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화. 언데드 병단 (1)
쾅.
우르르릉.
“아아악!”
콰드드드득.
뼈만 남은 거대 마수가 인간의 진형을 무너트리는 지진을 일으키면, 그 뒤로 작은 마수나 인간의 시체, 혹은 망령들이 튀어나와서 인류 연합군의 병사들을 덮쳤다.
연합군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빛이여!!”
“발목부터 부숴!!”
콰직.
쾅. 콰아앙!
한차례 신성한 빛이 쏟아지고 나면, 찬란한 마법이 뒤를 이으며 죽은 자들을 얼리고 불태웠다.
쿵.
콰아아앙!
“꾸어어어어!”
“막아! 물러서지 마!!!”
차원 균열이 있는 너른 평야의 동쪽에서부터 죽은 자들의 군세가 끝없이 진군해 오면, 인류 연합군이 그들을 포위하며 막아서는 모양새.
고오오오오.
콰콰콰콰콰.
그 와중에 뼈만 남은 마도사 리치 수십 명이 차원 균열 주위에 모여서 그려 낸 불길한 육망성이, 대지를 향해 끝도 없이 마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검게 물든 대지의 범위가 점점 늘어날수록, 언데드 군단은 그 위에서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 산 자는 쓰러지고, 죽은 자는 일어서라!!!
먹구름이 짙게 낀 랑켄 평야의 허공에서, 해진 로브를 입은 자가 뼈다귀만 남은 손으로 검은빛 수정구가 달린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자.
질투의 7장군 중 하나이자 아크 리치인 데로드의 손짓과 함께, 하늘에 가득한 먹구름에서 새까만 비가 쏟아졌다.
죽음의 비.
“피해!”
“젠장! 또 저거…….”
마기의 비를 맞은 병사들이 치를 떨며 물러서자, 그 뒤를 받치고 있던 사제들이 병력 전체에 빛의 보호막을 둘렀다.
중앙 신전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제가 랑켄 평야에 모여 만든 장엄한 광경.
그들은 이미 몇 주전 효력을 다한 성물을 대신하여, 병사들에게 쏟아지는 죽음의 비를 중화했다.
그러나.
콰직. 콰드득.
“그으으으.”
“그르륵.”
전장에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가 그대로 살점이 썩어 문드러진 좀비가 되어 일어서는 것은 막지 못했다.
“젠장, 릭!?”
“쟤 언제 죽었어!?”
“빌어먹을 것들!”
“이런!! 놈들의 영역이 더 넓어진다!!!”
“물러서!”
직전까지 함께 싸웠던 동료가 적이 되어 돌아서는 모습.
벌써 한 달 하고도 보름 동안 본 광경이었지만, 적응이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초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데로드, 저 리치 놈부터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콰콰콰콰콰.
검제는 미친 듯이 붉은 날개를 휘둘렀다.
죽은 영웅들을 모욕하는 하늘 위의 괴물을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 어딜 신경을 쓰시나.
콰콰콰콰콰콰.
약간의 동요만 보여도 틈을 헤집고 쏟아져 오는 검은 마기의 칼날들.
지금 그는 칠흑의 갑주로 온몸을 감싼 흑기사, 데스 나이트의 상위 개체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데스 로드 길로틴을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 제법이야.
꽈아아아앙!
스치기만 해도 온몸을 갉아먹는 파멸의 저주가 담긴 암흑 오러.
처음에 멋모르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 했다가 그대로 죽을 뻔한 뒤로, 검제는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았다.
“합!”
쩌저저저저적.
쾅.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암흑 오러가, 붉은 날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그대로 솟구쳐 오르며 사라졌다.
그의 비기 중 하나, ‘굴곡’이었다.
‘방어만 하는 꼴이라니, 젠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위력 봉쇄’로 철저히 약화시킨 놈의 비기들을 ‘굴곡’으로 비켜 내는 데 집중하다가, 결정적인 틈이 보이면 ‘절단’으로 반격을 노린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놈을 상대하며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 본 결과, 이 수비적 패턴이 아니면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을 낸 지 오래니까.
그만큼 저 흑기사, 데스 로드는 끔찍한 존재였다.
더구나.
- 지긋지긋하군, 인간.
여태 그래 왔듯 전혀 지친 것 같지 않은 그 영파에 검제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누가 누구 보고 지긋지긋하다는 건지.
‘망할 언데드.’
하지만 투구 안에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의 주인은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자였다.
질투의 7장군 중 수좌, 데스 로드 길로틴.
저 흑기사는 개전 초기만 해도 혼자서 자신과 제나스, 블루윙까지 함께 밀어붙였던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자신이 혼자서 놈을 막아, 아니 버텨 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놈에게 준 피해라고 해 봤자, 군단 스킬을 발동했을 당시 놈의 검 하나를 깨트린 것이 전부.
달리 말하면 놈은 초월무구로 보이는 검 하나를 희생함으로써 군단 스킬의 전진까지 막아 낸 괴물이었다.
- 그사이 또 성장했는가? 거슬리지만…….
무엇보다, 놈을 상대하는 한 달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자신의 실력이 적의 강함을 반증하고 있었다.
거기다.
-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서서히 말라 죽어 가라, 강한 인간이여.
놈 역시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결코 무리하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끝장을 내야 하는데.’
제나스를 필두로 한 블루윙의 도움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미 악마급 셋과 초월급 마족 다섯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콰콰콰콰콰콰쾅!
악마급 암흑 기사 둘과 자이언트 미라 하나, 그리고 데스 나이트 다섯 기가 쏟아 내는 암흑 오러의 파도가 옆 전장에 쏟아지는 가운데.
- 전개!!
번쩍.
푸른 날개의 형상과 함께 떠오른 거대한 독수리의 새하얀 발톱이 그 파도를 헤집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호각.
대마도사 솔레인이 인류 역사에 없던 군단 전투 기술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참고했다는 기술, 푸른 날개의 비의는 그 가치를 넘치도록 증명했다.
하지만 검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전세가 점점 불리해진다. 이러다가는 정말 진다.’
사라진 성물의 효과. 계속해서 일어나는 죽은 자들의 군세.
승기를 잡아 가던 초전에 적을 마무리하지 못한 인류 연합은 그 뒤로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밀리고 있었다.
이번 전투만 해도 벌써 3일째 지속되고 있었으니, 블루윙의 기사들 역시 점차 집중력을 잃어 가는 것이 보였다.
반면에 죽은 자들의 군세는 저 오염된 땅덩어리 안에서는 지치질 않았다.
이대로라면 휴식을 위해서라도 군대를 다시 뒤로 물려야 할 판.
‘젠장, 아무래도 군단 스킬을 써야겠는데…….’
하지만 그 역시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한 번의 발동으로 일곱 장군 중 하나인 고스트 킹 노네임과 악마급 마족 아홉, 그리고 대다수의 초월급 마족들을 동시에 갈아 버린 인류의 비의는 이제 적들의 최고 경계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남은 여섯의 장군과 일곱의 악마급 마족들은 인류 연합의 주축이 되는 초인들을 전장 여러 곳에서 따로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흩어져 있는 초인 중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꽈아아아아앙!
멀리, 가장 화려한 임팩트가 터져 나오는 곳에 있는 이였다.
인류의 초인 중 제나스와 더불어 가장 약한 이가 장군 중 하나를 홀로 막아 내고 있는, 아니 유인하고 있는 곳.
‘버텨라, 아르곤.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갈 테니.’
이 다짐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째라는 것은 애써 무시했다.
모름지기 기사라면 오직 승리만을 생각해야 하니까.
며칠간 이어지는 전투를 간신히 버텨 내고 짧은 휴식을 반복한 40여 일. 그 지옥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 * *
[防壁(방벽)]
푸른 마나의 보호막이 아르곤의 주위를 감싸는 순간, 그 위로 검푸른 암흑 오러를 실은 ‘붕대’가 날아들며 한순간에 그 표면을 칭칭 휘감았다.
콰드드드득.
불과 수 초도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가는 보호막.
“젠장! 동글아!”
우우우웅.
그 외침과 동시에 아르곤이 동글이라 이름 붙인 자율 방어형 초월무구 케레브룸이 다시금 [防壁(방벽)]의 마법을 증폭시키며, 파괴되려던 보호막의 수명을 조금 더 연장했다.
그리고 그사이, 아르곤의 초월무구 마기아가 곧바로 다른 글자를 허공에 그려 냈다.
[炎火地獄(염화지옥)]
콰콰콰콰콰콰콰.
본래대로라면 전면을 휩쓰는 거대한 불길이 되어야 했을 화염 마법이, 보호막을 칭칭 감은 채 조여들어 오던 붕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그에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인 붕대가 그 불길을 털어 내면서 주인에게 돌아갔다.
“어머? 숙녀의 옷을 불태우는 것은 실례랍니다.”
여유로운 음성의 주인은 전신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그레이트 미라, 질투의 장군 중 하나인 프린세스였다.
처음에는 영파로만 의사를 전하던 악마가, 이제는 중간계의 공용어를 유창하게 내뱉고 있었다.
그에 대한 아르곤의 감상을 간단했다.
“지랄!”
스사삭.
[氷寒地獄(빙한지옥)]
번개처럼 휘둘러진 마기아가 허공에 또 다른 글자를 그려 내자, 광풍처럼 쏟아진 냉기가 오직 하나의 타깃에 집중되었다.
쩌저저저정.
한순간에 악마급 장군이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 초월급 마법을 이렇게 자유롭게 변형하다니……. 역시 네놈은 재미있어요. 이 프린세스가 놀아 줄 만한 가치가 있단 말이지요.
얼음 안에서도 태연하게 뿜어지는 영파는, 그 마법이 프린세스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쾅!
한순간에 얼음 감옥을 깨트린 프린세스가 여유롭게 웃으며 붕대를 감은 손을 까닥였다.
“자, 그럼 다른 걸 보여 줄래요? 그때처럼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거 말고요.”
그 말에 아르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X발.’
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노출증 변태, 아니 시체와의 전투는 항상 이랬다.
무슨 수를 써도 통하는 것 같지 않고, 간신히 버티는 게 고작.
솔직히 지금도 아르곤은 저 시체 변태가 작정하고 죽이려 들면 그대로 내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적어도 도망칠 자신은 있다.’
지금 자신에겐 동글이도 있고, 쫓기면서도 더욱 완숙해진 마도검술은 저 적이 말하는 대로 완전히 자유로운 변형까지 가능해졌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이렇게 숙련되지 않았다면 단숨에 죽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일어났던 거였다.
“보여 줄 거야 많지. 너무 놀라서 죽어 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되지도 않는 허세.
왠지 비참해지는 기분이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눈알 굴리는 것을 보니 또 여차하면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나 보네요. 귀찮게.”
적어도 저 악마의 주의를 자신에게 묶어 둘 수는 있었으니까.
한 수, 아니 두 수는 위인 괴물을 잡아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르곤은 자신의 역할을 넘치도록 하고 있다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저 괴물이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 쫓은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 가니까.
“흥, 도망은 무슨. 이번에는 정말 끝장을 내 주마.”
점점 허세만 느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실제로 도망치는 와중에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서 한 방 크게 먹인 적도 있으니 완전히 허세는 아니다.
“호오? 뭐, 도망이든 반격이든,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예요.”
촤라라라락.
프린세스의 말과 함께, 그 몸을 휘감고 있던 붕대가 일시에 풀리며 사방으로 쏟아졌다.
“크륵!”
“키륵?”
“뭐, 뭐야!”
“아아악!”
콰드드득.
언데드 병단과 인류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의 몸을 휘감은 붕대가 그녀와 아르곤 주위의 공간을 모조리 점유했다.
“쥐새끼 하나 잡는 데 그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 뭐예요? 오늘은 끝내죠. 깔깔.”
촤르르르륵.
작은 몸에서 풀어져 나와 끝도 없이 퍼져 나가던 붕대는, 그 말과 동시에 아르곤을 비롯한 모두의 몸을 조여들기 시작했다.
콰르르륵.
그 위에서 검푸르게 빛나는 암흑 오러가 주변으로 흘러드는 마나까지 차단하고 있었다.
- 역겨운 마나로 저지르는 꼼수는 차단하면 그만.
그 붕대로 가득한 공간 안에서, 검은 천에 가려졌던 프린세스의 눈이 붉게 타오르며 아르곤을 직시했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죄어드는 붕대가 아르곤의 신체를 압박하고.
콰드드드득.
- 끝이다, 쥐새끼.
번쩍.
프린세스의 몸이 한 줄기 암흑 오러의 창으로 변해, 그대로 그의 몸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콰아아아앙.
한순간에 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아르곤.
하지만 그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은 결과는, 프린세스가 보기에도 분명 이상했다.
아르곤을 공격할 때마다 직전에 막아서던 구체형 신의 무기가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 뭐야?!
다시 본체를 회복한 프린세스의 입에서 당혹감을 담은 영파가 새어 나오는 순간.
[神劍貫天(신검관천)]
번쩍.
쾅!
그녀의 몸을, 7가지 색을 휘감은 거대한 빛의 검이 꿰뚫었다.
- 꺄아아아악!
도망치던 아르곤의 마법과 신성 마법진의 합격을 맞고 낭패를 겪었던 얼마 전보다 더한 충격이, 프린세스의 영육을 갉아 먹었다.
하지만.
- 어, 어떻게 이, 이놈이!!? 두, 두고 보자!
다시금 한 줄기 연기로 변해 하늘 위로 솟구치는 프린세스를, 아르곤은 쫓지 못했다.
오히려.
털썩.
“흐, 흐흐, 흐흐흐. 드디어, 내 힘으로 한 방 먹였다.”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뿐.
전장의 한가운데서 탈진해서 쓰러지는 것. 평상시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지금 그런 아르곤의 얼굴에는 미소만 가득했다.
‘해냈다, 해냈어.’
좀 전에 쓴 마법…… 아니, ‘신의 검이 하늘을 꿰뚫는다’라는 이름의 기술은, 여태까지 그가 사용하던 단순한 마도 검술과는 달랐다.
무려 오러와 마법을 완벽히 조화시킨 일격이었다.
죽음을 마주 보며 고양된 감각으로 동글이의 예비 동력까지 모조리 뽑아 쓰고.
‘마기도 좀 썼고 말이지.’
타이니가 억지로 그의 몸속에 쑤셔 박아 준 마기 전환의 비법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심지어 프린세스의 공격을 회피한, 아니 애초에 적을 속였던 그 수법은 타이니가 종종 보여 주었던 오러 분신이었다.
“쿨럭, 괴물 새끼.”
마법의 힘을 빌려도 더럽게 어렵고 후유증이 남는 기술.
‘그 자식은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쓴단 말이지?’
하지만 더 이상은 질투가 나지 않았다.
이 순간, 오러익시더와 대마도사로 향하는 길이 보이는 듯했으니까.
그렇게 아르곤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그 두 가지 길을 영혼에 또렷이 각인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두 가지 경지 모두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것도 이 자리에서 살아남은 후의 얘기겠지만.
“크르륵.”
“크륵.”
쿵!
뼈만 남은 거대한 덩치의 마수와 언데드들이, 아르곤을 향해 서슴없이 다가왔다.
사방을 장악하며 마기와 마나를 흩뿌리던 두 강자의 격전이 일어난 직후.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곧장 아르곤에게 덤벼들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언데드 병단. 강자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고, 생자에 대한 증오만 가득한 불사의 군대였다.
그 와중에 동글이마저 좀 전의 일격 때문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아르곤의 눈앞에서 뒹굴며 미약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X발. 아, 안 되는데…….”
흐려지는 시야로 어떻게든 일어나려 애를 쓰던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주변 공간 전체에 샛노란 벼락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