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5 7-3. 잘못된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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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도착한 타유아는 대장간에 들렀다.
대장간 안에선 기다란 수염을 한 갈래로 땋은 근육질 난장이가 모루 위의 아디만티움을 두드리고 있었다.
깡! 깡! 깡!
달군 아디만티움을 몇 번이나 두드리다가 물에 담그니 수증기가 피어오르면서 안 그래도 더운 대장간 안에 습기까지 더해졌다.
근육질 난장이는 토르라는 종족으로 마계의 드워프라 불릴 정도로 인간계의 드워프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드워프는 미스릴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나 토르는 아디만티움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일류 드워프는 미스릴 5kg를 검으로 만드는데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반면 아디만티움을 다루는데에는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드워프와 반대로 토르는 아디만티움을 좀 더 잘 다루고 미스릴을 다루는데 서툴렀다.
인간계에는 미스릴이, 마계에는 아디만티움 물량이 많기 때문에 환경에 따른 기술의 차이가 생긴 것이었다.
아디만티움을 물에서 빼낸 토르가 타유아의 방문을 알아차리고 연장을 놓았다.
“타유아 님 오랜만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타유아는 빈 모루 위에 사슬 조각이 담긴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카무. 이거 고쳐줬으면 해. 가능하겠어?”
카무라 불린 대장장이는 주머니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조각나 있는 새벽의 사슬을 보자마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후, 아주 토막을 내놨군요. 이렇게 망가뜨리기도 힘든데 말이죠.”
“그,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네, 저도 들었습니다. 새 마왕님과 싸우다가 크게 당하셨다면서요?”
“그걸 어떻게!”
“굴란트 님이 와서 자랑스럽게 말씀하고 가시더군요.”
“으으, 그 마조 마초가 정말!”
“하하, 좋은 일이잖습니까. 약한 분이 오신 것보다는 낫죠.”
“뭐 그렇긴 한데... 아무튼 고치기나 해줘.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흐음, 워낙에 깔끔하게 잘려서 고치는 데엔 그리 오래 안 걸릴 것 같습니다. 반나절 정도?”
“생각보다 얼마 안 걸리네. 수리비는?
“아디만티움으로 때워야 하니 원래는 700샤온쯤 들겠지만 타유아 님이시니 400샤온만 받겠습니다.”
타유아는 샤온 브로치를 꺼내 윗부분의 버튼을 꾹 눌러보았다.
샤온 브로치 뒷면에 200이란 숫자가 새겨졌다.
마왕 직속 군대의 간부쯤 되면 연봉 7000샤온은 받는다.
월 600샤온 이상은 받는다는 거다.
허나 현재 마왕군의 자금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수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으니 세금을 거의 걷지 못하고 있었고, 부수입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아도로스 시절에 모아놨던 자금도 1년 전부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타유아를 비롯하여 마왕의 저택에 있는 대부분의 인력들이 몇 개월 치 월급이 밀려 있는 상태였다.
타유아는 고민하다가 샤온 브로치를 내밀었다.
“절반만 고쳐줘. 200샤온밖에 없어.”
“나머지 200샤온을 달아놓겠습니다. 안 그래도 내일 서쪽 위험지대가 활성화되는데 무기가 없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고생해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타유아는 속으로 뜨끔했다.
렌던의 안전을 위해 고생한다며 흔쾌히 자신의 이익까지 줄이면서 기술을 제공해주고 있다.
로엘을 혼내주려고 사슬 고치러 온 입장에선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반만 고쳐줘.”
“네? 절반이면 손에 감기는 느낌이 부족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새벽의 사슬 능력 몰라? 길이는 마기로 보충하면 돼.”
“타유아 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타유아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 카무가 새벽의 사슬을 절반만 이어주기로 하고 200샤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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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이츠는 날개를 퍼덕여 빠르게 폭스의 땅에 복귀했다. 그리곤 렌던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폭스에게 보고하였다.
“신임 마왕은 아랫것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랫것들? 보고가 두루뭉술하군.”
“아, 죄송합니다. 정확히는 타유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굴란트와 스랄스는 처음부터 충성을 맹세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이냥저냥 잘 따르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타유아만 마왕과 사이가 나쁘단 말이군.”
정리하자면 그랬다.
좋은 소식이라 생각하여 급히 왔던 폴레이츠는 예상보다 싱거운 반응에 불안해졌다.
폴레이츠의 생각대로 폭스는 보고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보고에 담긴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었다.
“파고들 틈이 하나밖에 없다 이건가. 이럴 때는 마계 7기둥인 게 걸림돌이 되는군.”
마왕에게 ‘권리’가 있다면 마계 7기둥에겐 ‘의무’가 있다.
먼저 마계 7기둥끼리는 얼마든지 전투를 벌여도 된다. 위험지대 3회룰 없이도 서로의 땅을 빼앗기 위해 싸울 수 있다. 하지만 마왕의 땅만큼은 위험지대 3회룰 없이는 차지할 수 없다.
그게 마계 7기둥 의무 중 첫 번째 의무이다.
두 번째로는 마계 7기둥끼리의 분쟁이 벌어졌을 때, 서로 결판이 나지 않아 마왕에게 판결을 요청하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마왕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혼돈의 대지만큼은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거다. 이건 아도로스가 기존의 2개 의무에 추가한 조항인데 그 이유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의무 중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마계 7기둥의 자격을 잃기 때문에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마왕의 세력이 가장 약하다한들 정해진 의무는 지켜야 했다.
만약 지키지 않으면 후에 마계를 통일한다 한들 마왕의 표식이 해당 되는 인물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무관의 제왕으로 살아야만 했다.
카에라를 제외한 모든 마계 7기둥의 최종목표가 마계 통일을 하여 마왕이 된다는 것이기에 의무를 어기는 것만큼은 할 수 없었다.
의무를 어길 수 없는 폭스로선 어떻게든 렌던에 3회룰을 적용시키고 싶었다.
“타유아가 구멍이라면 그거라도 이용하긴 해야겠지.”
“현재 타유아는 렌던 유일의 테이머입니다. 그녀가 빠지게 되면 마왕 입장에선 상당한 타격을 느끼겠지요.”
“그녀를 빼내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면......”
“타유아를 회유해서 그녀를 첩자로 심어두자고. 결정적인 순간에 테이머가 배신하는 것만큼 뼈아픈 게 있을까?”
현재 렌던 주변에는 3개의 붉은색 위험지대가 있다.
각 위험지대의 활성화 기간은 매월 중순에 시작하여 월말에 끝난다.
마왕이 활성화의 핵을 3개 가지고 있고 다음 활성화 기간 직전에 테이머가 배신한다면?
여기서 배신이라는 건 활성화의 핵 3개를 이용해 성벽 안쪽에서 터줏대감을 풀어놓는 걸 말한다.
터줏대감 3마리면 렌던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위험지대 3개를 막는 건 쉽지 않다.
현재 렌던의 자금력을 생각하면 성벽 보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라 한 번 뚫릴 경우 계속 뚫릴 수밖에 없었다.
폭스는 타유아를 회유하기로 마음먹었다.
“타유아에게 이쪽에 붙을 것을 제안하도록.”
“알겠습니다. 배신의 대가로는 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만 샤온 분량의 보석을 주마. 그걸로 반드시 그녀를 설득해라.”
“1만 샤온이면 보여주기만 해도 알아서 넘어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