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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71화 (71/219)

00071 3-7. 재정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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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가 끝난 다음날.

로엘은 침대에서 눈을 뜨며 양팔이 무거움을 느꼈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니 오른쪽에는 베나티아가 누워 있었고, 왼쪽에는 레이아가 누워 있었다. 게다가 이불안에선 루엔이 틈새를 파고 든 채로 꼬물대고 있었다.

“어후, 무거워. 왜 다들 여기서 자는거람.”

월수금 베나티아, 화목 레이아, 토일 루엔 순으로 로엘과 함께 자기로 정했었다.

어제는 목요일으로 레이아와 함께 자는 날이었다.

그런데 어젯밤 베나티아가 술에 취해 같이 자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루엔도 질 새라 이불 속에 꼬물꼬물 파고들었는데 레이아도 평소의 피로와 간만에 취한 탓에 다 같이 자자고 해서 이 사태에 이르렀다.

루엔이 있다 보니 격한 운동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피곤한 잠자리가 되어버렸다.

로엘은 슬며시 레이아와 베나티아의 머리 밑에 깔려 있는 자신의 팔을 빼내려 했다.

그런데 베나티아가 뒤척거리더니 빠져나간 로엘의 팔을 붙잡아 안고 자는 베개처럼 끌어안았다.

“으음~.”

그 탓에 베나티아의 가슴 사이에 팔이 끼여 물컹한 느낌이 물씬 전해져왔다.

왼쪽에선 레이아가 팔이 빠진 것 때문에 허전해져 로엘의 어깨에 찰싹 붙어왔다.

“으으응~.”

덕분에 의도치도 않게 뜨거운 숨결이 자꾸만 목을 간지럽혔다.

로엘은 양쪽에서 좁혀오는 모닝공격에 눈을 가늘게 떴다.

“둘 다 깨어있지?”

잠꼬대하는 척하는 게 너무 훤히 드러나서 속아주기 민망할 정도였다.

베나티아와 레이아가 동시에 눈을 뜨며 솜사탕 같은 미소를 지었다.

“서비스 좀 해주려는데 눈치 없이 굴긴.”

“양손에 꽃이라 기쁘지?”

“기쁘긴 개뿔. 뻐근해 죽겠네. 비켜봐. 슬슬 일과 시작될 시간이야.”

“좀 더 자자. 어젯밤 너무 마셔서 머리가 지끈지끈해.”

“그리 무식하게 마셔대는데 안 아프면 이상한 거죠. 옆에 자리끼 있으니까 냉수나 마시세요.”

“오늘은 쉬면 안 돼? 요즘 계속 바쁘게 지냈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레이아는 줄곧 로엘을 대신해 고생해줬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될 것 같았다.

로엘이 복귀한 이후 일에 치여 지내지 않게 된 것도 전부 레이아가 고생해준 덕분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생에는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싶었으니 죽을 둥 살 둥 일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쉰다고 하면 신하들이 두 손 번쩍 들며 쉬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착각이 섞여 있다곤 해도 로엘이 쌓아올린 것들을 생각하면 그가 쉰다 해서 아무도 뭐라할 사람 없었다.

오히려 쉴 시간 없다고 몰아치던 회귀 직후보다 지금이 훨씬 쉬기 적합할지도.

로엘은 빙긋 웃으며 레이아의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그럼 오늘은 뒷산에 소풍이라도 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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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아를 시켜 도시락을 준비하게 한 로엘은 라이너리 백작을 불러 오늘은 쉬겠다고 일렀다.

라이너리 백작은 한술 더 떠 하루가 아니라 아예 일주일쯤 잡고 휴양지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로엘이 전쟁을 피한답시고 아무 것도 쌓아올리지 않은 상태였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제안이었다.

로엘은 이왕 쉬는 거 휴양지에서 쉬다 오는 것도 괜찮겠다 여겼다.

그래서 레이아와 둘이서 뒷산에 올라 도시락을 먹으며 말을 꺼냈다.

테헤란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는 임모벨 영지이니 가서 사나흘쯤 푹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보았다.

당연히 레이아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임모벨 영지면 저번에 들렀던 거기지? 갈래갈래.”

“이번에는 임모벨 남작 저택이 아니라 왕가 별장에서 묵을 생각이야. 깊은 산속에 있는데다 정취 있는 폭포가 옆에 있어서 휴양하기엔 딱 좋지.”

“기대된다. 게다가 임모벨 영지라면 아주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잖아.”

레이아가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로엘의 목에 팔을 감았다.

레이아의 신호를 캐치한 로엘이 덩달아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말했다.

“야외에서 할 생각이야?”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때. 가끔은 이런 것도 신선하고 좋잖아?”

“하지만 아직 겨울이라고. 바람이 안 드는 곳이라지만 춥지 않겠어?”

“후후, 그러면 네가 데워주면 되지.”

로엘은 못 당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이아의 등 뒤에 있는 드레스 단추를 하나둘 풀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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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다음날 아침 레이아의 방에서 강한 기침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늘 레이아의 시중을 맡은 에아가 레이아의 이마에 찬 수건을 갈아주었다. 그리곤 레이아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로엘을 향해 말했다.

“열이 많이 나셔서 푹 쉬셔야겠어요.”

새벽에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해서 완전히 앓아누운 레이아였다.

그러나 레이아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려 하였다.

“안 돼. 오늘 휴가 가야한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셔야겠네요.”

“메델보고 약 지어오라 그래.”

“약은 벌써 드셨잖아요.”

“약 먹었으니까 나을 거야. 그러니까 갈 거야.”

너무나도 기대했는데 못 가게 된 레이아가 안쓰러웠는지 에아가 로엘을 쳐다보았다.

“어제 목욕하시면서도 내내 기대하셨어요. 일정을 미룰 순 없을까요?”

로엘도 마음 같아선 그리 해주고 싶지만 무리였다.

“휴가를 내주려고 총무부 사람들이 날밤을 새서 일정을 조정했어. 여기서 다시 바꾸면 이번엔 총무부 전원이 쓰러질 거야. 게다가 일주일 뒤에 마탑으로 향하기로 해서 미루면 아마 한참 뒤에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왕궁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거라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일을 십시일반하여 무리하게 긴 휴가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로엘이 평소에 쌓아온 게 있어서 만들어진 휴가이니 여기서 일정을 다시 바꾸는 건 무리였다.

로엘은 땀에 젖은 레이아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부드러이 말했다.

“오늘 푹 자고나면 나을 거야. 몸이 나으면 내일이라도 출발하자. 일정이 하루 줄어들긴 하겠지만 못 가는 것보단 낫잖아?”

“히잉.”

“우는 소리 말고. 당찬 레이아 공주님이 우는 소리하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어.”

“훌쩍, 알겠어.”

임모벨 영지까지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이니 이틀을 뺀 5일 동안 지내기로 하였다.

내일이라도 감기가 나으면 4일 동안 휴양지에서 보낼 수 있으니 레이아는 얌전히 이불을 끌어올렸다.

약 기운이 도는지 잠이 들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에아는 한시름 놓으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평소에 몸 관리만큼은 철저하게 하셨는데 어디서 감기가 생겨난 걸까요.”

로엘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모른 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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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레이아의 감기는 떨어지지 않았다.

메델의 약은 잘 듣는 걸로 유명한데도 듣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에 대한 이유는 레이아의 상태를 살피러가다가 마주친 크라넬이 말해주었다.

“레이아 공주님는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최소 일주일은 누워 계시는 편입니다. 이상하게 한 번 감기로 누우시면 약이고 뭐고 듣질 않더군요. 그냥 일주일 동안 누워 계시면 나으니까 너무 염려 마십시오.”

일주일이면 딱 휴가가 끝나는 시기 아닌가.

로엘은 레이아와의 휴가는 무리라 여겼다.

레이아도 기운이 빠져 놀러갈 의욕조차 안 나는지 훌쩍거리며 말하길.

“훌쩍, 나는 이미 끝났어. 그러니 너라도 가.”

“널 놔두고 어떻게 가겠어.”

“나는 걱정 말래도. 좀처럼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 다른 사람하고라도 쉬다와. 나 때문에 못 가는 게 더 신경 쓰여.”

“안 그래도 그 경우도 염두에 둬야겠다 싶어서 누님이랑 루엔한테 말했는데 둘이서 뭔가 하느라 바쁜 모양이더라고.”

“콜록콜록, 미안.”

“미안할 게 뭐 있어.”

레이아가 꼭 베나티아나 루엔이 아니더라도 놀다오란 말을 남기며 장렬히 눈을 감았다.

옆에서 보면 무슨 최후의 전선이라도 되는 양 비장감이 감돌았다.

로엘은 레이아의 침실에서 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왕 이리 된 거 마탑 방문을 앞당길까.”

할 일도 없는데 일이나 할까 싶어 고민하던 차에 카넨이 다가왔다.

엘로나를 대신하여 연회에 참가했던 그녀는 다른 킬더 왕국 귀족들이 모두 떠난 후에도 빌로스 왕궁에 남아있었다.

마나 마스터가 된 이후로 점점 더 요염해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여전히 행동에 절도가 배어있었다.

“로엘 전하,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어, 카넨. 아직 남아있었네. 따로 볼일이라도 있는 거야?”

“다름이 아니라 시간이 남으신다면 제 검술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검술은 왜?”

“사실 마나 마스터가 된 이후로 가끔씩 기운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곤란하던 참입니다. 손꼽히는 의사인 메델 의원이라면 약을 지어주지 않을까 싶어 왔는데 그의 약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다더군요. 같은 마나 마스터인 전하라면 도와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이리 말을 올립니다.”

본인의 힘으로 마나 마스터가 된 로엘과 달리 카넨은 로엘의 힘에 의해 마나 마스터가 되었다.

의식이 없는 사이에 마나 마스터가 되었으니 어느 정도 부작용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괜히 걱정을 끼칠까 싶어 말하길 망설이다가 이제야 말을 꺼낸 것이었다.

원인의 일부는 로엘에게 있기에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엘로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어?”

“걱정하실까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일단 파티 참가를 빌미로 약간의 휴가를 얻었으니 그 사이에 해결을 했으면 합니다.”

“흐음, 마침 나도 휴가 중이고 레이아가 저 모양이 되었으니... 뭐 이런 식의 휴가도 있는 법이겠지. 카넨, 나랑 같이 임모벨 영지로 가자.”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엘은 예정을 바꿔 단순 휴가가 아닌 수련여행 삼아 임모벨 영지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마차를 준비시켰고 카넨와 함께 임모벨 영지로 향했다.

반면 레이아는 로엘의 휴가여행이 수련여행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리며 훌쩍였다.

“훌쩍훌쩍, 나도 가고 싶었는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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