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1. 군인 할증
* * *
몇번의수화음이이어졌다.
어쩐지보험사를연상케하는수상한수화음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어쩌니, 상담원은가족이니어쩌니하는상투적인문구가오갔다.
오늘이놈들쉬는날인가? 하는합리적의심이생길무렵, 상담원과연결되었다.
“앗! 아… 그… 그… 토, 통신보안…?”
“푸풉…….”
나도모르게웃음이터져나왔다.
지금통신보안이라고그랬지?
쟤고문관아냐?사실부대에서도골칫거리라서지뢰밭에던져놓고대충지뢰밟고죽으라고보낸거지.
그게아닌이상전화통을붙잡고통신보안이라고떠드는어리숙한놈한테저격총을쥐어가지고지뢰밭에던져놓을리는없지않은가?
<반갑습니다. 기적을배달하는제국자유마도노동총연맹의상담원,="" 시러스입니다~="" 무엇을도와드릴까요?=""/>
전화를받은전문상담원은산전수전을다겪었는지, 전혀당황한기색이없었다.
차분하고친절한말투로베르쿠트의‘통신보안’에응대했다.
“아… 네…. 제가지뢰를밟아서그런데요……. 마도운용사한명만보내주시면안될까요……?”
베르쿠트가자신의사연을단도직입적으로설명했다.
지뢰를밟았으니까거, 마도사양반한명만보내주이소.
누가들어도장난전화다. 순도높은장난전화다.
<아……. 그러시구나…….="" 고객님께서지뢰를밟으셨구나…….=""/>
아니나다를까전문상담원인시러스는못내당황한듯했다.
그녀는지금전화를끊을까, 말까망설이고있었다.
<실례지만고객님, 혹시어떤종류의마도운용사를원하시는지알수있겠습니까?=""/>
“아… 그, 분해마법을쓸수있는마도사로요. 최대한빨리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분해마법이가능한마도운용사를고객님께서원하시는곳으로신속히파견해드리겠습니다.="" 신원확인을위해제국신민기록번호앞여섯자리와성함을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내심감탄했다. 역시전문상담원은뭐가달라도다르다.
상담원인시러스는능수능란하게말을돌리더니결국에는베르쿠트가원하는게무엇인지정확히확보해냈다.
지뢰밭에있으니마도운용사를보내달라는, 전쟁후유증걸린치매노인의발작같은말을잘도알아먹고답변해낸것이다.
그정도의궤멸적인언어구사를떠들어댄통신보안의마술사베르쿠트도참대단하다면대단한것이지만말이다.
베르쿠트에게전화통을맡기면적어도통신보안문제만큼은거뜬할것이다.
당최뭐라고떠들어대는지이해할수가없을테니까말이다.
아무튼, 시러스는몇번의신원확인과결제과정을끝으로마도운용사파견계약을신속히끝마쳤다.
약10분의소요시간을거쳐인근노동조합에있는마도운용사가파견될예정이란다.
파견과정은어플에서확인할수있다나, 뭐라나….
<감사합니다. 고객님.="" 끝으로저희마도노조에서새로런칭한배달의마족어플을이용하시면더편리하게마도운용사파견을받아보실수있습니다.="" 지금까지저는,="" 상담원시러스였습니다.=""/>
시러스는뭔가수상쩍은어플리케이션의홍보를해대며능숙하게상담을마무리했다.
베르쿠트는상담에매우만족했다.
그녀는눈동자를반짝이며의기양양하게나를올려다봤다.
“봤지?”
“뭘봤다는거냐? 니가통신보안하는거?”
“아, 진짜…. 아무튼… 곧알아서해결할거니까, 잡혀갈준비나하고있어.”
“…그건또무슨소리야?”
“네가도와준게아무것도없으니까, 내가널잡아가지않겠다는약속은취소다.”
하하, 이녀석좀보게. 조용히할까요?
“그래, 그럼내가너한테순순히협조하겠다는약속도취소다. 지금당장장갑차로네놈을밀어주마. 장갑차니까피하기없기다?”
“어…… 네……?”
베르쿠트는잠시얼떨떨한얼굴이되었다. 이런결론은예상치못했나보다.
“네녀석이그렇게옹졸하게나오시겠다면나도비열하게나가는수밖에없다는말씀이시다. 알아들어? 네가자초한결과야. 지뢰와함께저세상으로가버려라. 거기가면피스키퍼라고너랑비슷한수준으로정신나간자칭여신한마리가있으니까같이통신보안도사이좋게나누시고요.”
나는베르쿠트에게날카롭게언질했다. 그러면서장갑차조종수석으로움직였다.
“으아아아아…!! 자, 잠깐만! 알았어! 알았다! 농담이라고! 그런, 그런거안해……! 난약속은잘지킨다고….”
결국먼저꼬리를내린쪽은베르쿠트였다.
하긴지금불리한것은베르쿠트다. 나는아쉬울게하나도없다.
나는다시한번경멸하는눈으로베르쿠트를내려다보며장갑차휀다위에올라섰다.
그때, 기묘한소음이울려퍼졌다.
<배달의마족주문!/>
“어… 도착했나보다.”
베르쿠트가휴대전화를확인하며반색했다.
생각보다훨씬빨리도착했다.
“뭐…. 그마도운용사인가하는나부랭이?”
그렇게말하는순간, 하늘에서누군가가소리쳤다.
“나부랭이가아니다!! 노!조!위!원!장!이다!!”
이거야원…….
발끝에연보라색마방진같은것을그린채, 사람한명이둥둥떠있었다.
머리에는분홍색별문양에줄무늬가들어간고글헬맷을뒤집어썼다.
무릎과팔꿈치에는보호장구까지빠짐없이착용했다.
새하얗게칠한스태프를밟고서찐풍당당하게서있는모습이……
또하나의골칫거리가등장했음을선명하게시사했다.
“여기! 마도운용사시키신분!!”
꼭짜장면배달부같은소리를떠들어댔다.
정체불명의마법사가멋들어지게스태프에서뛰어내렸다.
그리고는화려한낙법을선보이면서착지했다.
착지하는순간에는쓸데없이마법을써서등뒤로화염이폭발하는효과까지부여했다.
정말…… 정성을들인또라이가따로없었다.
“제국자유마도노동총연맹의에탕다르입니다! 무엇을도와드릴까요?”
에탕다르가헬맷을벗으며환하게웃었다.
베이지색머리카락이어깨약간아래까지드리워졌다.
부드럽고화사한인상의소녀다.
동그랗고발랄한눈동자는새싹빛이다.
그녀가눈동자를반짝이며나를정면으로바라봤다.
그런그녀를향해나는짧게답변했다.
“너도지뢰밟았다.”
이멍청아.
“으와아아아아아악?!! 뭐, 뭐라고요? 지뢰? 나, 나를함정으로끌어들인겁니까!!”
아뇨, 그냥니가와서밟은건데요.
“발떼지마.”
에탕다르가깜짝놀라호들갑을떨어댔다.
나는일단그녀를진정시켰다.
저기상천외한또라이는스태프에서뛰어내려화려하게몇바퀴구르더니,
그대로지뢰를밟았다.
저렇게멋들어지게지뢰를밟는것도능력이라면능력이다.
자유마도노동총연맹인가, 뭐시기에서는저런것도가르쳐주나?
“어, 어떡하죠…! 고객님…!”
에탕다르가곤혹스런얼굴이되어나를올려다봤다.
“그걸왜나한테물어보냐? 지뢰를해결하라고불러놨더니, 당연하다는듯이지뢰를처밟고나자빠진네놈의그하등한지능한테물어봐라.”
“하, 하등하다니요…! 초면에실례로군요…!! 저는이래봬도프룬제제국대학교의마도운용과정을수석월반으로졸업한! 초! 일류엘리트! 최연소아크메이지거든요!”
에탕다르가거칠게항의하면서도지뢰를밟은오른발만은꿈쩍도하지않았다.
“…너. 무섭지.”
“뭐, 뭐뭐뭐, 뭐가말인가요…!”
에탕다르가은근슬쩍시선을회피하며잘도둘러댔다.
“지뢰를때려밟은네놈의오른발이아주부자연스럽게굳어있는데?”
“아, 아니거든요…! 이건…! 그냥! 그냥! 아까뛰어내리다가근육통이도진것뿐이거든요!”
에탕다르가되도안한변명을떠들어댔다.
“하! 그거참잘됐네. 내가원래체육교육과출신이거든? 네놈다리에도진근육통정도야거뜬히풀어줄수있지! 어디한번볼까?”
“꼬, 꼬, 꼬, 꼼짝마세요…!! 성희롱으로신고할거예요!!”
에탕다르가크게당황하며스태프로나를위협했다.
아니돈내고지뢰를해결하랬더니,
지뢰밟고고객한테총구를들이밀어?
“저기…. 마도운용사님…….”
아니나다를까서비스에불만족한베르쿠트가조심스럽게에탕다르에게운을띄웠다.
“앗, 네, 넷! 고객님! 무엇을도와드릴까요!”
에탕다르는옆에나란히서있던베르쿠트에게어색한미소를지어보였다.
정말눈물나게힘겨운고객응대다.
“분해마법… 언제써주실건가요…….”
그렇다. 애당초베르쿠트는분해마법으로여기서탈출할계획이었다.
예상과다르게에탕다르가지뢰를밟기는했다.
하지만마법을이용한다면능히해결할수있는문제다.
“에, 예에? 저, 저기… 저는… 분해마법같은건… 쓸줄모르는데…….”
저새끼가지뢰다.
“…….”
“…….”
에탕다르의한마디를듣고지뢰밭에는침묵이감돌았다.
고요한침엽수림에새지저귀는소리만이조용히들려왔다.
나는도대체왜이런곳에서환생한것일까.
“…그럼여기그냥지뢰밟으러왔어?”
베르쿠트가새빨간눈동자를번뜩이며에탕다르를노려봤다.
돈까지들여가며애써마도운용사를불렀다.
그런데사태해결은커녕오히려마도운용사본인조차지뢰를때려밟고나자빠졌다.
베르쿠트가화를내는것도무리는아니다.
“아, 아뇨…. 고객님……. 저는그냥……. 그…… 지뢰밭을분해해버릴마도운용사가필요하다고해서…… 온건데…….”
에탕다르가기어들어가는목소리로조심스럽게답했다.
“그래! 분해마법! 분해마법쓰라고!”
베르쿠트가에탕다르를손가락질하며소리쳤다.
“와아, 잘한다잘해. 이겨라, 이겨.”
나는에탕다르를몰아붙이는베르쿠트를응원했다.
팝콘이있었더라면좋았을텐데.
영화관알바생피스키퍼가판매하려나?
“그, 그치만…! 지뢰밭이라길래… 그, 그냥시러스가잘못알아들은건줄알았고…… 그리구…… 분해하면된다길래…… 다폭파시켜서분해해버릴생각이었다구요…….”
에탕다르가머뭇거리면서해명했다.
“어이구… 그래. 아주잘하는짓이다.”
나는풀이죽은에탕다르를비아냥거렸다.
하긴, 지뢰밭에마법사한명만보내달라는기상천외한의뢰를누가진지하게받아들이겠는가.
이런정신나간의뢰를받을사람은마찬가지로정신나간마도사밖에는없다.
예컨대자칭초일류엘리트에탕다르같은멍청한꼬맹이정도나선뜻이의뢰를받아들일것이다.
그리고이멍청한꼬맹이는,
아니나다를까멍청해서오자마자지뢰나밟고나자빠졌다.
역시, 장갑차를타고내갈길이나가는편이더나았을것이다.
“…그럼, 무슨마법을쓸줄아는거야.”
베르쿠트가에탕다르를의심의눈초리로쳐다봤다.
“공격마법! 공격지원마법! 원거리공격마법! 광범위공격마법! 속성공격마법!”
“죄다공격마법뿐이잖아!!”
어이가없어진내가에탕다르에게소리쳤다.
“그, 그거야…! 공격마법이제일쎄니까요!!”
에탕다르가결의에찬얼굴로주장했다.
…형편없는주장이다.
“웃기고있네, 그게제일세면니발에들러붙어있는지뢰나어떻게해보시지!!”
“그, 그, 그건…! 어쩔수없는…! 상극이라고나할까…. 상성이라고할까……. 아하하하…….”
에탕다르가실없이웃으며나의시선을피했다.
“흥…. 쓸모없는것만배웠군.”
그러자베르쿠트가시니컬하게뇌까렸다.
“우윽…. 쓰, 쓸모없다니요! 당신이공격마법에대해서뭘알아요!”
“적어도지뢰를분해하라고불러놨더니, 덩달아지뢰를밟고나자빠진얼간이들이나배우는조잡한기술이란것정도는잘알겠어. 하아….”
베르쿠트가한숨을푹내쉬며고개를가로저었다.
“크으윽……. 모욕적이에요…. 그렇게나오셨겠다……!”
에탕다르가잔뜩약이오른눈동자로베르쿠트를노려봤다.
물론그러면서도지뢰를밟은오른발만큼은꿈쩍도하지않았다.
“하! 그래. 그렇게나오셨다. 분하면어떻게든해보시든지. 무능력자.”
베르쿠트가차가운얼굴로에탕다르를비난했다.
“아으우으으……!! 진짜…! 제가아무것도못할줄알고요? 공격마법을모욕한대가! 반! 드! 시! 후회하게해주겠어요!”
에탕다르가눈매를날카롭게갈아붙였다.
그녀는자신의스태프를화려하게회전하며붙잡았다.
“이, 이봐…. 잠깐만……. 뭘하려는생각이야…. 너공격마법밖에못쓴다며……. 진정해….”
나는일단에탕다르를말려야겠다는생각부터앞섰다.
저녀석이폭주하면분명히큰사고가벌어질것이다.
“공격이야말로최선의방어! 선수필승! 필무망월! 잘규율된마도화력이야말로전쟁의신이죠!”
에탕다르가나에게스태프를겨누며의기양양하게떠들어댔다.
지뢰를밟고있는주제에도대체뭐가의기양양한지는잘모르겠다.
“잘… 봐두라고요……. 제초중폭염의마력집중식스태프‘엑조세’가마력을토하는모습을…….”
혹시그건직접지어준이름입니까?
어… 그렇다면약간중이병인데…….
“잠깐만…. 무슨짓을하려는거지…?”
베르쿠트도뭔가잘못되었다는사실을뒤늦게깨달은듯했다.
그녀는조금당황한목소리로에탕다르를쳐다봤다.
“고객님께서원하시는대로! 분해해드리는거예요! 흥!”
에탕다르가초중폭염의마력집중식스태프‘엑조세’를붙잡고베르쿠트에게선언했다.
어느덧엑조세에는샛노란마력의응어리가집중되기시작했다.
그반발로에탕다르의곁에는조금씩돌풍이일어났다.
뭔지는몰라도…… 대단히위험해보인다.
베르쿠트의머리카락과후드자락이천천히휘날렸다.
그녀는멍한눈동자로엑조세에마력이집중되는광경을쳐다만보고있었다.
“이봐…! 너! 도대체뭘분해하겠다는거야…!”
생명의위협을느낀내가다급하게에탕다르에게따져물었다.
에탕다르의마력전개는이미시작되었다.
돌풍은어느덧폭풍이되어주변의나뭇가지를휘게만들었다.
강력한에너지가휘몰아쳤다.
“그거야물론! 이땅과하늘을전부분해할겁니다! 보여드리죠! 광범위화력투사전략공격마법의! 위! 대! 함! 을!!!”
“그, 그런거안보여줘도돼애애애!!”
뼈와살을분해하겠다는에탕다르의뻔뻔한주장에다급하게소리쳤다.
하지만이미때는늦은듯했다.
“아… 그, 그…… 내, 내가좀… 말이심했던것같아…….”
뒤늦게자신의잘못을깨달은베르쿠트가에탕다르에게사과를청해보지만.
“천개의태양이광휘에취해… 천공에서일시에파멸한다면… 이는전능한자의광채와도같으리…”
에탕다르는이미불길하기짝이없는영창을줄줄외기시작했다.
그녀가눈을감고서진중하게주문을외웠다.
스태프엑조세를중심으로하늘에는거대한화염색의마방진이여섯개씩이나그려졌다.
나는순간무력으로라도저미친마도사를제압해야하나망설였다.
도대체자기머리위에파멸마법을떨구는정신병자가어디있단말인가?
하지만끝내내가선택한수단은장갑차안으로들어가서방호력을획득하는것이었다.
저불길한마도사에게함부로손을댔다가는무슨일이벌어질지모른다.
나는재빠르게장갑차의조종수석으로뛰쳐들어갔다. 그리고해치를닫으려했다.
“나는이제죽음이오… 세상의파괴자가되었도다….”
그러나한발늦었다.
에탕다르가눈을번뜩이며,
“트라이던트!!”
스킬을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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