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하지만…….
‘이런……!’
그린 아이도 그 순간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대등하거나 우세한 상황에서 오히려 소심하게 발을 빼려 했던 게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을.
슬로스가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 한다고 의심했던 것이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을.
[끄아아악!]
하지만 그렇게 최후가 다가오는 순간, 칠죄종으로서의 오기가 발동했다.
- 나는 질투, 산 자를 질투하는 죽음의 군주다.
그 순간만큼은 슬로스에 대한 의심도, 눈앞의 강적에 대한 두려움도 벗어던졌다.
물론 그런다고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놈의 공격에 당한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니.
‘저 빌어먹을 무기의 힘인가.’
애초에 자신이 나태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싸움을 중단시키려 했던 것은, 이 상처를 악화시키는 불길한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죽을 거라면?
[이놈! 혼자 죽진 않는다!!]
스아아아아.
죽음의 군주가 죽음을 각오한 순간.
스러진 그의 몸이 검은 연기로 화하더니.
[내가 너희의 죽음이 되리라!!]
이내 전장을 떨쳐 울리는 영파와 함께,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끝도 없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푸스스스스.
“쿨럭.”
가장 앞에서 그 연기를 일부 들이켠 타이니가 비틀거리며 피를 토했다.
질투가 그의 가슴에 남긴 상처가 그 순간 더욱 깊어지고, 암흑 오러가 그의 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질투라는 칠죄종이 스스로를 불살라 끔찍한 저주를 만들어 냈음을.
[전부 피해! 이 지역에서 벗어나라!! 저주가 퍼진다!]
타이니는 영역 내의 모든 이에게 영파를 퍼트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오히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마치 그 연기를 최대한 들이마시려는 듯한 움직임.
당연하게도.
“쿨럭.”
그것은 다시금 극심한 토혈로 이어졌고.
“타이니 경!”
마지막 순간에 질투의 허를 찔렀던 갓 핸드가 그 모습을 보고 그에게 다시 신성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피합시다!! 피해야 합니다!”
그가 억지로 타이니의 몸을 끌어내려는데.
이상하게도 묵직한 그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쿨럭. 쿨럭.”
[조금만 더……. 내가 익숙해지면 중화 가능합니다.]
연신 피를 토해 내면서 영파로 전하는 뜻 역시 분명했다.
하지만.
“윽!”
갓 핸드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검은 연기는 그린 아이가 사멸한 지점에서부터 사방으로 퍼지며, 마치 잉크가 물에 번지듯 주변 땅을 검게 물들여 가고 있었다.
그 땅을 딛고 있기만 해도, 성자급 신성력을 지닌 그가 움찔할 정도로 지독한 마기가 스며들어 왔다.
그런데 이걸 몸으로 흡수하겠다고?
“말도 안 됩니다. 가야 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번쩍.
다시금 신성력을 쏟아부으며 타이니를 억지로 끌어내려는데.
“쿨럭. 쿨럭. 후으으. 후읍.”
그는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오히려 다시 한번 검은 연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러는……!”
버럭 화를 내는 갓 핸드를 보며, 타이니는 검게 물들어 가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성기사 영감님, 당신은 전생에도 내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를 회복시키고 죽었지요.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만큼 동료를 아끼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오랫동안 뛰지 않았던 갓 핸드의 심장을 푹 찔렀다.
‘내가……?’
뭐라 대답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쿨럭. 쿨럭.”
[그때도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저를 믿어 주세요. 저는 해낼 수 있습니다. 이걸 내버려 두면 이 일대가 전부 마역이 됩니다. 대륙 중부의 곡창 지대가 마물의 온상이 된다는 말입니다.]
타이니는 연신 기침과 피를 토하면서도 얼굴을 검게 물들여 가며 끝없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나가다가 어느 순간 확장을 멈춘 연기의 일부가 아예 그의 몸을 향해 빨려들어 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그의 워해머가 묘한 빛을 내고 있었지만, 영파로 전해진 그 말에 양심의 가책을 받은 갓 핸드는 그 모습에 눈길을 주지 못했다.
그저 타이니만을 응시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쿨럭. 쿨럭.”
안색이 점점 검게 물들어 가는 타이니의 모습은 얼핏 봐도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왜,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이미 칠죄종을 또 하나 처리한 마당이니, 이대로 일대의 오염을 내버려 둔다 해도 세상은 그를 칭송하기만 할 것이다.
누가 봐도 중상인, 꿰뚫린 가슴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는데.
‘왜?’
갓 핸드는 지금 타이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쿨럭.”
[할 수 있으니까요.]
돌아오는 답변은 더욱더 납득하기 어려웠다.
- 할 수 있으니까 한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갓 핸드는 또 한 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다르다.’
자신의 본질은 속죄자.
한없이 오만했고 이기적이었기에 형벌을 받은 죄인.
그리고 이제는.
‘죄를 용서받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
세간에 퍼진 성령 기사의 영명은, 그저 속죄를 위한 명령을 그대로 행한 결과물일 뿐이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그랬기에 그는 타이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아무리 그런 그라도, 지금 무엇이 옳은지는 확실히 알았다.
“……힘을 보태겠습니다.”
번쩍.
그의 신성력으로는 칠죄종이 죽으면서 남긴 저주를 해소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는 타이니의 몸에 신성력을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 것일까.
“후으읍!”
타이니가 연기를 들이마시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갓 핸드가 그런 그를 멍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 저기다!
- 단장님이다!
- 광휘의 기사가……!
검게 물든 땅 위로 순백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서슴없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또한 갓 핸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
그 광경이, 그의 움직이지 않는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당장 돌아가!! 너희들은 버티지 못한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고함.
속죄자의 신분으로, 성령 기사로 살아오며 이토록 큰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의 고함은 통하지 않았다.
- 돕겠습니다!
- 도울 수 있습니다!
여신의 세례가 가진 힘으로 서로를 연결하며, 검게 물든 땅에 신성력을 쏟아붓는 성기사들.
그렇게 마기를 조금씩 중화하며 다가오는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돕겠습니다, 단장님!”
힘에 겨운 듯 달아오른 얼굴로 똑같이 악을 쓰는 이들.
“저희가 어떻게 단장님을 버리고 갑니까!”
“기다리십쇼!!”
익숙한 얼굴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 봐 왔지만, 이름과 실력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하들.
그 부하들이 자신을 돕겠다며 악을 쓰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후으으으으.”
[부하들도 영감님을 닮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숫제 온몸으로 검은 연기를 새하얗게 만들면서 뿜어내는 타이니가 보탠 말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럴 리가…….’
심중의 혼란이 커질수록 갓 핸드는 타이니의 몸에 신성력을 쏟아 넣는 데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됐다!!”
“타이니 경에게 힘을 쏟아 넣어!”
“단장님을 도와!”
어느새 자신의 근처까지 다가온 수많은 성기사들이, 검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번쩍.
그들의 힘과 마음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빛이 그의 몸에 쏟아지고.
그 빛은 다시금 타이니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 검은 저주에 대한 중화 작용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따뜻하다.’
그 빛 속에서 문득 떠올린 생각.
탕.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느낀 갓 핸드가 깜짝 놀라서 형벌의 상징인 자신의 철면을 두드렸다.
‘나는 웃을 자격이 없다.’
이백 년간 되새겨 온 그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며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는데.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사방으로 뻗어 나가던 검은 연기가 확장을 멈추고 나서야.
본래의 얼굴빛을 되찾은 타이니가 눈을 떴다.
번쩍.
한순간 그의 검은 눈에 스친 짙은 노을빛에 갓 핸드가 움찔하는데.
“성기사 영감님,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씩 웃은 타이니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
성기사답게 또 광신자답게, 순교하여 천국에 갔을 동료들을 애도하기보다 마냥 전투의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
물론 주변에 멀리 보이는 검은 땅은 아직 완전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존재하는 모든 이가 이제는 느끼고 있었다.
일대를 끔찍한 마역으로 만들 뻔한 저주의 핵심은 이미 모두 중화되었다는 것을.
이 땅이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갓 핸드는 그런 부하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타이니가 내민 손을 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피식.
“그 딱딱한 말투도 유난히 반갑네요.”
마치 잘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는 타이니.
하지만 그는 이내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다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쿵.
갓 핸드가 반사적으로 그 몸을 부축하는데.
“이거, 비, 빈혈이……. 하하. 금세 괜찮아질 겁니다. 암요. 하. 하. 하.”
살짝 붉어진 얼굴로 허세를 부리는 타이니를 보니, 자신도 모르게 툭 하고 본심이 나왔다.
“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전생에 그대가 어떤 나를 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온전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말하려 했는데.
그 전에 타이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기적입니다, 영감님. 아니, 사람은 다 이기적이지요.”
대륙에 일어난 재앙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워 온 초인, 방금 전도 목숨을 걸었던 것 같은 이가 아무도 믿지 못할 말을 한다.
“그렇다기엔 지금 상황만 봐도…….”
“반신이 남긴 저주를 해결하면 제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겁니다. 이번에 얻은 걸 시험해 본 것이기도 하고요.”
“예?”
타이니의 시선이 다시금 그의 무기인 녹턴으로 향했지만, 갓 핸드는 그저 그의 말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고요. 뭐, 그게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했잖아요. 저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 곧 인류를 위한 길이었으니, 더 생각할 것도 없었죠.”
창백한 얼굴로 웃는 광휘의 기사의 모습.
‘그렇다면, 그대에게 이익이 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까?’
이기적인 본성에 따른 간사한 마음의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갓 핸드는 그 질문을 꺼내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으니까.
이 청년은 무슨 핑계를 대어서라도 또 무모한 짓을 했을 거라는 것을.
‘이것이 진짜 영웅의 면모겠지.’
새삼 비교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기적이고 볼품없는 스스로의 본성이 자각되는 느낌이라.
갓 핸드는 자신의 일그러진 표정을 가려 주는 형별의 투구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데.
“영감님도 그러신 거 아닙니까?”
“음?”
“항상 그 갑옷을 벗지 않으면서 끝없이 자신을 다스리며 사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속죄이자 형벌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리 대답하려 하는데, 다른 목소리들이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저희 단장님이야말로 신전의 귀감이시지요!”
성기사들이 쓸데없는 말을 보태는데, 타이니가 그에 호응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네요. 그런 사람이 어찌 이기적일 수 있습니까?”
“난 인류를 위해 한 일도, 보여 준 일도 없습니다.”
“그럼 성령 기사의 명성이 모두 거짓이라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갓 핸드는 당연한 답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저 계율을 따랐을 뿐, 내 본성과는 상관없는 거라고.
‘분명 그럴 텐데.’
하지만 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부하들이 타이니의 말에 반박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백 년간 규율을 지키며 사셨습니다. 전 이십 년도 숨 막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오직 정의를 위해 검을 드셨습니다. 전 상상도 되지 않는걸요.”
“단장님이 이기적이시면, 저는 속물 중의 속물입니다. 아니, 세상 사람 모두가요!”
“맞습니다!!”
“존경합니다, 단장님!!”
쏟아지는 성기사들의 호응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끓어오르는 기분.
‘나, 난…….’
이기적인 놈인데? 죄인인데?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 놈인데…….
당혹감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히야, 이백 년이라니. 답답해서 어떻게 그렇게 삽니까? 크롬이 속죄라고 하긴 하던데…….”
타이니의 입에서 불쑥 나온 속죄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무슨 속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참 영감님도 지독합니다. 이백 년을 그러고 사셨다고요? 저 같으면 그냥 자살했을 것 같은데.”
놀리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이 더해지긴 했지만.
비죽이 웃는 검은 머리 기사의 얼굴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백 년 동안 규율에 맞춰 생활하면서 불의의 심판자로, 정의의 수호자로 살아온 사람. 신전이 타락했던 시절에도 영감님에 대한 평가는 다 좋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
그 모두가 나의 죄이거늘…….
갓 핸드가 속말을 삼키는 동안, 타이니의 말은 이어졌다.
“거기다 저는 직접 겪기도 했지요. 이백 년의 고행을 감수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찌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자학하지는 마십쇼, 영감님. 좀 융통성 있게 사셨으면 더 좋겠고.”
자학이라.
‘그런가. 그렇게 보이는가…….’
그 이어진 말이 입을 더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근데 좀 수다 그만 떨고, 일단 여길 벗어나고 좀 쉴 수 있을까요? 저 이번엔 진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 웃음이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고 빛나 보였다.
한창때의 자신 역시 먼저 정신을 차렸다면, 나도 저 영웅처럼 살 수 있었을까.
- 눈앞에 깨부술 적이 있고 등 뒤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싸워야지. 그게 기사 아닙니까?
얼마 전 그가 한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하지만 여신께서는 저 영웅을 제물로 삼으라 하셨다.’
어느 것이 옳은가.
그 순간 오른쪽 건틀릿을 매만지는 자신의 손길이 조금 떨리기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고민에 너무 빠져 있었을까.
그사이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어느새 성기사들 가운데 자리한 타이니가 육중한 해머를 치켜들며 버럭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였다.
“……인류를 위해!!”
“인류를 위해!!”
그 말을 성기사들이 모두 복창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갓 핸드에게는 너무 어색하게 다가왔다.
신이 아닌…….
“인류를 위해……?”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한 어색한 구호에, 속죄자이자 광신자인 그의 마음에 자리한 균열이 조금 더 커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