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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65화 (65/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65)

“유진 경, 자네가 조사를 맡아 줬으면 하네. 물론 정식으로 의뢰를 하는 것이고 충분한 보수도 챙겨 주겠네.”

―띠링! 메인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메인 이벤트: 공격의 배후에 대해 조사하라.

당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도시는 공격당했습니다. 주력 병력 또한 다른 곳에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도시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야만 했습니다. 몬스터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에 지벨 백작은 조사대를 파견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돌아온 자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당신에게 몬스터들의 조직적인 공격의 배후에 대한 정보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남겼습니다.

보상: 착수금 3,000골드, 5,000포인트, 메인 이벤트의 진행.]

띠링! 하는 알림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갱신된 메인 이벤트 글귀가 나타났다. 퀘스트가 아니라, 진행 중인 메인 이벤트의 갱신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할 수 없었다. 거부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막대한 페널티가 따른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뢰를 받아들였다. 무수히 많은 회차를 플레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지벨 도시가 이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공격당한 적이 없었으나 그는 그 누구보다 정보와 단서를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여기 착수금 3,000골드라네.”

지벨 백작이 100골드짜리 금괴 30개가 담겨 있는 가죽 주머니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유진은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빨리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듬직하군. 부탁하겠네.”

용무는 끝이 났다. 영주성을 빠져나온 유진은 일행들과 합류했다.

“페이든은?”

유진이 질문했다. 페이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바이올라가 짜증 섞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왕립 마탑의 다른 선배들이랑 합류하더라.”

“그래? 뒤풀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쉽군.”

“어차피 그럴 분위기도 아니잖아.”

얼마 전에 있었던 몬스터들의 공격 때문인지 도시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시끌벅적하게 뒤풀이를 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어서 유진의 시선은 드레인에게 향했다. 드레인은 유진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주군께서 영주성에 계시는 동안 루모니악 경이 마을 사람들이 도시 거주에 필요한 절차를 밟았습니다. 좋은 환경이 제공되지는 않겠지만 빈민가에 방치되지는 않을 것 같다더군요.”

몬스터들의 공격 때문에 도시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벨 백작은 약속을 지켰다. 로투스 마을 사람들이 도시에서 최소한의 환경을 보장받고 머물 수 있도록 조치가 이루어졌다.

“다행이군.”

“그렇습니다. 주군께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드레인이 말했다. 뱀파이어인 그는 유진이 타인에 불과한 마을 사람들을 과하게 신경 쓰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 더 이상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유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드레인의 의견에 긍정했다. 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다음 의뢰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조사 임무군요.”

앞 전의 호위 임무와는 성격이 달랐다.

“바로 진행합니까?”

“아니, 오늘은 휴식하고 내일 아침부터 의뢰를 시작한다.”

드레인의 물음에 유진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급한 의뢰이긴 했지만 하루 정도 휴식할 시간은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인 드레인과 다르게 유진과 바이올라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했다.

로투스 마을에서 복귀한 직후다.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휴식 없이 바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지였다. 유진은 하늘 소리 여관을 하루 동안 묵을 숙소로 잡았다. 그는 바이올라와 드레인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고는 상태 창을 점검했다.

“상태 창.”

[유진.]

〈보유 칭호〉

―자유 기사: 당신은 정식 기사 작위를 가진 자유 기사입니다. 루벤 왕국의 국민들을 상대로 신뢰도가 50% 상승하고, 귀족을 대할 때 추가 우호도 보정을 얻습니다.

―전쟁 살해자: 당신은 오크 전쟁 군주를 토벌하였습니다. 그에게 온전한 죽음을 선사한 것은 큰 업적으로, 오크들을 상대로 전투력이 30% 상승하며 전쟁터에서 아군의 사기 저하가 10%의 확률로 예방됩니다.

―금패 용병: 용병 길드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뢰를 달성하면 용병 길드에서의 평판이 상승합니다. 용병들을 최우선 순위로 동원할 수 있습니다. 용병 길드의 소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무수히 많은 고블린들을 도륙하였습니다. 이 업적으로 인해 고블린들은 당신을 보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고블린들의 전투력이 30% 감소합니다.

―지벨 백작가의 은인: 지벨 백작가의 영애를 구하고 얻은 칭호입니다. 언제든지 지벨 백작가의 손님으로 대우받을 수 있으며, 그들의 영향력이 닿는 곳이라면 호감도와 평판 보정을 받습니다.

〈보유 스킬〉

―만독불침(A)

―강철이 깃들인 육신(A)

―투신의 각오(B)

―빛의 투창(B)

―선천적 마나 친화(B)

―오러(B)

―일검필살(B)

―루벤 왕립 기사 검술(C+)

―불굴의 전사(C)

―마나 수련법(C)

―날렵한 반응(D)

―중급 궁술(D)

―중급 추적(D)

―상급 기척 죽이기(C)

―상급 화염 저항(C)

―중급 방패술(D)

―백병전 전문가(D+)

―최상급 기척 감지(B)

―황금 눈동자(C)

상태 창은 훌륭했다. 유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 소리 여관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상업 지구에서도 가장 어두운 뒷골목 거리에 위치한 주점 ‘지하 곰팡이’였다.

낡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바텐더 역할을 맡고 있는 아슈르의 시선은 물론이고 은신한 상태로 지부를 지키고 있는 암살자들의 시선 역시도 전신에 닿는 게 느껴졌다.

손님은 없었다. 아슈르와 은신한 암살자 몇 명이 전부였다.

“어, 어서 오슈.”

“오랜만입니다, 아슈르 씨.”

“그, 그러게요.”

오랜만의 재회에 아슈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진은 그를 보며 씨익 웃고는 작은 목소리로 암호를 말했다.

“까마귀는 다섯 번 운다.”

“지부장님께 안내하겠습니다.”

아슈르가 안내한 곳은 지하 2층의 복도 끝에 위치한 밀실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구석의 공간에서 금발의 푸른 눈이 인상적인 건장한 체격의 지부장, 벤자민이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오랜만에 오셨군요.”

희미한 미소와 함께 벤자민은 유진에게 앉을 것을 권하고 부하인 아슈르에게는 손을 휘젓는 것으로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아슈르, 수고했다.”

아슈르가 빠져나가고 밀실에는 유진과 벤자민,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정보를 사러 오셨습니까?”

벤자민이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질문에 긍정했다.

“이전 의뢰도 계속 진행 중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말이죠. 겸사겸사 왔습니다.”

“마침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슈르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했는데 일찍 찾아오셨군요.”

“새로운 정보라, 우선은 들어 봐야겠군요.”

새로운 정보를 사러 오긴 했지만 기존 의뢰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의뢰하신 유렌이라는 남자에 대한 정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그가 거점으로 삼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을에 대해 알아냈습니다.”

“거기가 어디죠?”

“지벨 도시 서쪽에 있는 란빌이라는 이름의 화전민 마을입니다. 저희 길드에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거기서 유렌이라고 불린 남자가 활동했던 흔적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지벨 도시가 공격받은 일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클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진의 물음에 벤자민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호선이 그려졌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만, 몬스터들이 집결한 장소가 란빌 마을입니다. 이건 확실한 정보에요.”

벤자민이 제공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유렌은 도시 공격의 배후에 있는 이들과 같은 집단이나 세력일 가능성이 커진다. 유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더 알아낸 정보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추가 금액을 지불하신다고 해도 당분간 관련 정보는 더 입수하지 못할 겁니다.”

“왜죠?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추가금을 줘도 당분간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유진은 의문을 잔뜩 품은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고 벤자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란빌 마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저희 측 정보원 다섯이 모두 죽거나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꼬리가 밟히는 걸 피하려면 잠시 조용히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말을 이어 가는 벤자민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다. 그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유진의 눈에는 보였다.

“당장 추가 정보를 얻는 것은 힘들겠군요.”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일단은 정보 수집을 중단해 주시죠. 제가 단서를 모아 보겠습니다.”

유진이 말했다. 지벨 도시를 공격한 몬스터들의 집결 지점 또한 란빌 마을이었으니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인 셈이다.

“란빌 마을로 갈 생각입니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혹시 제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란빌 마을에 용무가 있습니까?”

“제 얼굴의 어둠도 눈치채신 것 같으니 솔직하게 사정을 말하겠습니다. 란빌 마을을 조사하던 저희 길드원 시에라가 포로로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늦기 전에 구출해야 합니다.”

“흐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벤자민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설득을 시작했다.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방해를 하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 정보 수집 능력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진의 시선이 벤자민의 머리 위로 향했다. 스킬이 발동하면서 그의 이름과 경지가 보였다.

[암약회 지벨 지부장 벤자민(A)]

그는 암약회라는 상위권 정보 길드의 지부장답게 A랭크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 수집에 뛰어난 능력과 재능이 있는 캐릭터이니 동행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유진은 곧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벤자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보 길드의 소속답지 않게 표정 변화를 알기 쉬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바닥에 오래 있었으니 방해가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주의 부탁합니다.”

“협력에 감사합니다, 유진 씨. 저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벤자민은 자신만만했다. 하긴 현시점에서 대륙의 A랭크 실력자라면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이다. 비록 네임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잘 해 보죠.”

유진의 말에 벤자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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