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될놈될-34화 (34/219)

00034 2-2. 아디만티움이 뭐? =========================

마나 오러의 등장으로 놀란 건 디르크만이 아니었다.

로엘에게 가세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던 케이델 공작과 더프 역시 가세하려는 것조차 잊고 마나 오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마, 마나 마스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경지였다니. 게다가 전하께서 마나 마스터라고?”

“역시 전하께서 생각 없이 덤빌 리 없지. 그만한 경지에 오르셨기 때문에 자신 있으셨던 거였어.”

로엘이 마나 마스터라는 걸 안 디르크는 다소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악에 받쳐 아디를 부렸다.

“마, 마나 마스터가 대수더냐! 아디는 무적이다! 나의 야망을 이루어줄 집대성이란 말이다!”

아디가 남은 손으로 로엘을 내리찍으려 했지만 로엘의 마나 오러는 가차 없이 남은 손목까지 베어냈다.

아디의 육체가 마나 오러의 무형 검날에 닿자 그를 흡수하는가 싶었지만 전부 흡수하지 못하고 남은 여력에 밀려 잘라나갔다.

아디만티움의 흡수속도가 마나 오러의 양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로엘은 아디의 남은 손을 잘라냄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려 아디의 가랑이 사이로 통과하였다. 통과하면서 양쪽으로 검이 뉘인 8자 모양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서걱! 서걱!

아디의 양쪽 발목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이내 곧 뜨거운 물에 넣은 얼음처럼 쩌적 갈라졌다.

발목 아래를 잃은 아디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엎어지면서 물방울 맺힌 잡초밭을 파헤쳤다.

구구쿵!

가만히 있다가 잡초와 진흙을 덮어쓰게 된 케이델 공작과 더프가 진흙을 뱉어내는 가운데 로엘은 이미 디르크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아디가 쓰러진 이상 마나 오러를 유지하며 불필요한 마나소모를 할 필요는 없었다.

디르크의 목에는 마나 블레이드만 깃든 검이 드리워졌다.

로엘은 헛숨을 들이키며 얼어붙은 디르크를 향해 신랄한 투로 말했다.

“상황종료야.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주실까?”

“젠장! 어째서 지는 것이냐. 준비한 시간이 얼마인데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하냔 말이다.”

실패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겠는지 실성한 듯 홀로 빠르게 중얼중얼거리는 디르크였다.

로엘은 디르크에게 현실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아주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고통은 곧 현실.

로엘의 검이 아래로 떨어지며 디르크의 양쪽 허벅지 앞쪽을 가볍게 그었다.

푸식!

디르크의 가느다란 다리에서 피가 배어나오며 힘이 풀린 디르크가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다른 오크들은 잘도 불사오크로 만들었으면서 자신의 몸에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너무 허약한 몸이라 불사의 힘을 깃들게 하지 못했다거나.

어느 쪽이든 로엘에겐 딱히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로엘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디르크의 목에 다시 대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 이외에는 인정하지 않겠어. 네가 가진 힘의 정체는 뭐야?”

검에 남은 피에서 피어오르는 혈향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디르크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디르크는 뒤늦게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목에 드리워진 검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 내 힘은 마계의 힘이다.”

“마계? 마족이랑 계약하는 건 수백 년 전에 마계와 단절되면서 없어진 걸로 안다만?”

수백 년 전, 대륙에 마족들이 쳐들어오면서 용과 인간의 연합군이 그들을 물리친 적이 있었다. 후대에선 그를 두고 용마전쟁이라 불렀으며 그 일 이후 드래곤 로드와 당시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가 마계와 이어지는 문을 봉하였다.

그 뒤로 대륙에선 마족과 관련된 요소가 사라지게 되었는데 마계의 힘이라 하니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디르크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크윽, 확실히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믿지 못할 현상으로 마족이 인간계의 생물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네가 마족이라도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내 본명은 리뮬러. 마계의 중급마족으로 마계 연금술을 다루던 리치였지. 어느 날 실험사고로 몸이 소멸되었는데 눈을 떠보니 병든 오크가 되어있더군. 마계에서 사용하던 내 연금술은 마족에겐 쓸 수 없는 것들뿐이었지만 인간계에선 실행되기에 그를 바탕으로 모든 걸 정복하려 했다.”

확실히 말만 듣고 보면 믿지 못할 이야기이긴 했다.

리치가 오크로 환생했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이야기다.

하지만 로엘은 가볍게 흘려듣지 못했다.

로엘도 회귀 현상 때문에 고생 중이니까.

심지어 아직도 회귀 현상의 조건만 알 뿐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엘은 혹시나 싶어 한 가지 질문을 덧붙였다.

“혹시 너 환생을 여러 번한 건 아니겠지?”

“질문의 의도는 모르겠다만 이딴 현상을 여러 번 겪을 수 있을 것 같더냐.”

혹시나 로엘과 비슷한 처지라면 단서를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크인 디르크가 어째서 기이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용건은 끝났다.

로엘은 용서 없이 검을 그었다.

질문에 대답하느라 검에 대한 시선을 거두었던 디르크는 갑자기 검을 그을 줄 몰랐는지 놀란 얼굴 그대로 머리가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디르크의 머리를 보는 로엘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진짜로 죽도록.”

디르크를 처치한 로엘은 그의 머리를 잡아 올리며 분쟁의 끝을 고했다.

“디르크는 죽었다! 모든 검은바위 부족 오크는 무기를 버려라! 우리는 승리했다!”

로엘의 함성에 호응하듯 숲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로엘은 다시금 마나 오러를 만들어내 아직 살아있는 아디를 베어 아디만티움 조각으로 만든 후 정식으로 분쟁을 종식시켰다.

모두가 디르크의 목을 확인하며 기뻐하는 가운데 디르크의 시체가 소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른 이들은 무기를 던지며 기뻐하느라 바쁜 탓에 로엘과 케이델 공작, 더프만이 그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버둥거리는 아디 때문에 로엘과 리뮬러의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한 케이델 공작과 더프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괴이한 힘을 쓰는 놈이니 괴이하게 사라졌다는 정도로 여기고 넘어갔다.

다만 로엘만은 디르크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검은색 구슬 하나를 발견하곤 남몰래 그것을 챙겼다.

환생한 자가 죽어서 남긴 것이니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0