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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139화 (139/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39)

“좋습니다. 성검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공유하겠습니다.”

마침내 유진은 결정을 내렸다. 그의 선택은 절명의 숲에서 유실된 성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공개 가능한 영역에서 백색 교단과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맹약 기사단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 시점에서 기존의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던 루트들이 많이 어그러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백색 교단은 여전히 절명의 숲에 잠든 성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보였기 때문에 괜히 정보를 독점하다가 맹약 기사단에게 중요한 성검을 빼앗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띠링! 보상으로 백색 교단의 평판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백색 교단의 평판은 ‘우호’입니다.

정보 공유를 약속하자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백색 교단과의 관계도가 격상했다.

―결국 방장님이 가지고 계신 정보를 공유하시는군요.

―백색 교단이 다른 사람 뒤통수치는 집단은 아니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뒤통수치는 건 아니죠. 애초에 성검은 백색 교단의 것이었으니까요.

―당연히 백색 교단이 소유권을 주장할 겁니다.

―소유권 주장해도 먼저 성검의 시험을 통과하고 주인으로 인정받으면 백색 교단에서도 강제로 뺏어 갈 수 없음. 아마 방장님도 알고 계실 듯?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백색 교단과의 정보 공유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일부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며 유진의 편을 들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유진 역시도 백색 교단과 함께 수색 활동을 하더라도 성검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몇 개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며 후에 부작용이 없는 방식이 성검을 일단 잡고 시험을 통과하여 새로운 용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성검의 주인이 된다면 백색 교단에서도 더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을뿐더러 정당한 소유권자인 용사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융통성이 제로에 가까운 백색 교단과 자주 얽히면서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문제에 속한다.

“정보 공유에 감사합니다. 백색 교단은 유진 경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다양한 방면으로 보답할 겁니다.”

정보 공유를 하겠다는 유진의 대답에 델로우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러면서 백색 교단이 보답할 것이라 확답했고,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색 교단이 답답한 집단이기는 하지만 은원 관계에 대해서는 확실하기도 했다.

“정말 고마워요, 유진 경.”

레이나도 진심을 담아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만약 유진이 정보 공유를 거절했다면, 백색 교단 내에서 레이나의 입지에도 적지만 일부 타격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유진은 선택을 하기 전에 그 부분도 감안했었다.

“다만, 제가 아는 정보도 단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 지금 당장 성검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백색 교단에서도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 주셔야 협력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네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그 부분에 대해 중앙청에서 내게 모든 권한을 일임했다네. 성검에 대한 정보라면 따로 허가받지 않고 내 선에서 알려 줄 수 있다네.”

유진의 질문에 대답한 이는 델로우였다. ‘광휘의 원탁회’에 소속되어 있는 그는 백색 교단에서도 고위 간부에 속한다. A+랭크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앙청에서도 결코 그를 가볍게 대하지 않으며, 많은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고위 간부이자 성기사인 만큼 일부 임무에서는 중앙청에서 매우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청의 최고위 간부들은 델로우에게 절명의 숲과 성검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임무에서는 백색 교단의 답답한 특성이 조금은 덜해질 예정이었다.

“델로우 경, 그 말은 즉 성검과 관련된 전권을 가지고 온 겁니까?”

유진이 두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졌다. 델로우는 유진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세간에 알려진 백색 교단의 이미지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답답하고 융통성 없는 집단이라는 인식은 꽤 널리 퍼져 있다. 때문에 델로우도 유진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델로우의 말에 유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다행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거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성검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거의 웬만해서는 중앙청의 개입이 없을 겁니다. 제 권한 내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굳이 중앙청의 바쁘신 분들을 끌고 올 필요 없죠.”

델로우는 확신했다. 하지만 다회차 플레이어인 유진의 경험으로 볼 때, 중앙청이 개입할 여지는 미약하게라도 존재는 하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물론 델로우가 계속 전권을 가지고 있는 한 쉽게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 중에 신빙성 높은 것들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백색 교단과의 정보 공유가 시작되었다. 델로우는 자신이 소유한 아공간 주머니에서 ‘절명의 숲’의 지형이 기록되어 있는 지도를 꺼내서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외곽부와 중심부는 꽤 자세하지만, 심장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그려져 있는 지도였다. 애초에 ‘절명의 숲’ 심장부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파악된 지도는 루베니아 연대기 세계관에서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방대한 설정을 자랑하는 루베니아 연대기 세계관 속에서도 ‘절명의 숲’의 심장부는 탐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여전히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유진과 델로우는 절명의 숲 중심부와 심장부의 지도를 확인하면서 서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심장부 탐험과 성검 탐색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계획의 초안을 세웠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 덕분에 계획의 초안은 순조롭게 완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약 2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성검 수색 계획의 초안이 완성되었다.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성검 수색 계획의 초안 상태를 확인한 델로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교단에서의 추가 지원군은 언제 도착하는 겁니까?”

유진이 질문을 던졌다. 성검 수색 계획의 초안을 세우는 과정에서 델로우가 백색 교단의 지원군에 대해 언급했던 것을 유진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본래 델로우와 함께 활동하는 성기사들을 위주로 편성된 인원으로 성검 수색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현재 절명의 숲 인근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 중에 있다.

“어제 연락 마도사로부터 위치를 보고 받았습니다. 지금쯤 이 근처에 도달했을 겁니다.”

델로우가 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근처라…… 전원 기마대입니까?”

모두 말을 타고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모두 말을 타고 이동 중이라면 도착 시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진의 물음에 델로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전원이 말을 타고 이동 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내일 정오가 되기 전에 이곳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하면 바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행히 의견의 충돌은 없었다. 델로우는 백색 교단의 고위 간부였지만, 유진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주었다. 유진도 고집이 센 편이 아니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논의는 부드럽게 흘러갔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각자의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 * *

올슨의 부하들이 절명의 숲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모두 중무장한 정예 병력이었다. 그들이 집결한 장소는 절명의 숲에서도 외곽부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은 본래 타니아가 마련한 전진 거점이었다.

전진 거점의 원 목적은 절명의 숲 내부에 주둔 중인 맹약 기사단의 군사력을 숲의 밖, 즉 루메이 후작령의 다른 요새나 거점 등으로 투사하는 일종의 교두보였다. 당연하지만, 타니아가 만든 전진 거점이기 때문에 관리 인력으로 그녀의 부하들이 상시 주둔하고 있었다.

타니아와 올슨이 가깝지 않은 사이인 만큼, 두 사람의 부하들도 상대 진영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품은 경우가 상당수였다.

전진 거점을 관리하는 타니아의 직속 부하들은 올슨의 휘하 인원이 전진 기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타니아의 계속된 실패로 인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하들을 관리하기 위해 타니아의 부관인 폴리냐가 직접 전진 거점으로 이동했다.

“올슨 경의 부하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타니아의 전진 거점을 관리를 총괄하는 평기사 계급의 단원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으로 폴리냐에게 보고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짜증으로 가득한 얼굴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집결한 숫자는?”

“1차로 도착한 선발대가 약 200명입니다만,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먼저 소집된 인원이라서 그런지 정예도가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현재 올슨에게 절명의 숲 일대의 지휘 권한이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외곽부의 전진 거점은 엄밀히 말해서 타니아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간부의 부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략적인 인원과 전투력 등을 정리해서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진 거점의 지휘관은 1차로 도착한 올슨 휘하 전투원들의 전력이 정리되어 있는 자료를 제출했다. 폴리냐는 건네받은 자료를 확인했다. 전진 거점에 먼저 도착한 올슨 휘하 선발대 전력은 대부분 C랭크였고, B랭크나 A랭크의 정예 실력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올슨 경께서는?”

“선발대의 지휘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로 압니다.”

“만나 봐야겠네.”

“대화를 방해하지 말라 하셨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럼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

짧은 대답과 폴리냐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녀는 선발대 지휘관과 대화를 막 끝낸 올슨을 만날 수 있었다.

“폴리냐 경이군.”

“네, 올슨 경.”

“한창 바쁠 텐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지? 내 실패를 기원하러 온 건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올슨의 비아냥에도 폴리냐의 평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고, 올슨은 쯧, 하고서 혀를 찼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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