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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머-259화 (259/500)

259화. 바람의 지배자

“……전쟁이라니요? 심지어 왕국 연합? 웨어비스트 정리하면 전쟁 안 난다며!!!!”

그야말로 뭐 빠지게 달려왔다.

순간 전생의 말세가 떠올랐을 정도로, 아직 덜 아문 옆구리의 상처마저 이동하면서 치료했을 정도로 이를 악물고 질주해 온 길이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이런 허망한 소리를 들으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표정이 안 좋은 것은 맞은편에 앉은 검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도 이해가 안 갔었다. 그리드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전해 왔다. 최대한 수습을 해 보겠다곤 하는데, 이미 3왕국이 움직여서 당장은 힘들 거라고…….”

“아니, 진짜 이게 무슨……!”

“하지만 네가 답을 말해 주지 않았느냐? 아마도 황궁에서 그 참람한 짓거리를 벌인 자의 소행이겠지.”

사실 타이니가 돌아와서 ‘붉은 머리 여자, 아마도 마족’이라는 정보를 전할 때까지, 황실과 검제는 지난번 테러의 주범에 대해 조금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되었던 황제조차 기억이 없었다고 하니, 당시 현장에 없던 타이니가 오히려 적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여태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자는 황궁의 결계를 뚫고, 접근했던 대다수를 홀리고, 모두의 기억까지 지워 버렸다. 나한테 덤볐던 황실 기사들도, 중상을 입은 익실란 경도, 쓰러졌던 황제 폐하도 그게 누구 짓인지 기억을 못 하고 있었어!”

“하…….”

“수사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자가 그렇게 물러선 게 오히려 다행일 뿐이다.”

“……환장하겠네.”

“하지만 네 추측대로라면 다 말이 되지. 붉은 머리 여자라고 했지? 그 여자가 마족, 그것도 마계 귀족이 맞겠지. 그렇다면 정말로 강림의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웨어비스트에서 전해진 승전보에 환호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왕국 연합이 이렇게 쉽게 홀라당 넘어가는 게 말이 됩니까!?”

쿵.

별다른 움직임도 없는데 울린 진동과 함께 퍼져 나가는 기세.

그것은 오러유저인 검제가 자연스레 뿜어내고 있던 기운까지 압도하며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했다.

그에 검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놈 이거…….’

타이니가 일부러 위세를 뽐낸 것이 아니라 그의 마나가 자연스레 감정에 반응해 움직였을 뿐이란 걸 알기에 더욱 놀란 것이다.

“……적어도 하나는 긍정적인 게 있구나.”

“뭐요?”

“네 녀석이 내 생각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

“……?”

타이니가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이러지 싶어서 검제를 멀뚱히 쳐다보는데.

“크흠. 아무튼 루나 양은 아직 부를 수 없는 거냐?”

검제가 헛기침을 하며 바로 말을 돌렸다.

“최소 반년이라 했으니 적어도 석 달은 더 걸릴 겁니다. 그런데 왜요? 설마…….”

싸늘한 검제의 표정을 확인한 타이니가 볼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되었던 것이다.

“……전쟁을 주도하는 왕을 다 암살할 생각입니까?”

“필요하다면 그래야지. 이 시점에 연합과 전쟁이라니, 절대 안 될 소리야.”

너무나도 쉽게 나온 대답에 방 안이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그 여자, 마족을 찾아내서 처리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래, 찾아낼 수 있으면 말이야.”

“그야 당연히 그 국왕들 곁에…….”

“그 여자가 문나이트 근처에 있었더냐?”

“……없었죠. 하, 씁…….”

“그러니까 그 방법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다.”

설득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다. 뭐라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지만 어쩐지 더러운 직감이 든 것이다.

‘그랬다간 개판이 될 것 같은데…….’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검제가 그 직감의 근거를 확실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국왕들의 암살은 최악의 경우에나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나 말이야.”

전쟁을 일으킬 왕들을 암살한다?

말이야 쉽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고 한들 그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터였다. 연합의 왕들이 암살당한다면, 증거가 없더라도 백이면 백 제국의 짓이라 생각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최대한 발뺌을 한다 해도 우리가 연합에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또 이쪽 귀족들의 불만이 크게 쌓이겠지. 그러니 그건 정말 최악의 경우에나 둘 만한 악수다. 그동안에 그 마족이 또 다른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죠. 그럼…….”

“그래, 그 마족을 찾아서 처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마계 귀족급이면서도 꼭꼭 숨어서 사람을 홀리는 괴물을 찾아서 처단하는 것이.”

검제의 말에서는 벌써부터 지독한 스트레스가 묻어 나왔다.

그런 괴물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찾는다 한들 그 자리에서 처단할 수 있는 인력이 몇이나 있을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경우의 수가 몇 없었다.

“오러유저와 마도사들이 팀을 이뤄서 잡거나, 아니면…….”

검제의 시선이 자연스레 앞에 있던 타이니에게 꽂히더니 바로 뒷말이 이어졌다.

“너 같은 괴물이 그 자리에 있어야겠지.”

인정받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도 찾을 수 있어야 가능한 얘기죠.”

쓴웃음을 짓는 타이니의 대답, 거기에 모든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아니, 아니지. 네 녀석, 문나이트의 세뇌를 풀었다고 하지 않았냐?”

“예, 그러니까 웨어비스트가 안정이 됐죠.”

“오호. 그럼 이거 일이 생각보다 쉬워지겠는데?”

“……?”

“네가 문나이트의 세뇌를 풀었다는 걸 그 마족도 알 거 아니냐. 마법적 수단을 쓰든, 소문으로 짐작하든 말이다.”

“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꺼내 들었는데, 왕들이 세뇌가 풀린다? 음모를 꾸민 게 설령 너라도 그걸 방관하진 않을 거 아니냐.”

너라도.

그 말이 굉장히 불쾌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었다.

“락스턴, 그리드, 페이든 왕의 근처에 그 마족이 있을 확률이 높겠어. 그리고 너, 그 여자가 눈앞에 있다면 알아볼 수 있다고 했지?”

“당연히…….”

그 대답이 검제의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암살행을 최선의 대책으로 생각해 봐도 되겠다!”

“엥!?”

쾅, 하고 책상을 치며 일어나는 검제의 모습이 타이니는 황당하기만 했다.

좀 전에 최악의 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자 그의 찌푸려진 인상을 보며 혀를 찬 검제가 바로 오해를 바로 풀어 주었다.

“왕들이 아니라 그 마족 암살행 말이다.”

“……그럴듯하기는 하네요. 전시의 왕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이번엔 라이칸에서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이능력자들이 즐비한 이 세상에서 전시 상태 국가의 왕궁 경비는 최전선보다 더욱 삼엄해지는 것이 상식이다. 즉, 왕국 연합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가리온의 왕궁이라 해도 평상시 라이칸이나 아세리안 수준의 정예 병력을 집중시킬 터였다.

여차하면 X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

물론 타이니의 무력을 감안하면 침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경우는 바로.

“……애꿎은 인류의 정예만 박살 내고 그 마족을 놓치는 거겠군요. 전쟁은 더욱 격화될 거고, 저는 그 주범이 될 테고.”

“그렇지. 그러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 루나 양도 불러와야지. 지금 초월무구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 마족을 처리하는 게 우리의, 아니 인류 전체의 최우선 과제다.”

“하…….”

“뭘 망설이는 게냐? 여차하면 내가 황궁의 초월무구라도 하사하자고 폐하께 말씀드려 보겠다. 루나 양 조건에 맞는 것이 하나쯤은 있겠지!”

“그렇게 했는데도 마족이 그 왕들 근처에 없으면요? 그땐 정말 X 되는 건데.”

“루나 양이 먼저 조사하는 방법이 있잖아! 그리고 실패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더 나은 방법 있냐?”

“끙…….”

검제의 논리에는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루나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면서도 타이니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방문 밖에서 그들의 주의를 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각하! 황궁에서…….

* * *

“이번에 그대가 해낸 일이, 그 공이 너무나도 크네만, 그것을 널리 알릴 수 없어 미안하네. 고작 이 정도 물건으로 성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짐을 이해해 주게.”

갑작스러운 비공식 호출로 마주하게 된 황제의 얼굴엔 정말로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정작 타이니와 검제는 ‘고작 이 정도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의 지배자.]

[성년이 되지 않은 시기에 마나의 형상을 그려 낼 수 있는 자.]

[민첩성 상승. 마나 회복력 상승. 마나 증폭. 3서클 마법 ‘바람의 질주’ 상시 적용. 1주 1회 7서클 마법 ‘칼날 폭풍’ 사용 가능.]

설명 문구가 적힌 투명한 상자 속, 작은 날개가 달린 금속 부츠.

푸른빛 마나를 뿜어내는 그 물건은 타이니에게도 익숙한 ‘초월무구’였으니까.

“타이니 경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보상일 겁니다, 폐하.”

검제가 먼저 나서서 그렇게 말할 만한 대가였다.

그럼에도 황제 부부는 정말 미안해하는 표정이었고, 이내 클로이가 멍하니 부츠를 바라보고 있는 타이니를 응시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티네스 경에게 네가 이 초월무구의 조건도 충족한다고 들었어. 이것으로 네 고생에 대한 보상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어, 타이니.”

“물론, 누, 큼. 황후 전하, 물론입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타이니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그제야 황제 부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타이니 경. 언제고 그대의 공을 널리 알리고 공식적으로 치하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겠네.”

“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뿌듯했다. 정식으로 제국에 소속되지도 않은 기사가 황제와 황후에게 성대한 치하를 받는 일은 괴력의 기사 시절에도 겪어 보지 못한 호사였으니까.

물론 그때는 어떤 권력자도 그와 독대하려 하지 않았다는 특이점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다만 그 뿌듯한 마음은 이내 이어진 황제의 한숨으로 인해 잠시 제동이 걸렸다.

“아, 그리고 이번 연합의 일 때문인데…….”

누가 봐도 좋지 않은 표정에 타이니와 검제의 얼굴 역시 굳어졌다.

“전쟁을 최대한 억제해 보고 싶지만, 이 상황이 심상치 않아. 짐작이 가는 것이 있는가?”

모두에게 하는 말 같았지만, 황제의 시선은 검제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아무래도 황궁에 참람한 짓을 벌인 ‘악마’의 소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악마? 마계 귀족을 말하는 겁니까?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장인어른?”

“그렇습니다, 폐하.”

검제는 그리 말하며 타이니와 나눈 대화, 그 추론의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자 황제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래서 현자의 마탑에서도…….”

“예?”

“아닙니다. 자세한 건 황실 마탑주, 티네스 경에게 들으시지요. 그리고 후속 대책만 보고해 주시면 됩니다. 확실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지금 귀족들이 아주 난리입니다.”

이어진 황제의 말에 그들은 의아한 시선을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 * *

“현자의 마탑에 있는 내 친우, 혹한의 마도사 아프만에게서 연락이 왔네. 이번 선전 포고는 절대 현자의 마탑과 관련이 없으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더군. 하여 제국 또한 그에 응전해 주지 말 것을 요청했네.”

오랜만에 만난 빙염의 마도사, 티네스 폰 앤더슨은 여전히 주름 하나 없는 얼굴에 희고 긴 수염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예전의 그 수더분한 미소는 보기 힘들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열을 내는 것은 처음이야. 아무래도 제자가 락스턴 왕국에 파견 나가 있어서 그리 적극적으로 나오는 거 같은데…… 그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혹한의 마도사?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타이니가 왠지 귀에 익은 이명에 고개를 갸웃할 때, 검제는 자신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티네스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도 가능한 한 전쟁을 피하라 하셨거든. 대아스란 제국에, 적국이 먼저 선전 포고를 했는데도 말이야. 자네들이 연관된 웨어비스트 일도 그렇고, 이거 상황이 너무 공교롭지 않나?”

“예? 뭐가 말입니까?”

“누군가가 당연히 일어날 전쟁을 자꾸 막아 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마치 평화의 요정처럼. 최근에 폐하와 독대가 잦았던 자네들이라면 내 이런 의문에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문과도 좀 연관된 거 같고…….”

칠순이 넘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빛이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황실 마탑주라는 신분은 제국의 공작에게 절대 꿀리지 않는바, 차마 그 질문을 무시할 수 없는 검제가 눈을 굴리며 적합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던 그때.

“아!”

타이니가 탄성을 내지르며 검제를 바라보았다.

“왜?”

“아르곤의 스승! 죽었다던 스승이 그 혹한의 마도사였……!”

그리고 그 말에 끼어든 것은 검제가 아닌 티네스였다.

“뭐? 죽어? 내 친구가 왜 죽어? 좀 전에 연락받았는데??”

그제야 아차 싶었던 타이니가 어색한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는데, 그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검제가 다시 끼어들었다.

“가만, 그럼 락스턴에 파견되었다는 그 제자 이름이 아르곤입니까? 티네스 경?”

“아니, 자꾸 내 질문은 다 피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확실히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검제가 그답지 않게 언성을 높였다.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는 마도 기사 아르곤. 타이니가 당장은 접촉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던 미래 10대 기사의 이름이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니, 나야 그 이름까지는 모르지. 다만 마탑의 기대주라고, 특이하게 검도 쓴다는 말 정도만…….”

“맞습니다, 아르곤! 그 녀석이 거기 있는 겁니다!”

이번에는 타이니가 끼어들었다.

“아니, 대체 지금 대화가…….”

고령의 마도사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검제와 타이니를 번갈아 바라보는데.

“그렇다면 절대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겠군. 그 친구부터 빼 와야겠어.”

“그거야 당연한 말입니다만,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네들, 지금 나랑 대화하러 온 거 맞지?”

검제와 타이니는 이미 그런 티네스를 논외로 제쳐 놓고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왜?”

“제가 아는 그 친구라면, 견적 내 보고 답이 없다 싶은 순간 진작에 튀었을 테니까요.”

“엥?”

10대 기사가?

검제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지는데, 그 내심을 짐작한 타이니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그런 놈입니다. 생각보다 외부에 빨리 나온 게 의외긴 하지만, 일단 그 녀석을 찾기는 찾아야겠습니다.”

“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 전, 큼. 저번에 말씀드렸던 악마추종자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만들어 퍼트린 게 그 친구입니다. 그 친구라면 숨어 있는 마족의 위치도 정확히 추적해 낼 수 있을 겁니다.”

“허!?”

“아르곤이 있다면 굳이 루나를 억지로 불러오거나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죠. 전투 보조 역할이라면, 그 친구가 루나보다 훨씬 나을 테니까요.”

“아니, 그런다 해도 튀었을 거라며?”

“찾기는 쉬울 겁니다. 이 상황에서 그놈이 뭘 하고 있을지, 전 짐작이 되니까요.”

“저, 저기 여보게들,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나도 좀…….”

서러운 표정의 티네스를 뒤로한 채, 타이니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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