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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해도 완벽한 예술 천재-198화 (198/202)

제198화 검찰 조사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서 공무원들이 홍철수 사장 일행을 막아서자, 홍철수가 애원하듯 말했다.

“아주 잠깐이면 돼요. 시장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아, 안 된다고요. 시장님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그중 가장 거만해 보이는 공무원이 홍철수 사장의 앞을 가로막고 소리쳤다.

“SNS를 보시면 아시잖아요. 지금 많은 서울 시민들이 저희를 응원하고 있다고요.”

홍철수 사장이 다시금 애원하자, 거만한 공무원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건 모르겠고, 시장님이 엄청 바쁘세요. 이만하면 알아들으셔야죠.”

“그럼, 언제 시간 되나요? 제가 다시 올게요.”

“……최근 계속 바쁠 거라서 안 될 거에요. 몇 달 동안은 아마도……. 그러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제발!”

공무원의 단호한 마지막 말에 기가 꺾인 홍철수 일행은 아주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청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공무원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지, 저 멀리 보이는 그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생각했다.

‘참 안 됐어. 시장님도 얘기 좀 들어주면 되잖아. 아, 마음이 안 좋네.’

* * *

같은 시각 시장실.

서울시장이 보좌관에게 투덜대고 있다.

“하여간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문제야. 그래서 갔어?”

보좌관이 슬금슬금 문 쪽으로 다가가 귀를 대고 소리를 세심하게 들고 말했다.

“네, 아무 소리도 안 들립니다. 아마도 자리를 뜬 것 같습니다.”

“오! 다행이군.”

서울시장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이 몰려와 시장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테이블에 올린 채 눈을 감고 말했다.

“하여간, 모던아트가 일을 만들었어. 괜히 이상한 기사를 써 가지고 말이야. 문제만 복잡해졌잖아.”

거만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시장에게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던 보좌관이 용기내 말했다.

“시장님. 아무리 그래도 시민을 그런 식으로 쫓아내시면…….”

“뭐 그런 식?”

서울시장이 눈을 번쩍 뜨고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자네도 들었잖아. 나는 바쁘다고 했어. 내가 쫓아낸 게 아니라 나빠서 못 만나는 거라고. 지금도 자네와 이렇게 얘기하기 바쁘잖아. 그리고 한 시간 뒤에 중요한 회의도 일고 말이지.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시장의 뻔뻔한 거짓말에 보좌관은 애써 웃어보일 뿐이었다.

“아, 그렇죠…….”

다시금 시장이 눈을 감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뭐 하나에 꽂히면 활활 불타오르잖아. 기다려봐 금세, 삼각지 화랑거리 따위 잊어버릴 테니. 이번 기회에 재건축 추진해서 아파트나 꽉꽉 채워야겠어. 가뜩이나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난리잖아.”

보좌관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휴대폰을 집어 든 시장이 이름을 확인하더니 공손하게 앉고 전화를 받았다.

“맥스! 이렇게 전화를 주시니 참 반갑네요.”

[시장님. 혹시 제가 바쁜데 전화했나요?]

“전혀요. 아주 아주 아주! 한가합니다. 하하.”

[잘 됐군요. 혹시 이틀 전에 보낸 선물이 잘 도착했나 궁금해서요.]

“이런 제가 감사의 인사를 너무 늦게 드리는군요. 물론 잘 도착했습니다. 너무 과한 선물 아닙니까? 살짝 부담이 되기도 하네요. 하하.”

[과하다니요. 시장님이 애쓰신 덕분에 유코아가 한국에 잘 정착하고 있잖아요. 시장님은 북유럽의 영웅 같은 분입니다.]

“영웅이요? 우하하하. 농담도 잘 하시는군요.”

옆에서 대화를 듣던 보좌관은 시장의 얼굴에 핀 웃음꽃이 그렇게 꼴사나워 보였다.

‘아, 가만있어보자, 임기가 3년 남았으니까……. 내가 먼저 그만둘까…….’

* * *

띠리링. 띠리링.

이른 새벽, 곤히 잠든 신태진 회장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옆에서 깊이 잠든 아내가 깨지 않도록 재빨리 신태진 회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자네인가.”

신태진 회장은 마치 예상했던 전화였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답하자, 양승호 비서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말씀하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이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신태진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뜻은 잘 알겠네. 하지만 이건 오한결 작가나 화랑거리 때문만은 아닐세. 정의라는 관점에서 봐주게.”

[네, 알겠습니다. 오전 9시에 언론에 공개하겠습니다.]

“반드시 우리의 존재가 드러나선 안 되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철저하게 준비했으니까요.]

“알았네. 수고하게나.”

전화를 끊은 신태진 회장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봤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거실로 나온 신태진 회장은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창밖을 내다봤다.

이제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에는 푸른 빛이 어른거렸다.

“오늘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겠군.”

회장은 오늘따라 커피가 참 쓰다고 느껴졌다.

* * *

이제 막 출근한 이상민 장관은 겉옷을 옷장에 넣고 손수 커피를 내리기 위해 장관실 구석에 놓인 커피 테이블로 향했다.

드르륵, 드르륵.

최근 최상의 커피 맛을 느끼기 위해 이상민 장관은 직접 커피콩을 갈기 시작했다.

거칠게 갈린 커피가루 위에 물을 또르르 따르며 향긋한 커피향에 취하고 있을 때 벌컥 문한국 보좌관이 장관실 문을 열고 들었다.

“장관님! 큰일 났어요!”

“앗! 뜨거!”

문한국 보좌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이상민 장관이 뜨거운 물을 자신의 손에 들이붓고 말았다.

하지만 흥분한 문한국 보좌관 눈에는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다.

“큰일 났다고요. 정말 충격이에요.”

이상민 장관이 눈을 흘기며 문한국 보좌관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무슨 큰일인데? 말을 똑바로 해야지!”

그제야 자신이 무척 흥분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문한국 보좌관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서울시장이…….”

“뭐? 서울시장이 내게 전화했어?”

“아뇨. 그게 아니라.”

“뭐야! 그만 정신 좀 차리게 말 좀 똑바로 해봐!”

“서울시장이…… 짤렸어요.”

문한국 보좌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이상민 보좌관이 아무 말도 없이 눈만 껌뻑거리며 보좌관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짤려?”

“서울시장이요.”

“그 사람이 어떻게 짤려? 선출직 공무원인데? 제발 알아듣게 말 좀 해.”

문한국 보좌관은 그제야 자신의 손에 타블렛 피씨가 들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히 화면을 켜고 관련 기사를 장관에게 보여줬다.

“보세요. 제 말이 분명 사실이라는 걸 바로 아실 겁니다.”

「 [단독] 서울시장 수백억 비자금 조성 검찰 조사

검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서울시장의 수백억 비자금 조성 자료를 제보받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 자료들은 꽤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며 아마도 모든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무거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기사를 읽은 이상민 장관이 눈을 부릅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서울시장님 참 뒤가 구렸네요. 다른 기사도 보니까, 최근에 외국계 기업에서 고가의 시계도 여러 개 받았대요. 제가 생각하기엔 유코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안 된 이상민 장관이 철퍼덕 소파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그래, 죄가 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하지만…….”

문한국 보좌관도 장관과 같은 생각인지 장관 맞은 편에 앉고는 대답했다.

“시기가 문제인 거죠. 딱 적당한 때에 서울시장이 사라졌으니.”

“누굴까! 오한결 작가가? 아니면 신태진 회장이?”

문한국 보좌관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모르죠. 하지만 분명 둘 중 한 명일 거예요. 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 서울시장을 처리했을 수도 있죠.”

“확실한 거지?”

겁에 질린 장관이 보좌관이 쳐다보며 말했다.

“아뇨. 추측일 뿐이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상민 장관이 또 다시 겁에 질린 채 말했다.

“어쨌든 삼각지 화랑거리 리모델링 건은 다시 추진될 확률이 높아졌어. 결국 오한결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고 있구나.”

“장관님도 조심하세요.”

띠리링, 띠리링.

“!!”

문한국 보좌관의 살 떨리는 말에 긴장하던 이상민 장관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장관님. 저는 모두행복당 대표 김철입니다.]

야당 대표 전화에 놀란 이상민 장관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안녕하세요. 대표님.”

[하하하. 아마도 지난 정부 행사 때 뵙고, 딱 일 년 만이지요.]

“그렇습니다.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시간 좀 내주세요. 긴히 할 말이 있어요.]

“아! 당연하죠.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일로……?”

[하하하. 그냥 밥 한 끼 먹는 겁니다. 마침 앞으로 서울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잖아요.]

전화를 받는 이상민 장관의 얼굴이 웃음이 가득해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본 문한국 보좌관은 그의 얼굴이 참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가득하군.’

* * *

잠이 깬 오한결이 씻기 위해 방에서 나왔는데 부모님이 텔레비전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어머나! 저게 무슨 일이니. 서울시장이 비자금을 몇 백억 씩이나 받았대지 뭐니.”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아버지도 거들었다.

“고가의 스위스 시계도 여러 개 받았다더라. 그게 말이 되니.”

부모님의 말에 놀란 오한결이 텔레비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침 서울시장이 기자들에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장님! 혐의를 모두 인정하십니까?]

[전혀요! 이건 모함입니다.]

[그렇다면 검찰에 제보된 증거가 모두 날조됐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죠. 저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니까요.]

[그럼 시계는 받았다는 건가요?]

[시계는 제가 스위스 여행 때 산 겁니다.]

[스위스는 언제 가셨나요?]

[글쎄, 언제 갔더라. 10년 전.]

[시장님! 현재 뇌물로 의심되는 시계는 3년 전 신제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오한결도 화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삼각지 화랑거리 리모델링의 제일 장애물이었던 시장을 저렇게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들다니…….

의심해볼 것도 없이, 이 모든 계획은 신태진 회장의 작품일 것이다.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그가 명일그룹 회장이라는 사실을.’

대기업을 경영하면서 그가 보인 냉철한 판단과 때론 피조차 차가울 거라는 세간의 소문이 그냥 생긴 게 아닐 것이다.

‘아마도 모른 척 해야겠지?’

신태진 회장 또한 이런 과감한 결정에는 숱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의 그런 행동은 오한결과 마찬가지로 삼각지 화랑거리가 다시금 황금기를 맞았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미술관을 세울 계획을 실행할 때가 왔구나.’

그게 신태진 회장에게 멋진 예술적 보답이 됐으면 했다.

멍하니 뉴스를 보며 생각에 빠진 오한결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어머니가 말했다.

“한결아? 안 씻니?”

“아! 씻어야죠.”

“김치찌개 끓여 놨다. 좋아하는 돼지고기 잔뜩 넣었으니까 맛있을 거야.”

머리가 복잡했던 오한결은 일단 다 잊고, 맛있는 아침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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