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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25화 (25/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25)

“그나마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군요. 유진 씨의 공적이 매우 큽니다.”

솔론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적이 크면 보상을 주라는 말이야!

―ㄹㅇㅋㅋ.

―말만 하지 말고 보상 ㄱㄱㄱ.

채팅 창을 슬쩍 보니까, 시청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쯤에서 시청자들의 요청에 부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유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추가 보상을 요구했고, 그는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추가 보상을 드려야지요. 다만, 어떤 게 좋을까 싶어서 지금 고민하는 중입니다.”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유진의 신상 정보가 적힌 서류를 검토하며 고민하던 솔론은 이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유진 씨는 다이크 경의 추천장으로 동패 용병의 자격을 취득하셨군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동안의 의뢰 내역을 보니까 노련한 용병들보다 실적이 뛰어나서 말이죠.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유진이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꾸하자 솔론은 손사래를 치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군요. 이 정도의 실적이라면 당장 은패 용병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솔론의 목소리에서 우호적인 감정이 묻어 나왔다. 용병 길드의 벨폰 지부를 지휘하는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실적을 올려 주는 용병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유진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패 용병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면 그냥 은패 용병시켜 줘!

―은패 용병 ㄱㄱㄱ.

―ㄹㅇ 이쯤하면 은패 달 때가 되었다.

추천장으로 동패 용벽 자격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진은 그동안 용병 길드에서도 난이도 높은 의뢰들을 연이어 완수하며 평판 점수를 많이 올려 두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은패로 승격 의뢰를 받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추가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괜찮다면 제가 편의를 봐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편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은패 용병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그가 말하는 편의가 무엇인지 뻔했지만 유진은 모르는 척 솔론을 한 번 떠보았다.

“승격 의뢰라는 귀찮은 절차 없이 유진 씨에게 은패 용병의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까?”

유진은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질문을 던졌고, 솔론은 차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평판 점수만 최소 수치를 통과한다면 ‘은패’까지는 지부장 재량으로 승격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금패’라면 이야기가 좀 많이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금패 용병으로의 승격은 용병 길드의 중앙 본부에서 심사관을 파견하여 관여하기 때문에 지부장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다.

“은패로 승격에는 얼마나 걸립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절차를 진행할 테니, 사흘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사흘이면 시간은 충분하다. 메인 스토리가 오픈되기 전에 ‘은패’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솔론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사흘 뒤에 지부에 오시면 은패 승격 절차가 다 끝나 있을 겁니다. 전쟁 군주의 깃발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조사를 해 봐야겠군요.”

솔론과의 용무는 끝났다. 복도로 나온 유진은 로비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접수대 업무를 정리하며 쉬고 있던 세라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유진 씨! 괜찮으세요?”

세라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래도 전쟁 군주의 깃발 때문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쟁 군주의 깃발에 대한 주제로 대화한 것은 조금이었고, 은패 승격에 대한 내용의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네, 세라 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아아, 다행이네요. 지부장님이 조금 집요한 성격이시라, 곤란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은패 승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어요.”

“아, 정말요? 축하드려요, 유진 씨.”

세라는 유진의 은패 승격을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었다. 유진은 재잘거리는 그녀의 말에 대충 몇 번 대꾸하고는 밤하늘 별빛 여관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에 도착한 유진은 씻기 전에 우선 로그아웃부터 할 생각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그아웃.”

채팅 창과 후원 창이 비활성화되기 무섭게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스트리밍 점수가 인정되어 브론즈 스트리머가 되셨습니다.]

[업적, ‘브론즈 스트리머’를 달성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1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스트리밍 레벨이 올랐다. 브론즈라는 레벨 이름이 붙는 걸 보니, 예전에 그가 방송을 하던 플랫폼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같은 플랫폼에서 영상이 송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굴이 다르기 때문에 유진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 말이다.

아무튼, 유진이 쓰던 플래폼과 시스템이 같다면 다음 레벨은 ‘실버’일 것이다. 그다음은 당연히 골드와 플래티넘일 테고 그 위로는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가 있다.

각 레벨별로 스트리머의 서버에 최대 수용 가능한 인원도 정해져 있고 플랫폼 사이트에 광고나 노출 등이 차별받기 때문에 가능하면 스트리머 레벨을 많이 올려 두는 게 좋다.

스트리머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단순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되어서 조회 수를 올려 주고 동시 접속 수를 일정 수치 이상 유지하면 스트리머 레벨이 오른다.

‘우선은 업적 보상으로 얻은 포인트로 스킬을 구입해야겠군.’

결정을 내린 유진은 차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점 창.”

명령어를 말하자 눈앞에 상점 창이 열렸다.

[보유 포인트: 12,350.]

―대상인의 계산법(B)

―섬광의 육신(B)

―일검필살(B)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진이 원하는 스킬 2개가 추천 목록에 나타나 있었다. 그가 원하는 스킬은 ‘일검필살(B)’과 ‘섬광의 육신(B)’이었다. 일검필살은 대부분의 마나를 소모하여 말 그대로 필살의 일검을 날리는 액티브 스킬이었고, 섬광의 육신은 반사 신경을 극도로 강화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뭐가 좋을까.”

‘일검필살(B)’과 ‘섬광의 육신(B)’을 두고 고민한 끝에 유진은 ‘일검필살(B)’을 구입했다.

오러 블레이드라는 날카로운 마나의 칼날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주력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마나 수치가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더욱 강력한 공격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섬광의 육신(B)’도 좋은 스킬인 것은 분명했지만 아직은 구입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날렵한 반응(D)’으로도 충분하다.

스킬 구입을 끝낸 유진은 상태 창을 열어 보았다. 스킬이 추가된 것을 확인한 유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씨익 웃고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 * *

유진이 떠나고 집무실에 홀로 남은 솔론은 호출 마법이 걸려 있는 마도구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비서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긴급 호출 신호를 받은 비서는 곧바로 집무실로 달려왔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로비의 용병들과는 다른,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지부장님.”

“아이반, 자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네.”

“예, 지부장님. 말씀하시지요.”

“다이크 경에게 이 의뢰서를 전달해 주겠나? 아마 ‘영광의 그늘’ 여관에서 묵고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즉시 전하겠습니다.”

‘영광의 그늘’ 여관은 여기서 멀지 않다. 아이반은 힘차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경갑 차림의 다이크가 걸어 들어왔다.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솔론 지부장님.”

“전쟁 군주의 깃발이 발견되었다네.”

“북쪽 숲에서 발견한 겁니까?”

다이크의 물음에 솔론은 경직된 얼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 숲은 원래 전쟁 군주의 활동 반경에 있지 않습니까? 물론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수준이지만 말이죠.”

“전쟁 군주의 깃발이 발견된 곳은 심장부가 아니라, 중심부였다네.”

북쪽 숲의 심장부는 전쟁 군주의 활동 영역이 맞다. 그것은 다이크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내용인데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전쟁 군주의 깃발이 발견된 곳이 심장부가 아니라 중심부라는 점이었다.

“이건 좀 심각한 것 같군요.”

이제야 다이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전쟁 군주의 세력권이 중심부까지 확대되었다면 이건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북쪽 숲 전역으로 확대되기 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다이크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토벌대를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쪽 숲의 전쟁 군주는 백작령 전체의 골칫거리입니다. 이번 기회에 세력이 확장되기 전에 토벌해야 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네, 우선은 정찰대를 편성해서 중심부와 심장부를 확실하게 정찰할 필요가 있어.”

“저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다이크의 말에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솔론은 서랍에서 의뢰서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 의뢰서라네.”

“정찰 의뢰입니까? 인원은 제가 선별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이쪽에서 준비해 줄 걸세. 벌써 은패 용병 10명이 대기 중이야.”

은패 용병 10명이 준비되었다는 솔론의 말에 다이크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것도 그럴 게 은패 용병 10명이면 소규모 기사단급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정찰대 치고는 과한 전력 아닙니까?”

“상대는 전쟁 군주라네, 나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네만.”

“흠, 확실히 그렇군요.”

다이크는 금세 납득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정찰대를 지휘하도록 하죠. 인원은 언제 준비될 것 같습니까?”

“내일 아침이면 다들 준비가 될 걸세.”

“아침이라,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은패 용병 10명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는 솔론. 그가 얼마나 서두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부장님, 꽤 서두르고 계신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티가 많이 나는가?”

“예, 티가 나는 편입니다.”

다이크가 긍정했고, 솔론은 허허, 소리 내어 웃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말이지. 최근 기후도 이상하고 말이야.”

“미신을 믿으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미신은 아니라네. 금패 용병의 직감이라고 해 주겠나?”

금패 용병의 직감이라, 뭐 나쁘지 않군. 솔론의 말에 다이크는 피식 웃었다.

“혹여라도 전쟁 군주와 조우하면 어떻게 할까요?”

“교전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놈은 금패 용병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적이야.”

“알겠습니다. 정찰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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