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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33화 (33/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33)

지벨 백작의 영지군과 벨폰 자작의 영지군 그리고 왕국 중앙군으로 이루어진 토벌군은 북쪽 숲으로 진군을 결정했다. 오크 전쟁 군주가 언제 다시 남하할지 모른 채 벌벌 떨고 있는 것보다는 일찍이 원흉을 제거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인 것 같았다.

어리석은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북쪽 숲의 오크 동맹이 강력하고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벨폰 도시에 집결한 토벌군의 전력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이번 대규모 토벌에는 정규군 외에도 적지 않은 수의 용병들이 동원되었다. 게르드 벨폰 자작이 솔론과 유진을 포함하여 벨폰 지부의 용병들을 대거 고용하여 토벌군에 포함시켰다.

도시에는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 남았고, 나머지 전력은 모두 북쪽 숲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유진은 자유 기사라는 이유로 다이크와 함께 왕립 마탑에서 참전한 마도사들의 근접 경호에 차출되었다.

차출된 기사들은 유진과 다이크 외에도 몇 명 더 있었다. 다만, 그들은 자유 기사가 아니라 왕국 중앙군 소속의 기사들이었다.

―중앙군 기사들은 입고 있는 갑옷부터 다르네.

―번쩍번쩍하네요.

―왠지 재수 없을 것 같아.

―ㄹㅇㅋㅋ.

재수 없을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우려와 다르게 중앙군의 기사들은 유진과 다이크에게 우호적이었다. 특히 그들은 거의 홀로 전쟁 군주를 격퇴하였다는 유진에게 많은큰 관심을 가졌다.

“오크 전쟁 군주는 어땠는가?”

“그 거대한 전쟁 군주를 일격에 격퇴했다고 들었다네.”

“정말 대단해! 자네와 같은 용맹한 기사들이 왕국을 지키고 있어서 안심이로군.”

왕국 중앙군 기사들은 저마다 호의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몇몇은 조심스럽게 다가와 질문을 하거나 격려를 해 주기도 했다.

“곧 중심부에 진입합니다!”

선두 쪽에서 전령의 외침이 전위에 울려 퍼졌다. 유진이 호위하는 마도사들은 전위에 배치된 공격조였다. 전투가 발생했을 때, 위험이 따르는 위치였기 때문에 외곽부를 지나 중심부로 진입한다는 말에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다들 긴장하게!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전쟁 군주가 이끄는 세력이 중심부까지 확장되었다는군! 심장부가 아니라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돼!”

중앙군의 기사단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의 우려는 정확했다. 토벌군은 중심부에 진입하기 무섭게 오크들의 매복에 당했다.

―우효~ 기다리고 있었다제!

―매복이다! 매복!

―오크가 하늘에서 내려와!

오랜만에 전투가 시작되자 시청자들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포인트 후원을 쏘는 시청자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선봉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신속한 지원을 요청합니다!”

피투성이의 전령이 달려와 보고했다. 전위의 마법 부대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마법 부대는 강력하면서 귀중한 전력이다.

선봉의 지원 요청을 다른 부대에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휘관인 유스타인 실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에 응할 것을 지시했다.

“선봉을 엄호한다.”

유스타인의 말에 십여 명의 마도사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수십 명의 기사들이 움직였다. 함께 나선 기사들 중에는 유진과 다이크도 있었다.

“유진 경! 이번에도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네!”

“저 또한 영광입니다, 다이크 경.”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법 부대는 선봉 진영에 도착했다. 선봉 진영은 엉망이었다. 정면과 좌측 그리고 우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오크들 공격을 받고 있었고, 선봉 마법 부대는 전멸한 것인지 오크들의 주술 공격만 보일 뿐 아군이 마법으로 반격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파이어 스톰!”

선봉대가 밀리는 모습을 본 최상급 마도사 유스타인이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화염의 폭풍이 오크들을 덮쳤다.

“크어어어어!”

“크아아아아!”

화염 세례에 휩쓸린 오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쪽으로 옵니다!”

유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시야에 마도사의 추가 지원을 눈치채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100여 마리 오크들이 보였다.

“마법 공격이다!”

“오크들의 접근을 저지해야 돼!”

왕립 마탑의 마도사들이 연이어 마법을 시전했다. 푸른 마나를 폭발시키며 마법을 캐스팅하는 이들 중에는 바이올라도 있었다.

마법이 작렬하고 수십의 오크들이 힘 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마법 부대의 지근거리까지 전진한 오크들이 있었고, 유진은 그 누구보다 먼저 오크들 앞을 막아섰다.

“하앗!”

기합과 함께 힘차게 검을 휘두른다. 오크들의 살가죽이 갈라지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동료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계속 전진해 왔다. 하지만 유진도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으로 다이크와 중앙군의 기사들이 합류했다.

“훌륭한 검술이군!”

“역시 전쟁 군주를 격퇴했다는 게 허명은 아니었어!”

“조력하겠네!”

기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합류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바이올라가 불쑥 나타났다.

“유진! 엄호할게! 체인 라이트닝!”

연쇄적인 전격이 눈앞의 오크들을 감전시켰다.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아!”

전격에 당한 오크들이 무력하게 쓰러졌다. 유진은 기사들과 함께 눈앞의 오크들을 도륙했다. 북쪽 숲에서도 중심부 오크는 포악하고 전투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지만 유진의 상대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렇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오크를 도륙한 순간이었다.

“오크들이 물러난다!”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들자 오크들이 물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선봉대는 큰 피해를 입은 것 같았지만 북쪽 숲에 진입하고 나서 오크들과의 첫 전투에서 승전한 것이다.

“잠시 시신을 수습하고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지벨 백작이 말했다. 벨폰 자작은 물론이고 왕국 중앙군의 기사단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시신 수습을 끝낸 토벌군은 3시간 정도 더 이동한 끝에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야영 준비를 서둘렀다.

첫 번째 불침번은 유진과 다이크가 맡았다. 두 사람은 모닥불 중간에 놓고 앉아서 말없이 육포를 뜯었다.

“유진 경, 자네는 정말 대단해.”

다이크가 길어지고 있던 침묵을 깼다.

“갑자기 얼굴에 금칠을 해 주시네요.”

“빈말이 아니라네, 자네는 정말 대단해. 소년병이었던 모습이 바로 얼마 전인데 이제는 홀로 전쟁 군주를 격퇴했으니 말이네. 그것은 왕국의 기사단장들에게도 어려운 업적이라네, 유진 경.”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유진은 적당히 겸손하게 대답하고는 모닥불로 시선을 옮겼다. 타닥타닥하고 마른 나무가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닥불에 정신이 팔린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유진은 예리하게 유지되고 있는 감각에 뭔가가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이크 경, 감지했습니까?”

“애매한 느낌이 있긴 했는데 유진 경도 감지했는가?”

“네. 아무래도 경종을 울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유진은 경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한달음에 달려온 그는 나무 망치로 경종을 쳤다. 적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종 소리가 야영지에 울려 퍼졌고 잠들어 있던 이들이 천막 밖으로 몰려나왔다.

“저, 적습? 대체 어디서.”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잘못 친 거 아냐? 제기랄!”

경종을 잘못 쳤을 거라 생각하는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불평을 늘어놓던 병사의 목을 꿰뚫었다.

“커, 커헉!”

짧은 비명과 함께 병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병사들이 황급히 방어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유진 역시도 검을 빼 들고서 오크들과 대적할 준비를 끝냈다. 왕립 마탑의 마도사들이 천막 밖으로 나올 때 즈음에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불덩이가 쏟아졌다.

“위험합니다!”

방어 마법을 캐스팅 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왕립 마탑의 마도사들이 전멸하면 승산이 없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향해 몸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실드!”

시동어를 외치자 ‘보호의 약속’에서 흘러나온 백색의 기운이 유진의 머리 위로 모여 들어 순백의 방패가 되었다.

콰아아아앙!

일격에 실드가 박살 났다. 하지만 왕립 마탑의 마도사들 중에서 다치거나 죽은 이는 없었다.

“조력에 감사하네, 유진 경.”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유스타인의 말에 유진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겸손한 대답에 유스타인은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마도사들과 함께 공격 대형을 갖추기 위해 합류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헛소문은 아니었구나!”

흙먼지를 뚫고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이올라였다. 그녀는 청색의 로브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 정도 마법이면 제사장급의 주술사인 것 같은데 나도 빨리 합류해야겠어.”

“바로 합류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이올라의 중얼거림에 유진이 답했다. 적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고, 방어 진형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전장은 난전의 상황이 되었다. 유스타인과 마도사들이 향한 방향은 어느새 적들로 가득했다.

“어떻게 하지?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스승님도 가르쳐 주지 않으셨는데.”

“마법으로 엄호해 주시죠,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혼란에 빠진 바이올라를 대신하여 유진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다.

“유진, 괜찮겠어?”

“엄호만 잘해 주면 걱정할 만한 일은 없을 겁니다.”

“알겠어.”

유진의 말에 바이올라가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캐스팅이 끝나자 완성된 마법이 정면의 오크들을 휩쓸었다. 화염으로 쓸어버린 오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역시 바이올라야, 가차 없지.

―이 마법은 유스타인이 높게 평가.

―바이올라 마법 좀 치네?

채팅 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유진은 채팅 창을 한 차례 힐끔 하고는 검을 들고서 자세를 취했다.

“바짝 붙어서 따라오세요.”

“아, 알겠어.”

바이올라가 뒤로 다가온 것을 확인한 유진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하앗!”

기합과 함께 유진은 눈에 보이는 오크들을 베어 넘기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바이올라도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면서 간단한 마법을 시전하며, 유진을 엄호했다.

“크아아아!”

“크워어어!”

마침내 오크들을 쓰러뜨리고 마법 부대의 마도사들과 합류했다.

“스승님!”

“도망치거라! 바이올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유스타인이 왈칵, 피를 토해 내며 외쳤다. 자세히 보니 전위 마법 부대의 마도사 3분의 1이 쓰러져 죽어 가고 있었다.

마법전에서 밀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시간을 끌어 주신다면 오크 제사장을 제가 요격해 보겠습니다!”

유진이 외쳤다. 본진의 지원 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마법 부대가 오크 제사장에게 전멸할 위기였으니, 유진은 직접 나서서 그를 요격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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