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7 6-1. 각개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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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스의 기사들은 각 루트에서 숲지기들과 전투를 이어나갔다.
이미 전투에 들어간 더프, 케이델 공작, 그란데 백작은 물론 드리안 공작도 나무 모습의 워크우드라는 마족 무리와 전투에 들어갔다.
그렇게 4군데의 격전지가 형성된 가운데 로엘은 해안을 빙둘러 서쪽 해안으로 갔다.
베나티아의 등에 올라타 망자섬을 가로지를 때 서쪽 해안의 해안절벽 위에 인간들이 이동하는 것이 보였었다.
마족밖에 없을 터인 망자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신경 쓰여 따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서쪽 해안의 좁은 절벽길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데 절벽 위에서 가고일 무리가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가고일 무리도 로엘을 발견했는지 발톱을 세우며 날아들었다.
“끼에엑!”
탁자를 손톱으로 긁는 듯 거슬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가고일 3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로엘은 가벼이 검을 휘둘러 가고일 3마리를 동강내었다.
앞서 오던 가고일 3마리가 비명횡사하여 그 조각이 절벽 아래로 흩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가고일 십 수 마리가 연이어 로엘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앞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로엘은 어렵지 않게 가고일 무리에게 무형검의 가한 후 그들의 시체를 뒤로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쯤 나아가자 절벽에 위치한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동굴 입구 위로 오목하게 파인 균열이 나있었는데 균열 사이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거미줄에 몸길이 2미터 크기의 거미가 도사리고 있었다.
거미의 머리 부분에는 붉은 눈이 달린 여성의 머리가 달려있었다.
거미마족의 여성은 로엘을 발견하곤 거미 특유의 집게 같은 앞니를 드러냈다.
“가고일이 왜 울부짖나 했는데 멋진 청년이 오는 걸 알리는 소리였네. 맛있게 생긴 아이야 길이라도 잃었니?”
로엘은 대꾸 한 마디하지 않고 동굴 안으로 발을 들이려 했다.
무시당한 게 기분 나쁜지 거미마족이 꽁무니를 아래로 향하며 거미줄을 뿜어냈다.
“매너 없는 아이네.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니?”
보기에도 강한 점성과 강도를 지닌 거미줄이 로프처럼 로엘의 몸 주위에 날아들었다.
거미줄이 로엘의 몸을 죄이려고 좁혀 들어갈 때.
거미줄이 조각나면서 바람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로엘의 검은 그저 늘어져 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거미마족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라? 왜 끊어졌지?”
로엘은 동굴 안으로 발을 들이며 뒤늦게 한 마디 날렸다.
“혼낸다고 말하기 전에 자기 몸이나 보시지.”
거미마족의 몸에 검흔이 생겨나더니 앞서 베어낸 가고일들처럼 여러 개의 조각으로 동강났다.
무형검의 검세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거미마족뿐만 아니라 그녀가 올라타 있던 거미줄마저 잘려나갔다.
떨어지는 거미줄이 동굴 입구에 덕지덕지 휘감겼지만 로엘은 상관치 않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쪽은 야광버섯이 잔뜩 자라나 있어 보름달이 뜬 밤길 수준의 시야는 확보되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떤 냄새가 슬금슬금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시체 썩는 냄새였다.
얼마쯤 들어가자 물이 흐르는 넓은 지대가 나타났다.
넓은 지대 가득 언데드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걸어 다니는 시체라 불리는 하급 언데드.
구울 수백 마리가 서성이고 있는 게 아닌가.
저택 하나쯤은 너끈히 짓고도 남을 넓이이건만 구울이 워낙에 많다보니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구울 사이로 데몬 몇 마리가 살아있는 인간들을 데리고 이동 중이었다.
인간들을 밧줄로 구속하여 줄줄이 끌고 가고 있었다.
데몬들은 넓적한 동굴 바위 위에 인간들을 올려놓더니 구울들을 불렀다.
“와서 이놈들을 물어뜯어라.”
구울 무리가 흐느적거리며 다가와선 살아있는 자들을 마구 물어뜯었다.
생살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감각 때문에 사람들이 울면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꺄아악!”
한 여인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붙잡혀 왔는지 아이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제가... 제가 뭐든 할 테니 제발 아이만큼은......”
데몬 한 명이 여인을 발로 차며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채 구울 사이로 던졌다.
구울 사이에 던져진 아이는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물어뜯겼다.
데몬은 절규하는 여인을 보며 짜증난다는 듯 침을 뱉었다.
“퉷, 여기 오는 내내 아이만은 아이만은. 정말 시끄러워 죽겠군.”
구울들이 사람들의 살을 반쯤 물어뜯었을 즈음 데몬들이 구울들에게 물러나라 명했다.
구울이 물러나면서 그들에게 물린 자들에게 구울의 독에 옮아 물린 부위부터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내 곧 물린 자들은 새로운 구울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가이아 대륙에서 사람들을 납치하여 데려온 후 언데드 군단으로 만드는 곳이었던 것이다.
방금 막 구울이 된 아이가 비틀거리며 제 어미를 물어뜯으려 움직였다.
여인은 구울이 된 자신의 아이를 보곤 반쯤 실성하여 울지도 못하고 꺽꺽거릴 뿐이었다.
데몬들은 인간이 망가지는 꼴을 감상하듯 낄낄대며 웃어댔다.
그런데 맨 뒤에서 웃고 있던 데몬 하나가 웃음소리 대신 비명소리를 내었다.
“크허어억!”
데몬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본 순간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로엘이 동료의 등 뒤에 검을 꽂아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몬의 등을 관통한 로엘의 검은 가슴 앞부분을 뚫고 튀어나와있었다.
로엘은 아디만티움 검을 옆으로 비틀어 고통을 가중시켰다.
즈즈즉!
“끄아아악!”
“쳇, 인간 녀석들이 이곳을 알아차린 건가.”
“이미 찔린 놈은 버려! 어차피 놈은 혼자니까 한꺼번에 덮치면 그만이야!”
“멍청한 놈. 구울이 몇 마리인데 어딜 혼자 들어와?”
로엘은 절명한 데몬에게서 검을 뽑으며 고갯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네놈들이 믿는 구울이 어디 있단 거지?”
데몬들이 로엘의 어깨너머를 힐끗 보았다.
야광버섯이 발하는 빛이 옅게 퍼져 있는 공간.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던 구울들이 죄다 동강나 있었다.
로엘이 걸어온 길을 따라서 말이다.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구울을 베어 넘길 수 있는 실력자란 뜻이었다.
지금 펼쳐져 있는 풍경만으로도 로엘과 자신들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데몬들은 기세가 완전히 꺾여 눈치를 보다가 도망길에 나섰다.
“안 되겠어, 구울은 포기다!”
“도망쳐! 덱스터 님께 이 사실을 알려!”
날개를 펼쳐 단박에 통로로 날아가는 데몬들이었다.
로엘은 딱히 그들을 쫓지 않았다.
대신 전방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물어뜯길 처지에 놓인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
구울이 된 아이가 문드러진 손으로 제 어미의 팔을 붙잡고 한 움큼 물어뜯으려 했다.
여인은 이미 살 생각조차 들지 않는 건지 아이가 물도록 내버려두었다.
구울 아이가 이빨을 드러내려던 찰나에 로엘이 구울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채 옆으로 밀쳐냈다.
로엘은 여인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세웠다.
“정신 차려! 이대로 죽을 작정이야?”
여인은 아이가 구울이 된 충격으로 정신이 붕괴되었는지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떨어져 나간 아이를 향해 부질없이 손을 뻗을 뿐이었다.
“어아아아. 아아아.”
구울 아이가 본능에 따라 로엘과 여인을 물어뜯으려고 다시 접근해왔다.
이미 아이를 구하는 건 늦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조그마한 하급 언데드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여인 한 명뿐.
게다가 아직 남아있는 구울이 한 가득이다.
로엘은 가장 가까이서 길을 가로 막고 있는 구울 아이부터 베고자 했다.
그런데 로엘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여인이 뛰쳐나가며 구울 아이를 감싸 안았다.
구울 아이의 입이 벌어진 것을 본 로엘이 여인을 잡아당겼으나 끝까지 구울 아이를 놓지 않았다.
“이 바보가! 얼른 물러나!”
“으어어! 으어어어!”
베어선 안 된다는 듯 여인이 울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이 구울 아이는 제 자신을 지켜주는 것도 모르고 여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물린 자리에서 독이 퍼지면서 살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로엘은 여인 역시 구울로 변하는 걸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길!”
로엘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망자의 모습으로 배회하지 않게 흙으로 돌려보내는 것뿐이었다.
로엘의 검에 무형검이 아닌 마나 블레이드가 씌워졌다.
옅은 형광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푸른 잔상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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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도망쳐 나온 데몬들은 허겁지겁 나오다가 동굴 입구에서 날개가 엉키고 말았다.
어찌된 일인지 동굴 입구 가득 아라크네의 거미줄이 쳐져 있는 게 아닌가.
아라크네의 거미줄은 철사 같은 강도와 끈적한 점성을 가지고 있어 쉽사리 끊기지 않았다.
데몬들은 손톱으로 줄을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젠장! 아라크네 년 문지기 역할도 못한 주제에 민폐까지 끼쳐?”
“대체 얼마나 엉킨 거야? 끊기지가 않잖아!”
데몬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동굴 통로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통로 바깥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발소리.
그들이 봤던 인간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벌써 그 많은 구울을 뚫고 나왔단 말인가?
데몬들은 마음이 더욱 급해져 헛손질을 반복했다.
이윽고 로엘이 완전히 동굴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그 많은 구울을 베고 나온 것치곤 피 한 방울, 시체 한 점 묻어있지 않았다.
로엘은 거미줄에 엉켜 있는 데몬들을 내려다보았다.
로엘과 눈을 마주친 데몬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자비라곤 한 방울조차 묻어있지 않은 싸늘한 모습이었기에.
로엘은 검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모든 건 덱스터의 지시였겠지?”
데몬들은 살 수 있는 기회라 여겨 목이 빠져라 고개를 흔들었다.
“그, 그렇습니다! 덱스터 그놈이 시킨 일입니다!”
“생사람을 이용해서 구울을 만들라고 시켰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비굴한 표정까지 지어가며 땅을 기는 데몬들이었다.
그들은 산양의 것을 닮은 뿔로 바닥을 긁어가며 덱스터를 탓하였다.
로엘은 데몬들을 내려다보다가 그들을 발로 툭 밀었다.
데몬 한 명이 거미줄 때문에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로엘의 발길질은 계속 이어졌다.
데몬을 모두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 로엘은 이마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블루오션이 발동하면서 바다 속에 레오파드 샤크 무리가 나타나 물속에서 데몬들을 마구 물어뜯었다.
금세 수면 위로 녹색 피가 번져나왔다.
로엘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아직까지 손에 찝찝한 감촉이 남아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영 좋지 않은 것을 베어버렸다.
“녀석을 벨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
로엘은 그림자군단 1마리를 소환하여 절벽을 향해 참격을 날리도록 하였다.
참격이 여러 번 뿜어지며 일정한 간격으로 절벽에 틈을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틈을 차례대로 밟으며 해안 절벽 위로 올라가는 로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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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섬 중앙에 있는 성에 복귀한 덱스터는 현혹의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현황을 보고 받았다.
“현재 빌로스 군은 4갈래 나뉘어서 4명의 숲지기와 교전 중입니다. 생각보다 놈들의 공세가 거세어 접점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머드 아크 쪽은 거의 뚫리기 직전입니다.”
“설마 4군데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할 줄이야.”
“미리 수집한 정보 이상으로 전력을 강화해왔습니다. 지원군을 보낼까요?”
“놔둬라. 뚫린다 해도 놈들은 충분히 지쳐 있을 터. 놈들이 성 앞까지 올 때까지 대기하도록. 그리고 구울 동굴에 언제든지 놈들의 배후를 칠 준비를 해두라고 전해라.”
“구울들이 오려면 서쪽 길에 설치해둔 함정을 모두 회수해야 됩니다만.”
“상관없다. 어차피 놈들 전원이 남쪽에서 오지 않더냐.”
“네, 분부대로 행하겠습니다.”
현혹의 숲을 뚫느라 지친 빌로스 군을 앞뒤로 포위할 생각이었다.
600구의 구울과 함께 덮친다면 빌로스 군도 어찌 하지 못하리라.
덱스터는 자신이 짠 계책이지만 이중 삼중 완벽하게 잘 준비했다 여기며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