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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123화 (123/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123)

마중을 나온 젊은 기사는 유진 일행을 영주성으로 안내했다. 벨로인 남작도 동행하려고 했지만, 영지군의 업무로 급히 호출을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탈해야만 했다.

현재 루벤 왕국 북부의 다른 영지들과 마찬가지로 루메이 후작령 또한 마나 오염 현상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포악해지고 이로 인한 치안 악화로 도적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지군의 업무가 과중했다. 루메이 후작이 별도로 호출하지 않는 이상, 벨로인 남작은 영지군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주님께서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접실은 복도의 끝에 있습니다.”

젊은 기사는 응접실이 있는 복도까지 유진 일행을 안내했다.

―이왕 안내하는 거, 응접실 앞까지 안내해 주면 안 되는 거였나?

―ㄹㅇㅋㅋ.

―이 정도면 응접실 앞까지 바래다준 것 같은데요?

―여기서 응접실까지 열 걸음도 안 됨.

―바쁘면 조금 먼저 갈 수도 있죠.

시청자들 사이에서 작은 논란이 일었지만,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유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크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홀대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그냥 넘기는 분위기였다.

유진도 루메이 후작이 고의로 홀대하려는 의도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유진! 응접실은 저쪽이야.”

바이올라가 말했다. 그녀는 10대 중후반부터 왕립 마탑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은 영주성의 저택에서 지냈기 때문에 내부 구조를 기억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복도 끝에 위치한 문을 열고 응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의 의자에 루메이 후작이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던 루메이 후작은 문이 열리고 응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이올라!”

“아빠!”

부녀 상봉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바이올라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루메이 후작에게 달려가 안겼다. 두 사람이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안, 유진은 루메이 후작의 상태 창을 확인하기 위해 시스템의 힘을 사용했다. 루메이 후작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맹약 기사단이 변장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확인 절차는 필요했다.

[철혈의 사자, 에르빈 루메이 후작(A)]

―에르빈 루메이 후작은 루벤 왕국의 북부에서 가장 거대한 영지를 다스리는 대영주입니다. 그의 영지는 제국과 몬스터들의 남하를 막는 방패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철혈의 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용맹하며, 마법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우수한 상급 마도사이기도 합니다. 가족들을 아끼며, 특히 막내딸인 바이올라를 많이 챙깁니다. 다만, 자식들을 아끼는 만큼이나 마도의 길을 걷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바이올라를 왕립 마탑으로 보내서 마도의 길을 걷게 했습니다.

확인이 끝났다. 에르빈 루메이 후작은 맹약 기사단의 일원이 아니다. 만약 맹약 기사단의 일원이었다면 일부 정보 혹은 모든 정보가 비공개 처리됐을 것이다.

“아! 인사가 늦었군.”

루메이 후작의 시선이 유진에게 향했다. 그는 유진을 향해 호의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진 경.”

“네, 루메이 후작님.”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겠네. 내 딸 아이를 지켜 줘서 고맙네. 바이올라를 잃었다면 나는 매우 힘든 삶을 살게 됐을 것이네.”

말을 마치며 루메이 후작은 유진에게 허리까지 숙이며,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후작급 귀족이 허리까지 숙이면서 감사 인사를? 이건 진귀하군요.

―루베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귀족 캐릭터들은 다 자존심이 센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닌 경우도 많음.

―루메이 후작이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다면 이해하기 편할 거예요.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후작급의 귀족이 허리까지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것에 놀라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루메이 후작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잘 아는 유진은 덤덤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네. 내 개인적으로 자네한테 보답하겠네.”

―띠링! 루메이 후작가의 평판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루메이 후작가의 평판은 ‘신뢰’입니다.

평판이 상승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루메이 후작이 개인적인 보상도 약속했으니, 뭔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존에 퀘스트로 약속된 게 아니라, 추가적으로 발생한 보상이라서 기분이 더 좋았다.

“그나저나 많이 피곤하겠군.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하도록 하지. 오늘 하루는 여독을 푸는 데 집중하게나.”

루메이 후작이 말했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저택에서 지내게나. 손님용 방이 많이 남는다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진은 루메이 후작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윽고, 영주성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가 응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저는 폴슨이라고 합니다. 두 분께서 사용하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집사는 스스로를 폴슨이라고 소개했다. 유진은 그의 상태 창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맹약 기사단은 아닌 모양이었다.

폴슨은 유진과 드레인을 손님용 방으로 안내했다. 손님용 방은 넓은 거실과 침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귀족 저택의 손님용 방은 넓고 화려하다. 손님한테 자신들 가문의 위세를 보여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루메이 후작가의 손님용 방은 넓기는 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고급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고생 많았다, 드레인. 오늘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폴슨이 물러나고 방 구경을 끝낸 유진과 드레인은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러고서 유진은 드레인에게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는 푹 쉬라고 말했다. 이번 여정에서 드레인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몇 번이나 자원해서 불침번을 연장하고 추가로 야영지를 순찰 돌았다.

평범한 인간에 비해 피로가 덜 쌓이는 뱀파이어라고 해도 지칠 만한 노동이었다. 스스로 위태로울 정도까지 몰아붙이지는 않았지만, 유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피로가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드레인은 유진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고는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루벤 왕국의 북부에서도 가장 강대한 권세를 가진 루메이 후작가의 영주성 저택이다. 지벨 백작령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맹약 기사단이라고 해도 섣불리 공격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쪽은 영주성이 아니라, 신전 방향이다.

맹약 기사단은 백색 교단의 수습 성녀인 레이나를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당장 백색 교단의 루메이 신전은 규모가 커서 다수의 성기사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루메이 도시의 경비대 또한 인원이 확충된 상태라 맹약 기사단이 신전을 공격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이 배정받은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어서 그는 스킬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 상점 창을 열었다. 26,300포인트를 모았다.

“조금 부족한데…….”

퀘스트를 완수하고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와 후원으로 들어온 포인트가 결코 적지 않았지만, 목표했단 30,000포인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만약 목표했던 30,000포인트를 모았다면 A랭크 스킬을 구입했을 것이다.

“조금 더 모아야 하나.”

유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민했다.

―A랭크 스킬 구입하시려고 더 모으려는 걸까요?

―중간에 어중간한 스킬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스킬 포인트를 더 모아서 A랭크 스킬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A랭크 스킬 보고 싶어요!

―ㄹㅇㅋㅋ.

―정령검도 좋지만 다른 A랭크 스킬을 구사하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실제로 현재 시점에서는 새로운 A랭크 스킬이 필요했기 때문에 B랭크나 C랭크 스킬을 구입하기 위해 포인트를 소모하는 건 피해야 했다.

“오늘은 이쯤 해야겠다.”

유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로그아웃 준비를 서둘렀다. 그동안 유진의 방송을 보면서 로그아웃 타이밍을 직감하는 능력을 기른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방송 종료 인사를 올렸다.

―방장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유진 바이!

―내일도 재밌게 방송해 주세요.

―내일 방송도 기대합니다.

―다들 내일 봅시다!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한 유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그아웃.”

* * *

다음 날이 되었다. 유진은 늦은 오후까지 늦잠을 잤다. 생각보다 여독이 많이 쌓여 있는 탓이었다. 유진이 정신없이 달콤한 수면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에 드레인은 이미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체력을 온전히 회복하고서 영주성 안을 느긋하게 거닐며 산책하고 있었다.

그의 산책이 끝났을 때 유진 또한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로그인’이라는 명령어를 말하는 것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유진 하이!

―방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거의 방장님 방송만 보는 것 같음.

―오늘도 기대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채팅 창을 확인하고 있던 유진은 누군가 복도에서 뛰어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바이올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진!”

“무슨 일이야?”

“아빠가 같이 저녁 먹재!”

바이올라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많은 부분을 생략한 것 같았지만, 대충 해석하자면 루메이 후작이 저녁 만찬에 초대한 것 같았다.

“드레인은?”

“드레인도 초대하셨어!”

“시간은?”

“오후 6시!”

바이올라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녀는 오후 6시의 저녁 만찬 초대를 전하고는 다른 용무가 바쁘다면서 유진을 두고 사라졌다.

“오후 6시라…….”

유진은 시계를 확인했다. 루베니아 연대기는 게임 속 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저 편의적인 설정이 몇 개 존재했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시계’였다. 본래대로라면 시계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고급품이지만, 루베니아 연대기에서 시계는 꽤 흔한 물품이었다.

“2시간 남았네.”

유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드레인을 찾아갔다. 드레인은 산책을 끝내고서 방 안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유진은 그에게 저녁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전했다.

“기쁜 일입니다.”

“환복을 끝내고 다시 모이자.”

“알겠습니다, 주군.”

유진은 예전에 지벨 백작에게서 선물받은 예복을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입었고, 드레인도 예복을 꺼내 입었다.

모든 준비를 갖춘 두 사람은 만찬장으로 이동했는데, 눈앞의 광경에 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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