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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56화 (56/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56)

자경단장 데이윈에게서 전달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유진은 조사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다. 우선은 하론 숲으로 가는 게 우선이었다.

지벨 도시에서 로투스 마을까지는 쉬지 않고 최고 속도로 말을 달리면 이틀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마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며칠이 더 소요되었다. 다들 피로도가 많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휴식할 필요가 있었다.

피로도가 누적되면 전투를 치를 때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암살 위협도 있었고, 마나 오염 현장 주변에는 흉포해진 몬스터들도 많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필수였다.

유진은 마을의 여관을 숙소로 잡았다. 중규모 마을의 여관치고는 넓은 뒷마당도 있고,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나쁘지 않네.”

방 안을 둘러 본 바이올라의 감상이었다. 유진은 피식 웃고는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1층에는 이미 드레인과 페이든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드레인은 당분간 페이든과 함께 행동할 예정이었다. 페이든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있으니, 주의해서 나쁠 필요는 없었다. 특히 드레인 같은 경우에는 A랭크의 실력자이기도 하지만 암살에 대한 지식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암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주군, 이쪽에 앉으시지요.”

“고마워.”

드레인의 제안에 유진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바이올라는 식사도 하지 않고 푹 휴식할 계획인지 방에 다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페이든을 노린 걸까?’

자리에 앉아 빵과 스튜를 주문하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유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페이든을 노릴 만한 세력이 생각나지 않았다. 페이든은 귀족 출신도 아니었고, 몰락한 가문과도 같은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문한 요리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다가와 테이블 위에 빵과 스튜를 올려놓았다. 그로 인해 유진도 상념을 떨쳐 낼 수 있었다.

“출발은 언제죠?”

페이든의 질문에 빵을 집어 먹고 있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내일 오전에 바로 출발할 예정이에요.”

“하론 숲이죠?”

“네, 자경단장 데이윈 씨한테 들은 정보가 정확하다면 하론 숲의 중심부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중심부면 몬스터들이 많겠네요.”

그 말에 유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험난한 여정이 될 테니 오늘은 푹 자 두는 게 좋을 거에요.”

유진의 말에 페이든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왕립 마탑이라는 안전한 곳에서 연구만 해 온 페이든에게는 몬스터들로 가득한 적대적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암살 위협 또한 마찬가지였다.

“네,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빵과 스튜를 먹어 치운 유진은 망설임 없이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페이든은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복잡한 속내를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유진은 그걸 받아 줄 여유가 없었고, 드레인은 그럴 성격이 아니었다.

“마나 수련이나 해야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마나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은 다음 날 오전, 출발 직전까지 계속되었고 덕분에 마나 홀을 꽤 확장시킬 수 있었다. ‘선천적 마나 친화(B)’의 효과 덕분에 마나 수련의 효율이 정말 좋았다.

“마나 상태 창.”

[유진의 마나 홀.]

마나: 2310/2310.

마나 수치가 꽤 많이 올랐다. 이 정도면 장시간 전투가 아니라면, 전투 중에 마나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문제없겠지.”

마나 오염 현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론 숲의 기본적인 공략 수준을 생각하면 준비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갔다. 드레인과 페이든이 앉아서 빵을 뜯어 먹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이 내려오는 모습을 본 드레인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페이든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바이올라가 꼴찌네.”

“그런 것 같습니다.”

유진의 말에 대답한 이는 드레인이었지만 페이든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다만, 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왕립 마탑에서의 바이올라에 대한 기본적인 사생활을 지켜 줄 생각인 것 같았다.

“안녕? 다들 모여 있었네.”

앉아서 5분쯤 기다리자 바이올라가 1층으로 내려왔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인지 평소처럼 쾌활하고 기운이 넘쳐 보였다.

“유진, 숲으로 갈 거지?”

“응,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어.”

유진이 먼저 일어나서 여관을 빠져나왔다. 바이올라와 드레인 그리고 페이든이 차례대로 뒤따랐다.

하론 숲은 로투스 마을과 가깝다. 도보로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서 유진 일행은 마차를 이용하는 대신 도보로 하론 숲까지 이동했다.

하론 숲 인근에도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고, 20명 정도의 병사들을 수습 기사 1명이 통솔하고 있었다.

“현재 숲은 통제 중입니다.”

“저는 유진입니다, 영주님의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 유진 경이셨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용병패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기본적인 절차라서요.”

“어려운 일은 아니죠. 여기 확인하세요.”

유진은 품 속에서 용병패를 꺼내서 수습 기사에게 보여 주었다. 용병패를 확인한 수습 기사는 옆으로 물러났다.

“확인했습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용병패로 유진의 신분을 확인했으니, 다른 이들의 신원도 보장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수습 기사는 유진을 제외한 일행의 신분패는 확인하지 않았다.

까마득히 높은 경지에 있고 지벨 백작과의 친분도 깊은 유진을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수습 기사의 배려 덕분에 유진 일행은 복잡한 절차의 방해 없이 하론 숲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염된 마나의 냄새가 납니다.”

페이든이 말했다. 건조했던 그의 눈동자에 선명한 이채가 서렸다. 그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마나를 쫓아 이리저리 움직였다.

후웁, 하고 심호흡과 함께 허공에 대고 마법진을 그리는 페이든. 이어서 그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추적의 눈(B)’이다. 물리적인 흔적을 쫓는 일반 ‘추적’ 스킬과는 다르게 마나의 흔적을 찾아서 쫓기 때문에 성능은 좋지만 마나 소모가 꽤 큰 스킬이다.

“찾았다.”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이쪽입니다.”

페이든이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진이 그의 옆에 바짝 붙었고 바이올라와 드레인은 2선에서 뒤따랐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은 곧 마나 오염 현상의 ‘근원지’에 도달했다.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유진이 질문을 던졌다. 페이든은 짧은 고민 끝에 침착하게 소요 시간을 예측했다.

“최소 3시간에서 최대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띠링!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돌발 이벤트: 페이든을 지켜라!

왕립 마탑의 상급 마도사, 페이든이 마나 오염의 근원지를 찾아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근원지를 조사하는 것뿐입니다. 페이든은 3시간에서 5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오염된 마나에 노출된 몬스터들과 정령들로부터 페이든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그를 지켜야 합니다.

보상: 페이든의 조사 완료.]

돌발 퀘스트와 다르게 돌발 이벤트는 피할 수 없다. 자동 수락이다. 유진은 고개를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드레인과 바이올라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바이올라는 페이든의 옆에 섰고, 유진과 드레인이 두 사람을 보호하는 듯한 대형을 갖췄다.

뿌우우우우!

조사가 시작되고 10분이 흐른 시점. 뿔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은 이 뿔 나팔 소리를 알고 있다. 이것은 몬스터들을 부르는 마도구, ‘집결의 바람(B)’이다.

단순히 몬스터들을 불러 모을 뿐, 통제할 수 있는 마도구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과도 같은 상황에서 몬스터들이 모이는 것은 좋지 않다.

“주군, 이건”

“나도 알아, 이제 곧 몬스터들이 왕창 몰려올 거다. 준비해.”

유진이 말했다. 드레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고, 바이올라는 긴장한 표정으로 조용히 호흡을 정돈했다. 페이든은 말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나 오염의 근원지 조사에 집중했다.

긴장 속에서 5분의 시간이 흘렀다. ‘최상급 기척 감지(B)’의 영역 안에 다수의 몬스터들이 진입하는 게 느껴졌다.

“온다.”

유진의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을 노리고서 화살 비가 쏟아졌다.

“실드!”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외침과 함께 바이올라가 실드를 전개했다. 날카로운 기세를 품은 화살들이 실드에 가로막혔다.

“오크들이다. 수는 대략 10마리 이상 15마리 이하. 모두 오염된 마나 중독 상태야.”

“무난한 수준이군요.”

“방심하지 마. 더 올 거다.”

유진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깃들였다. 다음 순간, 수풀 너머에서 오크들이 몰려왔다. 예상대로 도합 12마리였다.

“제가 선공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드레인이 혈마법을 사용했다. 허공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붉은색의 화살이 생성되어 오크들을 향해 빗발쳤다.

“크워어어!”

오크들이 힘 없이 쓰러졌다. 12마리의 오크들이 모두 순식간에 쓰러졌다.

“전부 정리했습니다.”

“더 온다. 이번에는 오우거가 포함되어 있어.”

“알겠습니다.”

유진의 말에 드레인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오염된 마나에 중독된 오우거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쿠워어어어!”

괴성과 함께 무수히 많은 나무를 쓰러뜨리며 오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거의 뒤로 수많은 오크가 보였다.

“바이올라!”

“알고 있어!”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졌지만 오크만 10여 마리 처치했을 뿐, 오우거에게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쿠워어어어!”

“실드!”

마나가 섞인 외침이었다. 바이올라가 황급히 실드를 전개했고, 드레인이 피의 창을 투척했지만 오우거의 몸에 닿기 직전에 무력하게 녹아내렸다.

“오염된 마나 중독으로 특성이 개화한 것 같군요.”

드레인의 말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마법 저항력을 각성한 것 같다.”

“귀찮게 되었군요.”

드레인은 귀찮게 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당연하다. 여기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A랭크 검사만 해도 2명이었으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드레인의 검에서 오러가 솟구쳤다. 그는 땅을 박차고서 단숨에 오우거에게 접근했다.

“하앗!”

기합과 함께 휘둘러진 3번의 검격이 오우거의 다리를 베었다.

“크워어어어!”

하지만 오우거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 모습을 본 유진이 소리쳤다.

“드레인! 물러나! 저거 평범한 오우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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