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스트리머-129화 (129/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29)

―블러드 울프다!

―블러드 울프가 어떤 몬스터인지 궁금해요! 도와줘요! 설명 요정!

―설명 요정 소환술!

―블러드 울프는 루베니아 대륙의 북부에서도 공략 난이도가 높은 숲이나 산맥에서 주로 서식하는 몬스터입니다. 특히 루메이 후작령에 있는 절명의 숲에서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털 색깔이 피처럼 붉은색이라서 블러드 울프라고 불린다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설명 요정님!

생소할 수도 있는 몬스터의 출현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채팅 창에 입력하자 어느 순간, 설명 요정이 등장하여 블러드 울프의 설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전원 전투 대형을 갖췄습니다.”

암약회의 길드원들이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들은 벤자민을 제외하면 전원 B랭크였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정보원들이었고, 클래스 간의 조화라고 할 수 있는 포지션 밸런스 또한 잘 갖춰 있었다.

원거리 딜러 역할로 궁수 1명과 중급 마도사 1명에 근접 딜러진으로는 검사 5명, 암살자 클래스가 벤자민을 포함해서 3명이다.

유진도 바이올라와 드레인에게 전투를 준비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바이올라와 드레인은 암약회 길드원들의 진형으로 합류했고, 유진은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는 블러드 울프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유진 경?”

벤자민이 조심스럽게 유진을 불렀다. 블러드 울프 무리와의 전투를 앞두고 진형에서 멀어지는 유진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것이다. 블러드 울프는 B랭크 몬스터 중에서도 무리 행동을 하며 적을 향해 집단 공격을 퍼붓는, 매우 악랄한 놈들로 사냥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동급의 실력자라고 해도 블러드 울프가 무리 지어서 포위해 온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한 단계 위라고 평가받는 금패 용병조차 혼자서는 블러드 울프 무리를 상대로 몸을 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유진은 붉은 물결을 향해 망설임 없이 걸어갈 뿐이었다.

“늑대 녀석들의 수가 너무 많네요. 조금 줄이고 오겠습니다.”

유진은 냉소적인 음성으로 말하고는 블러드 울프 무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거리가 좁혀졌고, 검집에서 뽑혀 나온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붉은 피가 튀고, 치명상을 입은 블러드 울프가 힘없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일단 하나 잡고!

―퍼스트 블러드!

―시작부터 시원시원하고 좋습니다.

―가즈아!

―역시 방장님은 전투하는 게 제일 멋지십니다.

―ㄹㅇㅋㅋ.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검술의 활용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포인트 후원도 이어졌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유진은 수십 번 검을 휘둘렀고 단신으로 30여 마리의 블러드 울프를 해치웠다. 뒤이어 바이올라가 강력한 공격 마법을 완성했다.

“파이어 캐논!”

멀티 캐스팅이었다. 허공에 소환된 거대한 불덩이는 하나가 아니라 20여 개였다. 암약회 길드원들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 채 달려오는 블러드 울프들 그리고 그들을 노려보는 바이올라. 그녀가 스태프를 흔들자 20여 개의 거대한 화염구가 허공을 뚫고 날아가 블러드 울프들을 덮쳤다.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블러드 울프들이 고통을 토해 내며 몸부림쳤다. 한 번의 멀티 캐스팅으로 단숨에 10여 마리의 블러드 울프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명중률은 절반 정도였지만, 블러드 울프의 전투력과 민첩성을 생각하면 많이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역시 바이올라야! 성능 확실하구먼!

―잘 성장한 바이올라는 훌륭한 동료 캐릭터입니다.

―바이올라! 최고다!

바이올라의 화려한 마법 공격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채팅 창이 빠르게 올라가고, 일부 시청자들은 포인트를 후원해 주기도 했다.

게임 방송 스트리머 생활을 하면서 가끔 느끼는 점인데, 괜찮은 동료 캐릭터를 파티원으로 영입하는 것은 방송의 재미도 올릴 수 있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포인트 후원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았다.

“온다!”

유진과 바이올라의 맹공에 살아남은 블러드 울프들이 암약회 길드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지만, 암약회 길드원들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들의 주력은 정보 수집이지만, B급 이상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나름의 정예 인원이기도 했다.

다수의 공격에 노출됐다고는 해도 진형을 갖춘 채 대응한 덕분에 본격적인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파이어 스피어!”

근접전이 시작되면서 치열한 난전이 발생하자 바이올라는 단일 대상을 노리지만 범위 공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화력이 강한 B랭크의 파이어 캐논 대신에 C랭크의 파이어 스피어를 멀티 캐스팅했다.

30여 개가 넘는 숫자의 파이어 스피어가 허공에 생성되었다. 1초 단위의 찰나가 스쳐 지나가고 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화염을 머금은 마나의 창은 블러드 울프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마나의 창에 꿰뚫린 채 뜨거운 화염에 불타며, 블러드 울프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바이올라의 연쇄적인 마법 공격에 블러드 울프들의 기세가 꺾였다.

처음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었던 피의 늑대들은 이제 전의를 상실했다. 유진이 그들에게 재침투하여 마구 검을 휘두르자 결국 블러드 울프들은 깨갱하고는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이긴 것 같습니다.”

드레인이 말했다. 유진은 뺨에 튄 피를 닦아 내고서 검집에 검을 넣었다. 그리고는 벤자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상자가 5명 발생했는데, 그중 2명의 부상이 좀 깊습니다.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응급 처치를 해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벤자민이 설명했다. 그의 뒤로 부상을 입은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벤자민의 말대로 5명이었는데, 그들 중 2명은 피를 꽤 많이 흘릴 정도로 상처가 깊어 보였다.

응급 처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 안 됐는데 벤자민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경호 문제를 제외한 전체적인 지휘권은 벤자민이 쥐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유진은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응급 처치를 한다고 해도 정찰 활동을 당장 재개할 수 있는 수준의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벤자민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는 실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 및 정보 수집 활동 경험이 풍부했고, 자신의 부하들과도 호흡을 맞춘 적이 많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부상자들의 응급 처치가 끝났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처가 깊지 않아서 정보 수집 활동을 재개하는 데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부상자들의 응급 처치를 맡은 암약회 길드의 중급 마도사가 보고했다.

―행동 불능 수준의 부상이었던 것 같았는데, 어찌 회복했나 보네요.

―ㄹㅇㅋㅋ.

―응급 처치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음.

―ㅋㅋㅋㅋㅋ.

―누가 봐도 엄청 심각해 보이는 부상 아니었나요?

―어쨌든 고구마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벤자민은 부하를 많이 아끼는 성격이라서 쟤들 회복 못 했으면 거점으로 귀환 탔을 수도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함 ㅋㅋㅋㅋㅋ.

일부 부상자들의 상처가 깊어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거점 귀환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보 수집 활동은 재개되었다.

“오늘 임무는 간단합니다. 맹약 기사단의 소형 은신처를 하나 추가로 발견했는데, 아직 정보가 많이 모이지 않아서 주변 지형과 환경 등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유진 경과 파티원 분들께서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저희를 지켜 주시면 됩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벤자민이 임무 내용을 자세하게 밝혔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서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

“이 지점입니다. 산개해서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조사 포인트에 도달하자 벤자민이 유진을 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하고는 부하들에게 수신호로 산개 명령을 내렸다.

“진형의 중심에서 너무 떨어지지 마.”

벤자민의 조언을 확인한 암약회의 길드원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산개했다. 조사를 시작하고 30분이 흘렀을 때였다. 진형의 좌측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드레인이 뭔가를 감지하고서 유진을 호출했다.

“주군.”

“무슨 일이야?”

“약 30분 거리에서 다수의 인원이 전투 중에 있습니다.”

드레인이 딱딱한 음성으로 보고했다. 정신을 집중하자 희미하지만 먼 곳에서부터 마나의 유동이 감지되는 것 같기는 했다.

전투가 발생한 게 틀림없다. 드레인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유진은 이 사실을 벤자민에게 바로 전달했다.

30분 거리라면 여기서 멀다고는 할 수 없는, 꽤 가까운 거리다. 지금 당장 움직인다면 전투가 끝나기 전에 전장 인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30분 거리에서의 전투라면 맹약 기사단의 단원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근처에 가서 정보를 모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진 경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벤자민의 의견이었다. 독단도 가능하지만, 그는 유진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이동하죠.”

유진이 찬성하자 벤자민은 산개한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드레인의 인도에 따라 전투가 발생한 지점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마나의 유동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고, 지근거리에 도달하자 충격이나 마법 폭발과도 같은 전투의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뭔가 옵니다. 두 무리가 일정 간격을 두고 접근 중입니다. 하나는 쫓기고 있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추격 중인 것 같습니다.”

드레인은 정면에서 다가오는 다수의 기척을 감지하고서 일행들한테 경고했다. 유진은 칼자루에 손을 얹었고, 바이올라도 전방을 향해 스태프를 겨눴으며, 벤자민은 부하들한테 전투를 준비하라는 내용의 수신호를 보냈다.

모두가 전투 태세를 갖췄을 때, 울창한 수풀의 장막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두 형체는 다름 아닌 백색 교단의 수습 성녀, 레이나 홀리워커와 그녀의 호위 성기사인 엘란이었다.

―엥? 님들이 왜 여기서 나오세요?

―레이나랑 엘란이?

―백색 교단에서 맹약 기사단을 공격한 걸까요?

―저번에 레이나가 절명의 숲에 있는 백색 교단의 성물에 대해 언급한 것 같은데, 그거 때문인 듯?

―제 생각도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유진 경! 맹약 기사단이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부디 조력을!”

신성력의 과도한 소모로 기절하기 직전의 상태에 내몰린 레이나를 대신하여 엘란이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백색 교단과 맹약 기사단 사이에서 전투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유진은 벤자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반대를 하면 도울 수 없다.

“백색 교단을 도우러 가죠. 어차피 맹약 기사단 놈들은 저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암약회의 적이기도 합니다.”

벤자민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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