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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165화 (165/219)

00165 7-5. 선물이지만 선물이 아니다 =========================

원치도 않게 치부가 들통(?)난 타유아와 굴란트는 스랄스를 앞뒤에서 붙잡고 두개골을 마구 때렸다.

“잘난 척하지마! 바보 해골 뼈다구야!”

“내 때리는 것보단 맞는 게 전문이지만 이번 건 그냥 넘어갈 수 없군.”

“으아악! 뼈 어긋나! 뼈 어긋난다고!”

스랄스의 두개골이 45도로 틀어진 후에야 손을 떼며 한 발자국 물러나는 두 마족이었다.

그런가 싶더니 이번에는 로엘에 대한 평가가 궁금한지 은근히 기대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데킬라, 마왕님은 어때?”

데킬라는 고개를 꾸벅인 후 로엘을 살펴보더니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건강하시군요. 딱히 흠잡을 곳 하나 없으십니다.”

“가볍게 본 것만으로도 아는 거야? 요리사 보단 의사 쪽 같군.”

“후후, 그렇게까지 대단한 능력은 아닙니다. 문제가 있는 부위가 다른 색으로 보일 뿐입니다. 마법으로 치면 마나스캔이 항시 눈에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문제가 있는 부위를 보고 대강 이유를 짐작할 뿐이랍니다.”

본인은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로엘은 듣자마자 유용한 능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전투에 있어선 상대방의 몸 상태를 항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고, 요리에 있어선 식재료의 문제점이나 조리 상태를 즉각즉각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나 요리 외에도 생명체를 상대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이었다.

좋은 능력이긴 하다만 정작 중요한 요리 실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었다.

마침 식사 전이기도 하니 요리 실력부터 확인하고자 했다.

로엘은 홀에 있는 괘종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자마자 미안하지만 간단하게 한 끼 만들어주지 않겠어?”

“오자마자 필요로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호하는 요리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십시오. 참고하겠습니다.”

“지금은 샐러드 종류만 아니면 다 좋아.”

샐러드만 싫다고 하는 것에서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읽어낸 데킬라였다. 데킬라의 시선이 스랄스를 향했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로엘에게로 돌아갔다.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즉위 선물로 가져온 게 있습니다.”

데킬라는 구스 임프들을 시켜 짐수레에 실려 있는 물건을 가져오라 일렀다.

구스 임프들은 데킬라와 친했었는지 기쁘게 날개를 퍼덕이며 물건을 홀 안으로 들였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은 나무로 만든 닭장이었다. 닭장 안에선 다섯 빛깔 깃털을 지닌 닭 세 마리가 앉아 있었다. 세 마리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준 듯한 지푸라기 둥지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는데 닭장이 흔들린 탓에 깜짝 놀라 날개를 퍼덕였다.

“꼬록! 꼭꼭꼭꼬~.”

로엘은 무슨 닭인지는 모르겠고 생긴 게 신기해져 쳐다보기만 했다.

반면 타유아, 굴란트, 스랄스는 닭의 정체를 알아보고 유랑단 구경나선 아이들 마냥 닭장에 몰려들었다.

“오색계잖아! 데킬라! 이 귀한 걸 어디서 얻은 거야?”

“한 마리도 아니고 3마리씩이나 있어. 와, 아라크네 마을에 별 게 다 있나보네.”

“둥지에 보석 쌓인 거 봐. 어디 보자. 아라크네 마을에서 여기까지 일주일 걸리니까... 무슨 일주일 만에 보석이 이리 쌓이냐.”

오색계가 날아오르면서 둥지 안이 드러났는데 달걀만 한 보석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다이아몬드, 백금, 금,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 등의 보석이 달걀 크기에 달걀 모양을 띠고 있었다.

스랄스가 보석을 세어 샤온으로 환산해보았다.

지금 둥지 안에 쌓여 있는 보석만 합쳐도 1만 샤온에 달했다.

3마리의 오색계가 일주일 동안 현 렌던 1년 예산의 6분의 1을 번 셈이었다.

즉, 6주 만 꾸준하게 보석을 낳아줘도 현재 렌던 1년 예산이 손에 들어온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만한 돈을 낳는 수단을 자기 혼자 챙기지 않고 선물로 들고 왔다 할 수 있었다.

렌던의 예산을 위해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돈에 욕심이 없는 자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오색계까지 그냥 주는 걸 보니 아예 물욕 자체가 없는 자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로엘이 데킬라를 바라보자 데킬라는 로엘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

///

간단하게 요리를 만든다 했으나 요리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시간 쯤 지나자 데킬라가 구스 임프들과 함께 손수레 몇 개를 밀며 식사방으로 들어왔다.

데킬라는 빵이 담긴 바구니와 생선살로 만든 전채요리, 맑은 수프를 먼저 내놓았다. 그리고 샐러드를 놓아야 할 자리에는 기름에 튀긴 감자를 놓았다.

“간단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재료가 샐러드 종류밖에 없더군요. 급하게 몇 가지 재료를 사오느라 늦었습니다.”

간만에 녹색이 아닌 다른 색을 지닌 음식을 본 탓에 위장이 꾸르륵거리며 거부하는 건지, 환희하는 건지 모를 반응을 보였다.

위장의 신호에 상관없이 로엘은 목에 기름칠부터 하고 싶어 튀긴 감자부터 먹으려 했다.

그러나 데킬라가 고개를 저으며 수프부터 권했다.

“갑자기 기름기부터 넣으면 탈납니다. 스프부터 드십시오.”

로엘은 익숙한 상황인 양 아무런 대꾸 없이 스프에 스푼을 담갔다.

스푼으로 스프를 뜨는 순간 데자뷰를 느꼈다.

왜 일까.

문득 메이아가 떠올랐다.

‘어제 파티 때 술 많이 드셨죠? 속 풀리게 국물류부터 드세요.’

로엘은 그리운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메이아도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싱그러웠던 미모는 빛바랜 보석처럼 윤기를 잃었으며, 푸석푸석한 머리와 야윈 몸은 안 그래도 여자 치고는 큰 신장 때문에 말라 보이는 사람을 더욱 비쩍 말라보이게 했다.

인간계에 돌아가게 된다면 메이아를 보내줘야겠다.

퇴직금으로는 집과 땅을 주자.

현찰을 뭉텅 주는 것보단 나을 거다.

똑부러지는 여자니까 터만 잡으면 괜찮은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아갈 거다.

지잉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로엘은 짜르르한 느낌이 가슴 언저리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로엘로선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느낌인지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흘려보냈다.

로엘의 의식은 금방 음식 쪽으로 쏠렸다.

스랄스가 추천할 만큼 요리 실력 역시 뛰어났다.

로엘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타유아와 굴란트는 건강관리라는 목적으로 울며겨자먹기로 해조류만 씹고 있었지만 말이다.

식사가 끝나고 데킬라가 식후 디저트라면서 찻잔에 검은색 액체를 부어주었다.

“이건 제가 글레이브 산에서 채집한 나무콩을 빻아서 우려낸 차입니다. 대륙 북쪽 바문의 땅에서 식후에 자주 마시는 차인데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더군요.”

“잘 마시지.”

차의 맛은 씁쓸했지만 설탕을 섞어서 그런지 아주 못 먹을만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홍차와는 다른 풍미가 있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몇 모금 마시자 더부룩한 속이 달래지는 느낌과 함께 머리가 맑게 갠 듯 정신이 또렷해졌다.

식사도 끝났겠다 마침 바문의 땅 이야기가 나오자 스랄스가 떠오른 게 있는지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바문의 땅을 치던 고르오스가 회군했다고 합니다. 폭스와 로드리고가 동맹을 맺을 걸 알아차렸는지 고르오스의 땅 남쪽 경계선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합니다.”

“고르오스면 지금 마계 7기둥 중에서 가장 강한 자지? 그쪽도 나랑 접촉하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아무 것도 보내오지 않았군.”

“무리도 아니죠. 이쪽으로 오려면 폭스와 로드리고의 땅을 꺼쳐야 하니까요. 어차피 서열 1위에 옹고집 하나는 알아주는 놈이라 이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을 겁니다.”

로엘은 창문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았다.

정원에선 오색계들이 닭장 안에서 고개를 전후로 흔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었다.

오색계의 화려한 깃털을 보던 로엘이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돈 부족할 일은 없겠군.”

///

카에라의 땅 중심지인 크루다이에는 아카데미라 불리는 교육시설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정신 타입, 자연 타입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샤프란 아카데미, 또 하나는 육체 타입, 혼령 타입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발리에리 아카데미였다.

두 아카데미 모두 학비는 무료였으며 문맹, 지식인 혹은 초심자, 베테랑 할 것 없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게 비기너 클래스부터 마스터 클래스까지 총 5단계 클래스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클래스는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1년에 두 번 성적을 내는데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퇴학시키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열정이 있는 한 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

그게 두 아카데미의 기본 바탕이었다.

메이아는 카에라의 조언을 받아들여 로엘을 찾을 때까지 아카데미 교육을 받기로 하였다.

학비는 무료이지만 숙식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카에라의 성에서 머무르는 대신 잡일을 해주기로 했다.

메이아는 고민 끝에 샤프란 아카데미에 입학신청서를 넣었다.

아카데미 입학은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시기와 상관없이 바로 승인이 떨어졌다.

메이아의 입학 첫날, 스칼라가 메이아를 샤프란 아카데미로 안내해주며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계단식 교육이야. 비기너, 노말, 익스퍼트, 시리어스, 마스터 클래스로 나뉘어져 있어. 각 클래스마다 수업이 엄청 많긴 한데 알아서 듣고 싶은 걸 골라야 해. 수업 짤 때 시간 겹치지 않게 짜는 거 잊지마. 수업 몇 개를 듣던 간에 한 학기 성적에서 A를 받은 수업은 다음 클래스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보통은 그냥 수업 한두 개만 들으면서 마스터 클래스로 졸업하고 취직하는 경우가 많아.”

참고로 스칼라도 아직 샤프란 아카데미에 다니는 중이었다.

정신마법 방어술 수업은 이미 졸업했고, 환술마법 마스터 클래스 수업을 듣고 있었다.

샤프란 아카데미 안은 정원 풍경으로 조성된 넓은 부지와 돔 형태의 5층짜리 건물 6개,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어 자연미와 인공미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호수 근처와 정원에선 갖가지 모습을 한 마족들이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메이아는 갓 상경한 시골뜨기마냥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스칼라를 따라 걷던 중 부지 중심에 있는 가장 큰 건물 앞에 도착했다.

스칼라는 건물 안으로 메이아를 안내하며 건물 입구 안쪽에 있는 창구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창구 안에서 박쥐 날개를 접은 채로 앉아 있는 늙은 여성에게 말을 붙였다.

“트레라 씨~. 안녕하세요~.”

늙은 여성은 모든 학생의 모습과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스칼라를 맞이했다.

“스칼라구나. 무슨 일이니?”

“오늘 입학하기로 한 아이를 데려 왔어요. 메이아라고 하는데 입학등록은 끝났죠?”

트레라라 불린 늙은 여성이 선반에 그득히 쌓여 있는 서류 중 하나를 꺼내 뒤적거렸다.

이내 곧 메이아의 입학서류를 발견했는지 메이아를 쳐다보았다.

“등록되어 있구나. 네가 메이아니?”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카에라 님이 인간 아이를 거두어들였다고 들었는데 네가 그 아이인가 보구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일 테니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찾아오렴.”

“아, 네.”

“따로 특기는 있니? 따로 특기가 있으면 바로 익스퍼트 클래스 이상에 들어가야 할 텐데.”

“아뇨, 이쪽으로는 완전히 문외한이라서요.”

“그래? 비기너 클래스부터 시작해야겠네. 어디 보자 비기너 클래스 중에서 남은 자리가 있는 수업이.......”

트레라는 비기너 수업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차트를 꺼내서 펜으로 숫자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수업마다 몇 자리가 남았는지 쓰는 것이었다.

기록을 마친 트레라가 수업목록이 적힌 차트를 메이아에게 건네주었다.

“지금 남아있는 자리를 표시했단다. 마음에 드는 수업이 있으면 말하렴.”

수업은 언뜻 봐도 20개는 있는 것 같았다.

정신 타입 수업은 전부 꽉 차 있었고 남은 건 자연 타입 수업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정령술 수업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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