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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92화 (92/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92)

디엘론과 하스토린 그리고 맹약 기사단의 다른 평기사들이 움직였다. 타니아가 파견한 평기사들은 하스토린을 포함하여 5명이다. 거기에 디엘론까지 더하여 총 6명의 평기사가 전투가 한창인 연회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날뛰는 유진에게 하수인들을 대거 투입하여 그의 신경을 분산시킨 후 지벨 백작과 란테르고 백작을 죽이기 위해 그들의 후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20여 명의 하수인들도 함께였다.

디엘론과 평기사들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자 뒤따르던 하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지벨 백작과 란테르고 백작 그리고 바이올라와 드레인 등을 포위했다.

“저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란테르고 백작이 말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맹약 기사단의 평기사들을 훑었다.

“만만한 놈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란테르고 백작의 경고에 지벨 백작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올라는 돌처럼 굳은 얼굴로 스태프를 꽉 쥐었고 드레인은 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벨키아 자작은 말없이 부하 기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적들을 향해 검을 겨눈 채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벨키아 자작의 수신호를 확인했다. 그들은 다수의 포위 공격에 대비하여 방진을 가다듬었다. 그들이 태세를 정비하자 디엘론은 어깨를 들썩이며 광소했다.

“크큭, 크하하하하! 드디어 때가 됐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를 내뱉으며 디엘론이 강철 스태프로 마법진을 그린다. 그 모습을 본 란테르고 백작이 먼저 준비하고 있던 얼음 마법을 완성하려 했지만, 하스토린이 더 빨랐다.

란테르고 백작을 주시하고 있던 하스토린은 그가 주문을 외우려 하자 오러 스피어를 투척했다.

“큭!”

“백작님!”

벨키아 자작이 요격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스토린의 오러 스피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꾸물거리며 벨키아 자작의 검격을 피해 내고서 란테르고 백작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그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고 완성 직전이었던 마법은 완전히 무너졌다.

“암흑의 화염이여!”

암흑 마법이 완성되었다. 사용자를 타락시키는 대신 적은 마나로도 강력한 위력의 마법을 완성할 수 있는 게 암흑의 힘이다. 유진에 의해 죽을 뻔했던 위기에서 살아 돌아온 디엘론은 더욱 깊은 심연으로부터 새로운 암흑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힘을 얻었다.

유진을 죽여 복수하고 맹약 기사단에서 표적으로 삼은 지벨 백작과 란테르고 백작의 목숨을 취하여 평기사에서 간부로 승급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심연의 타락을 받아들였다. 물론 강한 힘을 얻은 데에는 대가가 따랐다. 심연의 암흑을 받아들인 부작용으로 수명이 줄어들고 본래 뒤틀려 있던 성격이 더욱 불안정하게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암흑 마법이다! 조심해!”

누군가의 고함 그리고 암흑의 화염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실드!”

바이올라가 황급히 방어 마법을 펼쳤지만, 디엘론이 소환한 암흑 화염으로부터 모두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암흑 화염이 춤을 추자 지벨 백작과 란테르고 백작을 호위하던 기사들의 몸이 불길에 휩쓸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고통을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며 발작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잘 훈련된 기사라고 해도 암흑 마법으로 소환된 불꽃에 직격당해 휘말리면 희망이 없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 숨통이 완전히 끊어졌다.

순식간에 호위의 숫자가 줄었다. 이제 마도사인 란테르고 백작과 바이올라를 지킬 수 있는 검사는 벨키아 자작과 드레인 그리고 지벨 백작까지 하여 셋밖에 없다. 그에 비해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하수인들의 수는 20여 명 이상이었고 A랭크 수준의 맹약 기사단 평기사가 여섯이나 된다.

“쳐라.”

하스토린이 차가운 음성으로 지시하자 디엘론을 제외한 4명의 평기사들과 20여 명의 하수인들이 지벨 백작과 란테르고 백작 등을 노리고서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바이올라가 주문을 외우며 마법진을 그렸고 드레인은 혈마법으로 맹약 기사단의 하수인들을 공격했다.

하수인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마침내 그들이 드레인과 바이올라의 원거리 공격을 뚫었을 땐 지벨 백작과 벨키아 자작의 검이 춤을 췄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가 쏟아지고 하수인들이 힘 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원거리 마법 지원을 받으며 방어 위치를 고수하는 벨키아 자작 그리고 드레인과는 다르게 지벨 백작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하수인들을 베어 넘기며 점차 디엘론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대열에서 완전히 벗어나 적들에게 포위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벨키아 자작이 황급히 지벨 백작에게 복귀하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제기랄, 너무 흥분했군.”

지벨 백작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이성을 잃고서 방진을 이탈한 실수를 스스로 인정했다. 돌아가는 길은 판금 갑옷을 입은 평기사 둘에 의해 막혔고 정면에서는 길쭉한 흑창을 든 하스토린이 위협적인 기세를 드러내며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안토니오 지벨 백작, 설마 여기까지 제 발로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하스토린이 빈정거렸고 지벨 백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스토린 경, 안토니오 지벨 백작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동감이라네.”

하스토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디엘론은 가면 아래의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모든 것은 천 년 전의 맹약을 위하여.”

“천 년의 맹약을 위해.”

의미를 알 수 없는 구호 그리고 하스토린이 지벨 백작을 향해 힘차게 창을 내찔렀다. 지벨 백작 또한 A랭크의 경지에 오른 기사다. 그는 침착하게 검을 휘두르며 반격했지만 하스토린에게는 닿지 않았다.

‘검격이 닿지 않는다. 참으로 신묘한 창술이로군.’

지벨 백작은 이를 꽉 악물었다. 그의 검은 하스토린에게 닿지 않았고, 하스토린의 창은 지벨 백작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늘려 갔다.

갑옷을 입고 무장을 갖췄다면 달랐겠지만 지금 지벨 백작은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철갑 대신 예복을 입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벨 백작의 부상은 늘어 갔다. 벨키아 자작과 드레인은 그를 도울 수 없는 위치였고 란테르고 백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라서 기민한 마법 지원이 힘들었다. 바이올라는 디엘론의 암흑 마법을 막아 내느라 지벨 백작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

“쿨럭!”

결국 지벨 백작이 패배했다. 하스토린의 창대에 흉부를 얻어맞은 지벨 백작이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고통 탓인지 방어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지벨 백작을 향해 하스토린이 흑창을 겨누고서 힘차게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하스토린의 머리 위로 시뻘건 화염이 춤을 추며 내리꽂혔다.

“크아아아아아!”

하스토린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다른 평기사 둘은 운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정령의 화염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했다.

“지벨 백작님, 괜찮습니까?”

불길을 뚫고서 나타난 이는 유진이다. 연회장을 공격한 하수인들의 대부분을 순식간에 처리하고서 지벨 백작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갈비뼈가 박살 난 것 같지만 당장 죽을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군.”

“저 가면 쓴 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알겠네.”

유진의 말에 지벨 백작은 분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 란테르고 백작 등과 합류했다.

마음 같아서는 유진과 함께 하스토린의 목을 찌르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갈비뼈가 박살 났을 뿐만 아니라, 전신에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출혈이 심해서 시야까지 흐릿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유진의 발목만 잡게 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유진의 방해가 되는 건 원치 않았다. 지벨 백작은 어리석지 않았고 잠깐 이성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디엘론 경의 계획을 방해했다는 게 네놈이었군.”

하스토린이 말했다. 그는 유진이 디엘론의 계획을 방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유렌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맹약 기사단에서도 유렌의 죽음 정황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진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천 년 맹약의 뜻으로,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하스토린은 말을 마치며 유진을 향해 흑창을 겨눴다. 오러가 맺힌 흑색의 창 그 끝이 목을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하수인들을 정리하면서 적지 않은 양의 마나를 소모하긴 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유가 넘쳤다.

“조력하겠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슬쩍 옆으로 시선을 옮기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꽉 쥐고 있는 로웨스의 모습이 보였다. 유진이 맹약 기사단에서 동원한 하수인들을 대부분 처치한 덕분에 여유가 생긴 로웨스가 합류한 것이었다.

연회장을 습격한 하수인들을 도륙하면서 온 탓에 그의 갑옷과 망토는 적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두둥! 등장!

―로웨스라면 믿고 옆을 맡길 수 있죠.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캐릭터 라인에서 상위권이긴 함.

―로웨스! 굳세어라!

―새로운 지원군은 언제나 환영이야!

로웨스의 출현에 채팅 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로웨스는 기본적으로 태생부터 지금까지 선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나 시청자들이 많았다.

“괜찮다면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를 부탁합니다.”

“그렇다면 창잡이를 맡기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유진은 짧게 대답하고서 하스토린을 향해 검을 겨누고서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행동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하수인들을 상대하면서 정령기사의 A랭크 스킬인 ‘정령검’의 위력을 재확인했고 그는 확신했다.

‘정령검’을 사용하면 앞을 막아선 창잡이를 죽일 수 있다.

“와라, 선공을 양보하지.”

하스토린의 말에 유진은 씨익 웃었다.

“후회할 텐데?”

“그럴 리 없다.”

“좋아, 그럼 간다.”

전력을 다한다. 유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마나를 모았다.

[액티브 스킬, ‘정령검’를 사용합니다.]

[오러 블레이드에 부여할 정령의 속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화염.”

[오러 블레이드에 화염 속성의 정령을 부여합니다.]

다량의 마나가 소모되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액티브 스킬, ‘일검필살’을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숙련도가 높습니다. 출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출력 조절 완료. 최대 전력의 30%입니다.]

시스템 메시지의 연쇄와 함께 화염의 정령을 머금은 오러 블레이드가 붉은 궤적을 그렸다.

“커, 커헉…… 말도 안 되는……!”

정령이 깃들인 일격은 하스토린의 상체를 깊숙이 베었다. 오러가 깃들여 있는 창으로 방어를 시도했지만 유진의 검격은 흑창의 오러까지 절단했다. 그는 피를 쏟으며 믿기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며 힘 없이 쓰러졌다.

―한 방에 죽음? ㅋㅋㅋㅋ.

―와! 멋져!

―정령검이랑 일검필살을 콤보로 쓰니까 굉장하네요.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환호 속에서 하스토린의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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