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마기 치환
“후으으으……!”
당장이라도 온몸을 납작하게 짓눌러 버릴 것 같은 압력이 사방에서 밀려들었다.
등을 바로 세우고 검은 비늘을 손으로 밀어 내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
‘역시…….’
마나를 쓰지 않으면 자신의 육체는 아직 괴물을 이기지 못한다.
거대 괴수와 힘겨루기가 가능한 것 자체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
덧붙여 일부러 자처한 위기 속에서, 염체가 드디어 마기를 소멸시키기보다는 육체에 힘을 더하는 것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한번 끌어들여진 뒤로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움직이는 마나와, 그 마나를 따라 자연스레 몸을 침습하는 마기들.
몸을 변질시키고 뇌에 침투하려는 음험한 기운들을 느끼면서도 타이니는 미소를 지었다.
‘자, 움직여라.’
몸을 오염시키는 마기를 오히려 역으로 오염시켜 다시 마나와 비슷한 기운으로 만드는 작업.
루나에게는 아무래도 힘든 모양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경험이 있었으니까.
‘녹턴…….’
넘실거리는 마기를 자랑하던 녹턴을 마나로 치환해 본 경험이.
거기다 지금 그에게는 완성된 마나바디, 염체도 존재했다.
“츠르르르르.”
거대한 뱀의 샛노란 눈동자가 점점 강렬한 붉은빛을 발하자, 몸을 조이는 압력도 더욱 강해졌다.
그그그극.
“끄으으응.”
그리고 그 힘을 버티기 위해 자연스레 마나가 사용되면서, 염체는 보다 확실한 상황 극복을 위해 마나뿐만 아니라 불쾌한 에너지까지 끌어들여 억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부작용으로 노을빛 마나가 점차 검게 물들어 갔지만, 전생에 녹턴을 정화했던 경험을 떠올린 타이니의 의지가 반영되자 다시금 제 색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내 염체는 검은 마기를 적극적으로 빨아들여 더욱 진한 노을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렇게 쉽게?”
당사자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진화.
솔직히 한동안 고생할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그 각오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마기를 역으로 오염시켜서 마나와 비슷한 성질의 에너지를 만든다.
그렇게 생각했던 가설 자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타이니의 머릿속에 또 다른 가설이 떠올랐다.
녹턴을 정화하면서도 그 성능은 고스란히 유지한 경험을 전해 줬을 때, 그것을 연구하던 현자의 마탑 노인네가 넌지시 꺼냈던 가설.
- 마기와 마나의 근원이 같을지도 모른다.
말세의 와중에도 신전의 격렬한 반발로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말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진실이다.
마기가 마나로, 마나가 마기로 변질 혹은 오염되는 게 아니라, 두 기운이 아예 100% 치환되는 것이라면?
‘그 가설이 맞는 것 같은데…….’
세상을 구성하는 힘이라는 마나와, 세상을 오염시키는 힘이라는 마기가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니.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해도 사제들이 지랄하겠군.’
신전에서 극렬하게 반발할 게 분명한 생각을 떠올리며, 타이니는 기운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마기의 흡수와 전환이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는 순간, 더 이상 검은 뱀의 압력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부턴 일부러 스스로를 궁지에 몰 필요가 없었다.
그그극.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뱀의 몸통.
“취익!!”
당혹스러운 듯한 괴수의 울음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지만.
“이제 끝내자.”
담담한 한마디와 함께 타이니의 몸이 공중으로 도약하고.
“아우우우우!”
그 순간 다시 나타난 월랑이 그를 태운 채 거침없이 허공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노을빛 마나가 이글거리는 망치 형상의 벼락이 거대 괴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 *
전투가 끝난 뒤, 그들은 거대 뱀의 비늘을 벗겨 내고 그 안의 살점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 작업에는 의외로 루나가 적극적이었다. 여태까지 살기 위해 마지못해 손을 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
심지어 그 이유조차 지극히 단순했다.
“뱀 고기, 맛있어.”
“……그럼 쥐는 왜?”
“맛없어.”
“설마…… 다 먹어 본 거야?”
그 말에 루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리적 혐오가 아니라 그냥 맛의 차이 때문이었다니.
잠깐이나마 루나를 평범한 인간으로 생각했던 게 크나큰 착각이었던 듯했다.
더하여, 거대한 뱀의 살점에 깃든 마기를 정제하는 과정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타이니가 전투에서 느낀 깨달음을 토대로, 마기를 씻어 내는 게 아니라 그대로 마나로 치환하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거대 마수의 고기가 졸지에 마나를 풍부하게 함유한 영약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루나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때 놀랍지?”
타이니는 뿌듯한 얼굴로 가슴을 펴며 자랑했지만.
“……역오염이, 아니라, 본질 인식 후, 성질 치환? 그럼 나, 여태, 헛고생?”
그 놀라움이 지나쳤는지, 보랏빛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창세 신화에 관련된 오류를 발견했다는 놀라움보다는, 당장 자신이 여태 헛고생했다는 게 더 충격이라는 듯한 표정.
그 반응에서, 타이니는 새삼 진한 핏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옛날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어…… 하, 하하. 꼭 그런 건 아니지. 변이에 저항하면서 육체는 강해졌…….”
“당장, 방법 말해.”
“……옙.”
루나에게 닦달당하듯 자신의 깨달음을 전해 주면서도 타이니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동시에, 새삼 드는 의문도 있었다.
‘전생의 사신에게선 왜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
변하지 않았던 미래에서 사신은, 아니 루나라는 소녀는 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그렇게 차갑게 변했던 걸까.
혈연인 것과는 별개로, 타이니는 지금의 루나가 전생의 사신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세상은 몰라도, 루나의 미래는 구한 거로 봐야……겠지?’
그것이 새삼 뿌듯해서, 그는 명상에 잠긴 루나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론을 알았다 한들 곧바로 실행하긴 쉽지 않은 수법이다.
‘아마 보통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감도 못 잡겠지.’
익히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이론인 데다가, 범인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마나 감응력이 필요할 것이다.
태생부터 맹인인 사람에게 색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놀랍게도, 루나는 금세 성공해 냈다.
우우우우.
거칠고 난폭한 성질의 검은 마기를 빨아들여, 똑같이 검지만 고요하고 순수한 느낌이 드는 마나로 치환하는 모습.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그가 속으로 감탄하던 그때, 루나가 감았던 눈을 뜨며 씩 웃었다.
대미궁에 진입한 이래 처음 보는, 정말 기쁜 듯한 감정이 물씬 느껴지는 미소.
그러다 이내, 그녀는 마주 웃고 있는 타이니를 보며 흠칫했다.
“왜, 그렇게 봐?”
“응? 별거 아냐. 그냥 뿌듯해서.”
말과는 달리 어깨를 으쓱하는 타이니는 당장 춤이라도 출 듯했다.
대미궁을 헤쳐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퍼즐의 한 조각, 예전엔 있는 줄도 몰랐던 한 조각이 지금 맞춰진 것이니까.
그런데 그 반응에 루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나도 곧, 도움, 될 거야.”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내가, 누나인데…….”
“아무렴 어때.”
쳇 하고 가볍게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는 루나였지만,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옆모습은 결코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 * *
마기의 마나 치환.
그 결정적인 수법의 발견은 일행의 전진 속도를 한층 끌어 올렸다.
마나를 아끼기 위해 오염 물질과 심각하게 쌓인 먼지만 털어 냈던 마나 샤워도 이젠 찌든 때까지 한층 더 꼼꼼하게 씻어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더 이상 대기의 마기가 불편함을 주거나 생존을 위협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이질적인 마기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타이니는 1할 가까이, 루나는 거의 2배 이상 육체 능력이 증가하기까지 했다.
거기다 마나에 대한 제약까지 없어졌으니, 대미궁의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가 일행에게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이렇게 해결되다니…….”
어쩌면 대미궁의 정복이라는 위업을 이번에는 진짜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타이니는 들뜨기 시작했고, 자연히 일행은 더욱 빠른 속도로 미궁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 2층, 3층, 4층…….
아래로 내려갈수록 대미궁은 점점 넓고 복잡해졌지만, 그들이 통과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모든 층의 계층주들이 타이니가 경험했던 전생과는 달랐고 그때보다 더 강했지만, 가장 큰 위험 요소였던 대미궁의 환경 자체를 극복해 내고 나니 이 일대에서는 그들을 위협할 만한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래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순탄한 과정.
“상층부에는 우리에게 자극이 될 만한 괴물이 없어. 적당히 처리하고 통과하자.”
“응.”
벽을 부수는 순간 월랑을 타고 질주한 뒤 다시 벽을 부수는 단순 작업의 반복.
그 사이사이 습격해 오는 몬스터들은 타이니의 해머나 루나의 단검에 속절없이 쓰러질 뿐이었다.
그리하여 대미궁에 들어온 지 두 달이 흘렀을 무렵, 그들은 이미 지하 10층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타이니는 월랑에 기대어 앉은 루나에게 차분히 설명을 이어 갔다.
“10층 단위에서 나타나는 계층주들은 특히나 더 강했어. 전생의 내 경험상으로는 10층의 계층주가 15층의 계층주보다 더 강했으니까 굉장히 이상한 특징이지.”
“10층 단위?”
평소에는 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하던 루나가 오랜만에 반문을 던졌다.
“그래,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 10층 단위를 한 구역으로 묶는다면, 그 구역의 최종 보스 느낌이랄까?”
“그럼, 여기, 놈은?”
“내가 왔을 때는 마기 아티팩트로 무장한 듀라한 기사단이었는데……. 알다시피 이미 예측은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
그 말을 하는 타이니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오르는데, 정작 루나는 다른 곳에 호기심을 보였다.
“마기, 아티팩트?”
“응. 일단 10층까지는 그냥 바깥의 몬스터가 강화된 수준이었는데, 여길 넘어서면서부터는 마기로 강화된 무구를 사용하는 몬스터들도 가끔 나오거든.”
그 말에 루나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초월무구?”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나도 초월무구는 마지막 50층의 계층주한테서 처음 봤으니까. 그 밑으로는 못 내려가 봤지만.”
“이번에는, 가. 반드시.”
루나는 다시금 초월무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타이니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들의 전투력을 합해도 전생의 자신만 못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이렇게까지 바뀌면 그놈도 50층에 없을 수 있다는 건데. 그럼 녹턴은…….’
전생의 애병을 다시 못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떨쳐 내고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중요한 것은 장비보다는 본신의 실력이었으니까.
게다가 자신은 이미 아니무스라는 걸출한 초월무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 보아도, 완전히 미련이 떨치는 것은 아니었다.
‘……녹턴 갖고 싶다.’
끙.
“더 밑으로 가든 덜 가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일단 우리가 강해져야 하는 게 문제지. 오러는 아직도 감이 안 잡혀?”
그 말에 루나의 고개가 푹 떨어졌다.
그녀의 마나와 마기를 다루는 능력과 육체 능력은 확실히 강해졌지만, 오러의 발현 빈도는 오히려 줄었다.
‘아마도 긴장이 풀린 거겠지.’
사방을 경계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던 칼날처럼 예리한 감각이 느슨해진 결과.
다른 방향에서 성취가 있었던 것은 좋지만, 마기 치환법을 발견한 것이 어쩌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걸까 싶어 아쉽기도 했다.
다행히 루나도 그 문제를 자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나도 모르게, 발현돼. 상황 유사점, 찾고 있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진 말고. 괜히 인간을 초월하는 벽이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으음…….”
“상황보다는 순간 집중력의 역치를 높이는 쪽에 집중해. 상황이 아니라 집중력 문제일 테니까. 그리고 발렌티아가의 비전도 반드시 염두에 두고 말이야.”
“……응.”
경지가 낮은 이가 오히려 고수에게 충고를 하는 모습.
제삼자가 보기엔 황당한 광경이겠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타이니는 남들처럼 경지를 올린다기보다는 전생의 수준을 다시 복구해 가고 있다는 표현을 써야 할 괴물이었으니까.
“너는?”
“나? 음, 솔직히 뭔가 하나 막힌 느낌이라…….”
“왜?”
“아무래도 정령술의 경지도 비슷하게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부러 나보다는 월랑에게 집중하고 있어.”
한번 걸었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길이 아무리 좁고 험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길에 덩치 큰 동행자가 있다면?
‘힘들어지는 거지. 여태까지는 별 지장을 못 느꼈는데 말이야.’
물론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래쪽에서 길을 넓게 개척해 놓을수록, 더 튼튼한 지지대를 만들어 놓을수록 좋다. 그럴수록 그 위에 쌓아 올릴 탑은 더욱 튼튼하고 높아질 테니까.
실제로도 정령술의 경지가 오를수록 영혼의 격이 함께 올라가는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괜찮은, 거지?”
“물론. 그리고 정령술 5단계도 그리 멀지는 않은 느낌이라. 그렇지, 월랑?”
“컹!”
그 말에 루나의 소파가 되어 주고 있던 월랑이 호기롭게 반응했다.
“그러니 각오하라고, 루나. 나한테 따라잡히지 않도록.”
“누나라니까.”
루나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이내 불쑥 물었다.
“전생에, 내 약점, 뭐라고, 했지?”
대답은 바로 튀어나왔다.
“전투 지속력, 그리고 방어력.”
“장점은?”
“알잖아? 속도, 은밀함, 공격력.”
새삼스레 왜 묻냐는 듯한 표정에 루나가 무언가 각오한 듯 입을 꾹 깨물며 다시금 생각에 잠기는데, 타이니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계층주는 나 혼자 해결해 볼게. 누나는 쉬어.”
“응? 달라졌다며? 뭔 줄, 알고?”
“뭐라도 상관없어.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더 아래로 가기 전에 월랑의 성장을 위한 도박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
“컹?”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 짖은 월랑이 타이니를 노려보는데.
“월랑이, 그리고 내가 정령술의 벽을 넘는 것을 지켜봐, 루나. 참고가 될 거야.”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그의 검은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루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10층의 계층주.
적어도 5단계 최강급으로 보이는 뿔이 난 거대한 수사자와 암컷 사자 무리와 마주친 순간, 타이니는 월랑의 엉덩이를 툭 쳤다.
“가라, 월랑!”
“컹!?”
“네 힘을 보여 줄 때다.”
“컹……. 크르르르.”
예고도 없이 어이가 털려 버린 월랑은 잠시간 적이 아닌 계약자를 향해 이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