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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66화 (66/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66)

“정보 길드의 A랭크 실력자가 임시로 합류할 예정이야.”

“믿을 수 있는 인물입니까?”

유진의 발표에 드레인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이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확답할 수는 없지만 신뢰하지 못할 인물은 아니야.”

다회차 플레이어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옹호였다. 벤자민은 부하를 아끼는 인간적인 성정의 소유자다.

어둠의 혈투가 벌어지는 정보 길드의 뒷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성격이다. 그래서 유진은 벤자민이 부하인 시에라의 목숨 가지고 장난질을 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시에라가 포로로 잡혔다는 전제 자체가 거짓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알 것 같군요.”

드레인은 결론을 내렸다. 유진이 찬성한 일이니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외부인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를 유지하겠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벤자민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합류해도 괜찮은 거야? 우리 조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바이올라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그녀는 벤자민이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녀의 질문에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커.”

유진은 벤자민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가 방해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방해가 될 만한 인물이었다면 그가 동행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유진은 반대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찬성이야.”

잠시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도 유진의 가벼운 설득에 흔쾌히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드레인은 충성스러운 캐릭터였고 바이올라는 단순한 캐릭터다. 전체적으로 설득이 어렵지 않았다.

“출발은 아침이야. 그때까지 푹 쉬어.”

“아침이라고 해도 이제 4시간이 채 안 남았어.”

아침에 출발한다는 말에 바이올라가 가볍게 툴툴거렸다. 늦은 밤 정보 길드를 다녀와서 벤자민의 합류 소식을 전하느라 곤히 자는 바이올라를 깨운 건 유진이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드레인은 원래 수면을 거의 취할 필요가 없는 뱀파이어였지만 바이올라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는 게 좋았다.

“4시간이면 충분히 수면할 수 있습니다, 바이올라 경.”

“너는 뱀파이어잖아.”

“굳이 뱀파이어가 아니라 인간이라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한 수면 시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4시간밖에 안 남았으니까, 둘 다 충분히 쉬어 두는 게 좋을 거다.”

충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유진이 개입하자 충직한 드레인이 먼저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바이올라도 더는 쏘아붙이지 않았다.

“알겠어.”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바이올라와 드레인은 짧게 대답하고는 각자의 방으로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난 직후, 유진도 환복을 끝내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로그아웃.”

로그아웃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아침이 되었다. 유진과 바이올라 그리고 드레인은 여관 1층의 식당에 모여서 빵과 스튜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그러고는 여관 앞에서 벤자민을 기다렸다.

“그 벤자민이라는 사람은 언제 오는 거야?”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15분 정도 남았지만 서서 기다린 지 5분을 넘은 탓일까? 바이올라가 슬며시 불평을 시작했다.

“저기 오네.”

유진이 손끝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검은 가죽 코트를 입은 벤자민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유진 일행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향해 오른손을 흔들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진 씨.”

벤자민은 먼저 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바이올라와 드레인에게도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벤자민이라고 합니다. 암약회라는 정보 길드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죠.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초면인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거짓말’을 하거나 정보를 과하게 숨기지 않는 것이었다. 벤자민은 자신이 ‘암약회’이라는 이름의 정보 길드 소속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는 자신의 비밀을 밝히는 것으로 바이올라와 드레인 간에 최소한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꽤 급한 것 같군.’

벤자민은 유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 정보 길드의 일원이라는 것 정도는 밝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암약회’라는 구체적인 길드 명칭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이었지만, 유진은 가면을 뒤집어쓴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감정의 어색한 기색을 읽었다.

조급함을 포함한 여러 감정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란빌 마을에서 포로로 잡힌 시에라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암약회라, 들어 본 이름이군요.”

드레인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바로 옆에서 바이올라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암악회라는 정보 길드의 존재는 나름 알려져 있는 편이다. 위명이라기보다는 악명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들과 접촉하는 방식이나 암호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리에 운용되고 있다. 바이올라와 드레인도 암약회와 접촉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몰랐다.

“출발하지.”

지체할 시간이 없다. 유진은 일행들에게 서두를 것을 재촉했다.

“제가 말을 준비했습니다.”

벤자민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가 왼손을 들어 올리자 암약회의 길드원으로 추정되는 검은 옷의 남자들이 골목길에서 4마리의 말과 함께 나타났다.

“루벤 왕국의 중앙군에 납품되는 군용 마와 같은 등급 판정을 받은 말들입니다. 란빌 마을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겁니다.”

설명을 마치며 벤자민은 씨익 웃어 보였다. 유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말을 빌리거나 구입할 예정이었다. 벤자민의 현명한 개입으로 번거로운 절차를 하나 생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벤자민이야. 성능 확실하구먼.

―뇌물 어서 오고.

―벤자민, 사실 처음부터 너를 믿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네, 아 ㅋㅋㅋㅋ.

―ㄹㅇㅋㅋ.

시청자들도 좋아했다.

란빌 마을까지는 말을 타고 쉬지 않고 이동한다면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중앙군에 납품되는 등급의 말이라면 중간 휴식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어서 시간을 많이 아끼게 된다.

“군용 마 등급의 말이라, 구하기 힘들었을 것 같군요.”

“생각하신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암약회 수준의 정보 길드에서 일하다 보면 괜찮은 인맥이 많이 생기거든요.”

“그럴 것 같기는 하네요.”

벤자민의 말에 유진은 긍정했다. 그는 세기 힘들 정도로 루베니아 연대기를 많이 플레이한 다회차 고인물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평범한 용병이 아니라 정보 길드를 운영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뒷세계에 대해서도 꽤 잘 알고 있었다.

“슬슬 이동하죠.”

“알겠습니다.”

유진 일행은 벤자민의 부하들이 제공한 말에 올라탔다. 4마리의 말에 탑승한 4명의 인원.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말들의 누적된 피로를 풀어 주기 위한 30분의 짧은 휴식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대략 하루를 이동한 끝에 란빌 마을 근방의 이름 없는 작은 숲에 도달했다.

“이제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대놓고 모험가 행세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어둠이 찾아오면 잠입할지.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지벨 도시를 공격했던 몬스터 무리의 집결지가 란빌 마을이라고 했었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유진의 질문에 벤자민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마을 사람 모두가 이번 일에 가담했을 수도 있습니다. 대놓고 들어가는 것보다는 잠입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저도 그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략적인 줄기가 정해졌다. 이제 세부적인 계획을 의논할 차례였다. 벤자민은 암약회라는 이름 높은 정보 길드의 지부장을 지낼 정도로 두뇌 회전이 빠르고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였다. 그는 금세 그럴싸한 계획을 구성하여 유진과 바이올라 그리고 드레인에게 설명했다.

“어떻습니까?”

설명을 끝낸 벤자민이 씨익 웃었다.

“완성도가 높은 계획인 것 같습니다. 이견이 없으면 이대로 실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주군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반대 의견은 없었다. 바이올라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반대 대신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이대로 밤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지. 드레인, 정찰을 부탁해도 되겠어?”

“물론입니다.”

유진의 요청에 드레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서 얌전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벤자민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유진 씨, 괜찮다면 저도 정찰에 나서도 되겠습니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벤자민이 말했다. 그는 우수한 정보원이며 A랭크의 전투력을 가진 뛰어난 암살자이기도 했다. 벤자민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는 분명 은밀 정찰 행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이올라랑 같이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은밀 정찰이라면 관련 스킬이 부족한 유진과 바이올라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바이올라가 은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둠 속에 숨을 수 있는 뱀파이어, 드레인이나 암살자 출신의 벤자민보다는 그 능력이 부족하다.

“드레인 씨, 밤이 찾아오면 바로 이동하도록 하시죠.”

“알겠습니다.”

잠입에 나설 두 사람은 간단한 합의를 끝냈고 얼마 지나서 밤이 찾아왔다. 하늘이 어둠에 물들자 벤자민과 드레인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들은 밤의 짙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란빌 마을로 향했다.

* * *

약 4시간이 지난 후였다. 은밀 정찰에 나섰던 벤자민과 드레인이 복귀했다. 모닥불 앞에 서 있던 유진은 누군가의 접근을 감지하고는 익숙한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왔어?”

“귀환했습니다, 주군.”

먼저 나타난 이는 드레인이었다. 뒤이어 심각한 얼굴의 벤자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진은 묻지 않았지만 드레인이 먼저 입을 열고서 알아낸 정보를 나열했다.

경비들의 수가 많고 마을 사람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으며 수상쩍은 장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어서 벤자민도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알렸다. 당연하지만 암살자이자 정보 길드의 일원인 그가 알아낸 것들이 훨씬 많았다.

“평범한 마을이 아니군.”

두 사람의 정보를 종합한 유진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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