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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84화 (84/219)

00084 4-4. 나만의 군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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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엔이 호언장담한대로 잉어함선은 단 한 번의 습격도 받지 않고 해저섬 근처까지 왔다.

어두운 해저 속에서 셸리가 안내하는대로 따라 가다보니 야광모래가 깔려 있는 해저벌판이 나타났다.

덕분에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힌 정도의 시야는 확보되었다.

원래는 야광모래에서 나오는 거품이 발광물방울이 되어 등대 역할을 하는데 머맨들이 구멍을 모두 막아놓아 발광물방울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로엘을 태운 잉어함선은 해초 사이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고, 셸리 역시 잉어함선을 따라 해초 속에 숨어들었다.

야광모래벌판에는 수없이 많은 시져크랩이 대기하고 있었다.

셸리가 해초 사이에서 대략 2000마리쯤 되는 시져크랩을 주시하며 말했다.

“못 보던 사이에 또 바다몬스터를 모았네요.”

리바이어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서 새로운 작전을 취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정해야만 했다.

뚫고 가느냐, 아니면 샛길을 찾아 잠입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헌데 시져크랩이 있는 야광모래벌판 쪽에서 무언가가 떠내려 왔다.

무언가의 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해초 사이로 들어왔다.

셸리는 자신의 발치로 굴러들어오는 둥근 물체를 보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어 들었다. 그리곤 정체를 확인한 순간 물체를 떨어뜨리며 겁에 질렸다.

“어마얏!”

떠내려 온 건 시체의 일부였다.

셸리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떠내려 온 머리는 셸리가 아는 자의 머리였다.

“서, 설마... 아, 아스나?”

해저섬 경비대장이었던 아스나.

철없는 셸리를 엄하게 대하면서도 항상 그녀를 지켜봐주던 자였다.

셸리에게 있어 언니와도 같은 사람이었던 자이기도 했다.

그런 아스나의 시체를 보게 된 셸리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손을 뻗어 아스나의 머리를 재차 들었다.

“어, 어째서... 아스나가......”

그 사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로엘이 인상을 찌푸렸다.

“셸리, 루엔. 앞을 보지마.”

보지 말라고 할수록 더욱 보게 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루엔과 셸리는 반사적으로 전방을 주시하게 되었다.

시져크랩이 깔려있는 야광모래벌판 너머에 다이빙대 같은 높은 구조물이 있었다.

구조물 위에는 다수의 머메이드와 세이렌이 있었는데 전원 쇠사슬에 묶인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구조물 위에 있던 머맨들이 머메이드와 세이렌을 하나하나 구조물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떨어진 머메이드와 세이렌은 야광모래벌판에 있던 시져크랩들에게 먹혀버렸다.

시져크랩이 먹고 남은 잔해가 떠밀려오고 있던 것이다.

머맨들은 머메이드와 세이렌을 하나둘 떨어뜨리면서 해저섬의 주민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다들 똑똑히 새겨둬라! 주제도 모르고 호테우스님에게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이리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호테우스에게 저항하다 잡힌 해저섬 경비대를 처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의외로 루엔은 처형 현장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몬스터 시체를 많이 다룬 덕에 이런 장면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대신 루엔의 주먹이 불끈 쥐여져 있었다.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지만 그녀의 불끈 쥔 주먹에서 분노가 배어나왔다.

반면 셸리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었다.

철없이 굴던 아이는 고통을 머금으면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절규하고 있었다.

그녀가 해저섬에 남아있었다 한들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인 양 울었다.

죽은 자를 위해 울어주었다.

자신이 뭍에 올라가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이런 벌을 받는 거라 후회하고 있었다.

아아, 바다여. 아이의 눈물을 훔쳐 주어라.

아이의 철없음은 잘못이 아니라 실수일 뿐이니.

울지 마라 아이여.

눈물은 바다에 떨어질 봄비에 맡겨두어라.

울고 있는 셸리에게 작은 그림자 서너 개가 드리워졌다.

순찰 돌던 머맨 무리가 셸리와 잉어함선을 발견한 것이었다.

머맨 순찰병은 셸리를 알아보곤 횡재라도 한 양 으스대었다.

“이게 누구야? 도망쳤던 겁쟁이 공주님이시잖아?”

“웬 떡이래. 어이 얼른 잡아가서 호테우스님에게 바치자고.”

“낄낄, 이거 봐. 죽은 경비대장년 머리를 들고 있어. 표정이 가관인데?”

셸리뿐만 아니라 죽은 아스나까지 모욕하며 팔을 뻗는 머맨들이었다.

머맨들이 우악스러운 손길로 셸리를 잡으려던 찰나.

잉어함선의 뒤쪽 해치가 열리면서 푸른빛줄기가 뻗어 나왔다.

서걱! 서걱!

푸른빛줄기는 가차 없이 머맨들의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켰다.

장비를 착용하고 나온 로엘은 셸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루엔과 함께 있도록 해.”

이곳까지 오면서 루엔이 호흡기에 발성마법을 걸어주었기에 입에 문 상태로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셸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잉어함선에 들어갔다.

루엔이 셸리를 잉어함선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로엘을 향해 강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로엘.”

“어.”

“다 베어버려.”

“그럴 생각이야.”

아까 뚫고 가느냐, 샛길로 들어가느냐 고민했었지 않은가.

이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로엘은 마나 오러를 만들어내며 거침없이 해초 바깥으로 나갔다.

그가 야광모래벌판에 내려앉아 시져크랩 무리가 튀어나온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로엘을 쳐다보았다.

시져크랩 무리는 로엘이 적임을 직감하고 사람 몸집만한 집게를 달그락거렸다.

처형대에 가까운 녀석들만 식사를 하고 벌판 외곽에 있는 자신들은 못하고 있던 탓에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다 여겨 반기고 있었다.

로엘 주변에 있는 시져크랩 몇 마리가 다른 녀석들에게 뺏길라 얼른 날카로운 집게를 내질렀다.

강철도 잘라버리는 집게가 로엘을 절단하기 위해 날아들었으나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그 전에 로엘의 검이 반원을 그렸기에.

반원 모양의 잔상에서 마나오러가 사정없이 뻗어나가 시져크랩을 동강내었다.

퍼석! 퍼서석!

동강난 시져크랩의 몸뚱이에서 푸르뎅뎅한 게의 골이 뿜어져 나오면서 물속을 어지럽혔다.

로엘은 검을 유려하게 빙글 돌리며 검집에 도로 넣었다. 그리곤 발검 자세를 취하며 한껏 몰려드는 시져크랩 무리를 노려보았다.

“오든 안 오든 베인다. 그러니 제 발로 와서 베여라.”

로엘의 도발을 알아들은 건인지 시져크랩 무리가 상하좌우에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시져크랩 무리를 두고 로엘의 발검이 행해졌다.

한껏 마나를 머금은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반대편에 머물렀다.

검이 휘둘러지고 난 후에야 잔상이 생겨나며 마나 오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원래 2미터에 불과하던 마나 블레이드가 이번엔 마나를 한껏 머금어 3미터짜리가 되어 있었다.

늘어난 사정거리만큼 시져크랩 수십 마리가 우수수 베여나갔다.

동시에 로엘은 불사의 인장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맥셀의 말에 의하면 그림자병사를 한 명 생성할 때마다 반년 치 마나가 든다 한다.

그림자병사를 생성할 때 반년 치 마나가 들고, 회수하면 마나도 회수되는 방식이었다.

이미 불사의 인장에는 약 30마리에 달하는 힘이 쌓여 있었다.

로엘은 불사의 인장에 15년치 마나를 부여하였다.

그러자 불사의 인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허공에 이르더니 인간의 실루엣을 갖추었다.

로엘이 만든 그림자라 그런지 로엘의 겉모습을 빼닮은 실루엣을 지니고 있었다.

무기 역시 로엘의 아디만티움 검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물론 실루엣만 똑같지 로엘만큼 강하다거나 그들이 쥔 검이 아디만티움 검인 건 아니었다.

생성된 30명의 그림자군단은 로엘의 전방에 늘어섰다.

로엘은 아디만티움 검을 위로 올리며 명령을 내렸다.

“남김없이 쓸어버리도록.”

로엘의 바람을 압축시킨 한 마디였다.

그림자군단은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며 그림자 검을 휘둘렀다.

검 자체는 실체가 없었지만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참격은 시져크랩의 딱딱한 등껍질을 베고도 남았다.

위력으로 따지면 마나유저 중급 수준이랄까.

그림자군단이 적을 죽일 때마다 불사의 인장에 또다시 힘이 더해졌다.

로엘은 그림자군단이 죽인 적의 숫자만큼 다시 그림자군단을 생성해냈다.

마치 오셀로에서 상대방의 영역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듯.

야광모래벌판 외곽에서부터 시져크랩의 녹색물결이 검은색 물결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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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낄낄대며 머메이드와 세이렌을 처형시키던 머맨들은 문득 야광모래벌판 구석이 소란스러워졌음을 감지했다.

높은 처형대 위에 있는지라 야광모래벌판 구석이 훤히 보였다.

소란스러운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시져크랩 무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시져크랩의 숫자를 줄이고 있는 건 푸른빛의 검을 든 사내와 형체가 없는 검은군단이었다.

머맨들은 상황파악이 안 되어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저,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숫자가 300... 400명? 어디서 저만한 숫자가 솟아난 거지?”

“꾸물거릴 틈이 없어! 당장 호테우스님께 알리고 손이 남는 인원은 놈들을 막아라!”

소수의 인원만 해저섬으로 도로 들어가고 100명에 달하는 머맨만 트라이던트를 들고 검은군단을 향해 헤엄쳤다.

머맨들은 물속을 헤엄쳐 시져크랩과 검은군단이 맞붙고 있는 전선에 다다랐다.

두 개의 세력이 맞닿은 전선에선 오로지 시져크랩만 당하고 있었다.

시져크랩의 집게는 검은 형체의 병사를 관통해버리는 반면 검은 형제의 병사가 휘두르는 검에서 나온 참격은 시져크랩을 동강내고 있었다.

머맨들은 괴이한 힘을 지닌 병사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대신 한 머맨이 로엘을 발견하곤 그를 가리켰다.

“저 놈이 수장이다! 놈을 쳐라!”

괴이한 형태를 지닌 검은병사들과 달리 멀쩡한 인간의 모습을 한 로엘이라면 공격할 수 있을 거라 여겨 우르르 몰려들었다.

거기가 지옥의 입구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머맨들이 가속도를 붙여 로엘에게 접근하며 트라이던트를 강하게 내질렀다.

빗발치는 트라이던트 세례 속에서 로엘은 유유히 한 걸음씩 내딛을 뿐이었다.

다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의 검은 수차례 씩 휘둘러졌다.

카가가강! 푸쉭!

트라이던트를 이룬 재질이 강철이든 청동이든 미스릴이든, 마나가 담겨 있든 담겨 있지 않든 상관없었다.

아디만티움 검을 매개체로 만들어진 마나 블레이드 앞에선 한낱 나뭇가지에 불과했다.

트라이던트가 로엘의 사정거리에 들어올 때마다 동강나버렸다.

더하여 로엘이 트라이던트를 잃은 자들을 지나칠 때마다 로엘을 지나친 머맨들이 두 동강 났다.

옆에서 보면 로엘을 경계선으로 앞에는 멀쩡한 머맨이, 뒤에는 쓰러진 머맨이 대치되고 있었다.

머맨들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로엘의 주변이야 말로 사지였음을.

하지만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100명의 머맨 중 절반 이상이 검의 이슬로 화한 후였다.

수십 명이 죽은 후에야 눈앞의 청년이 괴물임을 깨달은 머맨들은 뒤늦게 머리의 방향을 돌렸다.

“뭐 이런 괴물이! 퇴각해라! 보통 놈이 아니다!”

급히 해저섬 쪽으로 고개를 돌려 퇴각하는 머맨들이었다.

그를 가만히 놔둘 로엘이 아니었다.

로엘은 그림자군단을 해체하면서 200년치 마나를 회수하였다. 그와 동시에 수중보행신발에 마나를 물씬 불어넣어 물을 박찼다.

힘을 실은 뜀박질은 머맨들의 속도를 상회하고도 남았다.

로엘은 퇴각하는 머맨들을 후미부터 차례차례 베며 아까 머맨들이 했던 말에 살을 붙여 되돌려주었다.

“선두의 겁쟁이들은 놓아주마. 대신 호테우스에게 가서 전해라. 스스로 목을 들고 서있다면 비참함만은 면하게 해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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