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4 3-7. 재정비 =========================
서큐버스 퀸의 능력 중 하나인 지속흡수능력.
관계를 맺은 이성에게 링크를 남기는 서큐버스 퀸만의 능력이다.
이성이 마나를 보충할 때마다 1~2퍼센트에 달하는 소량의 마나가 능력자에게 전해지며 전해진 마나량만큼 능력자의 최대 마나량이 늘어난다.
베르나트의 경우 과거에 굉장히 많은 링크를 걸어놓고 지속적으로 마나량을 늘려나갔었다. 덕분에 지금은 마나보유량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웠다.
그래서 에이션트급 드래곤과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는 거고 말이다.
둠러스는 속세의 일 같은 건 알 바 아니라는 듯 속 편히 있는 베르나트를 보며 자신도 속 편히 술잔을 기울였다.
“하긴 인간이 마나가 많아봤자 얼마나 강해지겠어. 술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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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수련을 한 카넨은 식사 이후 알약 한 알을 입에 털어넣었다.
물을 꿀꺽꿀꺽 마시면서 알약을 삼킨 그녀가 남은 약병을 가방에 넣었다.
“이제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 마나를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이번까지만 먹고 내일부턴 안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수련하고 밥 먹고 씻기만 했는데도 시간은 벌써 한밤중에 다다랐다.
로엘과 다른 오두막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그녀이기에 적막한 공간 속에서 홀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카넨은 가만히 누워 하루 동안 행했던 수련을 되짚어 보았다.
마나를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되었어도 여전히 로엘과는 반 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로엘에게 휘둘렀던 궤적, 로엘이 반격했던 궤적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몸이 달아올랐다.
카넨은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이불 밖으로 몸을 빼내었다.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하지?”
게다가 아까부터 묘하게 자꾸 로엘이 떠오르고 있었다.
로엘의 소매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나던 섹시한 팔뚝 근육, 말처럼 탄탄한 엉덩이, 거기에 아침에 그가 하품하며 물 마시러 나올 때 보였던 아늑한 대형 천막까지.
로엘을 떠올릴 때마다 성감대가 화끈거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카넨은 오르비르 산에서부터 계속 지니고 다녔던 바늘을 꺼냈다.
남편을 전쟁에 보낸 여인네마냥 바늘로 허벅지를 찔렀다.
“으흑.”
허벅지에 고통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계속 달아올랐다.
몸은 자꾸만 민감해져 갔고 카넨의 호흡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여긴 카넨은 바깥으로 나가 살얼음 낀 연못물에 몸을 담갔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갔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식질 않았다.
애당초 뜨거움과 차가움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마나 마스터의 육체다.
몸은 계속 달아오르는데 얼음물 정도론 식혀지지가 않으니 곤란할 따름이었다.
쏴아아!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 들어가면 나을까 싶어 물속에서 움직여보는데 소란을 듣고 나온 로엘이 카넨을 불렀다.
“카넨! 무슨 일이야?”
급하게 나오느라 잠옷이 흐트러져 있어 로엘의 탄탄한 가슴근육이 훤히 비쳤다.
카넨은 아찔한 기분에 휩싸이며 몸을 휘청거렸다.
그녀가 물속에 빠지려는 걸 본 로엘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 그녀를 안아들었다.
카넨의 숨소리는 로엘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거칠어져 있었다.
게다가 안아든 그녀의 몸은 젖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뜨거웠다.
“마나폭주라도 일어난 거야? 어찌된 건지 말을 해봐.”
“하아하아, 전하. 뭔가 이상해요. 하아하아, 이러면 안 되는데......”
고작 안아들었을 뿐이건만 카넨은 매우 민감해진 듯 자꾸만 몸을 꿈틀거렸다.
로엘은 카넨을 오두막집 안으로 데려가며 생각에 잠겼다.
‘서큐버스의 힘 때문에 이리된 걸까? 아냐,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없었어. 환경... 때문인 것도 아닌 것 같고. 식사도 똑같이 했으니 먹는 것도... 아!’
카넨이 계속 먹던 메델의 약.
그게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다.
메델이 조제를 잘못했거나, 약 자체가 카넨과 상성이 맞지 않아 미약과 같은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카넨으로선 미약의 효과가 돌아도 멋쟁이 재밍 때문이겠거니 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먹다보니 한꺼번에 효과가 올라와 이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침대에 누운 카넨은 더 이상은 못 견디겠는지 자기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하아아! 하아하아!”
절제심이 강한 카넨이 로엘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정에 불타오르고 있다.
야크트 마을에서 이성이 무너졌을 때보다 더한 상황이었다.
약으로 인해 평소에 참아왔던 게 한꺼번에 터지면서 스스로는 통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로엘은 눈앞에서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고 있는 카넨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눈을 깊게 감았다가 뜨며 카넨의 어깨를 붙잡았다.
“카넨, 지금부터 널 안을 거야. 위급상황이니까 엘로나도 이해해줄 테니 거부하지 말고 내게 맡겨둬.”
“흐으으, 저, 전하.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어.”
로엘은 안쓰러움을 담은 손길로 카넨의 젖은 옷가지를 벗겨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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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벨 영지에서 시간을 보낸지도 어언 사흘째.
휴가 전체 기간으로 치면 닷새 째 되는 날에 카넨의 수련이 끝났다.
로엘의 적절한 지도를 통해 카넨은 자신의 힘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카넨은 로엘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요 며칠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몸 바쳐 연방국가를 지켜 보이겠습니다.”
“나도 꽤 즐거웠어.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말하도록 해.”
예전과 다름없이 절도 넘치게 로엘을 대하는 카넨이었다.
하도 딱딱하게 굴어 이전의 불타는 밤이 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니 이미 카넨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기사로서 로엘을 받들고 있었다.
로엘이 일어난 침대가 엉망이 되어있었다는 것만이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카넨은 이미 그날 밤 일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두기로 했고, 로엘 역시 그녀가 연방국가에 미칠 지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은 돌아가는 날이라 휴가도 이제 오늘과 내일만 남은 상태였다.
로엘은 늦게나마 휴가 온 기분을 내고자 카넨에게 임모벨 영지의 즐길거리를 권하였다.
“카넨,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빙어 낚시라도 해볼래?”
“낚시요? 해본 적 없는데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나도 해본 적 없는데 오늘 아침에 임모벨 남작이 올라와서 권하더라고. 쉽다니까 가서 해보자.”
“그리 말씀하신다면 응당 따라야겠지요.”
올해는 추위가 늦게 찾아와서 오늘이 빙어낚시 첫 개시일이라 한다.
빌로스나 킬더나 호수가 얼어붙는 지역은 거의 없는 터라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즐길거리이기도 했다.
로엘과 카넨이 얼어붙은 호수에 가자 기다리고 있던 임모벨 남작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하. 장비는 전부 준비해두었습니다.”
“장비는 둘째 치고 하는 법을 몰라. 하는 법을 알려줘야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도구를 이용해 구멍을 파고 밑밥을 가라앉힌 다음 낚싯대를 넣으면 됩니다. 아, 하다 보면 구멍에 살얼음이 계속 끼는데 그걸 국자로 계속 퍼내셔야 합니다. 한 번 손맛을 보면 전하도 낚시에 푹 빠지실 겁니다.”
임모벨 남작이 적당한 두께의 얼음 위로 가서 시범을 보였다.
그가 구멍을 파내고 밑밥을 뿌린 다음 낚싯대를 담그기만 했는데도 빙어가 줄줄이 딸려나왔다.
임모벨 남작은 빙어가 매달려 있는 낚싯대를 들면서 ‘참 쉽죠?’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날이라 넣으면 그대로 딸려 나옵니다. 호수 자체가 명당이니까 편한 곳에 자리를 잡으십시오. 대신 호숫가에는 자리를 잡지 마십시오. 아직 거긴 두께가 얇아서 자칫 잘못하면 빠져버립니다.”
임모벨 남작의 모습은 남자의 수렵본능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로엘은 즉시 도구를 집어 들며 자연스럽게 카넨의 손을 이끌었다.
“카넨, 우리도 얼른 시작해보자. 따라와.”
로엘이 손을 잡자 카넨이 황급히 손을 빼내었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절도 넘치던 카넨이 얼굴을 붉힌 채로 수줍어하고 있었다.
“카넨?”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카넨이 순간적으로 포커페이스, 아니 기사페이스가 무너졌음을 깨달으며 다시 본래의 절제된 가면을 뒤집어썼다.
“네, 전하. 도구는 제가 들겠습니다.”
그날 밤은 그날 밤에 묻어뒀으리라... 여겼던 건 로엘의 착각이었나 보다.
로엘은 카넨이 애쓰는 모습이 귀여워 소리 없이 쿡쿡 웃곤 그녀에게 따라오라 손짓하였다.
“자기 건 자기가 들자고. 이런 것도 휴가의 재미 중 하나잖아.”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딱딱한 소리 그만하고 자리나 잡자. 휴가는 얼마 남지 않았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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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테헤란에서 출발한 메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임모벨 영지에 도착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레이아에게서 드라고라의 혈청까지 빌려 부리나케 달려왔다.
원래라면 어제 도착했어야 하지만 너무 급하게 오느라 낙마, 잘못된 길, 노숙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다했다.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델은 꾸역꾸역 말을 몰고 로엘이 있다는 얼음호수로 향했다.
“흐어! 흐어! 전하는 어디에... 오오, 저기 계시는군!”
얼음호수 근처까지 온 메델은 한눈에 호수 정중앙에 있는 로엘을 발견해냈다.
그 역시 빌로스 왕궁의 로엘바라기 중 하나.
로엘 서치 능력 하나는 그란데 백작이나 라이너리 백작 못지않았다.
메델은 로엘을 발견하여 기쁜 나머지 말에 내려 헐레벌떡 호수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호숫가의 얼음 위에 발을 디딘 순간 살얼음이 박살나며 메델의 몸이 밑으로 빠졌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속에 빠진 메델은 시야에 로엘을 두고도 그를 영접할 수 없어 안타까운 손짓만 하며 점점 가라앉았다.
“전! 꾸르륵! 하! 꾸르르륵!”
이후 우연히 빙어튀김을 하러 돌아가던 임모벨 남작에 의해 구출된 메델은 한참을 앓아누워 있다가 로엘이 돌아간 후에야 빌로스 왕궁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 뒤에 로엘에게서 ‘임모벨 영지에 왔었어?’라는 말을 듣고 다시 앓아누운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일화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