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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24화 (24/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24)

유진이 던진 단검은 은패 용병들의 머리 위를 넘어 활을 든 동패 용병 미간에 꽂혔다.

“컥!”

활을 들고 있던 동패 용병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힘 없이 쓰러졌다.

“이런 미친!”

“펠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용병들이 동요하는 틈에 유진은 땅을 강하게 박차고서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상대편에 마도사가 있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게 중요했다.

“제기랄! 너무 빨라! 레키! 시간을 좀 끌어 봐!”

“알겠어!”

마도사의 외침에 검은 든 은패 용병이 행동에 나섰다. 창을 든 동패 용병은 자리를 지켰다. 아마도 근접전에 취약한 마도사의 호위 역할을 맡은 듯했다.

홀로 다인을 상대해야 할 경우, 가장 위협이 되는 마도사부터 노리는 게 현명하다. 유진은 품속에서 단검을 한 자루 더 꺼내 마도사에게 투척했다.

“두 번은 안 당한다! 실드!”

주문 영창과 함께 마나로 엮어 낸 푸른 방패가 생성되어 단검을 막아냈다. 방심한 탓에 동료 한 명을 잃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빠른 대응이었다.

“파이어 볼!”

기어코 공격 마법이 완성되었다. 성인 남성 머리통만 한 크기의 화염구가 허공에 생성되었고, 이내 유진을 노리고 날아왔다.

‘오러를 사용할까?’

순간 고민했지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오러(B)’ 스킬은 배웠지만 그의 마나 수치는 아직까지 오러 블레이드를 장시간 운용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 당장은 일격필살의 느낌으로 아껴 둘 수밖에 없다.

전투 중이라 망설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유진은 날아오는 화염구의 궤적을 정확하게 읽어 내고는 흑철검을 휘둘렀다.

서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염구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화염구가 갈라지면서 뜨거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지만 ‘중급 화염 저항(D)’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유진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파이어 볼 정도의 마법으로 그에게 유효 피해를 입히려면 반드시 ‘직격’해야 한다.

[‘아가레스’ 님께서 200포인트를 후원하셨습니다.]

└무빙 개쩌네.

[‘선천적 사이다패스’ 님께서 100포인트를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사이다를 보여 줘!

포인트 후원이 잇따랐지만 전투 중이라 제대로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유진은 옆을 힐끔거리는 것으로 포인트 후원이 들어온 내역만 대충 확인하고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마법을 갈랐다고? 대체 어떻게.”

“레키! 저거 흑철검이다! 아마 오러 블레이드도 버텨 낼 거야! 주의해!”

“이런 제기랄!”

마도사의 경고에 레키라고 불린 은패 용병은 욕설을 내뱉으며 유진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의 검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솟구쳤다.

희미한 색깔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오러 블레이드였다. 역시 은패 용병답게 동패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달랐다.

‘저 정도라면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흑철검 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

유진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다음 순간, 그는 레키를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유진의 모습에 레키는 경악하면서도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휙.

휘둘러진 검은 허공을 베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레키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몸놀림은 유진이 훨씬 더 민첩했다. 레키의 검격을 회피한 유진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흑철검을 휘둘렀다.

취약한 틈새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기묘한 검술에 레키는 헛바람을 삼켰다.

“허억!”

“고작 이걸로 놀라면 안 되지!”

흑철검이 폭풍처럼 매섭게 휘둘러졌다. 레키는 검격을 받아 내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동패 용병이 이 정도로 강하다고?’

레키는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진은 레키를 상대하면서도 마도사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주변으로 많은 양의 마나가 모여 든 상태인 걸 보아, 주문 연창이 끝나고 마법이 거의 완성된 상태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마도사는 유진을 정확하게 조준하기 위해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의 동료인 레키가 유진과 너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유진은 레키와 거리를 벌릴 생각이 없었다. 그와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 머리 위로 공격 마법이 작렬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레키와 유진이 딱 붙어서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자 마도사는 욕설을 흘렸다. 자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어떻게 좀 해 봐!”

“지금 공격 마법을 쓰면 레키, 너까지 휘말릴 거다!”

대처가 느리다. 이것으로 유진은 확신했다. 저 두 용병들은 ‘은패’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크윽!”

유진이 내찌른 흑철검이 레키의 왼쪽 허벅지를 관통했다. 고통을 느낀 레키의 자세가 흔들렸고, 그 순간 유진은 마무리를 할 타이밍이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이다.”

유진의 왼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단검을 뽑아 들고서 레키의 목을 찔렀다.

“크악!”

레키가 짧은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레키!”

동료의 죽음에 마도사는 주문 영창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애로우!”

불의 화살이 쏘아졌다. 하지만 유진은 마도사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다, 다음 마법을.”

야심차게 준비한 마법이 빗나가자 마도사는 크게 당황하여 황급히 다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으나, 이미 유진이 거리를 좁힌 뒤였다.

“실드!”

창을 든 동패 용병이 앞으로 나서는 것과 동시에 마도사가 실드를 완성했다. 이걸로 시간을 벌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마도사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번졌으나, 어림도 없지. 유진의 흑철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내뿜어져 나더니 단숨에 실드를 두 쪽으로 갈랐다.

“오, 오러 블레이드라고? 동패 용병이?”

마도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경악하는 사이, 유진의 앞을 막아섰던 창을 든 동패 용병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그는 철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오러 블레이드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커, 커헉!”

호위가 쓰러지고 이제 마도사만 남았다.

“자, 잠깐만! 나까지 죽일 필요는 없잖아! 살려 주면 돈을 주마!”

“필요 없어!”

돈이라면 지금도 꽤 많이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이 벌 수 있다. 골드를 받는 대가로 후환을 남겨 놓는 것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죽이는 게 마음 편하다. 유진은 번개와도 같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마도사를 향해 몸을 던졌다.

“파, 파이어 볼!”

마도사가 황급히 완성한 화염구 마법이 유진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흑철검에 의해 두 쪽으로 쪼개졌다.

“으아아아! 안 돼!”

“돼!”

“커헉!”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흑철검이 마도사의 목을 깊게 베었다. 얼굴에 붉은 피가 튀었고, 마도사는 비틀거리다가 힘 없이 풀썩, 쓰러졌다.

―꺼억, 시원하다!

―재, 밌, 다!

―ㄹㅇ, 주인공한테 함부로 깝치면 죽어야지.

[‘선천적 사이다패스’ 님께서 300포인트를 후원하셨습니다.]

└사이다 꺼억.

[‘콜라사이다’ 님께서 100포인트를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게임이지, ㄹㅇ.

시청자들의 반응이 제법 괜찮았다. 유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시체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용병들의 시체를 한곳에 모은 뒤, 연금술 기름을 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냥에 불을 붙여서 던졌다.

“이걸로 완벽한 증거 인멸이다.”

유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유유히 전투 현장을 떠났다.

* * *

벨폰 도시에 도착한 유진은 곧장 용병 길드로 향했다. 용병 길드 벨폰 지부는 오늘도 소란스러웠다. 접수대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유진은 번호표를 뽑고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순서가 되었고, 유진은 접수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접수대에는 세라가 있었다.

“유진 씨, 돌아오셨군요.”

세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반짝였다. 유진은 그녀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전쟁 군주의 깃발을 꺼내 보였다.

“이, 이건.”

세라는 용병이나 모험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이 접수대 위에 올려놓은 깃발의 정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깃발을 세운 곳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설마 이건.”

“전쟁 군주의 깃발입니다.”

쉽게 말을 이어 가지 못하는 세라를 대신하여 유진이 문장을 끝맺었다.

“맙소사. 유진 씨, 설마 심장부까지 들어간 거 아니죠?”

“중심부에서 발견했습니다. 외곽부가 아닌 게 다행이긴 하네요.”

“이건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지부장님께서 직접 보셔야 해요.”

“저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진은 접수대 근처에 있는 의자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세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그녀는 얼굴에 길쭉한 흉터가 있는 중년의 남성과 함께 로비로 내려왔다. 유진은 그의 머리 위로 시선을 옮겼다.

[용병 길드 벨폰 지부장 솔론.]

금패 용병 출신의 용병 길드 지부장, 솔론이었다. 그는 유진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달려왔다. 세라가 빠른 걸음으로 뒤따랐다.

“저는 용병 길드의 벨폰 지부장 솔론이라고 합니다, 유진 씨 맞으시죠?”

“예, 그렇습니다. 제가 유진입니다.”

유진의 대답에 솔론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쟁 군주의 깃발을 가져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물론입니다, 확인시켜 드릴까요?”

유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솔론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여기는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제 집무실로 함께 가시죠.”

“알겠습니다.”

“세라 씨는 다시 접수대를 부탁할게요.”

솔론은 세라에게 다시 접수대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는 유진과 함께 3층의 지부장 집무실로 이동했다.

문까지 잠근 뒤에서야 솔론은 유진에게 전쟁 군주의 깃발을 보여 줄 것을 요청했다. 유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전쟁 군주의 깃발을 꺼냈다. 그것을 확인한 솔론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쟁 군주의 깃발이 확실하군요. 이걸 심장부가 아니라 중심부에서 발견했다는 말씀이시지요?”

솔론의 물음에 유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용병 넷과 시비가 붙어서 그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설명이 끝났을 때, 솔론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요. 이 깃발이 중심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전쟁 군주의 권세가 중심부에 닿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쟁 군주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곧 북쪽 숲 전 지역에 세력을 확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북쪽 숲 전체가 금역이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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