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필레스를 떠나다
필레스 외성은 최근 일주일 사이 연달아 격변을 겪었다.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 울프 패거리가 소탕되면서 수많은 창관이 문을 닫고 거지 떼의 반 이상이 영지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필레스 토박이들은 영지가 깨끗해졌다며 좋아했지만, 이곳을 들러 제국 중부 지방의 대도시들로 향하는 상인들이나 용병들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기후가 온화한 필레스 영지에서 며칠씩 휴식을 취한 후에 길을 떠났던 상단들이 고작 하루 이틀 만에 다시 발길을 재촉하게 되었으니, 당장은 영지의 수입이 줄어드는 악재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런 것이야 세금을 걷는 영주나 신경 쓸 문제였지만, 불과 이틀 전에 그 영주까지 죽어 버렸다.
“그 소문 진짜야?”
“뭐, 뭐야?”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영지는?”
영지민들은 모이기만 하면 같은 주제로 떠들어 대기 바빴다.
다만 그 어느 대화에도 영주가 흑마법사였다거나 영주를 죽인 범인이 기사단장이라는 등의 얘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소년은 그런 목소리들을 들으며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이 입단속을 제대로 했나 보군.’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이젠.
‘우선 공작가에 가서 공작의 말을 확인한다. 그 후에 수련 방향을 잡으면 되겠지.’
회귀 직후의 걸림돌 하나를 홀가분하게 처리한 타이니의 머릿속에는 이제 그 생각뿐이었다.
전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글러터니의 힘, 그리고 그 이상일 것이 분명한 마왕의 힘.
그들의 출현은 지금으로부터 이십 년 뒤에 벌어질 재앙이었지만, 그럴싸한 세력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은 그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 실력을 키워 군단장과 마왕의 골통을 깬다.’
그것뿐이었다.
전생에 동료들과 협공을 했음에도 공멸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괴물, 글러터니.
‘적어도 그놈만큼은……!’
자신의 드높은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그놈만큼은 반드시 혼자서 때려잡을 수 있을 만한 실력을 키워야 했다.
가능하면 마왕도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물론, 그게 마냥 뜻대로 이뤄질 거라고 장담하는 것은 자만이다.
‘나야 가능성이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오러마스터, 혹은 그 이상의 경지가 그리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전설로 남지도 않았을 터.
그러니 지금은.
‘앞으로 이어질 재앙들부터 어떻게든 막아 내야 해.’
마치 마왕군의 강림을 예고하는 전조처럼, 당시 이 시기에는 크고 작은 재앙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거의 1~2년 단위로 대륙을 뒤흔든 재앙들이, 마왕군이 강림하기도 전부터 인류 전체의 힘을 크게 약화시켰던 것이다.
문제라면.
‘……내가 제대로 아는 사건이 몇 가지 없어.’
평생을 홀로 돌아다녔던 그의 한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 노인네들이 말하길, 그때 첫 번째 성물이 사라진 것이 그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했어. 모두가 그걸 그저 끔찍한 사고라고만 치부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동료였던 아르곤 덕분에 첫 번째 재앙, 7대 성물 중 하나가 사라진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건 아마도 올해가 끝날 무렵…….’
시간상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을 듯했지만, 공작가에 들러 공작이 준비한 선물을 얻고 다시 해상왕국 카룬으로 가야 했다.
왕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성물에 아무나 접근할 수 있게 두지도 않을 터.
그 까다로움을 생각하면 가능한 한 빨리 가서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재앙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성장한 뒤, 온전한 인류의 전력과 함께 마왕군을 상대한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될 즈음에야, 타이니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선은 이것부터.’
교차한 칼 문양의 팻말.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타이니는 낡은 이 층 건물의 문을 열어젖혔다.
끼이이익.
“그래서 내가……!”
“와하하하!”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험상궂은 사내들의 무리가 저마다 술잔을 들어 올리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이 영지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야. 뭐, 큰 건수라도 생기려나?”
“큰 건수? 어떤?”
“영주가 죽었으니 영지전이라던가…….”
“장난하냐? 여기가 동부 왕국 연합인 줄 알아? 제국이야 제국! 영지전은 무슨!”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용병 길드 안.
칼밥을 먹고 사는 무리의 대화에는 평범한 영지민들과는 격이 다른 살벌함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웬 소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자 한순간에 시선이 집중되더니, 이내 하나둘씩 조롱 섞인 농담이 날아들었다.
“꼬마야, 엄마 심부름 왔니?”
“여기는 애들 놀이터가 아니란다. 에비, 얼른 나가!”
“놔둬, 뭐 하나 보게. 귀엽잖아.”
“낄낄, 그래. 너무 떠들면 겁먹잖아.”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건 한 귀로 흘려 버린 타이니가 그대로 전면에 있는 카운터 앞에 섰다.
이곳의 바텐더이자 용병 길드의 필레스 지부장 겸 유일한 직원이기도 한 애꾸눈의 사내, 타렌이 험상궂은 인상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술 심부름? 참고로 여긴 와인 같은 말랑말랑한 술은 안 판다.”
그 말 한마디에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호응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남자의 술은 위스키지.”
“무슨 소리야? 럼이지!”
“네놈이 해적이냐! 럼은 무슨, 진이 최고지!”
대낮부터 저마다 취향을 강요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한들.
그 시끄러운 목소리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실실 웃으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꼬마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크르르르.”
낡은 건물의 천장에 닿을 듯한 크기의 반투명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허으…….”
딸꾹.
타렌이 기괴한 표정으로 딸꾹질을 시작할 때.
“용병 등록하러 왔다.”
아직은 변성기도 오지 않은 듯 또랑또랑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자서 곧장 공작가로 내달리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공작가의 정문에서 반지를 내밀 때 의심받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신분패는 있어야지.’
용병 혹은 상인. 평민이 영지에서 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신분은 그 두 가지 뿐이었으니까.
그것이 타이니가 굳이 용병 길드를 찾은 첫 번째 이유였다.
와중에 편한 방법을 두고 괜한 힘자랑으로 힘을 뺄 필요는 없으니 월랑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령술사가 희귀한 만큼, 월랑은 아주 효과적인 능력 증명 수단이었으니까.
다만 살짝 문제도 있었다.
“하하……. 그, 그래도 정당한 신분이라는 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증?”
“도망친 죄인이나 농노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군가 보증해 줘야……. 아, 너를 도망자로 의심한다는 건 아니고! 원칙이 그렇다는 거지, 원칙이. 뭐, 거창하게 귀족의 보증까진 필요 없고, 이곳에 아는 사람만 있어도……. 하하.”
덩치답지 않게 식은땀까지 흘리며 손을 내젓는 타렌.
그 모습을 보며 타이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원칙도 있었던가?
하도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해결은 어렵지 않았다.
30분가량이 지났을 무렵.
타렌은 타이니가 데려온 뻐드렁니 노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힉스 영감?”
“으, 으음. 내, 내가 보증하겠네. 타이니 님의 신원을.”
“타이니 님? 아니 그보다, 영감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어, 어? 아냐. 나, 난 괜찮아. 그, 이 아이의 신원을 내가 보증한다고.”
연신 소년의 눈치를 살피는 노인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 부, 부탁하실 일은, 이걸로 정말 끝입니까?
- 그래.
- 흐아아, 가, 감사합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역시 조금 미심쩍긴 했지만 자신이 신경 쓸 이유는 없는지라, 타렌은 다시 들어온 어린 정령술사를 보며 손을 비볐다.
“신분패는 금방 만들어 줄 거야. 나름대로 정교한 문양을 새겨야 하는지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마음대로.”
“흐, 그래. 어린 친구가 호쾌하구만.”
“아, 혹시 말도 대여할 수 있어? 돈은 있어.”
“말?”
용병 길드를 찾은 두 번째 이유.
바로 용병 신분이라면 길드에서 말을 사거나 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체력에 자신이 있어도, 장거리 이동에선 말을 타는 게 최고였다.
특히나 말에게 마나를 주입하여 평소 이상의 체력이나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마력질주는 기사의 기본 소양이나 다름없는바.
타이니는 지금 상태로 말을 탄다면 공작가까지 삼 일 안에 주파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말? 동물 정령을 두고 굳이?”
“……늑대는 오크처럼 평형 감각 고장 난 놈들이나 타는 거야.”
“그, 그래? 뭐 정령술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타렌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보며 타이니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월랑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바로 월랑이 늑대라는 점이었다.
유선형의 몸을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면서 달리는 늑대는 애초에 등 뒤에 사람을 태우기 좋은 동물이 아니었다.
오크들이야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전투 생물로 부족을 나누는 만큼, 별 희한한 생물들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개중에는 커다란 다이어울프를 타고 산맥을 누비는 족속들도 있다.
하지만 오크의 탈것들 대부분은 평형 감각을 고려하지 않고 전투의 효용성만 따진, 말 그대로 전투용 생물들.
타이니 역시 전생에 그의 큰 덩치를 감당할 수 있는 탈것을 찾다가 그나마 만만한 다이어울프에 눈을 돌린 적이 있었지만.
- 다이어울프의 등에 인간이 타면, 10분도 안 돼서 배 속에 든 걸 다 토하게 될걸! 껄껄.
동료였던 오크족의 대전사, 워로드 저릭의 경고를 절실히 체감한 후 빠르게 포기하고 말았다.
마나의 힘으로 감각의 일부를 마비시킨다면 다이어울프의 반동을 견딜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태로는 전투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인간에게 어울리는 전투용 탈것은 그나마 등의 움직임이 적은, 말 같은 동물이 고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 크르르.
영혼에서 전해지는 느낌, 월랑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았다.
‘아니라고?’
- 크륵.
단호하게까지 느껴지는 울림.
결국 타이니는 월랑이 전해 온 신호를 따라 용병 길드에서 곧바로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월랑의 의지를 따라 용병 길드를 나선 타이니는 필레스의 외성 밖으로까지 나왔다.
타렌은 신분이 보증되었다고 해도 의뢰 경력이 없는 탓에 C급 용병패 밖에 주지 못한다며 넌지시 의뢰를 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은 공작가로 가는 것 자체가 시급한 상황, C급 용병패만으로도 외성 문을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다만.
“정말 가능해?”
자신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월랑의 장담에 조건이 붙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지금보다 성장해야 한다고?”
정령의 성장이라니?
“그냥 술사가 강해지면 정령은 따라서 강해지는 거 아니었어? 생전의 힘을 되찾을 때까지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름대로 주워들은 상식을 읊어 보는데.
“컹!”
타이니의 눈높이만 한 체고로 실체화한 월랑이 실망이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짖었다.
“아니야?”
정령석을 만들 정도로 마나를 축적한 생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적인 개체보다 훨씬 커지기 마련이다.
정령이 된 후에는 영체 상태에선 생전의 크기로 보이지만, 실체화한 상태에서는 술사의 경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술사의 경지가 생전 정령의 힘을 넘어설 정도가 되면, 그때야 비로소 정령 역시 새로운 진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천공의 기사 에스티나에게 들었던 정령의 성장 과정은 분명 그러했다.
게다가.
‘덩치만 보면 내 경지가 오르면서 더 커진 것은 확실한데.’
물론 여전히 영체보다는 한참 작으니, 아직은 생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성장하긴 했다.
“크르르.”
그 생각을 읽은 듯, 체고만 1m가 넘는 늑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콧잔등으로 그의 얼굴을 툭 밀었다.
“맞지만, 아니다?”
“크르.”
“아! 다른 게 있다?”
“크륵.”
월랑이 이제 알았냐는 듯 고갯짓을 했다.
마치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월랑의 모습을 보며, 타이니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사람과 대화하듯 완벽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령과의 연결은 대화와는 또 다른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감각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것.
이내 그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타이니는 비로소 월랑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령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컹!”
“아……! 내 특성이 정령인 너에게서 실체화될 때…….”
그것이 술사와 하나가 된 진정한 정령의 성장?
“컹! 컹!”
정답이라는 말 같았다.
제 뜻이 똑바로 전해진 것이 즐겁다는 듯, 포효를 멈춘 월랑이 은빛 꼬리를 풍차처럼 돌리며 타이니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그래, 네가 기분이 좋다는 것도 알겠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알겠는데.
“……근데 내 특성이 뭔데?”
“……크르?”
그 말에 풍차처럼 회전하던 꼬리가 멈추고, 활기차게 움직이던 걸음도 비틀거렸다.
귀까지 축 늘어진 것이 꽤 안쓰러워 보였지만…….
정말 모르겠는 걸 어쩌겠는가?
미안한 마음에 괜히 눈길을 피한 타이니는 말없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킁.”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월랑은 사람처럼 한숨을 푹 내쉬더니.
우웅.
이내 반투명한, 거대한 영체 상태로 돌아가 그와 겹치듯 섰다.
“뭐 어쩌라고?”
까닭 모를 행동에 고개를 갸웃한 타이니가 슬쩍 몸을 물렸지만, 월랑은 곧바로 따라와 자신의 영체를 타이니에게 겹쳤다.
그에 타이니가 당황하던 찰나, 월랑에게서 흘러들어 온 감정이 새로운 단서를 던져 주었다.
“아! 동조(同調)? 일단은 하나가 되는 게 먼저다? 계약이 다가 아니었어?”
“……커엉.”
여태 그것도 몰랐냐며 한심해하는 듯한 울음소리.
그 모습을 보며 타이니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런 게 있었구나.’
사실, 정령술에 대한 건 동료에게 주워들은 게 전부인 타이니로서는 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에스티나는 정령술사도 아닌 이에게 이런 자세한 과정까지 설명할 필요는 못 느꼈을 테니까.
하지만 월랑이 전하고자 한 뜻을 알아들은 이상, 실행은 어려울 게 없었다. 겉모습은 어린애일지언정 그 영혼은 초인의 경지, 그것도 오러유저를 넘어 오러익시더에도 닿았던 마나의 달인이었으니까.
타이니가 의지를 일으킴과 동시에 마나가 움직이고, 이내 그의 영혼과 월랑의 영혼이 서서히 일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타이니는 자신이 월랑의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월랑의 진정한 힘과 감각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렇구나. 이게…….’
정령술사로서의 2단계.
- 감각동조(感覺同調, Soul link).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우우우우웅.
주변의 마나가 월랑에게로 빨려 들어가더니, 녀석의 털이 더욱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뼈가 다시 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월랑이 고개를 툭툭 털었다.
이내 고개를 월랑과 시선을 마주하자, 녀석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훨씬 단단해졌다. 마치 지금 나처럼.’
겉으로 보이는 체격에 비해 훨씬 강하고 탄력 넘치는 육체.
월랑이 말한 술사의 특성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월랑의 전투력은 단숨에 몇 배 이상 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심지어 그게 전부도 아니었다.
“컹! 컹!”
“타라고?”
“크륵.”
체고만 1m가 넘는 늑대는 분명히 평범한 크기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한 크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수가 1m를 살짝 넘는 키의 소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전생의 경험은 아직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월랑의 움직임, 시야, 냄새……. 그 모든 감각이 다 내 것처럼 느껴진다.’
제 몸의 움직임 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은 없다.
타이니는 용병 길드에서 월랑이 전하고자 했던 뜻을 비로소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너무나도 쉽게 녀석의 등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타이니가 월랑의 등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순간.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사위를 떨어 울리는 포효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검은 머리 소년을 태운 은빛 늑대가 무서운 속도로 들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