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다시, 한 번 더……!
‘이 일격에 전부 쏟아붓는다.’
본래 계획은 루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힘을 아끼다가는 오히려 모든 것을 망치고 말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타이니는 집중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을 쏟아 낸 그 일격이 놈의 영역에 걸린 순간 힘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 느껴졌고, 놈이 들어 올린 왼팔과 그 몸 위로 솟구치는 몇 겹의 암흑 오러는 막막한 장벽처럼 압박감을 줬지만.
‘부순다!’
오직 그것 하나만을 생각했다.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회귀한 이래 진화를 거듭해 온 육체와 마나바디는 아직 부족한 경지에도 전생에 준하는 위력을 발휘하게 해 주었으니까.
아니, 권능을 제외한 물리력으로만 봐서는 그때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뿜어낼 수 있는 그였다.
그래서일까.
온몸의 힘이 고스란히 워해머에 쏠리고 그 거력이 그대로 움직이는 순간, 그는 오랜만에 괴력의 기사 시절의 기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전성기의 그 힘을 휘두르던 느낌 그대로.
-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순다. 내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그 신념 그대로 살았던 인생.
전생의 경험과 현생의 육체가 다시 어우러지면서, 이전까지 미묘하게나마 남아 있던 불협화음을 완벽하게 재조율해 냈다.
마치 ‘착’ 하는 소리와 함께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톱니바퀴처럼 영혼과 육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합쳐진 그 순간은, 타이니로서도 평생 몇 번 느껴 보지 못한 전율을 가져왔다.
‘이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니 주변의 모든 공간에 서려 있는 힘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완벽하게 하나의 패턴으로 흘러 들어가는 느낌.
그렇게 한층 고양된 영혼이 현생에서 새롭게 변화한 비기를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타이니는 약간의 틀어짐을 느꼈다.
정확히는 지금 이것이 이상적인 방향이 아니라고 느낀 것이었다.
‘이것보다는…….’
이대로는 힘의 낭비가 심하다.
중력과 폭발 속성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확신이 든 순간.
그의 머릿속에, 막연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꿈, 환상의 일격에 닿을 수 있는 방향이 보였다.
물론 이미 쏟아 내기 시작한 힘의 패턴을 다시 바꿀 수는 없었지만.
‘다음번에는…….’
아쉬운 마음이 망치 끝을 살짝 흔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 최고 수준에 다다른 그의 일격은 놈의 보호막을 일직선으로 뚫고 그 육체를 강타했다.
타이니식 전투 살법 3식, 유성 떨구기.
번쩍.
--------꽝!
노을빛 유성이 허공에서 폭발하는 듯한 광경.
빛이 먼저 퍼져 나가고, 소리와 충격파가 반 박자 늦게 그 뒤를 따라 전장을 덮치며 또 한바탕 소요를 만들어 냈다.
“컹!”
“크롸롸!”
“크르르륵!”
우르르르르릉.
허공에서 퍼진 충격파가 지면에 이르러 약한 지진까지 만들어 낸 순간, 치열하던 전투는 다시금 수 초간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장의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소음을 모조리 잡아먹은 그 충격파의 끝에는.
쿵.
그나마 남아 있던 왼팔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상반신의 반 이상이 날아간 채로 육중한 소리를 내며 추락한 철갑 고릴라의 몸이 있었다.
“끄, 끄륵.”
- 이, 이런 미친……!?
직전까지 전장을 가득 울리는 영파를 뿜어내던 괴물답지 않은 나약한 파동이, 꿈틀거리는 반 시체 같은 몸에서 새어 나왔다.
누가 들어도 놈이 빈사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파장.
그 영파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놈의 동료들일 수밖에 없었다.
- 마누스!
- 이런……!!!!
- 어떻게!!?
- 아르스, 네놈 때문에……!
몬스터 군단의 파상 공세를 찢어발기고 있던 악마급 괴물들의 경악.
놈들의 그 반응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찌직!”
- 마누스, 내가 간다!
방금 전까지 강력한 마력이 실린 초음파 공격과 놀라운 속도를 자랑하며 사방의 마수들을 농락하던 마족.
쉴 새 없이 번개처럼 움직이던 박쥐 악마가 동료의 모습을 보며 멈칫하는 그 찰나의 순간.
놈의 그림자에서 검은빛 한 줄기가 솟아나더니, 이내 그 중심을 꿰뚫었다.
푸슉.
“찍!”
- 뭐!?
그 짧은 순간에도 몸을 반쯤 틀어 버리는 반응 속도는 분명 놀라웠지만, 치명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심장과 머리를 한 끗 차이로 지켜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밑에서부터 일직선으로 관통한 그 짧지만 강력한 일격은 놈의 몸에 지독한 죽음의 기운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본능적으로 아래를 향해 공격을 퍼부은 놈의 권능, 마력 초음파가 그제야 그림자가 있던 바닥을 폭발시켰지만.
“찌르……!”
- 이런, 미친! 언제……!?
쿵.
자신을 소멸시키려는 기운에 온 힘으로 대응하던 박쥐 악마는, 날아오르려던 기세를 잃고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 아우리스!
고릴라, 마누스에게 향했던 악마급 마수들의 주의가 이번에는 그에게 쏠렸다.
“찍! 찌. 직!”
- 숨은, 적이, 있다!
파아앙!
“칫!”
직전에 비해 한참 희미하게나마 거듭 퍼지는 충격파에 모습을 드러낸 창백한 안색의 하프 엘프는, 금세 다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이동을 시작했다.
‘타이니!’
그런 그녀의 시선은 허공에서 추락하고 있는 동생에게 꽂혀 있었다.
찌이이잉.
“큭!”
지독한 두통과 함께 무언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이내 몸의 부피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대로라면 격심한 탈력감도 동반되었겠지만, 이미 모든 힘을 쥐어짠 타이니는 그저 약간의 이질감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 컹!
‘수고했어, 월랑.’
고릴라 괴물을 단숨에 격살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거의 죽음에 이를 정도의 중상을 입혔다.
영혼살의 권능도, 녹턴도 없이 가한 일격이었지지만, 절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놈이 저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바닥을 나뒹구는 박쥐 괴물이 보였다.
‘역시! 잘했어, 루나!’
하지만 그 광경을 보면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분노한 악마들이 자신들에게 먼저 달려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 외부의 것들 먼저!
- 아니! 마누스와 아우리스 수습이 먼저다!
- 지금 그게……!!
- 곧 그분이 오신다!! 동료를 버릴 셈이냐?
- 이게 다 아르스 네놈 때문…….
- 뭐!?
- 끙. 아니, 알겠다.
운 좋게도, 남은 놈들이 소극적인 전략을 택했다.
뭔지는 몰라도 내부의 갈등도 있는 것 같았으니, 고릴라나 박쥐 괴물이 즉사하지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인 것 같았다.
물론 위기를 모두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그만 해도 공간 밟기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으니.
- 컹! 컹!
월랑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괜찮아, 방법 있어.’
- 컹?
점점 가까워지는 지면, 맥없이 늘어진 몸.
하지만 한 번 소리를 지를 힘만큼은 남겨 놓았다.
타이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이미 바닥을 친 마나를 긁어모아 목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내.
“계속 보고만 있을 거냐, 양 대가리!!? 판을 깔아 줬잖아!!”
전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 고함이 다시금 주변 몬스터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그 말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한 감정을 담았으니, 정신파에 특화된 놈이라면 어렴풋하게나마 의도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 괴물의 앞잡이들을 토벌하라!!!!
- 놈들도 지쳤다!!! 커맨더의 뜻을 따르라!
“캬오오오오!”
“크롸롸롸롸!”
“캬아아앙!”
산양 머리와 눈깔 괴물의 영파가 퍼지며, 여태 소극적으로 움직이던 몬스터 군단의 수뇌부들이 자칭 폭식의 장군들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머리를 가진 도마뱀과 안개 형태의 퓨마, 그리고 외팔의 거인까지.
모두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에 타이니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그로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괴물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가 동료를 위해 다시 나서는 꼴이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아니, 웃긴 일이 아니지. 몬스터 군단은 몰라도 저놈들은 동료애가 있어. 소속감이 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고릴라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거기에 더해, 놈이 동료들과 주고받던 정신파도 뇌리를 스쳤다.
‘마누스(Manus)는 힘, 아르스(Ars)는 꾀. 분명히 정신파인데 비유가 아니라 고대어의 고유명사처럼 들렸어. 단순하긴 해도 확실한 이름. 그것도 옛날 이름이라는 거겠지.’
악마급 몬스터가 자아를 확립하고 이름을 가지는 일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대미궁의 환경을 생각하면 저 산양 머리처럼 커맨더(Cammander, 명령하는 자)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붙는 것이 정상이었다.
어쩌면 자칭 폭식의 장군들은…….
‘아니, 이 정도면 자칭이 아니라 아마도…….’
괜히 딴생각을 떠올리며, 억지로 흐릿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려 하는데.
-----꽝!
멀리서 굉음과 함께 몬스터들의 대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몬스터 군단의 악마급들이 전과는 달리 저돌적으로 나서고, 적극적으로 날뛰던 폭식의 장군들은 오히려 죽어 가는 동료를 뒤에 두고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
그 광경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던 순간.
쿵, 하며 워해머가 몸보다 먼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지면이 가까워졌다는 뜻. 다가올 충격을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데, 이내 ‘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떨어지던 자신의 몸을 받아 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쿨럭.
“큭. 무겁, 괜찮아?”
이제는 익숙하고, 그만큼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손길.
고개를 돌려 보니 창백한 얼굴로 입가에 피를 흘리는 루나가 보였다.
내상의 흔적.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 확실해 보였는데, 루나는 어쩐지 울상이 되어서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완전히, 못 죽였어.”
“아니, 오히려 잘됐어.”
“응?”
“저길 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장을 가리키자,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루나의 보랏빛 눈동자가 커졌다.
“이제…….”
“튀자.”
“그래.”
모처럼 두 사람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가 싶었지만.
- 그래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그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엄습하는 정신파와 함께, 멀리서 왕관 뱀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콰아아앙!
곧 놈이 전신에서 뿜어낸 암흑 오러가 달려드는 마수들을 날려 버리는가 싶더니, 다시금 세로로 갈라진 포식자의 샛노란 눈이 전장의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 나, 아르스의 이름으로. 너희, 사멸하라!
그 정신파가 주변의 공간을 가득 울린 순간.
주변의 모든 마기가 일제히 움직이더니, 곧 악의 어린 저주가 되어 그들을 엄습했다.
“꽉, 잡아.”
타이니가 떨어진 워해머에 어렵사리 손을 뻗은 순간에 쏟아진 저주. 입술을 꽉 깨문 루나가 타이니를 안아 든 채 재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나 그들이 질주하는 경로의 마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옭아매려 했다.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 타이니의 미간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흑마법이야.’
특성이나 격이 상승하면서 얻은 권능이 아닌, 저주와 공간 속성을 완벽하게 다루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고위 흑마법이었다.
“칫. 타이니, 내가…….”
“내 몸으로 막아.”
“뭐!?”
“나한테는 저주가 안 통해. 날 들어 올려.”
“무슨……!?”
“빨리!”
타이니는 미약하게나마 다시 쌓이기 시작한 마나를 모조리 동원해 몸을 가볍게 하는 데 투자했다.
그 의지를 느낀 루나가 다시금 입술을 짓씹으며 그를 들어 올리는데.
‘와라!’
타이니는 최대한 감응력을 발휘해 자신과 루나를 목표로 움직이는 저주, 마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그러자.
우우우우웅.
흑마법의 대상 중 하나가 적극적으로 그 마법을 받으려 하니, 주변의 마기가 자연히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스으으으으으.
콰콰콰콰콰콰.
몸 안으로 쏟아지는 진득한 악의 가득한 저주의 힘.
‘진짜 고위 흑마법. 역시 이놈들은…….’
단순한 마수의 권능이 아닌 백작급 악마가 사용한 8서클의 저주 마법이 그의 정신을 옭아매기 시작했지만, 타이니는 오히려 웃을 수 있었다.
“됐……다.”
‘다행이야.’
격하의 상대에게는 말 그대로 영혼살이나 다름없는 파멸적인 저주였겠지만, 이미 영혼이 8단계의 극에 오른 데다 정령술까지 더해지며 질조차 격이 달라진 그였다.
결국 아르스의 저주는 그냥 마력을 뭉쳐서 후려갈기는 것만 못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스아아아아.
소름 끼치는 기운이 자신의 뇌로 몰려들다가도 강력한 영혼력에 막혀 소멸하는 과정을, 타이니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우우웅.
체내로 쏟아진 마기는 오히려 마나로 치환되어, 탈진한 그의 몸에 빠르게 힘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거 재밌군.’
본래대로라면 한참 동안 후유증에 골골거렸을 마나 탈진 상태가 순식간에 회복되자, 타이니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처음 계획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마.”
“왜?”
“밑에서 올라오는 놈, 속도가 빨라졌어. 이대로면 몇 시간 안에 모습을 드러낼 거야.”
타이니의 시선은 그들의 발아래로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밑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을 향해.
“우리, 할 만큼, 하지 않았어?”
루나의 부정적인 반응은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마나 탈진도 적 덕분에 극복한 참이었다.
“제대로 한 방, 다시 먹일 방법이 있어.”
타이니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워해머를 바라보았다.
* * *
온갖 굉음이 난무하는 전장.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뒤에 안착한 루나는 그제야 타이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언제 탈진했냐는 듯 빠른 속도로 주변의 마기를 끌어들이는 그를 보며 질린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어쩌려고?”
“일단 회복에만 집중해, 루나. 이번에는 나 혼자면 돼.”
“난?”
“내가 기절하거나 탈진하면 날 업고 도망쳐. 최대한 빨리.”
“……뭐?”
“온 힘을 다해서 한 방 먹일 거거든. 숨 쉴 힘만 남겨 놓고 말이야.”
“……응.”
뒤늦게나마 대답하면서도 못내 불안해하는 그 표정이 루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솔직히 타이니도 그 속이 짐작은 되었다.
지저에 있는 괴물의 부하로 보이는 놈에게도 고전하다가 간신히 한 방 먹였다.
심지어 그조차 상황과 운이 따라 준 덕분이라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더하여, 전투 중에도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켜 준 몬스터 군단의 마물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 줬다는 것도.
그런데 그놈들이 ‘그분’이라고 부르는 괴물을 어찌하겠다니, 믿음이 안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이니의 자신감은 진짜였다.
“괜찮아. 길이 보였어.”
“응?”
“내 꿈에 닿을 길을 봤다고. 충분히 가능성 있어.”
모든 것을 박살 낼 수 있는 환상의 일격.
‘그 꿈에 닿을 가능성이.’
그렇게 말하는 타이니의 눈은 흔들림 없이 발밑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무슨……?”
루나가 여전히 흔들리는 눈으로 그런 그를 바라보던 그때.
그들의 등 뒤로 거대한 구체 같은 몸에 수많은 눈이 달린 몬스터가 조용히 다가왔다는 사실을,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두 사람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