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도는 장갑차-29화 (29/42)

〈 29화 〉 ­ 5. 늪에 내린 닻

* * *

“그만.”

총성이울리기직전이었다.

누군가베르쿠트의총격을만류했다.

람피리데였다.

그녀는다핀담배꽁초를아무데나던지고는말했다.

“이놈을죽여서어떡하게요? 목이라도잘라서가져갈건가요?”

람피리데의목소리는건조했다.

“…무슨의도지? 신관?”

베르쿠트는여전히팬텀의머리통을정조준하고있었다.

그녀는눈길만돌려서람피리데를쳐다봤다.

“이녀석이탈영병이라는증거도없잖아요? 저놈의모가지를잘라서가져가면탈영병이라는증거라도되나요? 동공인식이나페이스언락이라도할생각인가요?”

람피리데가생글생글웃으며말했다.

그러면서팬텀을쳐다봤다.

팬텀은여전히적대적인얼굴을하고있었다.

그녀는잔뜩독기를품은눈으로람피리데와베르쿠트를번갈아쳐다봤다.

“…그럼어쩌라는건가?”

베르쿠트가차가운목소리로람피리데에게물었다.

확실히람피리데의말에는일리가있다.

그러나명확한해답이되지는못했다.

“생포하죠.”

람피리데가생긋웃으며답했다.

“…생포?”

베르쿠트가장난을치냐는얼굴로되물었다.

“그래요. 어차피처형은언제든지할수있으니까요. 우선생포한다음에길드로데려가서스스로자백하도록만드는게현명한선택지겠죠.”

“…….”

베르쿠트가잠시생각에빠진듯했다.

그러다가그녀가조용히총구를거두었다.

재빠른판단이었다.

“그래. 그러면생포하는것으로결정하겠다.”

베르쿠트가다시권총을집어넣었다.

“엇… 어….”

팬텀은혼란스러운듯, 두사람을쳐다봤다.

그녀는상황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듯했다.

나는팬텀에게다가가조용히설명해줬다.

“일단목숨은건졌다는말이야. 우리랑같이가자.”

“엑… 네에…?”

팬텀이당황한눈동자로나를올려다봤다.

그녀를감싸던검은기운은어느새가라앉아있었다.

“후음~ 그럼퀘스트는여기까지인가요! 시시하네요!”

한동안쫄아있던에탕다르가다시목소리를내었다.

“팬텀을길드에인계할때까지퀘스트는끝난게아니다. 정신바짝차려. 마도운용사.”

베르쿠트가에탕다르에게주의를줬다.

“으엑~ 돌아가는것쯤은식은죽먹기죠! 세나키숲도불태웠겠다! 뭐가문제예요?”

에탕다르가가벼운목소리로말했다.

“뭐가문제냐고? 돌아갈방법이없다는게가장큰문제지! 저걸보라고!”

나는땔감이된장갑차를지목했다.

골격만남아서아주활활잘타고있다.

“멀미를만드는저철갑의괴마를말하는건가요? 그런건에탕다르가처리했으니까안심하라구요!”

“멀미를만드는건네놈의그글러처먹은달팽이관이고! 멀쩡한장갑차를날려먹어서도대체어떻게하겠다는거야! 이대로걸어가게생겼다고!”

나는에탕다르에게버럭소리를질렀다.

“왜또저한테화를내는건가요! 엄밀히따지면멀쩡한장갑차도아니었거든요! 저는수리온이라는개멍청한조종수가돌벽에들이박아서이미고철이된걸소각한것뿐이라고요! 맨날남탓이나하고! 글러먹은어른이군요!”

에탕다르가팔짱을끼고서나를속사포처럼몰아붙였다.

“이번에는마도운용사의말이맞다. 에탕다르가손대기전에도이미장갑차는망가진상태였어. 수리온네작품이다.”

베르쿠트가에탕다르의손을들어주었다.

“이협잡한귀잽이야. 정신똑바로차려! 저장갑차가없으면손해를보는건네놈이라고. 10시간동안걸어가고싶어?”

“나는상관없다. 걷겠다.”

왜상관없는데요?

왜태연하게걷는걸택하는데요?

“저는날아가면되거든요~ 베에에~”

에탕다르가나에게혀를쭉내밀었다.

혓바닥자를까?

“크으윽…. 라, 람피리데…! 도와줘!”

하는수없이나는마지막으로람피리데에게의지했다.

람피리데는휴대폰을보고있었다.

그녀는눈하나꿈쩍하지않았다.

“으음~ 즐처드시고요~”

람피리데가건성건성대답했다.

“지금휴대폰이나보고있을때가아니라고! 람피리데!”

“으음~ 엿처드시고요~”

그녀는게임에푹빠져있었다.

“지금무슨상황인지알기나해?”

“100연가챠를털었는데SSR은구경도못한개빡치는상황이니까아가리여물고처박혀있어요. 크우윽…. 이러다가천장찍겠네…….”

람피리데의표정이복잡해졌다.

어쩐지아까부터화가난것같더라니….

“지금SSR이중요해?”

“중! 요! 해!”

람피리데가나를날카롭게노려봤다.

그녀의눈동자가짜증으로불타고있었다.

“이제야이쪽을보는구나! 잘들어, 람피리데!”

나는그녀를결연하게쳐다봤다.

“뭐, 뭔가요…. 기분나쁜시선인데요….”

람피리데가나를불쾌하다는듯이마주봤다.

나는그런그녀에게,

“우리는여기서10시간동안걸어가게생겼어!”

충격적인진실을전달했다.

“…뭐라고요?”

그녀의눈동자가조금떨렸다.

귀찮은것은질색하는람피리데다.

10시간동안걸어가는미친짓을순순히따를리가없다.

“후으음…….”

람피리데가길게숨을한번내쉬었다.

그리고는뼈대만남은장갑차를한번쳐다봤다.

장갑차는캠프파이어처럼활활잘타고있었다.

“우으으으으음…….”

람피리데의표정이복잡해졌다.

그녀는이제야조금상황을파악한듯했다.

람피리데는한동안불타는장갑차를쳐다보다가,

“뭐, 상관없나.”

다시가챠를돌리기시작했다.

“뭐야! 왜! 어째서! 무슨생각이야! 너도뚜벅이인거야? 10시간동안걸어가도괜찮은거냐고!”

“안괜찮은건당신이죠. 여차하면저는당신을엑조세에묶어서인간수레로쓰면되거든요.”

람피리데가무미건조하게답변했다.

그무감정한답변이더무서웠다.

저신관이라면무슨짓이든저지를것같다.

“어… 저기… 그… 목에만묶지말아주라….”

교수형당하기는싫으니까.

“저를걷게만들었다간, 차라리교수형당하는걸바라게될걸요?”

뭐야, 내생각이라도읽었나?

“다들들었지! 람피리데를걷게만들었다간모가지들날아갈준비하라고!”

나는에탕다르와베르쿠트에게너스레를떨었다.

“와, 팬텀, 머릿결되게좋네요!”

“구군복은오랜만에보는군…. 화기도가지고있나?”

두사람은나한테관심조차없었다.

“아, 그… 마, 맘대로만지지마세요…….”

팬텀이부끄러워했다.

“좀들으라고! 말하고있잖아! 이망나니들아!”

나는화를내며답답해했다.

“어라? 말하고있었나요? 저는대충백색소음? ASMR? 같은건줄알았어요.”

에탕다르가빙그레웃으며말했다.

“나도대충청각검사나, 시력검사인줄알았다.”

베르쿠트가첨언했다.

“너무대충이잖아! 시력검사는또뭔데! 최소한청각의범주안에있기라도하라고!”

“네가지껄이는소음은소리로쳐주기도민망하다.”

베르쿠트가차갑게말했다.

“엘프귀보다더빡치는소리를만들어내는사람은리온이처음이에요!”

“…왜또엘프혐오야?”

에탕다르의엘혐발언에베르쿠트가신경질적으로반응했다.

“느, 느그들이래나왔제에!!”

나는그들을손가락질하며전의를불태웠다.

“이제나도몰라! 너희들이알아서해! 람피리데가걷다가분노의총기난사를벌이든! 팬텀이고난의행군끝에쓰러져서객사하든! 이제나도몰라아!!”

나는땡깡을부리며생각하는것을그만두었다.

“흐음… 람피리데가총기난사를벌이는것은늘있는일이지만, 팬텀이객사하면좀곤란한데….”

베르쿠트가복잡한얼굴이되었다.

“이봐요…. 제가언제총기난사를벌였다고그래요?”

람피리데가가챠를돌리다말고딴죽을걸었다.

“뭐야, 그럼순순히10시간동안걸을거야?”

“총맞을래요?”

으음~ 늘있는총기난사인가?

람피리데가생글생글웃으며나를살해협박했다.

“저기… 저는객사하는건가요….”

팬텀이주변눈치를보면서조심스럽게물었다.

“일단리온을엑조세에묶어서그위에람피리데가탑승한다고가정하자. 그럼팬텀은어디에타지? 리온은1인승밖에안되는건가?”

베르쿠트가진지하게고민했다.

그러면서내신체사이즈를눈대중했다.

“사람한테인승이도대체어디있어! 허튼소리하지마!”

“안타깝군…. 1인승바디라니….”

“넌도대체뭘안타까워하는거냐….”

나는어이가없다는눈으로베르쿠트를응시했다.

“저는리온을타고가는거반대예요!”

웬일인지에탕다르가내편을들어주었다.

“제엑조세가무슨자동차엔진이라도되는줄알아요? 민폐끼치지말고리온이알아서기어가세요!”

그럼그렇지, 망할꼬맹이년.

“흐으음… 사지를조금만찢어서늘리면2명이탈수도있을것같은데….”

람피리데가진지하게고민했다.

“대신관주제에진지하게토막살인고민하지마!”

“제가언제토막살인을한다고그랬나요? 저는그냥찢어발긴다고했거든요?”

“죽이는방법이문제냐고! 성직자로서글러처먹었잖아!!”

“어멋…! 그럴구나…. 그럼죽이지않고산채로찢어야겠네요!”

람피리데가큰깨달음을얻었다는듯이말했다.

“그게더나빠! 너직업을잘못얻은거아냐? 이건성직자가아니라고문기술자잖아!”

“신심을고백할때는때때로고행도필요한법이랍니다.”

람피리데가방긋웃으며답했다.

강아지같이해맑은웃음이었다.

광견병주사도안통하는미친좀비견주제에.

“그럼결론이났군. 일단리온을찢어서늘린다음에엑조세를때려박아서엔진으로쓴다. 이정도면국산2인승미드십후륜구동이부럽지않겠군.”

베르쿠트가결론을냈다.

“결론내지마!! 나는그런결론낸적없어!”

“뭐야…. 그럼어떡하자는건가? 불평불만말고의견을말해라.”

“으음….그럼깔끔하게팬텀쟤죽이자.”

안그러면내가죽게생겼다.

“네에…?”

팬텀이식은땀을삐질흘리며나를쳐다봤다.

“에엑! 팬텀을왜죽여요! 자리가없으면리온을죽여도되잖아요?”

에탕다르는빠르게나를손절했다.

“…고라니치고는나쁘지않은판단이군.”

베르쿠트가턱을매만지며진심으로감탄했다.

거기서진심이나올부분?

“멍청이들아! 나를인간수레로쓴다면서! 정작나를죽여서어떡하겠단거야!”

나는놈들에게고레고레소리를질렀다.

“시체도위에탈수는있잖아요?”

그러자람피리데가간단명료하게해명했다.

“와…. 두뇌가싸이코패스그자체인데, 저게성직자라고?”

“내가성직자하면안되냐? 내가성직자하면안돼? 이세상불신자들이왜나한테만이단질이야!”

“그거성직자가하면안되는대사라고!”

나는다급하게람피리데를만류했다.

“근데요, 리온….”

한동안잠잠하던에탕다르가순수히궁금하단얼굴로나를올려다봤다.

“뭐, 뭐냐….”

그런고라니같은눈으로나를볼때면항상불안한데….

“그장갑차떨어뜨리는괴상한마법…. 다시쓰면새걸로나오지않을까요?”

“아.”

그런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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