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2. 유사 이래 최악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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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히 뚫린 니노성회의지붕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는 조망사업이라도하는 것일까?
저렇게 지 잘났다는 듯이 처웃어대는것을 보아하니 분명 뭔가 이유가 있어서 니노성회를처부순거겠지?
그런 거겠지?
“고객님이 원하신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자유 마도 운용 서비스! 에탕다르입니다!”
아니다. 이 새끼는 순도 100%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고객이 지하에 있으니까 그냥 엘레베이터뚫듯이 수직강하한것이다.
단순한 개멍청이인것이다.
애초에 지뢰밭에 핵을 떨군 멍청이였다. 머리에 생각이라는 기능이 없는 녀석이다.
“저기… 왜 지붕을…?”
람피리데가기겁한 얼굴로 질문했다.
성직자인 그녀에게 성회의붕괴는 대단한 충격이었으리라.
“그거야 간단하죠!”
성회의지붕을 처부수고,
그 공동을 통해 멋들어지게 뛰어내려 등장한,
자칭 자유 마도 운용 서비스 에탕다르가당당하게 답변했다.
“납치테러강간종교범죄자와 산악강습척후여단레인저를상대로 떼인 돈을 받아야 하니까요! 흉악범을 상대로는 일단 선공부터때리고 보는 게 유리하겠죠!”
아니다, 이 멍청아! 그 반대다!
니가떼인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니가떼인 돈을 토하는 거다!
니가돈을 떼먹은 거야! 니가돈을 뱉어야 되는 거라고!
흉악범을 상대로 일단 돈부터 떼먹은 게 선공이냐!
“돈 내놔.”
아니나 다를까, 베르쿠트가에탕다르의관자놀이에 총구부터 들이댔다.
“엑?”
에탕다르가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베르쿠트를마주봤다.
베르쿠트가MP412 REX 리볼버를장전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차갑고 냉정했다.
“저, 저기 고객님…? 혹시… 가, 강도신가요…?”
겁을 먹은 에탕다르가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에탕다르가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녀석은 이 의뢰를 오해하고 있다. 대충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같은 건줄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니가우리한테 돈을 떼처먹은거다.
“어이!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나는 곧장 베르쿠트와한 편을 먹었다.
목소리를 날카롭게 깔고는 에탕다르를협박했다.
“히이익…! 제, 제성해여…! 이, 이번 달은 사정이 안 좋아서…!”
에탕다르가겁에 질려 팔로 머리를 가렸다.
이 놈, 어째선지독촉 당하는데 익숙하다.
우리 외에도 채무가 많은 것일까.
“돈이 없다면 몸으로 갚아라.”
베르쿠트가꼭 싸구려 음란물에서나나올 만한 대사로 에탕다르를겁박했다.
“으에에에엑…? 뭐, 뭐라고요오오오?!!”
에탕다르가깜짝 놀라서 베르쿠트를올려다봤다.
“하, 하지만 저, 저 같은 건… 특이 취향한테밖에이, 인기가 없을 거라서…!! 그, 그런 건 좀…….”
그녀는 어째서인지뺨을 붉히며 알 수 없는 변명을 해댔다.
자신감 없이 둘러대는 이유가 꽤나 합리적이다.
에탕다르의신체는 조금… 그… 조그마하니까 말이다.
아니, 그것보다 진짜 몸으로 갚을 생각인 건가…?
“괜찮아! 요즘은 변태들이 많아져서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될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 납치 강간범아….”
베르쿠트가한심하단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아니, 먼저 권유한 건 네놈이잖아. 이 청소년 성매매 중개인아.”
“하아? 누가 청소년이라는 거예요! 저는 어른이거든요?”
에탕다르가이상한 부분에서 발끈했다.
“꼭 편의점에서 담배 사다가 걸린 어린애 같군….”
나는 에탕다르를보고 먹먹하게 감상했다.
“이봐요! 니노성회의땅값이 얼마인지나알고 이딴 짓을 저지른 건가요!”
그 때, 잔뜩 화가 난 람피리데가에탕다르를추궁했다.
“에…. 이건 범죄자를 처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600만 실링정도 된다고요!!”
“…네?”
에탕다르의눈동자가 급속도로 빛을 잃어갔다.
나중에서야안 사실이지만, 632만 7천 실링은한화로 약 64억원 상당이었다.
“…저, 그냥 나갈게요.”
에탕다르가자신의 스태프를 붙잡고 도망을 치려했다.
그녀는 마도운용사답게스태프를 통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에탕다르가초중폭염의마력집중식스태프 ‘엑조세’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엑조세는마력을 태우며 에탕다르의조그만 몸뚱아리를창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허튼 소리!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거든요!”
쥐새끼 같은 마도사를지엄하신 신관님께서가로막았다.
“핫하! 날아다니는 저를 무슨 수로 잡게요! 둔탱이신관님! 경전이라도 던져서 잡으시려나! 푸하하하하!”
에탕다르는주제도 모르고 람피리데에게깝쳐댔다.
참으로 위험한 도발이었다.
람피리데라면니 녀석 머리에 총알 구멍을 다섯 개 정도는 뚫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후음~”
도발에 당한 람피리데는생긋 웃고 있었다.
인자하고, 자애로운 신관의 미소였다.
그러면서 에탕다르를슬쩍 노려봤다.
썰어 죽일 듯이.
“썅년이….”
작게 욕설을 지껄인 람피리데가경전을 꺼내들었다.
총이 아닌 경전이었다.
“원하신다면, 경전을 던져서 잡아드리죠.”
그렇게 포고한 람피리데가,
조용히 눈을 감고 계시를 읊기 시작했다.
“신께서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소서.”
아름답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람피리데가또박또박 경전의 문구를 읽을 때마다,
그녀의 곁에서 차분히 금빛 깃털이 떠올랐다.
천사가 내려온 것처럼 빛이 쏟아져 내렸고,
신이 노한 것처럼 불안정한 돌풍이 실내에 휘몰아쳤다.
“프레시디움.”
번뜩이며 눈을 뜬 람피리데가단호하게 계시를 끝맺었다.
그 순간, 번쩍이는 기적이 현계에강림했다.
니노성회의하늘 위로 어두침침한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그러기를 잠시, 갈라진 구름 틈새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번쩍이는 빛과 함께 먹구름은 단숨에 사라졌고,
니노성회를두르는 커다란 방호막이탄생했다.
“으와아아아아악…!!”
하늘을 날아 도망치던 에탕다르는결국 방호막과충돌했다.
이로써 에탕다르는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말았다.
“칫, 결계인가.”
방호막에가로막힌 에탕다르가짜증스럽게 람피리데를내려다봤다.
“이런다고 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러면서 꼴에 자존심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초중폭염의마력집중식스태프 액조세도앞세웠다.
“어……. 설마…….”
익숙했다. 본 적 있는 자세다.
저건 아마,
“천 개의 태양이 광휘에 취해… 천공에서 일시에 파멸한다면…”
“야, 저 새끼 또 미친 마법을 쓰려고 하잖아!!”
기겁을 한 내가 베르쿠트에게소리를 질렀다.
“호들갑 떨지 마.”
그러나 베르쿠트는침착했다.
그녀는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OrsisT5000M 저격소총을꺼내들었다.
그리고,
“이는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 으꺄아아아아악…!!”
그대로 베르쿠트의스태프에다총알을 쏴갈겼다.
“무슨 짓이에요!! 미친 건가요!! 사람한테 총을 쏘다니!! 신고하겠어요!!”
총에 맞은 에탕다르가화들짝 놀라서 하늘에서 소리를 질렀다.
“하하! 사람한테 트라이던트를쏴대는 건 괜찮고?그 쬐까난대굴빡에도한 발 쏴줄까!”
나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거칠게 에탕다르를몰아붙였다.
“시끄럽네요! 납치강간범! 당신은 손 놓고 아무 것도 안 하는 주제에 입만 나불나불 털어대는군요”
“하! 하! 하! 원래 재주는 군바리가부리고 진급은 지휘관이 챙기는 거다! 이 애송아!”
나는 뻔뻔하게 에탕다르의말을 맞받아쳤다.
그리곤 베르쿠트를바라보며 명령했다.
“가라, 베르쿠트! 저격총공격!”
베르쿠트는내 말을 듣더니 순순히,
“베르, 베르,”
라는 울음 소리를 내며,
“어… 저기… 왜 저한테…….”
나에게 총구를 겨눴다.
“불쾌하군. 목숨만살려준것으로는 배려가 부족했나?”
“아, 아닙니다….죄송합니다…. 제가 또 깝쳤습니다, 엘프님….”
나는 베르쿠트에게겁을 집어먹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푸하하하! 결국에는 자기들끼리 싸우는군요! 이 오합지졸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에탕다르가쓸 데 없는 소리를 했다.
“시끄럽다.”
“으꺄아아악!”
결국 총알만 한 발 더 얻어맞았다.
“미쳤나요! 미쳤어요? 왜 자꾸 제 소중한 엑조세에총질인 거죠! 으와아악! 진짜! 또 수리비만 왕창 깨지겠네!”
에탕다르가울상이 되어서 자신의 스태프를 쓰다듬었다.
스태프에는 현대 미술처럼 총알이 두 발 툭툭 박혀 있었다.
“오~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의 스태프인가?”
나는 에탕다르의스태프를 손가락질하며 조롱했다.
“크으으윽…! 아무 것도 못 하는 무능 백수 범죄자 주제에 함부로 말하지 마시죠…!”
에탕다르가날카롭게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울먹이는 눈동자였다. 스태프가 망가진 충격이 꽤 큰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의 스태프 따위는 내게 일절 중요하지 않다.
“후후후…. 그러게 네 녀석이 우리 돈을 떼먹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오로지,
돈이다.
“우으으으…! 도대체 제가 무슨 돈을 떼먹었다고 이렇게 심한 짓인가요! 이 무장강도들아! 자유마도노동총연맹에진상 고객으로 신고하겠어요!”
“무슨 돈을 떼먹었냐고…? 하! 웃기지 마라, 이 미친 마도사놈아! 니놈이지뢰밭에 트라이던트를떨어뜨리고, 같이 뻗은 바람에 처박힌 병원비 992 실링을잊었느냐? 그게 누구 이름으로 달려있다고생각하는데!!”
“네, 네엣? 그, 그건 그냥 뭐… 그냥… 그… 복지 차원으로 해주는 거 아니었… 나요…?”
에탕다르가당황하여 말끝을 흐렸다.
“너…. 알면서 도망쳤지.”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그…! 그냥 몰랐어요! 그냥 몰랐어요!”
저 새끼 구라치는거다. 딱 걸렸다.
에탕다르는아무래도 거짓말을 잘 못하는 듯했다.
“흐음… 총알을 한 발 더 박아줘야겠군. 거짓말에는 역사적으로도 이게 약이었다.”
베르쿠트가소총의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우, 웃기지 마세요! 마도운용사를얕보는 것도 정도가 있어요! 제가 두 발이나 맞고, 세 발까지 맞아줄거 같… 꺄으아으아아앗!!”
맞았다.
“말하고 있는데 총 쏘지 말라고요!!”
에탕다르가분에 차서 울먹였다.
“기습은 전술적으로 아주 유효한 공격 행위다.”
베르쿠트의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했다.
“으그으으윽…! 이제 저도 봐주지 않겠어요……! 그깟 저격소총따위로! 자유마도노동총연맹의아크메이지인저! 에탕다르를잡을 수… 으꺄아아아아악!!”
잘하면 잡을 수 있겠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에탕다르가총알을 막았다. 쉴드같은 걸 쓴 건가.
“쳇….”
베르쿠트가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흐후후후후…! 말했죠! 더 이상 그런 알량한 속임수에는 당하지 않는… 꺄아아아아악…!!”
오호라…. 또 막았다.
어차피 쉴드안에 있는데, 호들갑은 왜 떨어대는지 모르겠다.
“아우으우아으으으으…!! 그러니까 말하고 있는데 쏘지 말라고요!!”
“꼬우면 내려와라. 총이 아닌 칼로 찔러 줄 수도 있다.”
베르쿠트가살벌한 말을 지껄이면서 자신의 군용 대검을 꺼내보였다.
“아, 아니예요……. 그냥 여기 있을게요…….”
기가 죽은 에탕다르가조용히 베르쿠트에게꼬리를 내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내려올 때까지 벌집을 만드는 수밖에.”
베르쿠트가탄창을 교환하면서 삭막하게 말했다.
“에… 네?”
에탕다르는뭘 잘못 들었나 싶어서, 멍한 눈동자로 베르쿠트를쳐다봤다.
그 멍한 면상에다가베르쿠트는,
총알을 날렸다.
“우와아아아아악!! 이번엔 얼굴에다쐈어! 얼굴에다!! 죽일 셈이냐!!”
에탕다르는가까스로 쉴드를전개해 총알을 막아냈다.
토끼처럼 벌떡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에탕다르가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막아낼 거잖아. 그렇다면 좀 더 강경하게 나가는 수밖에.”
그 말을 끝으로 베르쿠트가무차별적인 총알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악…!!”
에탕다르는한 동안 베르쿠트의총알을 얻어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워어어어… 어어……. 어어어……. 어라? 어라라?”
베르쿠트의총알이 자신의 쉴드를전혀 관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에이, 뭐야……. 별 거 아니잖아요?”
거만한 얼굴이 되어 이쪽을 내려다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토끼마냥잘도 겁을 처먹더니 이제는 아주 호랑이 행세다.
“후하하하하!! 그깟 장난감 따위로는 이 초거대마법사아크에이지 에탕다르님한테흠집 하나 낼 수 없다는… 으와아아앗…!!”
그러거나 말거나, 베르쿠트는꿋꿋이 방아쇠를 당겼다.
“으우으으……. 진짜……. 말할 때 총 쏘지 말라니깐…….”
에탕다르가자신의 고글 헬멧으로 얼굴을 숨기며 울먹였다.
그녀는 꽤 유약한 성격인 듯했다.
“후음……. 이래서는 진척이 없겠어. 이봐, 땡중. 어떻게든해봐.”
베르쿠트가람피리데를쳐다보며 주사위를 넘겼다.
“후아아아아암…. 예에? 저요?”
람피리데는따분하다는 듯이 탁상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본인의 이름이 불리자 그제야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제가 왜… 마도운용사처리 같은 걸 해야 하나요? 저는 청부업자가 아니라 성직자인데요?”
람피리데가귀찮다는 듯이 답변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유튜브를시청했다.
“아니… 니놈들은자기네 성회에쳐들어온침입자도 제거 안 하나?”
“제가 그걸 제거 했으면, 일단 당신들부터 제거했겠죠?”
음…….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럼… 에탕다르는왜 가둬놓은 거야?”
나는 니노성회를둘러 싼 방호막을가리키며 질문했다.
도망치던 에탕다르를잡아 챈 것은 다름 아닌 람피리데였다.
그녀는 상급 기적 ‘프레시디움’을 전개하여 에탕다르의퇴로를 차단헀다.
에탕다르를처리할 생각이 없었다면 프레시디움을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건~ 뭐~ 저 쥐방울만한좃밥년이빡치게하니까요~”
람피리데가생긋 웃으며 귀엽게 답변했다.
“아… 그러시구나…….”
람피리데는그냥 자기 꼴리는대로사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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