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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86화 (86/219)

00086 4-4. 나만의 군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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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는 풀려난 블라스크가 하였다.

호테우스를 비롯한 머맨들은 전부 해저섬의 감옥에 가두었고, 해저섬 안팎에 집결했던 바다몬스터는 로엘이 호테우스에게 블루오션 사용법을 지도 받으며 모두 되돌려 보냈다.

물론 인간을 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섬 주민들이 힘을 모아 부서진 집을 보수하였으며, 바다는 해저섬의 노고를 덜어주기라도 하듯 야광모래벌판에 널린 시져크랩 시체를 쓸어 가버렸다.

해저섬 경비대는 돌아다니며 머맨들이 막아놓았던 야광모래벌판의 구멍을 다시 뚫었다.

발광물방울이 다시 샘솟으면서 해저섬 안팎이 훤히 밝아졌다.

섬 전체가 연두색의 아련한 빛에 휩싸이면서 마치 반딧불이의 꼬리 안에서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섬 곳곳에서 어둠이 물러났음을 기뻐하는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쫓겨났던 물고기 떼가 돌아와 해저섬 수중에서 춤을 추었다.

원래라면 해저섬 본래 모습의 절경에 감탄했겠지만 지금의 로엘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루엔이 자신의 무릎에 앉아 로엘의 이마에 달린 블루오션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기에.

“세 눈 괴물. 세 눈 괴물.”

블루오션이 이마에 박힌 걸 두고 놀리고 있었다.

전투로 인한 부상 때문에 피가 흘러들어가 로엘에게 박히고 말았다.

블라스크의 말에 의하면 빼지도 못한다고 한다.

억지로 빼려하면 부작용이 생겨 다시는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억지로 블루오션을 박았다가 빼내게 된 블라스크와 호테우스는 앞으로 계속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빼려면 수년에 걸쳐 조금씩 빼내야 했다.

대대로 블루오션을 빼내는 걸 업으로 삼은 듀공 일가는 뭍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로엘이 블루오션을 빼내려면 수년 동안 해저섬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되었다.

블라스크는 심히 고민하고 있는 로엘을 보며 사람 좋게 웃었다.

“허허허, 괜찮네, 괜찮아. 자네가 가지게. 억지로 빼내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네.”

용왕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니 곤란해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로엘은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너무 흔쾌히 주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괜찮은 겁니까?”

“괜찮대도. 내가 블루오션으로 할 일이라 해봤자 몬스터들 보고 인간 습격하지 말라는 것밖에 더 있겠나. 자네가 가지고 있어도 똑같을 거고, 악용할만한 사람도 아니니 가져도 상관없겠지. 게다가 귀한 사위의 몸을 망가뜨릴 수야 있겠나.”

“하하, 용왕께서 괜찮으시다면 안심하고 돌아갈 수... 네? 사위?”

“음? 아니었나? 셸리가 말하길 자네와 결혼을 약속했다 들었네만.”

이전에 귀찮아서 좀 더 커서 돌아와라 했는데 그게 지금 부모 공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블라스크의 말투에서 사위이기 때문에 블루오션을 주는 거란 뉘앙스가 강하게 풍겨져 왔다.

여기서 발뺌했다간 제2의 맥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로엘은 오르비르 산에서 했던 말을 재탕하였다.

“약속을 하긴 했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 여겨 좀 더 성장한 다음에 날짜를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허허허, 자네에게 부족한 점이 뭐 있겠나. 부족한 게 있다면 우리 셸리 쪽이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잘 알겠네. 내 똑바로 수업을 시킨 후에 보내도록 하지. 안 그래도 슬슬 후계자 수업을 시킬 예정이었으니 잘 됐군.”

여태까지는 셸리가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놔두었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용왕 후계자 수업을 시킬 모양이었다.

마침 블라스크도 마나를 잃어버렸으니 후계자가 필요한 참이었다.

원래라면 블루오션을 얻게 된 로엘을 용왕으로 삼고 싶지만 뭍의 사람을 해저섬에 묶어둘 순 없으니 셸리를 후계자로 삼을 예정이었다.

어차피 로엘과 셸리가 결혼하면 해저섬이 블루오션을 지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블라스크는 뭔가 특출난 방법이라도 있는 건지 연신 혼자 웃어댔다.

“허허허, 셸리가 자네에게 어울리는 여자로 성장하면 혼례를 올려야 하네. 그때 가서 말 바꾸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때가 되면 반드시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엘은 후계자 수업이 상당히 오래 걸릴 거라 여기며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였다.

또 하나 문제가 남았는데 이마의 블루오션이었다.

블루오션을 단 채로 돌아다니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시선을 끄니 감출 방법이 있었으면 했다.

“뭍에선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모습인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 그거라면 블루오션이 감추어지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공급되는 마나를 끊게나. 그런 걸 계속 이마에 드러내고 다니는 놈은 호테우스 정도일세. 나도 평소에는 감춰놓지.”

블라스크의 말대로 해보니 이마의 블루오션이 사라지면서 평평한 이마가 되었다.

다시 마나를 불어넣으면 드러나면서 바다의 권능을 쓸 수 있게 되니 필요할 때만 마나를 불어넣으면 되는 거였다.

로엘은 감출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지만 루엔은 블루오션의 매끈매끈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안타까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얼추 대화가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블라스크가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하였다.

“어제 호테우스를 가두면서 그를 심문했었다네. 그가 가진 존재은신능력 말일세. 호테우스 본인이 얻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받은 능력이었다더군.”

배후가 있었다는 말에 로엘이 표정을 달리하였다.

“누군가라함은?”

“검은로브를 쓴 인간이었다는군.”

“으음.”

“아는 자인가?”

“아뇨. 다만......”

로엘은 구 겐크 왕국의 아지스에게도 검은로브 사내가 붙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혹시나 블라스크에게 짚이는 점이 있을까 하여 말해본 것이나 블라스크도 자세히 아는 건 없는 듯했다.

“그랬었군. 아무래도 가이아 대륙에 피바람이 불길 원하는 자들이 있나보군.”

“처음에는 브리니아 왕국이 다른 왕국을 이간질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닌 것 같군요.”

처음에는 브리니아가 빌로스킬더 연방국가&하니온 왕국의 동맹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겐크 왕국을 이용하는 게 아닐까 했다.

허나 이번 일로 브리니아 왕국은 범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호테우스가 구 겐크 왕국을 공격한 이후, 브리니아 왕국을 공격할 계획이었음을 실토했으니까.

본인들 작전에 본인들을 공격하는 루트를 넣었을 리 없지 않은가.

5왕국과는 별개의 세력이 가이아 대륙에 존재 한다 볼 수밖에 없었다.

로엘의 이야기를 들은 블라스크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조만간 바다의 소식을 모아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나 확인해보도록 하겠네. 쓸 만한 정보가 있으면 전해주겠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후, 로엘과 루엔은 떠날 채비를 하였다.

블라스크는 딱히 로엘과 루엔에게 좀 더 머무르고 가란 소리는 하지 않았다.

뭍의 사람이 물속에서 편히 쉴 수 있을 리 없기에 돌려보내는 것이 도와주는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셸리도 따라나선다는 어리광은 부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린 모습을 자각했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로 ‘후에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찾아뵙겠다.’는 말을 던지며 로엘과 루엔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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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섬에 남은 메이아는 로엘과 루엔이 떠난 이후로 줄곧 항구에 나와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두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것밖에 없기에 자는 시간 이외엔 항구에 나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윤기를 잃은 머리가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에 더욱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겨울바다는 묵직하게 춥다는 말이 있다.

언제 나왔는지 맥셀이 뒷짐을 진 채로 메이아 옆에 서며 담요를 건네주었다.

“들어가란 말은 하지 않겠네. 하다못해 이거라도 쓰게나.”

메이아가 담요를 받아 상체에 두르며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쯧쯧, 자네도 과잉충성인가. 그녀석이라면 마계 한복판에 떨어뜨려놔도 잘만 먹고 살 놈이건만 왜 그리들 걱정하고 있는 건지. 걱정하는 만큼 손해인 녀석이거늘.”

요 며칠 사이 그란데 백작이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며 자기도 해저함선을 만들어 달라 요청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메이아는 자신의 기다림을 충성이라 칭해주는 것이 일종의 배려임을 깨달았다.

메이아의 위치를 감안하면 진심을 언급하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었다.

한참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30분 즈음 지난 후에야 맥셀이 침묵을 깨며 말을 꺼냈다.

“내 딸은 오래 전에 섬을 방문한 한 귀족에게 반해서 그를 따라 대륙으로 가버렸지.”

갑작스런 옛날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메이아는 맥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맥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남자의 가문은 남자가 없는 사이에 다른 가문과 혼약을 진행시키고 있었지. 딸아이가 남자의 집안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른 여자와의 혼약이 결정된 후였다네. 남자는 딸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신분까지 포기하려 했었지. 하지만 내 딸아이는 남자의 앞날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주었고 마도섬으로 돌아왔다네. 그리고 몇 달 뒤에 루엔이 태어났지.”

맥셀은 딸이 루엔을 낳고 병을 앓다 죽었다는 것, 귀족에게 끝까지 딸의 이야기를 비밀로 하기 위해 맥셀에게도 어떤 가문의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는 것, 그 뒤에 맥셀 홀로 젖먹이를 키워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메이아는 왜 갑자기 맥셀이 딸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준 맥셀이 손바닥만한 가죽주머니를 내밀었다.

“네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널 위해서 살겠다는 결심이 든다면 주머니 안의 물건을 팔아서 밑천으로 삼거라.”

맥셀이 말하는 결심은 로엘을 포기하고 왕궁에서 나와 한 명의 평민여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메이아는 가져가라고 연신 가죽주머니를 내미는 탓에 엉겁결에 주머니를 받게 되었다.

“어째서 제게......”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많이 수척해졌구나. 우리 루엔이 정말 폐를 끼치고 있단 거겠지. 그리고 딸아이 생각도 나서 말이다. 부담되느냐?”

“아뇨, 감사합니다.”

“결심을 강요하는 건 아니니 충분히 생각해보거라. 에잉, 나도 늙긴 늙었나보군. 늙으면 오지랖이 넓어져서 탓이구먼, 끌끌끌.”

자기가 말하고도 멋쩍은지 괜스레 혀를 차며 마탑으로 돌아가는 맥셀이었다.

메이아는 맥셀이 준 가죽주머니의 끈을 끌러서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가죽주머니 안에는 미스릴로 만든 팔찌가 들어있었다.

마법에 대해 무지한 메이아가 봐도 굉장히 값비싼 아티팩트임을 알 수 있었다.

메이아는 맥셀의 배려에 감사하며 가죽주머니를 안주머니에 놓았다.

그녀가 잠깐 바다에서 눈을 뗀 사이 항구에 잉어 지느러미가 솟아나며 잉어함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치가 열리면서 로엘과 루엔이 항구에 서있는 메이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 메이아. 돌아왔어.”

“메이아, 야호.”

메이아는 무사히 돌아온 두 사람을 보며 수척한 얼굴에 미소를 그려보였다.

“어서 오세요, 로엘 전하, 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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