘섬멸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100포인트 이상입니다. 소환된 칼날 바람의 속도가 30% 향상됩니다.]
마나를 소모하여 스킬을 발동했다. 유진이 힘차게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사방으로 뻗어 갔다. 마나를 머금은 바람의 칼날들은 중형 비룡의 날개를 찢고 탑승한 기수와 마도사들을 참수했다.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어두운 하늘에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단 한 번의 스킬 사용이었지만, 10여 마리의 중형 비룡이 당했다. 야영지 공격에 나선 비룡 부대는 수백의 규모였지만, 강력한 무력을 지닌 유진이 전열 깊숙이 침투하여 혼란을 유도하자 부대 지휘관 입장에서는 그의 난동을 묵과할 수 없었다.
“쳐라!”
맹약 기사단, 루벤 북방 지부의 간부이자 정예 비룡부대인 ‘강철 날개’의 지휘관 직책을 맡고 있는 로켈은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유진을 중대한 위협으로 인지하고서 대응에 나섰다. 맹약 기사단은 어느 날 대륙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순식간에 금패의 용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A+랭크의 경지에 오른 유진을 경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최근 들어 맹약 기사단은 자신들의 ‘대계’를 유진이 몇 번이나 방해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계’의 진행을 여러 번 방해한 유진을 제거하기 위해 ‘절명의 숲’에 루벤 북방 지부뿐 아니라 다른 지부의 전력 역시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약 기사단의 수뇌부는 유진의 무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척살을 위해 간부급 둘 이상의 합동이 아니면 정면 대결을 피할 것을 권했다.
현재 맹약 기사단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다면 로켈은 유진을 완벽하게 척살하기 위해서는 간부급의 지원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는 얼마 전에 초입이라고는 해도 분명한 A+랭크의 경지에 진입함으로 인해 잔뜩 들떠 있는 상태라, 유진과 조우하게 되자 수뇌부의 지시를 까맣게 망각하고 말았다.
“대장님! 상대는 A+랭크의 실력자입니다! 지상 병력이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켈이 호전적인 기세를 드러내자 그의 직속 부하들 중 한 명이 거친 음성으로 급히 만류했다. 그는 수뇌부의 지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로켈을 말린 것이었다.
야간 기습 공격에 합류하기 위해 접근 중인 맹약 기사단 지상 부대에는 A+랭크의 경지에 오른 간부급은 없지만 A랭크의 평기사 전력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A랭크와 A+랭크 간의 격차는 크지만 다수가 공략한다면 A+랭크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을 것이다.
“부관! 자네는 내가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로켈의 직설에 부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다른 간부급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용사와 정면에서 맞서는 것은 수뇌부의 최우선 지시를 어기는 것이라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건 상관없다! 내가 반드시 이길 테니까!”
“대, 대장님!”
“부관! 더 이상의 이견은 받지 않겠다! 그리고 부대 지휘는 잠시 네게 맡기겠다!”
부관의 만류는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로켈은 부관에게 비룡부대의 전투 지휘를 맡기고서 유진을 향해 돌진했다. A랭크의 경지에 있는 평기사 계급의 전투원들이 앞서 돌격하는 로켈을 뒤따라 유진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혼란 마법으로 교란해!”
로켈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직속 부하 중에서는 정신 혼란 계열의 마법과 환술에 능한 상급 마도사가 한 명 있었다.
혼란 마법을 사용하라는 로켈의 지시에 그녀는 마나를 일으켜 유진이 서 있는 좁은 영역을 대상으로 환술 결계를 시전했다.
공기 중에 환영을 유발하는 마나를 불어 넣는 형태의 환술 결계였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과 얼마 전에 유진이 상대했던 적들 중에 환술의 전문가, 타니아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유진은 정신 혼란 계통의 마법과 환영 등에 능한 타니아를 상대하면서 관련 마법에 대한 방책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이는 A랭크 경지에 있는 상급 마도사의 힘으로는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방패였다.
[패시브 스킬, ‘무너지지 않는 용맹’이 활성화됩니다.]
[정신 혼란 계열의 스킬에 대한 내성이 강화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가 작용합니다.]
[아티팩트, ‘불굴의 심장’이 상태 이상 ‘공포’에 저항합니다.]
공포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진은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기 무섭게 곧바로 반격을 펼쳤다.
[액티브 스킬, ‘정령검’를 사용합니다.]
[오러 블레이드에 부여할 정령의 속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화염.”
[오러 블레이드에 화염 속성의 정령을 부여합니다.]
오러 블레이드에 화염 속성의 정령이 깃들었다. 이어서 유진은 다량의 마나를 사용하여, 다음 스킬을 시전했다.
[액티브 스킬, ‘원소 참격’을 사용합니다.]
[‘정령검’이 발동 중입니다. 현재 오러 블레이드의 속성은 ‘화염’입니다.]
[‘화염’ 속성의 오러 블레이드의 참격을 전방에 투사합니다.]
붉은 화염을 머금은 오러 블레이드의 참격이 로켈과 그의 직속 부하들을 덮쳤다. 로켈은 신들린 듯한 비룡 조종 실력으로 참격을 회피했지만, 그의 직속 부하들은 운이 좋지 않았다. 8명 중 5명이 거대한 참격에 휩쓸렸고, 3명이 즉사했다. 살아남은 2명도 부상을 입은 채 타고 있던 비룡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나이스!
―멋진 일격이었습니다!
―조준 실력이 거의 스나이퍼 수준이네요. 이 정도면 FPS 게임해도 잘 하실 듯?
―인정합니다.
―방장님! 멋져요!
―역시 방장님은 전투 스타일은 시원시원하네요.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속 시원한 전투 장면에 일부 시청자들은 포인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너희는 공중에서 엄호해라! 나는 지상에서 놈을 상대한다!”
“네!”
“알겠습니다!”
부하들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로켈은 비룡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먼저 추락했던 평기사 둘이 부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로켈과 합류하여 유진에게 검을 겨눴다.
“바이올라! 엄호 부탁해!”
“오케이!”
바이올라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녀는 화염 마법으로 공중의 적들을 견제했고, 유진은 땅을 박차고서 단숨에 로켈과의 거리를 좁혔다. 다시 한 번 ‘화염’ 속성의 정령검을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로켈을 향해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어림없다!”
로켈은 마검사였다. 그는 단순하면서도 시야를 어지럽히고 교란하기 좋은 매직 미사일 수백 발을 난사하는 것과 동시에 유진이 휘두른 검을 피했다. 그리고 그에게 반격을 가했다.
“큭!”
일순간의 방심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유진의 왼쪽 어깨에서 붉은 피가 튀었다. 하지만 괜찮다. 이 정도면 얕게 베인 편이다. 로켈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유진의 몸에 작은 부상을 남기고 뒤로 물러나 공격 자세를 정비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평기사 둘이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A랭크 검사 둘은 유진을 상대로 일말의 시간도 벌어 주지 못했다. 유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평기사들의 몸에서 시뻘건 피가 터져 나왔다.
“커헉!”
고통을 내뱉으며 평기사 둘이 쓰러지고 다음 순간, 유진의 시선이 로켈에게 향한다. 로켈은 공격 마법을 준비 중이었고, 대량의 마나가 그에게 응집하고 있었다.
―저건 위험해 보임.
―마검사를 상대로 거리가 벌어지면 안 됩니다.
―막아야 할 듯?
―캐스팅 저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빨리 ㄱㄱㄱ.
시청자들의 재촉. 물론 유진 또한 로켈을 저지하기 위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켈이 더 빨랐다. 그의 주위로 암흑의 빛이 번쩍였고, 유진은 일반적인 정령의 힘으로는 이에 대적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서 ‘성검’의 힘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신성 징벌’을 사용합니다.]
[스킬이 해제될 때까지 신성력의 징벌 속성이 강화됩니다.]
순백의 빛이 번뜩이고, 유진이 왼손을 뻗자 한 줄기의 광선이 로켈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했다.
“크하아아악!”
신성력은 맹약 기사들이 다루는 암흑의 힘과는 반대되는 기운이다. 신성력의 징벌에 당한 로켈은 허벅지가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운신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었으나,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의 자세가 무너진 순간, 유진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기 때문이었다.
“이, 이런!”
“느려.”
유진의 냉정한 음성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액티브 스킬, ‘단공참’을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숙련도가 낮습니다.]
[승격에 대한 보정으로 숙련도 부족을 극복합니다. 출력을 조정합니다.]
[출력 조절 완료. 최대 전력의 10%입니다.]
‘단공참’도 ‘일검필살’처럼 모든 마나를 한 번에 태우는 스킬이다. 현재 유진의 마나 수치는 높은 수준이었고, 최대 전력의 10%라고 해도 다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공간마저 갈라 버릴 것 같은 참격은 로켈의 오른팔을 잘라 냈다.
“크아아아악!”
로켈이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유진은 그가 거리를 벌리는 걸 허용하지 않았고, 다가가서 신성력의 도끼로 그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대, 대장님!”
“이렇게 된 이상 후퇴다!”
“신속히 물러나라!”
바이올라의 견제 탓에 개입하지 못했던 평기사들은 후퇴를 결정했지만, 그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격전 속에서 조용히 마나를 모은 란테르고 백작이 비장의 카드를 오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비티 필드!”
란테르고 백작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A+랭크 경지의 강력한 대마법이 완성되었다. 강화된 중력의 힘이 비룡 기사들을 일제히 지상으로 잡아당긴다. 수백 마리의 비룡들과 그에 탑승한 맹약 기사들이 땅으로 추락하자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왕국 중앙군 소속 기사단이 그들을 휩쓸었다.
기병 창에 목이 꿰뚫린 비룡들이 쓰러졌다. 맹약 기사들은 저항했지만, 전후좌우에서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다.
비명 소리가 끊기자 승전을 알리는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승리한 자들의 환호성이 밤하늘 아래 넓은 평원을 뒤덮었다.
* * *
“로켈 경이 전사했습니다. 그의 휘하 비룡부대도 몰살당했습니다. 저는 기습의 이점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판단하여, 전장으로 진군 중이던 제 부하들에게 회군을 명령했습니다.”
“수고했다. 베켄 경.”
“지부장님. 우선은 제 부하들을 숲의 초입 지역에 배치하여 방어선을 형성하였습니다. 회군 중인 녀석들도 1차 방어선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베켄의 설명에 맹약 기사단의 루벤 북방 지부를 이끄는 S랭크의 실력자, 리켈은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다.”
“왕국 중앙군의 진군 속도로 볼 때 리베르 경과 델키오 경이 합류하기 전에 1차 방어선에서 전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문제없이 저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켄은 자신감이 넘쳤다. 리켈은 대답 대신 조용히 신뢰의 눈빛을 보내며 베켄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