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스트리머-154화 (154/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54)

“유진 경이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다!”

“빛의 이름으로!”

맹약 기사단의 군대가 패주하기 시작하자 백색 교단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유진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쁨의 함성을 드높였다. 맹약 기사단의 군대가 완전히 물러나고 델로우는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성채 외성의 광장에 집결시켰다.

절명의 숲에 진입한 백색 교단의 성전군 병력은 500여 명이 넘는 숫자였지만, 여정이 계속되고 몇 번의 전투를 벌인 끝에 현재 살아남은 이들의 숫자는 고작해야 100여 명에 불과했다.

델로우와 성기사들이 죽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응급 처치하는 동안 유진은 눈앞에 생성된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메인 이벤트, ‘숲에 잠든 성검’을 클리어 했습니다.]

[메인 이벤트 클리어 보상으로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업적, ‘성검의 주인, 그 이름 용사.’를 달성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용사’의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의 확인을 끝냈다. 메인 이벤트의 클리어 보상과 업적 달성 등으로 모은 포인트와 기존의 포인트를 합산하자 50,000포인트가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유진은 상태 창을 열었다. ‘용사’ 칭호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전투가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상태 창을 열 수 있었다.

[유진.]

―직업: 용사(히든 클래스) 정령기사(히든 클래스)

―용사(S): 당신은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입니다. 자비의 여신, 에일린의 뜻에 따라 적으로 규정된 세력과 대적하거나 캐릭터와 교전할 때 30%의 능력치 상승 보정이 붙습니다. 또한 자비의 여신, 에일린을 따르는 백색 교단과 중앙청이 당신의 뜻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됩니다.

S랭크 칭호에 해당하는 ‘용사’는 여신이 규정한 적들과 교전할 때 한정이긴 하지만, 30%의 능력치 상승 보정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백색 교단과 중앙청 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루베니아 연대기 세계관 설정상 제한적이지만, 30%의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칭호는 많지 않은 편이다.

‘스킬까지 구입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주위를 살핀 유진은 곧 고개를 저었다. 광장에 집결한 성전군의 재정비가 거의 끝을 보이고 있었다. 유진은 상점 창을 열려다가 포기하고는 성전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델로우에게 다가갔다.

“델로우 경.”

“네, 유진 경.”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맹약 기사단의 잔당들이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고 블러드 서클의 지원군이 이쪽으로 넘어올 수도 있습니다. 전투를 피하려면 서둘러 절명의 숲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절명의 숲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올슨과 타니아를 죽임으로 맹약 기사단의 군대를 패주시키긴 했지만, 그들이 전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재정비하여 전열을 가다듬고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유진은 최대한 빨리 절명의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 목적이었던 ‘광휘의 성검’을 회수했을 뿐만 아니라 맹약 기사단의 간부인 타니아와 올슨도 죽였으니 이제 절명의 숲에서 더 이상의 용무는 없다.

“저도 동의합니다. 부대의 재정비가 끝나는 즉시, 성채를 이탈할 예정입니다.”

델로우가 말했다. 백색 교단의 입장에서도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절명의 숲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긴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델로우도 성기사단을 재촉하여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재정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식으로 시신들의 장례를 치르고 부상자들의 응급 처치가 끝났을 때 유진 일행과 백색 교단의 성전군은 블러드 서클의 성채를 빠르게 이탈했다.

이곳은 ‘절명의 숲’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장소다. 절명의 숲에서도 꽤 깊숙한 곳이고 온갖 위험으로 가득했다.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외곽부에 진입할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유진 일행은 후미에서 후방을 경계하며 이동 중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며 말을 몰고 있는 유진의 옆으로 드레인이 다가와 속도를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진언했다.

“추격이 붙었나?”

유진의 물음에 드레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이 S랭크의 성물의 주인이자 A+랭크의 실력자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건에서는 드레인의 탐지 능력이 조금 더 우수했다.

“숫자는?”

“수준 높은 은신술을 사용하고 있어서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적은 수는 아닙니다.”

적의 수가 많다는 드레인의 대답에 주위 공기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지금 성전군의 전력은 절명의 숲에 처음 진입했던 날에 비해 많이 약화되어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전투가 있었던 탓이다.

“맹약 기사단의 잔당들은 아닐 테고 블러드 서클 쪽일 것 같네.”

추격자들의 세력을 추론하는 유진이었다. 타니아와 올슨의 죽음으로 ‘절명의 숲’에 있는 맹약 기사단 세력은 대부분 와해되었을 가능성이 크니 그들의 잔당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확률이 높은 세력을 꼽자면 블러드 서클이다. 공격당한 성채를 탈환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 지원군이 추격에 나섰을 것이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드레인은 유진의 의견에 동조했다.

―어디서 온 놈들일까?

―방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블러드 서클 쪽 지원군인 것 같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블러드 서클은 절명의 숲에서 꽤 영향력 있는 세력이긴 함.

―지원군 숫자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하네요.

추격이 붙었다는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채팅 창을 슬쩍 확인한 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가 대열의 선두에서 무리를 이끌던 델로우의 옆으로 다가갔다.

“추격이 있는 모양입니다.”

“확실합니까?”

“네, 델로우 경. 확실합니다.”

델로우의 물음에 유진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드레인의 탐지 능력을 신뢰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답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델로우는 행군 속도를 올려야겠다고 결정했다. 그가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성전군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이동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본래 그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지만, 절명의 숲에 진입하고 난 직후부터 여러 차례의 전투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말을 잃었다. 지금은 말을 타고 있는 이들보다 도보로 이동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정도였다. 요컨대 기동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추격자들도 속도를 높였습니다.”

백색 교단의 성전군이 속도를 높이자 추격자들도 더욱 매섭게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드레인은 추격자들이 속도를 올렸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접근 중에 있다는 사실을 유진에게 알렸다.

“추격이 바로 뒤에 붙었습니다. 이제 따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교전해야 합니다.”

드레인은 교전을 주장했다. 이제 추격자들은 드레인 뿐만 아니라 유진도 아주 쉽게 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범위 안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탐지 자체는 가능했지만, 드레인의 말대로 추격자들이 사용하는 은신술의 수준이 높아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200여 명 정도이려나.”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유진은 200여 명을 예상했지만, 드레인은 더 많은 인원이 추격에 동원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 몇 명이나 오는 거지?

―이거 일종의 보복 공격이죠?

―블러드 서클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성채가 공격당하고 중급 마족 포함, 다수의 전투 인원을 상실했으니까, 화날 만하죠.

―블러드 서클의 대장이 화가 많이 난 듯.

―고오오급 은신술을 사용할 수 있는 200여 명의 추격자……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 같네요.

―그래도 방장님이 잘 해결하시겠죠.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유진은 채팅 창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다시 델로우가 위치한 대열로 이동하여 그에게 성전군이 바로 뒤까지 쫓아왔다는 사실을 전하며 전투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광휘의 원탁회’에 소속된 A+랭크의 성기사, 델로우 빌크론이 성전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광휘의 성검’의 주인이자 여신이 선택한 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진의 의견은 백색 교단에 몸담고 있는 델로우의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성기사단! 전원 반전한다! 전투에 대비하라!”

델로우의 명령에 성기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진형이 바뀌고 창칼이 후방으로 향했다. 델로우는 부상으로 인해 소모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넓게 포진한 성기사들 사이를 누비며 전열을 정비했다.

전방에 배치된 성기사들의 전열이 완성되려는 찰나 하늘에서 칠흑의 마나를 머금은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방패!”

델로우의 외침에 성기사들이 방패를 들어 올렸고 레이나가 신성 마법으로 거대한 보호막을 펼쳤다. 레이나의 실드는 대부분의 마법 화살을 막아 냈지만, 일부는 백색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와 백색 교단의 성직자들을 노렸다.

“빛이여!”

하지만 델로우가 조금 더 빨랐다. 그는 대검을 휘두르며 신성력의 파도를 일으켜 흑색의 마법 화살을 모두 튕겨 냈다.

“온다.”

유진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밤이 내려온 숲의 짙은 어둠 속에서 양손에 곡도를 들고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가 약 100여 명이었다. 처음 예상했던 것에 비해 적은 수였지만 유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로 뒤에 예비대와 엄호부대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레인의 말에 유진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후방 지원을 두고 차근차근 압박하겠다는 것 같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주군.”

“내가 전열을 무너뜨려 볼게.”

이윽고 유진은 바이올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이올라! 엄호 가능해?”

“오케이!”

“간다!”

바이올라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정면의 적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유진 경!”

델로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만류하려 했지만, 유진은 이미 적들의 진형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액티브 스킬, ‘섬멸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100포인트 이상입니다. 소환된 칼날 바람의 속도가 30% 향상됩니다.]

충돌과 함께 ‘섬멸의 바람’ 스킬을 사용했다. 성검에 의해 신성력이 부여된 칼날 바람에 마족들의 육신을 마구 찢었다.

“크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절명의 숲에 울려 퍼진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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