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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125화 (125/219)

00125 6-1. 각개전투 =========================

바실리스크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베나티아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블리자드, 샤를 니들, 프로즌 링.

주문영창 없이 3개의 마법이 한꺼번에 발휘되었다.

그것도 전부 7써클 마법이었다.

눈폭풍이 바실리스크를 덮침과 동시에 집채만한 크기의 얼음송곳이 솟아났고, 거대한 얼음의 링이 바실리스크의 몸을 옥죄었다.

허나 바실리스크의 비늘은 드래곤의 비늘처럼 강력한 마나내성을 지니고 있다.

바실리스크의 비늘에 서리가 끼나 싶더니 금새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힘을 잃었다.

바실리스크의 머리 아래를 찌른 얼음송곳 역시 단단한 비늘을 뚫지 못하고 반 토막으로 꺾였다.

바실리스크는 아무런 타격 없이 바다에 떨어졌다.

마법으로 인해 바다의 표면이 얼어붙었으나 바실리스크가 떨어지면서 와장창 부서졌다.

콰지지직! 푸엉!

바다에 떨어진 바실리스크는 땅 속에서 지내는 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유히 헤엄을 쳤다.

원래 겨울잠을 땅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지하수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물에 익숙한 편이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되러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에 맞춰 높은 파도가 일어날 정도였다.

바실리스크는 거대한 몸뚱이를 흔들며 물뱀처럼 바다 속을 헤집고 다녔다.

공중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던 베나티아는 바다 속에 있는 바실리스크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7써클 정도론 성에 안 찬다 이거지?”

역시 9써클급 공격이나 브레스급 공격이 아니면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베나티아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려 브레스를 준비하였다.

바실리스크로서도 브레스를 직격당하는 것만큼은 위험하다 판단했는지 브레스가 준비되기 전에 물속에서 튀어올랐다.

바실리스크는 승천하는 이무기마냥 솟아오르며 입을 쩌억 벌렸다.

흉측한 아가리가 베나티아의 꼬리 끝자락을 물었다.

튀어 오른 바실리스크가 도로 떨어지면서 베나티아를 아래쪽으로 끌어당겼다.

베나티아의 몸이 옆으로 기울면서 그녀의 기분이 극도로 사나워졌다.

“어디서 숙녀의 꼬리를 물어?”

베나티아는 날개를 접고 순순히 아래로 떨어지면서 앞다리를 뻗어냈다.

앞발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이 바실리스크의 눈을 찔렀다.

눈만큼은 보호수단이 없기 때문에 당해낼 리 없는 공격이었다.

헌데 발톱으로 눈을 찌르자마자 돌 긁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갸각!

바실리스크의 눈이 돌로 변해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그냥 돌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강도를 지닌 돌이었다.

석화능력을 스스로에게 걸어 눈을 보호한 것이다.

베나티아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그녀가 그대로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풍덩!

높은 물기둥이 치솟으며 희멀건 물거품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다 속에서는 바실리스크가 베나티아의 몸을 나선형으로 휘감아 옥죄기 시작했다.

아디만티움의 강도에 버금간다는 드래곤 본이 조금씩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다.

베나티아는 폴리모프로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육체가 줄어들면서 바실리스크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바실리스크가 줄어든 베나티아를 노려보며 석화의 마안을 발휘했다.

바실리스크의 미간에 숨겨져 있던 제3의 눈이 뜨이면서 강한 빛을 뿜어냈다.

베나티아는 당황할 것 없이 눈을 감았다.

어차피 보지만 않으면 석화당할 일도 없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베나티아가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아까부터 찔끔찔끔 주거니 받거니 답답해 죽겠네. 이걸로 끝을 보자, 뱀 녀석아.’

베나티아는 뒷일 생각하지 않고 마나를 죄다 끌어올렸다.

드래곤하트에 남은 1000년 치 마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9써클 마법이 발휘되었다.

9써클 마법 프로즌 플레이스.

물 계열 속성 마법의 최고봉이 바다 속에 작렬하였다.

어는점이 낮은 바닷물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속에 얼음꽃이 피어나면서 반경 100미터 이내가 삽시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바실리스크가 있는 공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실리스크의 몸에 얼음꽃이 피어나면서 얼음 속에 갇히게 되었다.

마나내성을 가진 비늘 때문에 얼음이 도로 녹긴 했는데 녹는 속도보다 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베나티아 본인도 프로즌 플레이스의 범위 안에 있었기에 덩달아 얼음 속에 갇혔다.

프로즌 플레이트가 끝날 무렵에는 작은 섬 크기에 가까운 빙산 하나가 생겨나게 되었다.

빙산이 수면 위로 뜨면서 빙산의 일각이 수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부분이 딱 베나티아가 갇힌 부분이었다.

베나티아는 폴리모프로 팔 부분만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그녀의 팔이 푸른 비늘 덮인 드래곤의 팔로 돌아가면서 얼음에 균열이 생겨났다.

쩌적! 쩌저적!

팔의 크기를 조절하여 얼음을 부순 베나티아는 허연 김을 내뿜으며 아공간에서 옷을 꺼내 걸쳤다.

원래 추위에 강한 블루 드래곤이기에 젖은 몸으로 빙산 위에 서있는 것 정도론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빙산에 갇힌 바실리스크의 주위로 계속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바실리스크는 본능에 따라 잠이 들었다.

얼음이 전부 녹을 때까지 아마 사나흘은 걸릴 것이다.

베나티아는 이제야 속이 후련한 듯 양허리에 손을 얹곤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캬하하! 내게 이기려 들다니 가소롭구만. 에고고, 그래도 좀 힘들긴 하네. 오늘 수고한 건 나중에 꼭 받아내야지.”

로엘에게 무엇을 받아낼지 궁리하면서 혀로 입술을 핥는 베나티아였다.

///

망자섬의 빌로스 병력은 넷으로 나뉘어 현혹의 숲으로 들어갔다.

네 부류의 병력 중 더프가 이끄는 로얄기사단은 모우를 타고 좁은 길을 지나고 있었다.

길은 좁고 숲 안쪽으로 갈수록 안개가 짙어져서 섣불리 달릴 수 없었다.

로얄기사단 소속 기사들이 더프의 옆쪽으로 모우를 몰며 말을 붙였다.

“시야가 너무 안 좋군요. 정찰대를 편성해서 매복여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겠어. 슬슬 적이 보이는군.”

직각으로 꺾인 길 너머로 들어서니 전방에 나무가 없는 공터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안개 사이로 거적때기에 가까운 망토를 두른 누군가가 서있었다.

공터에 들어설 즈음이 돼서야 망토를 두른 자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뼈만 남은 스켈레톤 한 마리가 기다란 묘비를 든 채로 서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넓은 공터 곳곳에 수많은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숲 속에 위치한 커다란 공동묘지에 들어선 셈이었다.

묘비를 든 스켈레톤은 턱뼈를 따각따각 부딪치며 두 팔을 벌렸다.

“환영합니다, 기사 여러분. 전 현혹의 숲 숲지기 중 한 명인 파골라스라 합니다.”

마족 중에서도 스켈레톤은 하급 언데드에 속한다.

원래는 자아가 없는 족속으로 알고 있는데 파골라스란 스켈레톤은 확실히 자아를 지니고 있었다.

더프는 파골라스의 인사에 맞춰 자신 역시 전장의 예를 갖추었다.

“빌로스 왕국 소속 로얄기사단 단장 더프라고 한다. 얌전히 길을 터준다면 피를 보는 일은 없을 거다.”

“낄낄, 저한테 피가 어디 있겠습니까.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군요. 그 말은 꼭 묘비에 새겨드리겠습니다.”

“사양하지. 내 묘비명은 70세 때 정할 거라서 말이야.”

“인생 참 길게 보고 계시군요. 지금 죽으실 분이 말이죠.”

파골라스가 한 손으로 사각형 묘비를 어깨에 걸치더니 남은 손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공동묘지에 널려 있는 수백 개의 묘비가 들썩거리면서 스켈레톤 무리가 솟아났다.

스켈레톤들은 파골라스를 따라 묘비를 짊어지면서 로얄기사단을 포위했다.

더프는 아디만티움 검을 뽑아들며 스켈레톤 무리를 살펴보았다.

들고 있는 묘비는 돌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굵은 통뼈를 가진 생물의 척추를 마디마디 잘라 공동묘지에 박아놓았던 거다.

“뼈를 묘비로 쓰다니 악취미군.”

“오호라, 뼈인 걸 알아보시다니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신대륙의 생물로 만든 묘비이지요.”

“신대륙?”

“쓸데없는데 관심을 가지실 여유가 있을까요?”

스켈레톤 무리가 비틀비틀 걸어오며 묘비를 휘두르려 했다.

더프를 비롯한 로얄기사단 기사들은 아디만티움 검에 마나를 부여하며 양쪽으로 산개했다.

모우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스켈레톤 무리 사이를 헤집었다.

“모~우~!”

뼈만 남은 스켈레톤이 모우의 돌격을 받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모우들에게 스켈레톤마다 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스켈레톤들이 들고 있던 묘비가 떨어지면서 숲 사이사이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웅! 투우웅!

돌격에 의해 부서진 스켈레톤의 뼈가 사방으로 퍼질 때마다 기사들이 검을 휘둘러 뼈를 동강냈다.

모우의 발자국이 패여 있는 땅바닥 위로 잘린 스켈레톤의 뼈가 우수수 떨어졌다.

한바탕 스켈레톤 무리를 헤집어 놓은 더프는 모우의 옆구리를 강하게 차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이랴!”

“모~우!”

더프를 태운 모우가 제자리에 서있는 파골라스에게 돌진하였다.

파골라스는 같잖다는 듯 묘비를 위로 들어 강하게 내리쳤다.

묘비가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더프의 상체를 향해 날아들었다.

더프는 마나유저 상급 분량의 마나를 담은 아디만티움 검을 비스듬히 쥐어 사선에서부터 묘비를 잘라내려 했다.

헌데 파골라스의 묘비에 부딪치자마자 서로 한 치도 밀치지 않는 경합이 이루어졌다.

마나량과 무기의 강도.

모든 요소가 동급이라는 것이었다.

더프는 파골라스와 경합을 이루며 그의 힘에 도발을 겸한 찬사를 보냈다.

“뼈대밖에 남지 않은 비실이 치곤 제법 힘이 있군.”

“그리 말씀하실 여유가 있을까요?”

더프와 파골라스가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경합을 이루는 사이 부서졌던 스켈레톤의 복구가 이루어졌다.

분명 스켈레톤의 뼈를 부수었건만 그 파편이 한데 모여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복구된 스켈레톤에게서 이전보다 더욱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닌가.

원래는 마나 한 점 없는 스켈레톤들이 묘비에 마나유저 초급수준의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파골라스는 복구된 스켈레톤 무리의 모습을 둘러보며 턱뼈를 비틀어 억지로 비웃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안타깝습니다, 더프 경. 우리가 들고 있는 뼈대 덕분에 나의 병사들은 부서질수록 더욱 강해진답니다. 그대의 기사들로는 뚫을 수 없지요.”

파골라스의 술법으로 생성된 스켈레톤.

정식 명칭은 리로드 스켈레톤이었고 모든 뼈가 가루로 변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재생되는 이들이었다. 리로드 스켈레톤이 재생되려면 그만한 마나가 필요한데 그 마나는 스켈레톤이 짊어진 묘비에서 공급되었다. 신대륙의 생물에서 추출한 뼈로 만들어진 묘비는 스스로 마나를 내뿜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그 성질을 이용해 계속 재생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뼈 자체도 강도가 높기 때문에 무기로도 활용 중이었다.

쓰러뜨린 스켈레톤 무리가 도로 재생했건만 로얄기사단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전투를 재개했다.

더프가 사기를 북돋는 외쳤다.

“이놈들아! 오다가 먹은 물고기는 맛있었느냐!”

“맛있었습니다!”

“오가다 본 인어들은 아름다웠느냐!”

“아름다웠습니다.”

“다시 맛보고, 다시 보려면 어찌 해야겠느냐!”

“살아야 됩니다!”

“전원! 그 순간을 다시 맛 보거라!”

“네! 단장님!”

스켈레톤은 재생될 때마다 1시간의 중첩시간을 가졌고, 1시간 이내에 쓰러지면 강화수치가 중첩되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래서 파골라스는 로얄기사단의 손에 의해 스켈레톤이 재생될 때마다 비웃음을 자아냈다.

“기사의 오기입니까? 쓰러뜨릴 때마다 강해진다고 말했을 텐데요?”

허나 스켈레톤을 쓰러뜨릴 때마다 로얄기사단 기사들의 검에 깃든 마나의 농도도 점점 더 짙어졌다.

“놈들을 베어라! 베어도 재생되는 놈들이니 인정 따윌 베풀 필요는 없다!”

파사삭! 파삭! 파사삭!

시간이 지날수록 스켈레톤의 강화폭보다 로얄기사단의 강화폭이 더 커졌다.

스켈레톤은 한 번 부서질 때마다 1할 가량의 전투력이 증가할 뿐인데 로얄기사단의 기사들은 스켈레톤 재생에 필요한 마나의 일부분을 갈취하듯 점점 더 아디만티움 검에 마나를 더해갔다.

증가량의 차이를 감지한 파골라스가 턱뼈를 길게 늘어뜨렸다.

“리로드의 강화속도를 넘어선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파골라스가 놀라는 가운데 더프가 그의 묘비를 가볍게 튕겨냈다.

차앙! 두어어퉁!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겨우겨우 파골라스와 경합을 이루어낸 더프다.

그런데 지금은 파골라스의 힘을 차츰차츰 흡수한 듯 처음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며 그의 묘비를 튕겨냈다.

더프는 파골라스의 묘비를 힘으로 튕겨낸 후 첫 경합 때보다 2배는 더 진한 마나를 검에 부여하며 파골라스의 두개골에 들이밀었다.

“싸울수록 강해지는 부류는 너희만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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