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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51화 (51/219)

00051 3-1. 어디서 수작질이야? =========================

“지금 로이스 백작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내가 찾아가겠다.”

“...”

역시 부재중이라는 말도 거짓말이었던 건지 기사가 시선 둘 곳을 모른 채로 당황하였다.

로엘은 검을 뽑아 위엄을 드러냈다.

“왜 대답을 못하느냐. 설마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더냐.”

“아니, 그건......”

“변명은 필요 없다! 당장 로이스 백작이란 자를 불러와라!”

“어, 어, 아, 알겠습니다!”

기사는 로엘의 기세에 완전히 압도당하여 로엘을 섬기는 기사가 된 양 급박하게 돌계단 위로 뛰어올라갔다.

상관의 꼴사나운 모습에 당황하는 겐크 병사들을 앞에 두고 로엘은 검을 바닥에 거꾸로 세우며 로이스 백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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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기다리자 로이스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색을 즐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오게 되었는지 곳곳의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고, 술 냄새를 지우기 위해 뿌린 향냄새가 풀풀 풍겨 나왔다.

로이스 백작은 올챙이처럼 부풀어 오른 몸뚱이를 이끌고 뒤뚱거리며 로엘의 앞에 섰다.

“빌로스 왕국의 국왕이시여. 어인 일로 이런 산기슭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드워프 왕국에 용무가 있어 찾아왔으니 길을 열어라.”

“이미 들으셨겠지만 저희는 드워프 왕국의 요청으로 진을 치게 되었습니다.”

“그 진위여부를 위해 공문 확인을 요구했고 그로인해 그대가 오게 되었으니 요청대로 공문을 보여 봐라.”

공문을 요청하는 말에 로이스 백작이 팔뚝살을 덜렁거리며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로이스 백작이 움직일 때마다 그가 입고 있는 옷들의 실밥이 비명을 질러댔다.

꽉 끼는 장갑을 끼고 있는 탓에 양피지가 한 번에 펼쳐지지 않고 데굴데굴 말려 올라갔다.

겨우 양피지 끝자락을 잡은 로이스 백작이 로엘을 향해 양피지를 펼쳐보였다.

“이것이 그 공문입니다.”

공문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짐의 왕국에 우환이 생겨 타종족의 출입을 금하노라. 짐의 백성들은 인간을 대하는데 익숙지 않아 일찍이 오랫동안 교류해온 겐크 왕국의 병사들에게 사람 물리는 역할을 대신 맡기니 이를 무시하고 들어오려는 자는 드워프 왕국에 시비를 건 것으로 간주하겠다. 드워프 왕 루드르.]

확실히 드워프 왕국의 국새가 찍혀 있는 정식 공문이었다.

여기서 로엘이 강행돌파를 하려 들면 드워프 왕국에게 해를 입힌 게 되어 드워프 국왕이 빌로스 왕국에 선전포고할 명분을 주게 된다.

로엘과 사이가 나쁜 겐크 왕국으로선 되러 로엘이 덤벼주길 바랐다.

로이스 백작은 드워프 왕국을 믿고 마음껏 나대었다.

“이제 아셨습니까? 지금 드워프 왕국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게 설사 빌로스의 국왕이신 당신이라도 말입니다.”

헛걸음하느라 수고했다는 듯한 말투.

로엘에게 단념하고 돌아가라 말하고 있었다.

당연히 로엘을 모시고 있는 입장인 콘라드 남작으로선 존경하는 주군이 치욕을 받고 있는데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화가 난 콘라드 남작이 한 마디 하려 했으나 로엘이 팔을 옆으로 뻗어 막았다.

“콘라드 남작.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속에 넣어둬.”

“하지만 전하. 말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너무 까불고 있긴 하지.”

로엘은 콘라드 남작을 저지한 후 본인이 직접 로이스 백작에게 다가섰다.

견고한 방패라도 되는 양 공문을 내밀고 있던 로이스 백작이었으나 로엘의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걸음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문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절대로 들어가실 수 없단 말입니다!”

“아직은 들어갈 생각 없어.”

“그렇다면 물러나시지 왜 다가오시는 겁니까?”

로이스 백작의 지척까지 다가선 로엘은 주먹을 들어 로이스 백작의 두툼한 배를 후려쳤다.

푸욱!

어찌나 뱃살이 두터운지 로엘의 주먹이 통째로 삼켜졌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안 그래도 술기운이 남아있던 로이스 백작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져 체면이고 뭐고 전부 무너져 내렸다.

복부를 관통하는 아픔에 무릎을 꿇으며 속을 게워내는 로이스 백작이었다.

“꿰에엑!”

그의 행동거지에 어울리게 게워내는 소리도 도야지의 그것과 비슷했다.

로엘의 행동에 겐크 왕국 기사들을 비롯한 병사들 모두가 입을 쩌억 벌렸다.

심지어 콘라드 남작까지 로엘의 돌발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어버버거렸다.

로엘은 로이스 백작의 토사물을 피해 한 발짝 옆으로 비키며 신랄하게 한 마디 날렸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속의 것을 한껏 게워낸 로이스 백작이 부들부들 떨며 로엘을 노려보았다.

“드워프 왕국의 공문을... 무시한 겁니까?”

“아니, 공문은 무시하지 않았어. 네놈을 무시한 거지.”

분명 공문에는 겐크 왕국의 병사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자’를 적으로 간주한다했었다.

겐크 왕국 병사를 얼마나 두드리든 간에 드워프 왕국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거다.

공문은 일국의 국왕도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단어 선택도 잘해야 하는 법이다.

괜히 각 나라마다 공문을 작성하는 문장가를 따로 두는 게 아니다.

원래는 공문 같은 걸 쓸 일이 없는 드워프 왕국에서 작성한 공문이기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그게 그대로 로이스 백작의 무례를 벌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공문의 허점을 감안하더라도 겐크 왕국의 병력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위험한 일이었지만 로이스 백작에 한해서는 그가 먼저 무례를 범했으니 로엘에게도 벌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로엘은 검지로 검갑을 퉁기며 압박을 주듯 말했다.

“이제 술은 깼을 테니 사리분별 정도는 할 수 있겠군. 네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당장이라도 결투 신청을 할 기세였다.

인간의 문화 중 하나인 결투 신청.

공문이 좀 더 잘 적혀 있었다면 결투 신청조차 못했겠지만 ‘들어오는 자’만이 적용되는 공문인지라 인간들끼리의 결투는 공문의 효력에서 벗어나 있었다.

로엘이 결투를 신청해버리면 로이스 백작은 명예나 목숨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

로엘은 공문을 유리하게 해석함으로서 이 상황을 유도해낸 것이다.

결투에서 로이스 백작이 로엘을 이길 수 있을 리 없기에 로이스 백작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로이스 백작은 자신의 토사물 위에 무릎을 꿇는 굴욕 속에서 사죄의 말을 올렸다.

“엘리오스 킨 로엘 전하께 크나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이 생각이 짧은 우매한 자를 용서해주십시오.”

부하들 앞에서 머리를 땅에 박는 게 얼마나 꼴사나운 짓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터이다.

로엘은 그의 사죄를 받아들이며 계단 아래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우매한 녀석이라 그럴 수도 있으니 한 번은 봐주도록 하지. 앞으로는 좀 더 생각하면서 행동하라고.”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로엘의 뒤로 로이스 백작의 굴욕을 두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콘라드 남작은 마치 자기 일인 양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잘하셨습니다, 전하. 정말 속이 다 시원해지는 한 방이었습니다.”

“정신 차릴 가능성이 없는 놈들에겐 매가 약이지.”

“그런데 정말로 드워프 왕국에서 겐크 왕국에 도움을 요청한 거였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콘라드 남작, 네가 도착했을 땐 광산으로 들어가는 문만 닫혀 있었다 했지?”

“네, 드워프 성벽까지는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하께 서신을 보낸 후에 겐크 왕국 병사들이 진을 진 것이고요.”

로엘은 아까 로이스 백작이 펼쳐 보였던 공문의 내용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공문에는 우환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어. 무슨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겠지. 드워프 성벽에 있는 드워프 백성들에게선 아무 것도 못 들었어?”

“드워프 성벽의 백성들조차 광산이 닫힌 이유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광산 내부의 정치 문제일 가능성이 높군.”

“드워프들에게 저희들끼리 정치싸움을 할 머리가 있진 않을 텐데 이상하군요.”

“아무튼 뭔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알아보려면 오르비르 광산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일단 카넨이 드워프들과 자주 접촉했었다니까 그녀에게 물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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