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대미궁
우르르릉.
“끼이?”
‘그것’은 생소한 소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존재하는 ‘최상층’의 바깥쪽 구역은 최심부에서 먼 만큼 마기가 옅고, 외부의 불쾌한 기운이 섞여 들어오는 험지.
그렇기에 태생부터 약한 종족이나, 자신처럼 상처 입고 약해져서 어쩔 수 없이 도망쳐 올라온 존재들밖에 없었다.
게다가 바깥의 ‘오염된’ 기운까지 섞여 들어오는 곳이다 보니 더욱 쇠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 역시 마물로서의 본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할 뿐, 죽을 날을 받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그저 자신보다 약한 것들을 사냥하며 근근이 생을 연명해 갈 뿐, 감히 큰 기운을 쓸 행동이나 소란은 이 구역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조용한 도태자들의 공간에 울린 느닷없는 소음은 ‘그것’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소음은 점차 ‘그것’이 있는 공간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으니.
쿵. 쾅.
우르르르릉.
게다가 거기엔 곧.
- 캬아악.
익숙한 것들의 비명 소리까지 더해졌다.
“끼릭?”
‘그것’은 불길한 예감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의 몸은 뒷걸음질 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자연히 그것이 몇 발짝 물러나기도 전에 바로 앞의 벽이 터져 나갔다.
꽈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회색의 벽.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그 너머에서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껄이는, 오염된 기운에 가득 찬 생물 둘이 걸어 나왔다.
난생처음 본 생물들.
하지만 그것들을 보는 순간, ‘그것’의 두 눈은 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본능, 아니 그 너머의 무언가가 외치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것’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이성조차 잃어버린 채, 붉게 물든 눈을 번득이며 난생처음 본 두 발 생물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꾸에에에엑!”
그게 ‘그것’이 기억하는 삶의 마지막이었다.
쾅!
털썩.
기세 좋게 달려들던 뿔 달린 회색 멧돼지가 워해머 한 방에 그대로 머리를 잃고 쓰러졌다.
애초에 1층 초입의 마물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타이니였지만, 녀석을 보고서는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놈은 그래도 돼지랑 닮았는데? 어때?”
물론 그렇다기엔 뿔도 달려 있고, 꼬리도 3개고, 이빨도 칼날같이 날카롭고 빽빽한 데다가 꼬리에도 창처럼 뾰족한 부분이 있는 놈이었지만.
“……도전.”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루나가 드디어 항복, 아니 도전을 선언했다.
그동안 마주친 마물들이라고는 작고 찌그러진 인간처럼 생긴 하급 마물 임프와, 왜 동굴 같은 대미궁에 있는지 모를 문어를 닮은 마물 옥토퍼뿐이었다.
도저히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괴물들.
물론 타이니의 생각은 좀 달랐지만 말이다.
- 옥토퍼도 맛있는데? 딱 문어처럼 생겼고, 맛도 비슷해. 톡 쏘는 맛도 더해졌고. 그러니까 먹어 봐. 해산물이 얼마나 비싼데! 문어가 뭐냐고? 나도 궁전에서만 몇 번 먹어 봐서…….
물론 마물 특유의 마기와 옥토퍼가 가진 마비 독을 버텨 낼…… 아니, 제거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그가 옥토퍼의 촉수, 아니 다리를 질겅이는 것을 본 루나는 기겁을 하며 한동안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자의 반 타의 반의 금식이 벌써 3일째.
“이러다, 나, 흡혈귀, 되겠어.”
마물의 피를 본신의 마나로 정화해 만든 물은 역한 냄새가 나더라도 억지로 마셨지만, 그 외에는 변변한 영양분을 일절 섭취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조차도 처음에는 받아 놓은 핏물을 하루 종일 마나로 정화한 뒤에나 겨우 먹기 시작했었다.
그나마 마기 가득한 공기를 정제하는 호흡법과 마물의 피에서 마기를 씻어 내는 수법을 몇 번 연습한 덕분인지, 날이 갈수록 기세가 예리해지고 있긴 했지만…….
“내가, 왜 이런, 개고생을…….”
아니, 아니다.
자신을 째려보는 루나의 눈을 보니, 딱히 경지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신경질이 난 건가? 끙.’
마나 샤워와 생체 리듬 조율로 위생이나 생리 현상을 컨트롤하는 데에도 결국 한계가 있는 법.
마물 가득한 곳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데다 생리 현상도 최소로 줄이고 있었으니, 신경질이 날 만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통 대미궁의 1층에선 볼 수 없는 마수형 마물이 나타나 줬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그래서.
“그래도, 날것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응. 불 피울게.”
루나가 그렇게 말하는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타이니는 우선 회색빛을 뿜어내는 벽에 돋아난 검은 나무뿌리 같은 것을 적당히 뜯어냈다.
우드득.
그 와중에도 불쾌하게 꿈틀거리며 마기와 독을 뿜어내는 것이 대미궁의 생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츠츠츠츠.
이내 그는 뜯어낸 굵은 나무뿌리들에 노을빛 마나를 쏟아부어 마기를 씻어 냈다. 그리고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폭발’ 속성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불 속성의 운용법을 가까스로 떠올렸다.
‘끙.’
우우우웅.
화르륵.
금세 불이 붙은 나무뿌리는 회색빛만 가득하던 공간에 따스한 빛 한 줄기를 더해 주었다.
“후, 성공.”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신력 소모도 있는 데다가, 진짜 불 속성 마나유저에 비해 몇 배는 많은 마나를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어두운 대미궁 안에서 잠시나마 불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뿌리 비슷한 게 저층에도 있었단 말이지. 재질도, 느낌도 비슷했는데. 마치 다 한 나무에서 돋아난 것처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동굴 벽을 뚫고 자라난 나무뿌리 비슷한 것이 어째서 대미궁 전반에 퍼져 있는지.
이것 또한 수수께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유용한 땔감에 불과하지.”
“잡소리, 금지! 빨리해!”
“네, 네. 잠깐만요.”
타이니는 잡생각을 잠시 미뤄 둔 채, 루나를 위해 땔감을 좀 더 준비했다.
정말로 배가 고팠는지 두 눈이 좀 전에 죽은 마물처럼 벌게진 루나는 거대한 멧돼지를 거꾸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미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낸 지 오래. 거기다 쏟아지는 피는 고스란히 수통에 모이고 있었다.
역겹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층에서 저수지를 발견할 때까지는 이것이 유일한 수분 보충 방법이었다.
마물의 피가 평범한 짐승들의 피보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혈액 속 모든 성분을 마기가 오염시킨 탓인지 그것만 씻어 내면 그럭저럭 마실 만한 식수가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도 냄새가 좀 역하긴 하지만, 최하급 마물들처럼 회색빛 이끼를 뜯어 먹으며 수분을 보충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물을 얻을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내가 발견한 방법이지만, 정말 훌륭해.’
마물의 피에서 마기만 씻어 낼 만큼 정밀하게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널리 알리고 싶은 수법이었다.
잡념이 길었을까.
“잡생각, 금지. 빨리.”
“네, 네. 갑니다, 마님.”
루나의 독촉에 타이니는 하나하나 공들여 마기를 제거하고 불을 붙인 장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5분도 되지 않아 피를 전부 뽑아낸 루나가 잘 도축된 마수 멧돼지를 들고 왔다.
“이 생지옥, 데려온 게, 너니까, 해머 내놔.”
“응?”
그 말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워해머를 그녀 쪽으로 끌어다 놓자.
푸욱.
“헉!?”
루나가 들고 있던 멧돼지를 그대로 망치 자루에 꽂아 버렸다.
“그, 그걸 왜!?”
“지지대로, 좋아.”
그 경악스러운 광경에 타이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바로 쏘아지는 그녀의 눈빛에 깨갱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기도, 네가 정화.”
“……알았어.”
나중에 마나로 씻어 내야겠다, 젠장.
마수답지 않게 덩치가 그리 크진 않았으나 무게만큼은 상당했다.
마기를 대충 밀어 내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지만 타이니는 군말 없이 명령을 받아들였다.
대기 중에 가득한 마기를 정제하며 가까스로 호흡하는 루나의 낯빛을 보니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듯했으니까.
‘너무 급하게 달려왔나.’
아직 1층이라고는 하나, 대미궁의 내부 환경은 입구 쪽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생에라도 경험이 있는 자신과는 또 다르게 느껴질 터.
‘너무 잘 따라와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도 모자라 숨 쉬는 일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얼마나 괴로운지, 자신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무심했어.’
사실 그 역시 더 지독한 저층을 생각하며 견딜 만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을 뿐, 이곳은 결코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아니다.
게다가 루나는 3일 동안 굶기까지 하지 않았나.
그녀가 지금까지 버텨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
슬슬 한계에 도달한 것 같으니, 이젠 풀어 줘야 할 때였다.
화르륵.
빙글빙글.
“……천천히 적응하면서 나아가자. 1층이라도 계층의 주인은 제법 귀찮을 테니, 만전의 상태로 도착하는 게 좋지.”
워해머에 꽂힌 채 불 위에서 익어 가는 멧돼지를 보다가 타이니가 불쑥 말을 꺼냈다.
따스한 불빛과 고소한 고기 냄새로 스트레스가 조금 누그러진 루나는 그 말 가운데 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
“응, 계층주.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막고 있는 놈들이 있어. 아무래도 진한 마기가 새어 나오는 곳을 독점하는 놈이니, 그 층에서는 제일 위험하지”
“위험해?”
“뭐, 여기 1층이야 우리한텐 좀 귀찮은 수준이야. 하지만 방심하면 꽤 곤란해질 거야.”
“어떤 거, 였는데?”
“전생에 내가 왔을 때는 고블린 부락이었어.”
“겨우?”
그 말이 의외였는지 루나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번식 속도가 빨라 귀찮은 몬스터로 분류되는 고블린은 인가에 인접한 숲속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하나하나의 전투력은 인간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독을 다룰 줄 알고 재빨라서, 일종의 해충 같은 느낌을 주는 몬스터였다.
보통 놈들의 부락 하나 전멸시키는 데에 견습 기사나 종자들이 공훈을 쌓을 겸 나서기도 했으니, 베테랑 용병 몇이 모이면 끝낼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인 것이다.
다만, 대미궁의 고블린들은 조금 달랐다.
“대미궁 안에서 변이된 놈들은 신체 능력도 훨씬 강하고, 독도 더 지독하지. 더구나 이 어두운 환경을 이용해서 잘 숨기까지 해. 한번 은신하면 찾기도 어렵지.”
그 엄포에 루나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더?”
대미궁의 회색빛을 압도하는 순수한 검은 마나가 그녀의 손끝에서 넘실거렸다.
그 자신감의 표현에 타이니 역시 마주 웃어 주었다.
“당연히 아니지.”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한 그림자 은신술. 거기에 마나 자체를 가공해 만들어 낸 그림자 독.
그 두 가지는 오히려 루나의 특기가 아니던가.
대미궁의 고블린이 아무리 특출하다고 한들 그녀보다 나을 리가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풀어야겠어.”
살벌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타이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해 준 말이었으니까. 자신감도 돋울 겸 말이다.
“자, 이제 먹자. 그리고 그만 자. 역시나 불침번은 월랑이…….”
- 컹!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영혼의 저편에서 그의 반려가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그리고 마치 그 울음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루나가 멧돼지 다리를 주욱 뜯어내며 웃었다.
“월, 여기, 싫어하던데.”
“그래도 우리가 지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월랑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컹?
……미안하다. 뻥 좀 쳤다.
‘좀 도와줘.’
- 끼이잉.
뇌리에 울리는 월랑의 신음 소리에 속으로 녀석을 달래고 있을 때.
“윽.”
멧돼지 뒷다리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던 루나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그녀의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짙은 검은색 연기. 아니, 연기 같은 기운.
타이니가 미처 정화하지 못한 마기의 잔재였다.
“너, 나빠…….”
“미안, 실수. 잘 걸러 내 봐.”
사실은 훈련을 위해 일부러 남겨 둔 것이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 눈치채지는 못한 듯, 루나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더 이상 불평하진 않았다.
“먹기, 힘들어.”
“그래도 잘하네. 마기 씻어 내면 괜찮지?”
“……응.”
정말 인정하기 싫은 듯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던 루나가 이내 고기를 전부 씹어 삼키고는 불쑥 물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어?”
“응?”
“혼자, 왔다며? 월도, 없었을 텐데.”
“안 잤어.”
“……뭐?”
“정확히는 주변 일정 범위 내 모든 마물을 쓸어 버리고, 마나로 감지망을 깔아 놓은 다음에 가수면으로 잠깐씩 눈을 붙였었어.”
그 말에 루나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까지?”
“대미궁을 정복했다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거든. 단순히 쓰레기들 때려잡는 일에 지치기도 했었고 말이야.”
정확히는 괴력의 기사라는 이름이 너무 유명해져서 악인들 모두가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을 때의 일.
‘전 재산을 중앙 신전에 바치고 귀의한 귀족 새끼도 있었지, 아마?’
그런 놈들을 억지로 쫓으며 익숙하지도 않은 머리싸움을 하는 것에 넌덜머리가 나서 선택한 길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으니까.
그 정도 위업이라면 충분히 천계에 닿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는 생각지도 못할 방법을 개발하고 극한의 인내심으로 버텨 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또 나아갔었다.
그야말로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 무모한 짓은 결국 성취를 이뤄 냈다.
8단계 오러익시더에 오른 뒤로 조금의 진전도 없었던 경지가 대미궁 투쟁을 통해 빠르게 깊어지며 극에 이른 것은 물론이요.
“끝내 정복은 못 했지만 그래도 녹턴까지 얻고 나왔는데, 세상이 온통 난리가 나 있어서 황당했지…….”
“얼마나, 있었어?”
“응?”
“이 안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루나의 눈빛에 타이니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글쎄…… 한, 1년 정도?”
“1년!?”
순간 루나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사실 1년 정도는 억지로 날짜를 셌지만, 그 후로는 까먹었다. 나가고 보니 3년이 넘게 지나 있어서 얼마나 놀랐던가.
‘그래서 지금은 더 빨리 가려고 서둘렀던 거고.’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는 루나의 눈동자가 더욱 요동칠 듯하여 타이니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걸렸다.
“이상한, 웃음. 거짓말이지?”
“……응.”
젠장, 어쩔 수 없나.
타이니가 인상을 구기며 진실을 말하려는 찰나.
“그럼 그렇지. 어떻게, 1년이나…….”
……응?
“아. 하. 하…….”
스스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루나를 보며 타이니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루나가 착각한 거다.’
사실 아직 할 말이 많았다. 이를테면 저층에서는 불을 피웠다간 괴물들이 몰려올 수도 있으니 고기를 날로 먹어야 한다는 얘기 같은 것.
하지만 그런 진실은 루나가 대미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나 털어놔야겠다고 결심하는 타이니였다.
그리고 그 며칠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1층의 끄트머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목격한 타이니는 그 결심을 당장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