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정리 (1)
자신과 누나의 운명을 뒤바꾼 금반지.
전생에는 찾지도 못했던 물건.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자연히 반지를 준 사람이 떠올랐다.
“……클로이 폰 발렌티아.”
후일 그녀가 이룬 위업을 차치하고 나서도, 아직 어린 이 시기의 행적만으로도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이 시점에 그녀의 별명이…….
“발렌티아의 천사.”
혼잣말을 내뱉고 보니 괜스레 쓴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을 과거로 보내며 찾아오라 말한 동료, 검제 에스가르드 폰 발렌티아의 막내딸이었다.
‘인연이 이렇게 다시 이어지나…….’
후일 급격히 상승할 그녀의 지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태생만으로도 타이니에겐 다가서기조차 힘든 사람.
그래서인지, 타이니는 그녀를 일종의 삶의 이정표처럼 생각했었다.
자신의 삶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던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준다면.
그것이 누나의 유언대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았다는 가장 큰 증명이 될 것 같았으니까.
- 타이니……요? 아하하. 아……! 죄송해요, 이름에 비해 경의 덩치가……. 음, 음. 아니, 정말 죄송합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처음 재회했던 때, 그녀가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전생에는 그게 조금 아쉽기는 했었다.
“뭐, 지금은 기억하고 있겠지.”
이 반지가 있으면 공작가로 향하는 길이 한결 순탄해질 것이다.
이곳 필레스 영지는 발렌티아 공작령의 가신의 가신이 지배하는 곳. 넓게 보면 공작령의 변방이라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곳에서 공작령의 중심지인 발렌티노까지 가려면 말을 타고 달려도 10일은 넘게 걸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이엔쯤에 가 있으려나? 아니면 더 멀리?’
올해로 16세, 성년이 된 클로이 폰 발렌티나는 가문의 풍습에 따라 휘하의 영지를 돌며 각 신전에 헌화(獻花)를 하고 이름을 알리는 중 이었다.
물론 누나가 죽고 정신이 없었던 당시의 자신은 이즈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러니 지금은 그녀를 찾는 것보다는…….
“이곳을 정리한 뒤 바로 공작가로 가는 게 낫겠지.”
전생에서는 이미 흔적도 찾지 못했던, 특이한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이 금반지가 그를 검제와 만나게 해 줄 터였다.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들기는 했다.
그녀가 빈민들을 많이 도와준다는 말은 들었지만, 공작가의 문장까지 있는 반지라니?
‘그녀는 왜 나한테 이 반지를 주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쩌면 이번 생에서는 이 반지를 통해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았지만 말이다.
- 어디야?
- 아, 아마도 위층에 있을 겁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타이니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 *
“꼬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람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건달들을 째려보았다.
그에 움찔한 건달들이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 정말입니다! 정말로 꼬마가…….”
“하. 이 새끼들. 그러니까 내가 약은 적당히 하라고 했지.”
“그, 그게 아니라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하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눈빛으로 압박을 가했다.
“거짓이면 너희들 모두 가만 안 둘 줄 알아라.”
건달들은 일제히 움찔했지만, 주장을 굽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기긴 한 것 같아, 람은 신경질적으로 대머리를 긁었다.
‘하, 귀찮게. 또 엉뚱한 짓을 벌인 거라면 울프 그놈부터 손을 봐야겠어. 부하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말이야.’
람의 이런 반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울프 패거리라면 단체로 헛것을 보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 중 대다수가 심심찮게 싸구려 마약에 손을 댄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관계자’들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
“하…….”
람은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전신을 빈틈없이 감싼, 값비싼 풀 플레이트 아머가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광택을 뽐냈다.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잘 제련된 풀 플레이트 아머는 웬만한 기사의 녹봉으로는 사기 힘든 고가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런 고가품을 입을 수 있는 건 바로 울프 패거리 덕분이었다.
‘그간 받아먹은 게 있으니.’
필레스 영지의 외성 경비대장, 람. 그는 직책상 울프 패거리의 상납을 가장 많이 받는 ‘기사’였다.
물론 기사단장이나 영주쯤 되는 양반들은 아마도 그보다 더욱 많은 돈을 받아먹었겠지만, 그들은 언감생심 일개 기사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건달들 도우러 가는 일에 병사들을 동원할 수도 없으니, 결국 그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앞장서.”
“예, 옛!”
그 말에 화색이 돈 건달들이 일제히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람 님께서 직접 나서 주신다면, 그 괴물 꼬마 따위야……!”
호랑이를 등에 업은 여우라는 건 딱 이놈들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우습기는 했지만, 그들이 갑자기 기세등등해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택에서 본 괴물 꼬마의 무력은 정말 놀라웠지만, 지금 그들과 함께하는 이는 무려 기사다. 단순히 마나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무기나 장비에 마나를 둘러 강화할 수 있는 자에게만 허락된 준 귀족의 작위를 가진 강자인 것이다.
즉, 울프 패거리를 단신으로 박살 내는 것도 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 람을 찾아온 울프 패거리의 생각은 다 비슷했다.
‘됐다!’
만약 저택에 돌아갔을 때 보스나 랜더스 형제가 꼬마를 처치했다면 쓸데없이 돈이나 나가게 되겠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지원군을 불러오겠다는 핑계로 도망친 것을 변명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의 그 씩씩한 발걸음은 저택이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택 입구에서부터 흥건한 핏자국이, 도망칠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준 것이다.
물론, 한 사람만은 반응이 달랐다.
“음? 아예 헛소리는 아니었나 보네?”
갈색 눈을 빛내며 입구의 흔적을 훑어보는 람. 그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건달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어디야?”
“그, 그게, 지금은 잘 모르…….”
“뭐?”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람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
“아, 아마도 위층에 있을 겁니다!”
그나마 순발력이 빠른 한 명이 람이 폭발하기 전에 해답을 내놓았다.
“거기가 보스의 방이니까요.”
“……그래.”
쯧.
“정신 차려라, 어리버리.”
퍽!
혀를 찬 람은 좀 전에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한 놈의 뒤통수를 후려치고는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을 꿀꺽 삼킨 건달들이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저택 안쪽의 참상을 목격한 람이 눈을 크게 떴다.
“……잡고 휘둘렀군. 사람을 망치처럼 쓰다니, 수법이 너무 악랄한데? 뭐, 마나유저는 확실하고. 그런데…….”
람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하자, 움찔한 건달 중 하나가 다급한 손짓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요, 요만한 꼬, 꼬마였습니다. 정말로요!!”
“하…….”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놈들도 있으니, 저 헛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거기다 곧.
“저, 저놈입니다!”
그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정말 꼬마가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소년을 발견한 람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저 머리와 눈동자 색은 분명 불길하기 그지없었지만, 마나유저라기에는 너무 어려 보였다.
기껏해야 열 살 즈음으로 보이는 꼬마.
‘이 시골에 무슨 세기의 천재가 나올리도 없고. 흥.’
람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데, 꼬마가 그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기사?”
“……그렇다, 꼬마야. 설마 네가 이 참상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냐?”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어조였지만.
“그래.”
곧바로 튀어나오는 단순 명료한 대답. 그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아차린 람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진짜라고?
“……네 녀석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느냐?”
“뭐긴, 깡패 새끼들 정리한 거지. 그게 뭐 큰일이라고 기사가 여기까지 왔어? 처먹은 게 그렇게 많았나?”
그 말에 람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순진한 얼굴로 반박하는 꼬마의 말이, 스스로 있는지도 몰랐던 양심을 자극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반성할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렇게 살지 않았을 터였다.
“……간이 부은 모양이구나. 꼬마.”
그 말의 울림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람의 몸이 타이니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꼬마의 멱살을 단숨에 틀어쥐겠다는 듯 뻗어진 손.
하지만 건틀릿을 낀 그 손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쾅!
가볍게 뻗은 손이었지만, 무려 기사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꼬마는 그 손을 너무도 쉽게 쳐 내더니, 그대로 얼굴을 노리고 발을 뻗어 왔다.
뻐억!
쿵, 쿵.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아 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거셌다.
자신도 모르게 계단 아래로 물러선 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감히!”
꼬마가 마나유저라는 것은 방금의 한 수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기사다.’
지금은 경비대장이나 하고 있는 처지지만, 분명 기사의 작위를 가진 강자다. 아무리 천재라도 한낱 빈민가 애송이에 불과한 놈과 드잡이질을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조막만 한 꼬마를 상대로 검을 꺼내는 것부터가 수치였다. 람이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마나를 끌어 올리자, 그의 손을 감싼 금속 장갑이 번뜩이는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 보거라!”
이내 푸른빛이 번뜩이는 손이 전면으로 번개처럼 뻗어 나갔다.
‘형편없군.’
타이니는 재차 쇄도해 오는 기사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놈의 실력에 대한 견적은 금세 나왔다.
한마디로 마나유저의 2단계에 간신히 걸친 수준.
애초에 건틀릿을 마나로 감싸 봤자 좀 더 단단해질 뿐이다.
즉, 지금 이 상황에 그렇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자체가 놈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증거였다.
다만 문제라면, 지금 자신의 경지로는 그 정도조차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한 단계 차이 정도야 극복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 되지.’
아직은 기사를 죽여 영주와 척을 져선 안 됐다.
필레스의 기사단, 열 명이 넘는 기사는 지금의 그로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그러니 여기서는 자신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 정도만 보여 주고 놈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기사를 죽이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일 테지만, 다행히도 생각지 못하게 얻은 친구 덕에 그 일이 조금 수월해질 것 같았다.
- 캬오오오오!
“흡!?”
갑자기 반투명한 상태의 거대한 늑대가 포효를 내지르자, 살기까지 보이며 손을 뻗던 람이 놀란 눈으로 훌쩍 물러섰다.
그러자 그 뒤쪽에 있던 울프 패거리들이 혼비백산하며 난리를 피우는 것이 보였다.
“괴물!”
“괴물 늑대다!!”
우당탕탕.
대뜸 저택 밖으로 달려나가는 놈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그래도 기사라고, 람은 월랑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정령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이 작은 영지에서 실로 보기 드문 존재를 보았으니,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맞아. 그러니 이만 정신 차리지 그래? 뒷골목 일에 굳이 기사가 끼어들 이유가 있나?”
“뒷골목 일? 이것 역시 영지의 일이다. 외성 경비대장으로서 내가 처리해야 할 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월랑과 자신을 번갈아 훑는 놈의 눈동자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피식.
곤란하겠지.
정령을 상대해 본 경험은 아마도 없을 테니.
“솔직히 말해 보자고, 기사 양반. 들어오는 돈의 액수만 같으면 사실 상관없잖아? 꼭 울프한테서 받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
“……뭐라는 거냐, 꼬마.”
“당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울프가 아니라 내가 된 것뿐이라는 뜻이야.”
사실 줄 생각 없지만.
“뭐?”
“굳이 당신이 여기서 나와 드잡이질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그 말에 람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그래, 뒷골목의 일이라. 그 뜻이구나. 허허허.”
어이가 없다는 듯 잠시간 자신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놈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꼬마. 아니, 네놈. 대체 몇 살이지? 무슨 마법으로 변신이라도 한 건가?”
피식.
“마법은 무슨, 보이는 대로야. 이 영지 토박이지. 인베더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나를 알걸? 이름까지는 모를 수 있어도, 검은 머리 꼬마라면 나름 유명해.”
“……믿을 수 없지만 뭐, 좋다. 울프가 내게 주던 돈은 월에 제국 백금화 닷 냥이다. 그걸 네놈이 그대로 줄 수 있다고?”
설마 그만큼이나 줬을까.
람이 상납금을 몇 배나 부풀려 말했다는 것을 짐작한 타이니는 냉소를 지었다.
어차피 줄 생각 없는 돈이지만, 여기서 순순히 받아들이면 우습게 볼 게 분명하다. 그럼 앞으로 계획이 꼬일 수도 있다.
“한 냥 정도나 됐겠지. 나는 한 냥 반을 주겠어.”
“하, 꼬마 새끼가 지금…….”
“싫으면 여기서 끝장을 보던가.”
“네놈……!”
- 크릉.
그 순간, 반투명한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다시금 발끈하려던 람의 분노를 강제로 가라앉혔다.
“네 녀석, 정말 나이가…….”
“열세 살이다.”
“아니…….”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람은 다시금 월랑과 타이니를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하, 뭐 이런 미친놈이…… 말세인가.”
오? 정답!
정확히는 이십 년 남았지만 말이야.
문득 떠오른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리는데, 그 모습을 본 람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상납일은 말일이다. 기한을 엄수하도록.”
람이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자, 뒤쪽에서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기사님!”
“대장님!”
“지금 설마…….”
용케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일제히 불만을 토해 냈지만.
“닥쳐!”
그들은 이내 기사의 살벌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금세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심한 놈들.”
스트레스를 엉뚱한 곳에 푸는 것 같았지만, 람의 표정에는 나름의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그의 발목을 잡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기사 양반. 그 전에, 여기 주인이 바뀌었으니 영주님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약속 좀 잡아 줄 수 있어?”
“뭐? 지금 네놈이 감히…….”
“울프도 종종 영주님을 뵀던 걸로 아는데?”
팅.
그 말과 함께 타이니의 손에서 튕겨 나온 금화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더니, 정확하게 람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에 람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이미 돈 몇 푼에 판 자존심은 다시금 쉽게 팔리기 마련이라.
“……끄응, 좋다. 보고는 드리겠다. 하지만 그분께서 어떻게 나오실지는 장담할 수 없다.”
“돈을 꼬박꼬박 받고 싶으면 제대로 해야 할 거야, 기사 양반.”
“……너야말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때는 내가 아닌 영주님의 분노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거 왜 이래? 난 약속을 어겨 본 적이 없어.”
……‘사람’하고 한 약속은 말이지.
타이니는 비릿한 웃음으로 타락한 기사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