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될놈될-98화 (98/219)

00098 4-8. 정보의 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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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으로 돌아온 메이아는 루엔의 공방으로 가기 위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루엔의 공방으로 가려고 별궁 사이의 정원을 지나고 있는데 정원 한구석에서 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차전 이기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겨우 1차전이니 축하 받을 일까진 아니지.”

“에이, 또 그러신다. 솔직하게 기뻐하면 어디 덧나요?”

“실력확인 차 나간 것이니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난 블랑코가 이겼다는 소식 듣고 기분 좋았는데 블랑코는 아니었나보네요.”

“흠흠! 조금 정도는 기쁘긴하군.”

정원수 사이에서 에아와 블랑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빌로스 궁녀들 사이에서 에아와 블랑코에 대해 많은 소문이 생겨나고 있었다.

사귀는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교외에 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본인들이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아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였다.

정원수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종족차가 무색할 정도로 다정해보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 블랑코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흘러나왔다.

블랑코는 태연함을 가장하려 헛기침을 했지만 에아가 눈치 좋게 그를 챙겨주려 하였다.

“주방에 가서 간단한 음식이라도 얻어올게요.”

“그럴 것까진 없다. 아직 저녁식사는 멀었으니 주방에 폐가 되지 않느냐.”

“빵 한 조각 가지고 구박할 사람 없어요. 점심도 걸렀다면서요. 금방 다녀올게요.”

에아가 사뿐사뿐 뛰어 정원수 사이를 가로질렀다.

가만히 두 사람을 보고 있던 메이아는 반응하지 못하고 에아와 마주치게 되었다.

“어라? 메이아잖아. 외출 갔다 왔어?”

“어, 응. 미안, 엿보려던 건 아니었어.”

“괜찮아괜찮아. 근데 그 바구니는 뭐야?”

메이아는 아직 샌드위치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먹어줄 이가 없던 샌드위치였다.

에아가 주방에 가려하는 걸 들었기에 이왕 이리된 거 블랑코와 에아를 위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거 샌드위치야. 괜찮다면 블랑코 씨에게 드려.”

“설마 메이아제 특제 샌드위치?”

“응.”

“고마워, 메이아. 안 그래도 네가 샌드위치 잘 만든다고 몇 번 자랑했었거든.”

본인이 없는 곳에서 본인을 칭찬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 했던가.

그런 면에서 에아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그냥 평범한 샌드위치야.”

“아무튼 고마워. 잘 먹을게.”

“난 이제 루엔 님 공방에 가봐야 돼서 가볼게. 좋은 시간 보내.”

진심으로 에아가 잘 되길 바라며 물러나주는 메이아였다.

그대로 정원을 가로지른 메이아는 루엔의 공방에 도착했다.

마법진 수첩에 새로 개발한 마법진을 추가하고 있던 루엔이 마법진 기록할 때는 마나가루가 흩어질라 몸으로 가루를 감쌌다.

메이아가 얼른 문을 닫자 그제야 상체를 일으켰다.

“잘 전해주고 왔어?”

메이아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못 찾았어요.”

“그거 아쉽네.”

“사람이 많으니까 찾기 어렵더라고요.”

“내일도 나가볼래?”

“괜찮아요. 너무 자주 나가면 좀 그렇잖아요. 오늘은 바깥바람 쐰 걸로 쳐야죠.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루엔 님.”

루엔은 메이아의 말을 그대로 믿으며 다시 작업에 열중하였다.

작업에 집중하는 루엔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에 서서 시킬 일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는 메이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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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예선 결과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탈락하였다.

시합에서 진 사람도 있고, 개인사정으로 시합에 참가하지 못하여 실격처리 된 사람도 제법 많았다.

대략 400명의 사람이 남은 상태에서 다시 대진표 추첨이 이루어졌다.

로엘의 2차 예선 상대는 실버급 용병이었는데 로엘이 상대로 뽑힌 걸 알자마자 기권을 선언했다.

어제 로엘이 다이아급 용병을 단방에 은퇴행 시켜버린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기권으로 156번 선수의 부전승입니다.”

진행요원의 말에 로엘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간이 결투장에서 내려왔다.

간이 결투장 주변에 있던 구경꾼 및 참가자들은 로엘을 경계하며 수군거렸다.

“어제 다이아급 용병을 한 방에 보낸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 왜 실버급 용병패를 지니고 있는 거지? 위장용인가?”

“대륙은 넓고 기인은 많다잖아. 실력이 올랐는데 재발급을 받지는 않았나봐.”

한순간에 최소 마나유저 상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로엘이었다.

로엘은 간이 대결장에서 내려와 인파 속에 섞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뜸해질 때 즈음 저 멀리서 카넨이 로엘에게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로엘이 시합을 하는 사이 그녀는 다섯 명의 암살후보들을 살펴보기로 했었다.

인파를 헤치며 그녀에게 다가갔는데 그녀가 있는 곳은 제8 간이 결투장 옆이었다.

카넨은 로엘이 다가오자마자 간이 결투장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하프엘프가 대결을 시작할 참이었어요.”

제8 간이 결투장 위에 하프엘프 한 명과 젊은 청년 한 명이 서있었다.

하프엘프는 엘프와 타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부류를 일컫는데 인간의 모습과 엘프의 모습이 섞인 걸로 보아 인간과 엘프 사이에서 태어난 자 같았다.

미남미녀의 외모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엘프, 그 엘프의 피를 이어받은 자답게 상당한 미남이었다.

하프엘프는 어깨까지 늘어지도록 기른 금발을 한데 묶으며 느끼한 미소를 흩뿌렸다.

“잘 부탁해. 내가 돋보일 수 있도록 힘내줘.”

이미 이기는 건 당연한 것처럼 말하며 초상화 모델을 하듯 폼을 잡고 있었다.

로엘은 어제 코르네에게서 받았던 다섯 명의 암살후보 리스트를 떠올렸다.

하프엘프의 이름은 베리.

주로 활동한 곳은 공중도시이며 항상 공중도시에 약탈을 하러 오는 자이언트 크로우 무리를 단신으로 격추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사용하는 무기는 보우건과 장궁이며 마나유저 상급에 달하는 실력자였다.

코르네의 서류에 적혀 있던대로 베리의 등에는 기다란 장궁과 화살통이 걸려 있었으며 허리춤에 두 개의 보우건이 달려 있었다.

더불어 서류에는 베리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굉장한 나르시스트라 적혀 있었기도 했었다.

그 말대로 베리를 결투장 주변에 여성진들이 몰려와선 그를 응원했다.

“베리님~ 힘내세요~.”

“화이팅 베리님! 멋진 모습 기대하고 있어요.”

“이기세요!”

청순한 타입부터 시작하여 섹시한 타입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베리를 응원하였다.

공중도시에서부터 여자를 데려왔을 리는 없고 현지에 와서 꼬셨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것만 봐도 베리의 꼬시는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었다.

반면 베리의 상대는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오고, 눈두덩이가 부어오른 것처럼 커다랬으며 입술이 두꺼운 외모였다.

원래 하니온 왕국의 어느 남작령에서 기사 노릇을 하던 프러그란 자였는데 영지의 처녀를 겁탈하려다가 걸려 작위를 박탈당하고 추방된 자였다.

프러그는 인기 넘치는 베리를 보곤 열등감에 사로잡히며 발끈하였다.

“결투에 여자들을 끌고 오다니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군.”

베리가 프러그의 열등감을 즐기듯 머리를 찰랑거렸다.

“우리 아기 고양이들이 거슬렸다면 사과하지. 어딜 가나 레이디들이 따라붙어서 나도 곤란한 참이야.”

“어디서 자랑질을!”

“자랑으로 들렸나? 나로선 고민거리인데 말이지.”

“크윽, 진행요원! 얼른 시작해!”

진행요원이 떠밀리듯 시작신호를 보냈고, 프러그는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들고 있는 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달리려 했다.

베리가 원거리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접근하여 단숨에 결판을 낼 셈이었다.

그러나 프러그는 베리의 접근을 허락지 않았다.

그 역시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양손에 보우건을 들며 방아쇠를 당겼다.

쉬익! 쉬익! 쉬익!

보우건에서 손바닥만한 길이의 화살이 연이어 쏘아졌다.

대회실격을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화살에 돌을 뭉툭하게 깎아 만든 화살촉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화살촉이 뭉툭하다하여 몸으로 버틸만한 것은 못되었다.

화살에 마나가 담겨 있었기에.

반면 프러그의 검에는 하늘색 마나가 깃들어 있는 걸로 보아 마나유저 초급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프러그는 달리면서 검으로 화살 하나를 쳐내었다.

“장난감 같은 거나 쏘아대긴!”

하지만 하나를 쳐낸 순간 검이 살짝 밀리면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마나유저 초급이 마나유저 상급의 사격을 쉽게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기엔 힘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분노를 연료 삼아 추진력을 붙인 것은 좋았지만 두 번째 화살부턴 몸에 박히고 말았다.

퍼버버벅!

총 4대의 화살이 각각 프러그의 양팔과 양쪽 허벅지에 박혔다.

프러그는 다리의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애통해하였다.

“크윽, 잘생긴데다 강하기까지... 세상은 불공평......”

베리는 보우건을 허리춤에 도로 꽂아놓곤 프러그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결투장 아래의 여인들에게 한 쪽을 찡긋해 보였다.

“너희들을 위해서 금방 끝냈어. 그럼 가볼까?”

“꺄악! 베리님 멋있어요!”

“어떡해! 나한테 윙크해주셨어!”

“베리님 오늘 시내 데이트해요!”

간이 결투장에서 내려온 베리는 여자들을 끼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돌아가려 했다.

곧이어 이어질 대진표 추첨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누가 상대든 간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런데 베리가 걷던 방향에 로엘과 카넨이 서있었다.

베리는 카넨에게 눈길을 주더니 보물을 발견한 양 걸음을 멈추며 말을 걸었다.

“이거 늑대무리 사이에 한 송이 꽃이 있었군. 아리따운 레이디, 이름을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베리의 끈적한 시선을 느낀 카넨이 버터를 한 움큼 삼킨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작업이라면 옆에 있는 여자들에게나 하시죠.”

“하하, 작업이라뇨. 단지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말을 걸고 마는 슬픈 남자의 습성일 뿐이죠.”

“일행이 있으니 관심 끄시지요.”

베리가 옆에 서있는 분장한 로엘을 힐끗 보더니 씨익 웃었다.

분장한 로엘보다 자기가 더 잘생겼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로엘에게서 카넨을 뺏을 자신이 있는 건지 다시 입을 떼려 하였다.

그러나 베리가 재차 입을 열기도 전에 베리 주변에 있던 여성진이 로엘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머엉~

“저 아저씨 정말 멋있으시다.”

“이상하네. 막 가슴이 뛰어. 내 취향이 저런 사람이었던가?”

“베리님... 아니 베리보다 저 분이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여성진이 우르르 배리에게서 떨어져 로엘의 옆에 몰려들었다.

로엘로선 귀찮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베리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왔을 뿐이니 더 이상 용건은 없었다.

“가자, 카넨. 요즘 좀 뜸하다 했더니 또 여자들이 들러붙는군.”

“네.”

로엘과 카넨이 인파 속으로 섞여들어 따라붙는 여성진을 떼어냈다.

여성진은 이미 베리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인파 속으로 사라진 로엘만 애타게 찾을 뿐이었다.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남자들의 질투를 즐기며 살아왔던 베리에겐 이보다 큰 굴욕이 없었다.

‘분명 뭔가 꼼수를 썼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나보다 인기가 많을 리 없어. 그래, 마법상점에서 매혹물품이라도 손에 넣었나보군. 비열한 놈 같으니.’

그 사이, 베리의 뒤에선 2차 예선 이후 3차 예선을 위한 대진표 추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56! 907!”

907번은 바로 베리의 번호였다.

베리는 로엘이 가슴팍에 달고 있던 156번 번호표를 떠올리며 보우건을 매만졌다.

‘156번이면 놈의 번호였지. 잘 됐군. 내 손으로 직접 저 비열한 놈을 처단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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