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대수림
나른의 자신만만한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자밍우드를 떠나 초원을 건너 구릉 지대에 들어설 때까지, 나른은 자기 부족의 영역이 아닌데도 사냥감이 있는 곳과 물이 흐르는 곳으로 일행을 기가 막히게 안내하며 섭식을 도왔다.
더하여 일주일 동안 마주친 오크 종족은 총 셋이었는데, 그들의 반응 역시 나른의 말대로였다.
초원의 푸른 사자족도, 구릉 지대의 붉은 도마뱀족도.
그리고 지금.
“……붉은 멧돼지의 친구, 가라.”
새하얗고 거대한 늑대를 탄 다이어울프족까지, 일행을 그냥 보내 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컹!”
“낑.”
체고만 1.5~2m에 이르는 거대한 다이어울프들이 월랑이 곁을 지나가려 발을 떼는 순간 자연스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마치 더 넓은 길을 만들어 주려는 것처럼, 왕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 주는 신하처럼.
“цтвцд!”
“вд, вдкз фтовш……!”
그에 다이어울프족의 오크 전사들이 기겁을 하며 늑대들을 진정시켰다.
개중에는 적개심 어린 눈초리로 무기를 빼 드는 이마저 있었지만, 그들의 대장 격으로 보이는 한 오크가 손을 들어 올려 전사들의 돌발 행동을 막았다.
그리고 흉터가 있는 눈을 빛내며 타이니에게 물었다.
“어째 범상치 않다 했더니, 정령인가?”
“그렇다.”
“최근에 인간들의 나라에 늑대의 정령을 타고 재앙을 막은 기사가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작은 인간, 너인가?”
‘작은……?’
전생처럼 커질 생각은 없었지만, 그 말에는 왜인지 살짝 열이 받았다.
“그런데?”
시비를 걸어 준다면 그대로 박살 내 버리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부럽군. 정령이 될 정도로 오래 산 형제라니.”
“컹!”
그 오크 전사가 자신이 올라타 있는 다이어울프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탄 다이어울프는 조금 작아 보이긴 했다.
그 이유가 오크 전사치고는 조금 작은, 190cm가 될까 말까 한 체격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골격이 약해진 늑대다.’
나이가 든 늑대. 그 다이어울프를 보니 또다시 옛 동료 저릭의 말이 생각났다.
- 오크들은 전사로 인정받을 때 부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혼의 형제를 얻는다.
- 그 형제가 죽으면 새로운 형제를 얻는 이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오크들도 많지. 나 역시…….
오크족 중에서도 유일하게 하급이니 중급이니 하는 급수를 따지지 않는 대전사(Great Warrior), 인간들에게 워로드(War Lord)라고도 불리는 저릭.
그는 항상 용맹하고 호쾌했지만, 그 말을 할 때만은 보기 드물게 슬픈 표정을 지었었다.
‘생각해 보니 저릭도 다이어울프족이라고 했었지.’
물론 지금 저릭은 오크의 성지인 바토르에 있겠지만, 타이니는 왠지 그가 생각나는 바람에 뭐라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킁.”
“음?”
월랑이 갑자기 멋대로 움직이더니, 옆에 나 있는 숲길 근처에 자라난 푸르게 빛나는 풀 부근을 빠르게 파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륵.”
월랑이 그 푸른 풀을 뿌리째 물고는 터벅터벅 걸어와 오크 전사 아니, 그 전사가 타고 있는 다이어울프 앞에 턱 던져 놓았다.
누가 봐도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행동, 하지만 또 어이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늑대한테 열매도 아니고 풀을 먹이라는 건가?”
“컹!”
“……그런 것 같군.”
“카란? 우리에겐 그저 쓴맛이 나는 약초일 뿐인데, 설마 그게 너의 늑대가 정령이 된 비결인가?”
타이니가 거기까지 알 리는 없었다. 다만.
“킁!”
월랑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은 긍정이었다.
물론.
“……그냥 늑대의 수명을 좀 늘려 준다는군. 오래 먹어야 하겠지만.”
약초의 효과에 한해서만 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설명만으로도 오크 전사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정령이 된 늑대의 지식이라니! 형제들의 수명을 늘려 주는 풀이라니!!”
그 감격에 찬 목소리에 그의 뒤에 있던 오크들 역시 눈을 크게 떴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작은 인간! 우리 다이어울프족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
‘자꾸 작다고 강조를…….’
전생만큼은 아니더라도 너만큼은 클 수 있을 거 같은데.
타이니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삐죽이는데, 오크 전사는 그런 그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고개를 조아리기 바빴다.
“내 이름은 볼드. 다이어울프족의 족장 후보 중 하나다.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찾아와라. 내 명예를 걸고 돕겠다!”
아직 진위가 증명되지도 않은 정보 하나에 명예까지 건다.
오크 특유의, 아니 볼드 개인의 단순함을 보여 주는 호언이었지만.
‘그런 게 싫진 않아.’
타이니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맺혔다.
“기억하겠다, 다이어울프족의 볼드. 다만 지금은 갈 길이 바쁘니 훗날을 기약하지.”
“좋다. 기다리겠다, 작은 인간.”
……또.
고작(?) 20cm 차이의 키 때문에 타이니는 콧김을 뿜었지만, 어쨌거나 다이어울프족 전사들과의 만남은 좋은 인연과 함께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삼 일 뒤.
일행은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난 거대한 수림을 앞에 두게 되었다.
“……대수림. 정말 고작 2주 만에 이 앞까지 왔군. 고생 많았네, 타이니 경.”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가렌 옆에서, 타이니는 혼자 왔으면 그 반도 안 걸렸을 거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까지다, 인간들. 붉은 멧돼지의 친구들에게 무운을 빌겠다.”
“수고 많았다, 나른.”
“고생 많았다, 나른 순찰 대장.”
그런데 그렇게 말하며 당장이라도 돌아설 것 같던 나른이 어쩐지 머뭇머뭇하며 입술을 달싹이는 것이 보였다.
그에 타이니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혹시, 붉은 멧돼지의 수명에 도움이 되는 약초도 있나? 은혜는 꼭 갚겠다!”
나른은 뭐가 부끄러운지 새빨개진 얼굴로, 눈까지 꼭 감은 채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고작 그 말을 하는데 왜 저리 부끄러워할까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오면서도 지나치게 말수가 적었지. 필요한 말만 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혹시 그게 아니라 낯을 가려서?
용맹한 오크 여전사의 뜻밖의 모습에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혹시 그 카란이라는 풀이 붉은 멧돼지한테도……?”
“……안타깝지만 나도 그건 몰라. 애초에 내 지식도 아니고, 카란인가 뭔가 하는 그 풀도 난 처음 보는 거야.”
타이니가 그렇게 말하며 월랑을 툭 치자, 월랑이 킁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붉게 달아올랐던 나른의 얼굴이 순식간에 제빛을 되찾았다.
“그, 그런가. 역시 내 욕심이었다. 알겠다.”
아예 풀이 죽어 돌아서는 나른.
‘재밌네.’
10일을 함께하는 동안, 오크 전사답게 마냥 든든하기만 하던 나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도와주고 싶어도 지금은 한시바삐 엘븐하임으로 가야 하는 상황.
‘확실하지는 않지만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쯤……. 빠르면 두세 달, 늦어도 반년 안쪽이다.’
‘느린 종족’ 엘프들의 신뢰를 쌓고 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기간으로는 턱없이 짧다.
유일하게 믿을 것이라고는 가렌이 가진 엘프의 머리카락뿐.
그러니 일단은.
“……혹시나 알게 된다면 꼭 전해 주겠다. 그러나 기대하지는 마라.”
“알고 있다.”
“그럼, 너도 무운을 빈다.”
나른이 작은 한숨으로 아쉬움을 털어 내고는 완전히 돌아서는 것을 지켜본 뒤, 타이니는 다시금 거대한 나무들이 우거진 수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수림, 오랜만이네.’
엘프들과 고대의 야수들의 마지막 쉼터인 동시에,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온갖 몬스터가 범람하는 험지일 뿐인 땅.
그리고.
‘마역의 오염을 막아서는 대륙의 방패.’
광활한 대수림을 넘어 먼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면 이 세상의 생물들은 살기 힘든 땅, 마기로 오염된 마역이 나온다.
온 대륙으로 퍼진 몬스터들의 고향이자, 고대 마왕 전쟁이 대륙에 남긴 상흔이라 알려진 곳.
그것이 대수림이 대륙의 방패라 불리고, 그곳을 지키는 엘프들이 파수꾼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유였다.
‘마역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데.’
그 가장 깊숙한 곳에 대미궁이 있다. 언제고 ‘녹턴’을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들러야 할 곳.
다만 지금은.
“……거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지금 그 마역에 가 봐야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녹턴을 찾는 건 적어도 오러유저 수준의 힘은 회복한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일.
“음? 타이니 경, 방금 뭐라고?”
“아니, 아닙니다. 빨리 가시죠.”
엘븐하임은 이 대수림의 중심에 있다.
엘프들이 다른 종족과의 교역을 위해 최소한의 길을 만들어 놨다고는 하지만, 그 길을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엘븐하임까지는 일반적으로 일주일은 걸린다.
“그러니 우리는 3일 안에 주파를 목표로……”
“그랬다간 우리 산드라가 죽네. 이미 여기까지 오는 것만 해도 상당히 무리했어.”
“하……. 5일 정도는 괜찮을까요.”
“……거기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해 보지.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급하게 가는 건가?”
말을 보태는 가렌의 태도는 어딘가 조심스러웠는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타이니가 이뤄 온 성과가 제국에서 인정받기도 했고, 발렌티아 가문의 수뇌들이 그를 보는 시각 또한 유독 남달랐던 것이다.
황실의 일 직후.
- 타이니가 하고자 하는 일을 돕는 데 가문의 역량을 집중하라. 설령 그로 인해 가문이 위험해지더라도.
가문의 주인인 에스가르드 폰 발렌티아 공작은 최측근들 앞에서 그렇게 선언했다.
당연히 주군인 검제와 타이니가 무언지 모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지만.
- 묻지 마라. 그것이 인류를 위하는 일이니.
이어진 검제의 말은 그 호기심의 싹을 애초부터 잘라 버렸다.
‘그래도 따라야지.’
가렌은 아직도 황도의 혼란을 수습하느라 바쁠 주군을 떠올리며 속으로 담담하게 다짐했다.
자신의 주군인 발렌티아 공작은 귀족 중의 귀족.
단순히 지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하고 황실을 보필한다는 의무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귀족이었다.
그런 주군이 자신에게까지 비밀로 한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러니 자신은 그저 능력이 닿는 대로 명을 충실히 수행하면 그뿐이었다.
그것이 무력이건, 인맥이건 간에 말이다.
다만.
“목표를 알면 좀 더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명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이 정도 질문은 해도 되지 않을까?
가렌으로선 그런 생각이었는데, 타이니의 대답이 이상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뭐!? 아니, 그러면서 뭘 이렇게 서두르나!?”
“하지만 엘프족의 성물이 사라지고, 세계수가 불타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요.”
“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가렌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떠졌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세계수가 파괴되면 대수림도 마기에 오염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세상에 언젠가 확정적으로 파멸이 닥쳐온다는 것.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주군의 명을 떠나 기사로서, 아니 대륙에 발붙인 자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뭐 하나, 타이니 경! 서두르지 않고!”
타이니가 어이없는 눈초리로 보건 말건, 가렌은 황급히 애마에 올라탔다.
“미안하구나, 산드라. 조금만 더 고생해 다오.”
히이이잉!
그때부터 가렌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바람 속성의 마나를 조율하며 마력질주를 사용했다.
제국 북부산 푸르트종의 명마인 산드라는 그런 주인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하…….”
함께하는 동료가 의욕이 넘쳐서 나쁠 것은 없다.
타이니는 가볍게 헛웃음을 짓고는 바로 월랑과 함께 그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그리고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방금 자신이 뱉은 말을 곱씹었다.
엘븐하임의 경우는 카룬이나 황실의 재앙과는 또 달랐으니까.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그걸 막겠다고 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날짜와 사건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던 카룬의 재앙.
날짜만이라도 알고 있었던 황실의 재앙.
그에 비해 엘븐하임의 일은 날짜도,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이 그저 결과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얘기나 좀 더 들어 볼걸.’
전생에 이미 끝난 일이라며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새삼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나마 믿을 것이라고는.
‘에스티나를 설득하면 돼. 불온한 조짐이 있다면 그녀가 알겠지.’
문제라면 그녀를 설득하는 일이 웨폰 마스터 때처럼 그리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100여 년 전부터 세계수의 수호자로 있어 온 그녀에 대한 정보는 고위 귀족이라면 웬만큼 다 알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애초에 에스티나가 뭘 숨기는 성격도 아닌 까닭에, 그녀에 관한 정보 중 본인만 아는 기밀 따위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는 검제나 웨폰 마스터와도 큰 접점이 없고.’
동료들 중엔 거의 유일하게 20년 뒤나 지금이나 경지의 차이가 별반 크지 않으니, 당사자가 미래에 쓰는 전투법 따위도 설득의 근거가 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믿을 것이라고는…….’
두 번의 재앙을 막아 내며 퍼진 광휘의 기사라는 이명뿐.
그 명예가 자신의 말에 좀 더 신뢰감을 더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잘될 거야. 잘돼야 한다, 반드시!’
만약 뜻대로 일이 잘 풀린다면, 엘븐하임은 그녀에게 맡겨 두고 바로 남부 산맥 지대의 테르티우스(Tertius)로 가면 된다.
드워프들의 왕국에서 벌어질 일도 시기를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설득만 잘되면 ‘그 기술’도 배워 보고 싶은데……. 그게 정령술사로서 자연스러운 성취에 따라오는 기술이 아니라면 말이지.’
지금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그녀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니는 그렇게 부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얌전히 가렌의 뒤를 따랐다.
반나절 뒤.
“미, 미안하네, 타이니 경. 더 이상은 산드라한테 무리일세. 쉬어야 해.”
열정적인 질주를 멈춘 가렌이 초췌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자, 그들은 얌전히 대수림의 대로 주변에서 노숙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면목이 없네, 정말…….”
“괜찮습니다. 이게 당연한 거니까요.”
타이니는 웃으며 중년의 기사를 위로했다.
기실 경지의 고하를 떠나, 6시간이 넘도록 마력질주를 유지하는 건 보통 기사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질주하는 동안 마주친 몬스터들도 유난히 많았으니, 중간중간 전투까지 수행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 엘프의 순찰대나 사냥꾼들이 돌아다닐 만한 범위에 다다랐으니, 슬슬 속도를 조절하긴 해야 했습니다. 무작정 전력 질주를 하다가 화살 맞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말이 씨가 됐을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그리되면 엘프들을 설득하는 일은 내게 맡겨 두게.”
가렌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화색이 돌던 그때.
쎄에에에엑.
팍.
파르르르르.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을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모닥불 옆 바닥에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엘프!?”
그들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조금 떨어진 풀숲에서 작달막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흐에에에엑! 진짜 너무하네! 어? 어이! 거기 인간들, 나 좀 살려 줘!”
- 그워어어어!
뒤쪽에 거대한 나무 괴물들을 달고 뛰어오는 작달막한 그림자.
그것은 엘프가 아닌 ‘드워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