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될놈될-35화 (35/219)

00035 2-2. 아디만티움이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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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이 끝나면서 1군과 3군은 포로들을 이끌고 붉은머리 부족이 있는 부락으로 갔다.

아직 2군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먼저 승리와 해방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포로들의 대부분이 잔치에 참가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남은 숫자만 하더라도 충분히 많은 숫자였다.

모두가 왁자지껄 떠들며 케이델 공작령에서 공수한 맥주와 느넨 강에서 잡아 올린 메가피쉬 통구이를 먹어치웠다.

검은바위 부족의 불사오크들은 리뮬러가 죽으면서 불사의 힘을 잃었고, 각 부족에서 그들을 분할하여 데려가 10년간 부락의 일꾼으로 쓰기로 했다. 같은 오크를 탄압하던 자들이지만 그대로 죽이는 것보다 각 부락을 일구는데 일조하도록 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 여겨 취한 조치였다. 오크들도 더 이상 피를 보긴 싫은지 환히 웃으며 로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검은바위 부족은 정식으로 해체되게 되었다.

그 다음은 아디를 해체하면서 나온 인공 아디만티움의 처분이었다.

로엘은 오크들 중 각 부락을 대표하는 자들을 남겨 대화를 나누었다.

수북하게 쌓인 아디만티움 더미 앞에 선 로엘이 커다란 덩어리 하나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인공 아디만티움은 오크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야. 각 부족이 똑같이 나누어서 활용하든가 희생자의 유골 대신 삼아 묻든가 원하는대로 해.”

모여 있던 오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스스로 시선을 낮추었다.

“저희가 가져봐야 세공할 기술조차 없어 사용하지 못합니다. 전하께서 유용하게 써주십시오. 그 편이 죽은 오크들도 훨씬 기뻐할 것입니다.”

“빌로스도 세공기술이 없는 건 마찬가지야. 드워프가 아니면 무리일걸.”

“어차피 오크들은 드워프와 마주칠 일조차 없습니다. 지금 당장 쓰시지 않더라도 가져가서 언젠가는 필요한 곳에 써주십시오.”

아디만티움을 가진다 해서 당장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오크들이 워낙 간절히 요청하니 로엘로서도 계속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디만티움의 가치를 생각하면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오크들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빌로스에서 보관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로엘은 오크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알겠다. 아디만티움은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도록 하지. 모두들 수고했으니 오늘은 마음껏 즐기도록!”

“왕께서 베푼 은혜에 무한토록 감사를 드립니다!”

얼추 정리를 마친 로엘은 케이델 공작과 더프를 불러 따로 자리를 마련하였다.

로엘은 떡갈나무 잔에 담긴 미지근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 후 탁자에 내려놓았다.

탕!

로엘의 거친 행동에 케이델 공작과 더프가 깜짝 놀라 로엘을 쳐다보았다.

“전하? 저희가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한 일이라도 한 겁니까?”

“말씀해주시면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로엘은 팔을 휘휘 저으며 경고하듯 강하게 말했다.

“디르크의 목을 칠 때도 말했지만 내가 마나 마스터라는 건 비밀로 해. 알겠지?”

“아, 네. 그거라면 철갑기마대에게 철저히 주의를 주었으니 아무도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리 기쁜 소식을 왜 숨기려 하시는 겁니까?”

“귀찮아지니까 그렇지! 이번 일은 어쩔 수 없이 썼다만 내가 마나 마스터라는 게 알려져 봐. 대륙 전체가 얼마나 시끄러워지겠어?”

“그런 것치곤 아주 망설임 없이 쓰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썼다고 하잖아. 필요할 때 필요한 힘을 쓰지 않는 건 만용이야.”

“뭐 그렇긴 하죠. 전하의 뜻이 그러시다면 그란데 백작에겐 특히나 알려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군. 자, 조금 험하게 말했다만 이젠 즐겨보자고. 승리한 날에 취하지 않는 건 남자가 아니지.”

세 남자가 막 맥주 한 잔을 원샷한 직후였다.

바깥이 아까보다 더 소란스럽다 싶더니 천막 사이로 그란데 백작이 보였다.

오크평원 북쪽의 부족들을 해방시켜주러 간 2군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란데 백작은 천막에 들어서면서 예를 갖추었다.

“전하! 전하께서 부여한 임무를 마치고 막 귀환하였습니다!”

로엘이 케이델 공작과 더프에게 눈짓을 주었고, 두 사람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로엘은 평범한 주군의 모습을 띠며 그란데 백작을 환영했다.

“수고했어. 힘들 텐데 맥주 한 잔 하자고. 좀 미지근하지만 나쁘진 않아.”

“전하와 함께하는 술이라면 흙 섞인 밀주라도 명주나 다름없습니다.”

“또 호들갑 떤다. 이리 와서 잔 받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저보단 전하가 더 고생하셨지요. 전하께서 하신 일에 비하면 제가 한 일은 새 발의 피, 모래사장의 모래알 수준입니다. 어쿠쿠, 너무 넘치게 주시는 거 아닙니까?”

“내가 백작을 좋아하는 만큼 부었는데 과했나?”

“허허, 잔이 작은 게 흠이로군요.”

“자, 다시 한 잔들 하자고. 빌로스 왕국과 오크평원의 평화를 위하여!”

“위하여!”

맥주잔이 연거푸 비워지던 중에 길로운이 블랑코를 대동하여 천막 안에 들어왔다.

길로운은 엉거주춤 서있다가 어색하게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

“엘리오스 킨 로엘 국왕이여. 무리한 청을 이루어주어 무척 감사히 여기고 있소. 맹세대로 그대가 원할 땐 언제든지 전사들을 규합하여 빌로스를 위해 선두에 서겠소.”

“감사인사는 충분히 받았어. 딱딱한 소리 말고 족장도 합석하는 게 어때?”

“승리의 주역과 함께인데 어찌 거절하겠소. 그 전에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오.”

“할 말?”

길로운이 옆에서 그를 따라 한 쪽 무릎을 꿇은 블랑코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괜찮다면 내 아들놈을 데려가주었으면 하오. 그대의 강함에 깊은 감명을 받아 부를 때만이 아니라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다 하오.”

블랑코라면 밑에 두고 쓰기에 부족함 없는 청년이었다.

매사에 두려움이 없고, 로엘과 더프의 페이스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로엘과 어느 정도 얘기가 잘 통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오크가 인간의 나라에서 사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의 나라에서 살면 이래저래 부딪치는 게 많을 텐데 괜찮겠어?”

블랑코가 주먹을 땅에 대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왕 전하의 용맹함을 보고 마음 깊이 따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시선 정도야 마나 마스터란 희대의 경지에 오르신 분을 옆에서 모시는 영광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블랑코의 충성심에 감탄하고 있던 로엘은 문득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니 케이델 공작과 더프가 침음을 흘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블랑코는 언제 마나 오러를 봤단 말인가.

로엘이 아디를 벨 때 블랑코는 로엘의 도움이 되기 위해 근처까지 다가온 상태였었다.

숲 속에 있어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비밀엄수의 사각지대에 있던 것이다.

로엘은 블랑코가 마나 마스터를 언급한 것을 깨닫곤 그란데 백작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뻥찐 얼굴로 맥주잔을 떨어뜨리는 그란데 백작이 있었다.

그란데 백작은 벌떡 일어나며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전하! 마나 마스터가 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 뭐......”

로엘의 반응에서 사실임을 읽어낸 그가 맹렬히 감동에 빠져들었다.

“마나 마스터! 나의 전하가 마나 마스터! 전하가 매일매일 빠짐없이 수련장에 들리시는 걸 보고 알았어야 하는데! 역시 전하이십니다. 그나저나 병사들은 역사의 한 켠을 장식할 일을 두고도 저희들끼리 마시고 노는 중이었단 말입니까? 여봐라! 당장 전하를 찬양하지 못할까!”

로엘이 말리기도 전에 그란데 백작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마나를 전부 쥐어짜내 로엘이 마나 마스터임을 찬양하라고 고래고래 외치고 다녔다.

싸울 때도 저리 무식하게 마나를 쓰지 않는 사람이 로엘과 관련된 일이 되자 마나고갈도 신경 쓰지 않고 뛰어다니며 찬양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막 안에 침묵이 감도는 걸 느낀 블랑코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제가 뭐 실수한 거라도?”

애꿎은 블랑코를 탓해봤자 뭐하겠는가.

로엘은 화내기도 지쳐 그저 피식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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