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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148화 (148/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48)

36장. 블러드 서클

늦은 밤, 백색 교단의 델로우가 찾아와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것은 블러드 서클의 성채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유진과 바이올라 그리고 드레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그가 계약서를 들이밀기 무섭게 시스템 알림음과 동시에 눈앞에 메인 이벤트 정보 창이 생성되었다.

―띠링! 메인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메인 이벤트: 숲에 잠든 성검.

당신은 절명의 숲에 잠든 성검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벤자민과 암약회 길드원들의 정보에 의하면 성검은 블러드 서클의 성채 중 한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블러드 서클은 오래전 있었던 마왕군의 탈영병들로 언젠가 본영에 복귀하길 희망하는 마족들입니다. 그들은 마왕군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공을 세워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왕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성검을 결코 뺏기지 않으려 할 겁니다. 하지만 백색 교단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할 소중한 성물입니다. 이에 따라 백색 교단의 델로우는 블러드 서클의 성채를 공격할 것을 결심하고 용병인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약에는 블러드 서클의 성채 공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계약서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백색 교단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메인 이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보상: 수락 시 5,000포인트 지급. 메인 이벤트의 진행. 백색 교단의 보수, 10,000골드 지급.]

“계약서를 한 번 읽어 보시죠. 여기까지가 저희 백색 교단의 중앙청에서 제시한 의뢰 보수 내용입니다.”

델로우가 말했다. 메인 이벤트 정보 창에서 필요한 내용은 전부 확인했지만, 계약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베니아 연대기의 게임 속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약서 같은 중요한 문서를 검토하지 않고 넘기거나 하면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유진은 델로우가 앞에 올려놓은 계약서를 검토했다. 처음 절명의 숲에 진입하기 전에 조사 목적의 고용으로 작성했던 것과는 다르게 새로운 계약서에는 백색 교단은 블러드 서클 소속의 성채를 공격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투에 동원하기 위해 중앙청의 이름으로 유진을 고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의뢰 보수는 처음에 메인 이벤트 정보 창으로 확인한 것과 동일했다.

“의뢰를 수락하겠습니다.”

“여기 1만 골드입니다. 선금으로 전부 지불하겠습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뢰를 수락하겠다고 말하자 델로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뢰의 보수인 1만 골드를 모두 선금으로 건넸다. 일반적으로 루베니아 연대기 세계관의 용병 고용에 있어서 의뢰 보수를 전부 선금으로 미리 지불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진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델로우가 건넨 가죽 주머니를 받았다.

가죽 주머니 안에는 1,000골드의 가치를 지닌 금괴가 10개 들어 있었다. 수량을 확인한 유진은 그것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공격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합니까?”

유진이 질문을 던졌다. 절명의 숲은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고 블러드 서클에 대한 정보도 많이 풀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암약회의 활약이 절실한 실정이다.

“충분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의 정보는 모은 것 같습니다.”

델로우가 대답했다. 그는 공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모았다고 대답했다. 절명의 숲이 미지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대륙에서도 상위권으로 이름 높은 정보 길드인 암약회의 길드원들이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활동한 덕분에 그럭저럭 정보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 백색 교단의 중앙청에서는 막대한 양의 금화를 암약회에 쏟아부었다. 유진도 처음에는 몰랐지만, 얼마 전에 란테르고 백작과의 정기 연락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란테르고 백작은 백색 교단이 투입한 정확한 액수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막대한 자금의 흐름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보를 더 모으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실은 중앙청에서 재촉과 압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유진이 신중하게 정보를 더 모으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이미 중앙청으로부터 강도 높게 시달리고 있던 델로우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게 힘들다는 투로 대답했다.

백색 교단의 성기사로 플레이했던 회차도 있는 유진의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중앙청은 권위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걸로 유명하다. 유진도 다른 회차에서 직접 겪어 봤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다.

“중앙청의 압박이라면 어쩔 수 없겠네요.”

유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려스러운 면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신의 의지에 따르는 백색 교단의 성기사로 살아가는 델로우에게 중앙청의 뜻을 거역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겠습니다. 인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가 끝나고, 델로우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이 늦은 시각에 유진의 천막을 방문한 이유는 단순히 의뢰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본격적인 공격을 앞두고 정식으로 의뢰를 넣는 것으로 아군 인지를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시각에 벤자민이 찾아와 그동안 수집한 추가 정보를 델로우에게 넘겼다.

“성검을 보관 중인 성채의 성주는 중급 마족, 웨이하른이라고 합니다. 저희 쪽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휘하에는 최하급 마족이 250여 명 그리고 하급 마족이 10여 명 있는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급 마족은 A+랭크의 경지이며 하급 마족은 A랭크에 달한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병사로 취급되는 최하급 마족 같은 경우에는 B랭크 수준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B랭크의 전투원 250여 명에 A랭크 전투원 10여 명이면, 웬만한 대영주 가문 기사단의 전투력 대부분 혹은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전력이라고 볼 수 있다.

“최하급 마족이 200여 명이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엘란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250여 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B랭크 전투원도 문제지만, A랭크에 해당하는 하급 마족이 10여 명이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루베니아 연대기 세계관에서 A랭크와 A+랭크의 전투력은 전장에서 가히 위력적이다.

델로우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 끝에 현재 중앙청에서 파견한 성전군 500여 명의 대략적인 전투력을 어림짐작해 보았다.

그들은 결코 작은 전력은 아니지만, 웨이하른 성채의 총 병력을 생각하면 아슬아슬하긴 하다. 만약 마족에게 카운터나 다름없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백색 교단의 성전군이 아니라, 일반 영지군이나 왕국 중앙군이었다면 비슷한 규모였다고 해도 웨이하른 성채의 전투력을 파악했을 때 이미 말머리를 돌렸을 것이다.

“루메이 후작가의 지원군을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엘란이 말했다. 루메이 후작은 절명의 숲에 잠든 성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왕국 고위층 인사 중 한 명이었고, 실제로 최근에 중앙청과 연락하여 성검 수색에 대해 군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엘란 경.”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벤자민 경.”

“실은 오늘 새벽에 저들의 마법 통신 일부를 도청하는 데 성공했지만 성검을 조금 더 안전한, 심장부의 성채로 옮기자는 의견이 블러드 서클 내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벤자민의 설명에 지휘소에 모인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절명의 숲 심장부는 블러드 서클의 본거지나 다름없다. 성검이 현 위치보다 더 깊숙이 들어간다면 회수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당장 공격해야 합니다.”

디레이즈가 목소리를 높였고 델로우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중급 마족, 웨이하른의 성채를 향해 진군하게 되었다.

중심부에서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웨이하른의 성채 앞에 백색 교단의 성전군이 나타났다. 웨이하른의 척후병들이 이미 성전군의 접근을 보고했기 때문에 혼란은 없었다. 웨이하른은 성검의 보관을 맡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것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500명의 성직자들을 앞에 두고도 침착했다.

“빛이여!”

전투가 시작되기 전, 수습 성녀 레이나가 신성 마법으로 종합 버프를 걸어 주었다. 버프가 적용된 성기사들이 호기롭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돌격하라!”

디레이즈가 선봉에 섰다. 호전적인 전투사제인 그는 성기사들과 함께 적진으로 진격했다. 수습 성녀의 버프를 받은 그들의 육탄 돌격은 치명적이었고, 방어 마법이 각인된 성문은 얼마 버티지 못했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성문이 파괴되자 웨이하른 휘하의 정예 마족들이 튀어 나왔다. A랭크의 경지에 있는 하급 마족 넷이 디레이즈의 앞을 막아섰다.

“유진 경! 부탁합니다!”

델로우의 외침에 유진이 전방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가며 스킬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섬멸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에 의해 추가 강화 효과가 부여됩니다.]

[현재 바람 속성 정령 친화력 수치가 80포인트 이상입니다. 소환된 칼날 바람의 속도가 20% 향상됩니다.]

바람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핏줄기가 튀고 최하급 마족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하급 마족 넷은 건재했다. 그들 중 하나가 마법을 전개하자 섬멸의 바람은 허무하게 흩어지고 말았다.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만.”

디레이즈가 이죽거렸지만,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수가 없네요.

―ㄹㅇㅋㅋ.

―도와주러 왔는데, 말하는 꼴이 ㅋㅋㅋㅋㅋ.

―그냥 탈주하면 안 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디레이즈의 머리를 파괴하고 빌런 루트를 타는 겁니다!

―으아아악! 고구마!

―고구마 펀치! 고구마 펀치! 고구마 펀치!

―빨리 사이다를 주세요.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간접적이라도 사이다가 필요한 시점 같았다. 유진은 적극적으로 교전에 응하는 대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비겁자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디레이즈가 자초한 일이다.

“크아아아악!”

결국 디레이즈의 몸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고, 그제야 유진이 개입을 선언하듯 땅을 박찼다.

[액티브 스킬, ‘정령검’를 사용합니다.]

[오러 블레이드에 부여할 정령의 속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화염.”

[오러 블레이드에 화염 속성의 정령을 부여합니다.]

스킬이 발동된다. 검신에서 화염이 솟구친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유진은 다가오는 하급 마족들을 향해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과 함께 선두에 있던 하급 마족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조심해라! 만만한 놈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유진이 한 명의 머리를 날렸고, 그전에 디레이즈가 신성 마법으로 하나를 녹여 버렸으니 남은 하급 마족은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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