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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153화 (153/219)

00153 7-3. 잘못된 정보 =========================

7-3. 잘못된 정보

로엘은 마왕의 저택에 머무르며 스랄스를 통해 마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스랄스와 함께 정원으로 나서며 적색 보석 하나를 꺼내들었다.

렌던 북쪽 위험지대의 늑대 마물을 처리하고 얻은 적색 보석이었다.

스랄스의 말에 의하면 각 위험지대에서 활성화의 핵을 가진 마물을 두고 해당 위험지대의 터줏대감이라 부른다고 한다.

로엘은 적색의 원통형 보석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적색 활성화의 핵이라는 거지?”

“네, 터줏대감을 쓰러뜨리면 나오는 물건입니다. 60년 치 분량의 마기를 불어넣어 보십시오.”

로엘의 몸 안에 쌓여 있는 건 마나밖에 없지만 반영구 회로를 얻는 과정에서 마기전환 능력을 얻었었다.

로엘은 마나의 일부를 마기로 전환하여 활성화의 핵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활성화의 핵이 옅은 빛을 띠면서 녹아내리더니 그림자처럼 땅바닥에 스며들었다. 그림자가 스며든 땅바닥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솟구쳤고, 검은 기운은 로엘이 처치했던 늑대 마물로 변했다.

늑대 마물, 정식명칭은 샤크 울프인 마물이 정원에 소환된 것이다.

샤크 울프는 로엘을 따르는 양 바닥에 엎드리며 귀와 꼬리를 추욱 늘어뜨렸다.

로엘은 샤크 울프의 태도에서 대강 활성화의 핵이 가진 효과를 유추해보았다.

“활성화의 핵으로 터줏대감을 소환해서 부릴 수 있는 거군.”

“그렇습니다. 단, 활성화의 핵은 다음 위험지대 활성화기간이 되면 사라집니다.”

“그때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네, 어차피 각 위험지대의 터줏대감은 고정되어 있으니 마왕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사냥해서 다시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대신 보관에 주의하십시오. 활성화의 핵에 마기만 불어넣는다면 누구든 핵 속의 터줏대감을 부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터줏대감이 강할수록 불어넣어야 하는 마기가 많아지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주의해서 나쁠 건 없죠.”

위험지대는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가장 약한 붉은색 위험지대, 중간급의 보라색 위험지대, 가장 강한 검은색 위험지대.

각 위험지대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위험지대에 존재하는 마물들의 평균 전투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샤크 울프도 붉은색 위험지대에서나 터주대감급이지 보라색 위험지대에선 중간쯤 되는 평범한 마물 수준이었다.

당연히 높은 등급에 있는 터줏대감을 사냥하긴 더욱 어려우며 사냥해서 얻은 활성화의 핵을 사용하려면 더 많은 마기가 필요하다.

보라색 위험지대의 활성화 핵을 사용하려면 최소 200년 치 이상의 마기가, 검은색 위험지대의 활성화 핵을 사용하려면 최소 500년 치 이상의 마기를 불어넣어야만 했다.

로엘은 마계 전체의 힘을 구도를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군. 무력이 강하다고 무턱대고 땅을 늘렸다간 위험지대를 감당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있다간 좋은 위험지대를 모두 빼앗기는 거군. 남들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땅과도 줄타기를 해야 된다 이거지?”

더하여 무력과 땅의 규형을 맞췄다 하더라고 그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단숨에 무너진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인 것이다.

스랄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훌륭하십니다. 위험지대만 듣고도 마계의 시스템을 파악하시다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일이야.”

마침 바깥에 나갔던 굴란트가 저택으로 돌아왔다.

굴란트는 정원으로 들어서며 엎드려 있는 샤크 울프를 발견했다.

“지금 활성화의 핵 사용해보고 계십니까? 마왕님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좀 더 좋은 위험지대를 많이 차지해야겠군요.”

현재 남아있는 마왕의 땅에 존재하는 위험지대는 전부 붉은색 위험지대뿐이었다.

그마저도 숫자는 3개에 불과했다.

반면 마왕의 땅과 인접해 있는 폭스의 땅에는 붉은색 위험지대만 15개였다. 거기에 보라색 위험지대는 3개가 있었다. 당연히 전부 위험지대가 활성화 될 때마다 즉각 사냥하여 활성화의 핵을 군사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굴란트는 마계 통일을 위해선 좀 더 좋은 위험지대를 늘릴 필요가 있다 어필하였다.

“마침 서쪽에 있는 로드리고의 땅에서 보라색 위험지대 하나를 2회 동안 강제 정지를 못 시켰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이동해서 기회를 엿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당장이라도 땅을 늘리고 싶어 하는 굴란트였지만 로엘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 급하게 움직일 필요 있어? 일단 인간계로 갈 방법을 찾는 것에 주력해. 인재도 부족한데 무작정 땅부터 늘리는 건 오히려 역효과야.”

로엘로선 마계 통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인간계 복귀만이 목표였다.

적당히 마왕 노릇을 하는 척만 하며 인간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걸 스랄스와 굴란트는 이리 받아들이고 있었다.

‘확실히 마왕님의 말씀대로야. 땅을 늘려도 유지할 힘이 없으면 도로 빼앗기겠지. 우리는 아직 인재가 너무 부족해.’

‘인간계에서 황제였다고 하셨지. 인간계에 있는 인재와 병력을 끌어오실 생각이로군.’

이미 인간을 마왕으로 모시기 시작한 시점에서 인간과 힘을 합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 두 마족이었다.

로엘이 인간계의 병력을 끌어와 이용하려 한다고 여긴 스랄스와 굴란트는 기세 좋게 대답하였다.

“반드시 인간계로 통하는 길을 찾아내겠습니다.”

“내가 알기로 카에라라는 마족이 아는 것이 많다던데 그녀에게 물어볼 순 없을까?”

“지혜의 마녀 말입니까? 물어봐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 이전에 서신을 전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어째서?”

“카에라의 땅으로 가려면 무조건 폭스의 땅을 지나가야 합니다. 호시탐탐 렌던을 노리고 있는 폭스가 허락해줄 리 없지요.”

“내가 나타남으로서 더 경계하고 있겠군. 굴란트.”

“네, 말씀하십시오.”

“나중에 서신 한 장을 써줄 테니까 폭스란 자에게 전해주고 와.”

“알겠습니다.”

폭스에게 자신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걸 전할 생각이었다.

서신을 쓰는 거야 조금 있다가 하면 될 일이고 지금은 샤크 울프를 좀 더 다뤄봐야 할 때였다.

로엘은 여전히 대기 중인 샤크 울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스랄스, 이 상태에서 바로 명령만 내리면 되?”

“직접 명령을 내리셔도 되고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리셔도 됩니다. 텔레파시에 의한 명령은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내릴 수 있지요. 다만 터줏대감들은 말을 할 줄 몰라서 의사전달이 불가능합니다. 먼 거리에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르니 세세한 명령을 내리기 힘듭니다.”

“정찰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거군.”

“테이밍 기술은 타유아의 특기입니다. 하지만 영 나오질 않으니......”

“그러고 보니 저택에서 나간다고 했었는데 나갔어?”

“아뇨, 아직 나가진 않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상태입니다. 뭐 무리도 아니죠. 문엘프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싫어하니까요.”

문엘프에게 인간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용마전쟁 이전, 아직 인간계와 마계의 통로가 닫히지 않았을 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문엘프는 인간계에서 지내던 종족이었다. 엘프의 숲에 살던 하이엘프와 달리 문엘프는 가이아 대륙 북서부 끝의 사막지대에 살고 있었다. 항상 자원이 부족했기에 인간과의 거래가 필수였는데 어느 날부터 인간들이 문엘프를 노예로 삼으려고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엘프족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예로선 비싼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이엘프는 정령술을 가지고 있어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반면 문엘프는 달이 떠있지 않으면  힘을 못 쓰기 때문에 노리기가 쉬웠다.

당시에는 중립지대란 개념이 없었기에 인간 왕국의 도움조차 없던 상태였다.

하지만 문엘프는 강제로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정신마법이 통하지 않는 체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노예 사로잡는다 하더라도 길들여지지 않았다.

노예상들은 어떻게든 문엘프를 노예로 길들이려고 하고, 문엘프는 노예상들의 수작을 뿌리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노예상에 시달리던 문엘프들은 차라리 마계로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용마전쟁이 터지기 직전에 마계로 이주하였다.

스랄스를 통해 문엘프와 인간의 관계를 들은 로엘은 이제야 타유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리 험한 말을 했던 거군.”

“어떻게 할까요? 따르지 않을 거면 나가라고 할까요?”

“놔둬. 기다리던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왔으니 본인도 혼란스러울 거야. 따로 갈 곳을 정할 때까지 머무르게 해줘.”

“마왕님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그보다 텔레파시 연습을 해봐야겠군. 대체 어떤 느낌으로 해야 하는 거야?”

“저 역시 터줏대감 다루는 건 서투르지만 미흡하게나마 조언을 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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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 모양의 저택 한쪽 면에 위치한 꼭대기 층의 방 안.

타유아의 방 안이었다.

타유아는 커튼 사이로 살금살금 정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에선 로엘과 스랄스, 굴란트가 샤크 울프를 두고 테이밍 연습을 하고 있었다.

텔레파시를 써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혼자 투덜거렸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샤크 울프와 제대로 눈을 마주쳐야지. 어휴, 저 세 사람 진짜 답답하네. 확 가서 가르쳐줄까보다.”

투덜거리던 그녀는 곧 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침대 위에 앉아 무릎을 끌어앉았다.

지금 타유아는 굉장히 후회하는 중이었다.

“아~ 진짜! 그때 홧김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어떻게 다시 충성하겠다고 말하겠냐고!”

솔직히 처음 로엘과 마주쳤을 때는 그를 믿지 못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아도로스 대신 웬 인간 한 명이 마왕이랍시고 나타났다.

어떤 성격인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런 와중에 굴란트와 스랄스가 바로 충성을 맹세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마계 7기둥의 세력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며 같이 아도로스를 기다려왔던 동료들이 대뜸 나타난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타유아는 로엘이 아닌 스랄스와 굴란트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게다가 타유아의 예상과 다르게 로엘은 충분히 뛰어난 지도자였다.

마계에 도착한 첫날에 위험지대를 강제로 정지시켰으며 스랄스, 굴란트뿐만 아니라 마족 병사들이나 렌던의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결국 타유아 혼자 로엘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고집부리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로엘에게 사과를 해야 하긴 하는데 어영부영하는 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인간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 그냥 화가 나서 한 말이었는데 그거 때문에 사과도 못하게 생겼잖아.’

솔직히 문엘프가 인간을 증오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수백 년 전에 마계로 이주한 문엘프 선조들이나 인간을 증오했었지 인간과 마주친 적도 없는 후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로엘이나 스랄스, 굴란트는 타유아가 문엘프라서 로엘을 증오하는 줄 알고 있어 더더욱 사과하기가 힘들었다.

타유아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을 보며 나름대로 말 거는 연습을 해보았다.

“흥, 테이밍 기술도 몰라? 부탁하면 도와줄 생각은 있는데. 야이, 타유아 바보멍청아. 사과해야 할 입장에서 건방지게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마왕님에 대해 오해했습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세요. 흐음, 이제 제일 좋을 것 같긴 한데 오히려 뻔뻔하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뭐하고들 있어요? 아, 그때 일요? 사실 저한테 다른 인격이 있어서... 미쳤어? 잘도 믿어주겠다 어휴.”

거울 앞에서 대사를 읊고 머리를 쥐어뜯는 걸 반복하며 전전긍긍하는 타유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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