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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스트리머-22화 (22/175)

독식하는 스트리머 (22)

“키에에에에엑!”

고블린 군주의 몸이 화마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의 질긴 숨통은 좀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상위 몬스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맷집이었다.

온몸이 불에 타들어 가면서도 유진을 향해 소검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예정된 죽음을 피하려는 발악은 아니었다. 길동무로 데려가려는 증오의 행동이었다.

고블린 군주가 소검을 휘두를 때마다 불꽃이 휘날리고 뜨거운 화염이 일렁거렸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눈먼 검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딜 보고 휘두르는 거임 ㅋㅋㅋㅋ.

―어디로 가야 하오.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고블린 군주에 대한 비웃음을 시전하는 가운데, 유진은 흑철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짧은 심호흡과 함께 고블린 군주의 심장을 노리고 흑철검을 밀어 넣었다.

화염으로 인해 시력마저 잃은 고블린 군주는 유진의 검격을 피하지 못했고, 흑철검에 심장이 꿰뚫렸다.

“끄르르륵!”

고블린 군주가 쓰러졌다.

[업적, ‘고블린을 죽여야 한다’를 달성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고블린 학살자’의 칭호가 ‘고블린 슬레이어’로 승격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달성으로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드디어 ‘고블린 슬레이어’의 칭호를 얻었다. 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채팅으로 환호를 전했다.

“슬슬 루팅을 해 볼까.”

유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준비해 온 물의 정령과 관련된 아이템을 사용하여 매서운 화마를 진화하였다.

불은 꺼졌지만 살아남은 고블린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원소 저항 마도구를 착용한 고블린 군주조차 목숨을 잃게 만든 강렬한 불길이다. 일반 고블린들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부분 불에 타 버렸군.”

고블린 군주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마도구 대부분이 불에 타 버렸기 때문에 루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마도구는 ‘재’가 되어 버렸지만 다행히 모든 마도구가 타 버린 것은 아니었다. 고블린만 사용할 수 있는 반지 형태의 마도구를 몇 개 루팅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마탑 상점에 분해용 마도구로 판매하면 꽤 괜찮은 양의 골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부 타 버렸네.

―ㄹㅇ 그게 좀 아쉬움.

―근데 화공 아니었으면 못 잡았을 거임.

―ㄹㅇㅋㅋ.

루팅한 아이템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시청자들도 아쉬워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블린 군주의 증표를 챙긴 유진은 남쪽 숲을 떠나서 벨폰 도시로 돌아갔다. 의뢰 성과를 보고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용병 길드를 찾아갔다.

오늘 아침의 벨폰 지부는 평소와는 달리 매우 번잡했다. 용병들의 수도 많았고,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슬슬 때가 되었나 보군.’

지금 이 시기에 용병 길드 벨폰 지부가 소란스러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유진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씨익 웃고는 말없이 접수대 앞에 줄을 선 용병들의 뒤로 이동했다.

한참 기다린 끝에 유진의 차례가 되었다.

“아! 유진 씨!”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인 접수원, 세라가 유진을 활짝 웃으며 유진을 반겼다.

“살아 돌아오셨군요!”

세라의 두 눈이 반짝였다.

“고블린 군주를 처치하고 돌아왔습니다.”

“저, 정말요?”

“그럼 여기가 어디라고 가짜를 이야기하겠어요.”

사냥의 피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진은 다소 차갑게 대꾸했지만 세라는 여전히 밝은 표정이었다.

“정말 대단해요, 유진 씨.”

“여기 고블린 군주의 증표입니다.”

“아!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요. 지금 바로 절차 진행할게요.”

재잘재잘 떠들던 세라는 유진이 고블린 군주의 증표를 접수대에 올려놓은 뒤에서야 황급히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절차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증표를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골드를 정산하는 게 전부였다.

“정산 절차 끝났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라가 해맑게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은 그녀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용병 길드를 빠져나왔다. 그의 아공간 주머니에는 의뢰 보수인 2,000골드가 추가되어 있었다.

거리로 나온 유진은 상업 구역으로 향했다. 고블린 군주를 죽이고 얻은 마도구들을 마탑 상점에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어서 오세요.”

상업 구역의 마탑 상점에 들어서자 수습 마도사로 보이는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탑의 마도사들은 죄다 재수 없게 콧대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상점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손님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분해용 마도구를 판매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분해용 마도구 말씀이시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혼자 감정을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다른 마도사님을 모셔 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습 마도사의 말에 유진은 옆의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수습 마도사가 로브를 입은 젊은 남성과 함께 나타났다.

남성의 로브 가슴 부분에는 최하급 마도사를 상징하는 흉장이 붙어 있었다.

“분해용 마도구를 판매하기 위해 찾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8개 정도 됩니다.”

“여기 올려 주시겠습니까?”

“잠시만요.”

유진은 탁자 위에 고블린 군주에게서 루팅한 마도구들을 올려놓았다. 목걸이 형태도 있지만 대부분 반지 형태였다.

“감정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1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감정을 위해 나타난 하급 마도사의 능력이 좋은 것인지 준비된 마도구 개수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이 예상보다 짧았다. 유진은 대답 대신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10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감정에 집중하던 하급 마도사가 남은 마나를 갈무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죠? 지금 막 감정이 끝났습니다.”

하급 마도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자에 앉아서 수습 마도사가 준비해 준 커피를 마시고 있던 유진이 잔을 내려놓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합 1,150골드에 매입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분해용이라고는 하지만 마도구의 손상이 심해서 이 정도가 최고가라고 생각됩니다.”

마도구의 손상은 아마도 ‘불’ 때문일 것이다. 불로 인한 손상 때문에 마도구들의 가격이 내려갔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아쉬웠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객님, 판매하시겠습니까?”

유진이 말이 없자 고민이 길어진다고 생각한 하급 마도사가 조심스럽게 재촉했다.

“좋습니다, 판매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금은 여기 있습니다.”

하급 마도사는 골드 계산을 도와주는 마도구를 사용하여 정확히 1,150골드를 금고에서 꺼내 가죽 주머니에 담고는 유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셈을 끝낸 유진은 가죽 주머니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본 하급 마도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아공간 주머니로군요!”

“한눈에 알아보시는군요.”

“그럼요! 하급에 불과하지만 저도 마도사니까요. 이렇게 많은 마도구를 가져오실 때부터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대단하시네요. 앞으로도 저희 마탑 상점을 종종 이용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하급 마도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유진을 상점 밖으로 배웅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유진은 대답 대신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밤하늘 별빛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의 앞에 도착하자 입구에 서 있는 회색 망토의 남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유진은 본능적으로 흑철검의 칼자루에 손을 얹었지만 다가온 남자에게서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유진 님 되십니까?”

“누구십니까?”

유진은 긍정 대신 질문으로 답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을 알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진이 이름을 밝히지 않자 그제야 남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제가 실수했군요. 저는 지벨 백작가의 수습 기사, 안티즈라고 합니다.”

“예, 안티즈 경. 이제야 순서가 들어맞네요. 제가 유진입니다.”

“제 이름을 먼저 밝혔어야 하는 건데,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벨 백작가의 수습 기사가 여기까지는 어쩐 일입니까?”

유진은 가장 궁금했던 것을 먼저 질문했다. 지벨 백작가의 수습 기사가 벨폰 도시에 있을 이유는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추측할 만한 이유를 꼽자면, 그것은 바로 지벨 백작가에 속한 누군가의 ‘심부름’이다.

“안나 아가씨께서 유진 님에게 전하라고 한 편지가 있습니다.”

“편지요?”

“예, 그렇습니다. 편지입니다.”

유진의 반문에 안티즈는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대답했다.

―러브레터인가? ㅋㅋㅋ.

―다들 ㄹㅇㅋㅋ만 쳐!

―ㄹㅇㅋㅋ.

시청자들은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

“편지라.”

“전달받으시겠습니까?”

“받겠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편지를 전달받지 않겠다고 하면 안티즈가 다양한 방법으로 귀찮게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유진은 편지를 전달받겠다고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유진 님.”

“고생 많았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안티즈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임무를 완수하였으니, 퇴장하는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간 유진은 로그아웃을 한 뒤, 편지를 읽었다. 편지 내용은 별거 없었다. 구해 줘서 고맙고,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고 싶다고 적혀 있는 게 끝이었다.

편지에 별 내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을 확인했지만 애초에 기대한 게 없어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는 환복을 끝내고 나와서 상점 창을 열었다. 그리고 10,000포인트로 ‘오러(B)' 스킬을 구입하고 남은 포인트로는 ’중급 궁술(D)‘ 스킬을 구입했다. 스킬이 없어도 활은 다룰 수 있지만 스킬로 인해 보정이 붙으면 숙련도가 훨씬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적절한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스킬 구입을 끝낸 유진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상태 창을 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상태 창.”

눈앞에 상태 창이 생성되었다.

[유진.]

〈보유 칭호〉

―동패 용병: 용병 길드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뢰를 달성하면 용병 길드에서의 평판이 상승합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무수히 많은 고블린들을 도륙하였습니다. 이 업적으로 인해 고블린들은 당신을 보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고블린들의 전투력이 30% 감소합니다.

―지벨 백작가의 은인: 지벨 백작가의 영애를 구하고 얻은 칭호입니다. 언제든지 지벨 백작가의 손님으로 대우받을 수 있으며, 그들의 영향력이 닿는 곳이라면 호감도와 평판 보정을 받습니다.

〈보유 스킬〉

―오러(B)

―불굴의 전사(C)

―마나 수련법(C)

―제식 검술: 루벤 왕국(D)

―날렵한 반응(D)

―중급 궁술(D)

―중급 추적(D)

―중급 기척 죽이기(D)

―중급 화염 저항(D)

―중급 방패술(D)

―백병전 전문가(D+)

―중급 기척 감지(D)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스킬이 몇 개 있지만 지금 당장은 포인트가 부족해서 무리다. 유진은 아쉬운 표정으로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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